●2000년 국내 폐컴퓨터 잠재배출량 130만 대, 2005년 210만 대
●폐컴퓨터는 금, 은, 백금, 팔라듐을 숨기고 있는 광산이다
●알루미늄캔을 재활용해서 쓰면 광산에서 캐내서 쓰는 비용의 30분의 1
●태워서 귀금속 추출하는 미국식에 비해 비용절감되는 한국적 컴퓨터재처리방식 개발한 한국자원연구소 李在天 박사 : 『컴퓨터 재활용은 환경과 국익을 위한 미션』
●서울대 심리학과 출신의 고물업자에서 컴퓨터재활용 벤처기업 창업한 金熙俊씨: 『고물상에서 컴퓨터 재활용업으로의 전환에는 난관이 많다』
『 「죽음과 세금을 빼고는 인생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라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우리의 고객들이 이 목록에다 한 가지를 더 추가하게 되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것은 「컴퓨터는 반드시 업그레이드 된다」는 것이다』 ●폐컴퓨터는 금, 은, 백금, 팔라듐을 숨기고 있는 광산이다
●알루미늄캔을 재활용해서 쓰면 광산에서 캐내서 쓰는 비용의 30분의 1
●태워서 귀금속 추출하는 미국식에 비해 비용절감되는 한국적 컴퓨터재처리방식 개발한 한국자원연구소 李在天 박사 : 『컴퓨터 재활용은 환경과 국익을 위한 미션』
●서울대 심리학과 출신의 고물업자에서 컴퓨터재활용 벤처기업 창업한 金熙俊씨: 『고물상에서 컴퓨터 재활용업으로의 전환에는 난관이 많다』
미국 東北지방에 있는 굴지의 컴퓨터 재활용 회사 매머드 와이어 앤 컴퓨터 리사이클링社 사장인 살바토레 마사로씨의 얘기다. 이 회사는 「자기 사무실을 업그레이드(upgrade:격상)하면서 지구를 디그레이드(degrade:격하)하지 마시오」라는 구호를 내걸어 놓고 있다. 마사로 사장이 말한 대로 컴퓨터의 업그레이드가 죽음만큼이나 필연적인 것이라면 그 폐기물의 양산도 필연일 것이다. 지구환경의 관점에서는 대단히 우울한 전망이다.
헐크 같은 대형컴퓨터, 날렵한 개인용 컴퓨터, 뱀처럼 느릿느릿한 모뎀, 뭉기적거리는 하드 드라이브. 이 회사는 이런 전자폐기물들을 의인화해서 통칭하기를 「디지털 공룡」이라고 부른다. 그리하여 만일 이 필수불가결한 물체들도 유기체와 마찬가지로 생애(라이프 사이클)를 갖고 있다면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보내는 컴퓨터의 통과제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컴퓨터의 장례절차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일이 바로 컴퓨터 재활용(리사이클링) 사업이다. 더 이상은 중고로도 쓸 수 없게 된 컴퓨터를 처리한다는 측면에서 재활용업자들은 스스로를 컴퓨터를 장사지내는 「장의사」에 비유하기도 한다.
마사로 사장은 『환경을 지키는 일을 하면서 기업을 일구고 돈을 버니 참으로 자랑스럽다』고 했는데 컴퓨터를 포함한 폐전자제품이 환경을 위협하는 정도를 이해하면 근거 있는 자부심인 셈이다.
『집안에 두기에 농약 다음으로 해로운 것은 컴퓨터』
미국 시카고에 있는 일렉트로닉 리커버리 스페셜리스트社(사)는 폐컴퓨터의 기판 내부에 함유되어 있는 금과 팔라듐을 포함한 특수금속을 추출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창업자 데이비스 길버트氏는 아직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추출법을 발견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가 1995년 한 해 동안 올린 순수익은 700만 달러에 달한다. 일주일에 10t 가량의 폐컴퓨터를 처리하고 있는 이 회사는 갈수록 증가되는 폐컴퓨터의 양에 비례하여 성장을 가속화시켜 나갈 전망이다.
▲ 폐컴퓨터 예측 발생량
뉴욕에 자리잡은 사빈 메탈社의 경우 1945년 설립 이래 폐컴퓨터 기판에서 추출한 금이나 은의 품질을 인정받아 현재 런던, 뉴욕, 취리히의 금속 거래 시장에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폐컴퓨터의 기판이나 칩을 도시광석(Urban Ore)이라는 개념으로 인식하여 폐컴퓨터 재활용 사업이 일반화되어 있으며 성장률도 매우 높다.
일본의 후지츠社는 자체 영업망을 통해 회수하고 있는 컴퓨터의 중량 對 재활용 비율을 2000년까지 90%로 높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해체한 후 금속부품은 원료로 재활용하고 자기디스크나 케이블 등은 부품으로 재사용한다. 최근 유럽연합(EU)에서 PC를 포함하여 전기·전자제품, 정보통신기기 등 거의 모든 가전제품에 대해 폐기물 처리 의무제도를 확대 실시함에 따라 국내 전자업체들이 對 EU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렇게 선진국이 발빠르게 컴퓨터 재활용 문제에 나선 것은 일단 그 엄청난 유해성에 까닭이 있다. 미국의 환경 NGO 「실리콘밸리 유해폐기물연합」의 테드 스미스 대표는 『일반 가정에 있는 것 중 농약 이외에 가장 유해한 것은 컴퓨터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컴퓨터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로는 배터리와 스위치에 사용된 수은, 모니터 하나당 2.3kg 이상이 들어 있는 납, 프린트기판과 반도체에 들어 있는 카드뮴, 철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들어간 크롬, 본체와 케이블에 사용된 염화비닐플라스틱 등으로 매년 그 양이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미국 전역에 매몰되어 있는 납의 40%가 컴퓨터와 텔레비전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통계도 있다. 또 전기·전자제품의 폐기품으로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매년 45만t을 넘는다. 그 중 약 4분의 1은 소각하면 다이옥신이 발생하는 폴리염화비닐이다.
유행이나 성능에 따라 컴퓨터를 교체하는 사이클도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全美 안전협의회의 연구에 의하면 유행이 지난 컴퓨터의 수는 2007년까지 약 5억 대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카네기 멜론 대학의 예측으로는 앞으로 4년 안에 7000만 대의 컴퓨터가 땅에 묻히게 되리라는 것이다.
고철더미에 귀금속이 숨어 있다
▲ 개인용 컴퓨터 보급 실적
물건을 쉽게 바꾸는 데는 한국 사람들을 따를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반도체 강국일 뿐 아니라 컴퓨터와 휴대폰의 보급 속도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전자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개인용 컴퓨터(PC)의 실가동대수는 850만 대이며 작년에 팔린 휴대폰은 1400만대에 이르고 있다.
이러다 보니 버려지는 컴퓨터의 수도 비례적으로 늘어난다. 이미 작동을 멈춰 처분을 기다리는 컴퓨터(잠재 배출량)가 2000년에는 130만 대, 2005년에는 210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얼마전 휴대폰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 제도가 없어지면서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쏟아져 나오는 폐휴대폰의 양도 만만치 않다.
1991년 1000t을 돌파한 이래 나날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전자쓰레기는 현재 약 2000t 이상이 외국으로 실려 나간다. 실상 폐컴퓨터에서 나오는 고철이나 플라스틱 정도만 국내에서 재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돈이 되는 것은 우리가 외국에 팔아치우고 있는 인쇄 회로기판(PCB:Printed circuit board)이다.
컴퓨터를 쓰는 집집마다 이런 기판이 적어도 하나 이상 책상서랍 속에 잠들어 있을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모뎀이나 비디오카드 등을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할 때 마땅히 처리할 방법이 없어 처박아두기 일쑤인데 바로 이 속에 금, 은, 백금, 팔라듐 등의 高價(고가)의 금속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의 유수한 컴퓨터 재활용업체들이 재미를 보는 것은 이 회로기판 깊숙이 숨어 있는 유가금속을 추출해 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집이나 회사에서 쓰는 개인용 PC 1대를 재활용하면 고철 300원어치, 알루미늄 200원어치, 코일 200원어치, 그리고 pcb 1kg당 약 0.5g 정도의 금이 나오므로 약 6000원 해서 총 6700원의 이익이 생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PC 한 대당 12.9g의 금을 사용하지만 이 중에서 0.5g 정도만 찾아낼 수 있다. 백금에 비해 추출하기 쉽고, 금보다 훨씬 값나가는 금속은 팔라듐이다. 이것은 정보전달력이 뛰어나 휴대폰과 같은 통신장비에 많이 쓰인다. 보통 휴대폰에 들어가는 기판 한 장에서 3000~4000원어치의 팔라듐을 회수해 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금속을 회수하는 방법이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시적 설비로 갖추고 금 등을 회수하는 경우가 있으나 노출된 것만을 가려내는 것으로 회수율이 대단히 낮아 채산성이 없다. 재활용업체에서 PC를 걷어온다 해도 기판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지 않으면 아무런 이득을 볼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 있는 5000여 개에 달하는 고물상 수준의 재활용업체에서는 버려진 컴퓨터에서 고철을 떼내고 다시 버리거나 기판을 추려내서 외국에 수출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환경오염 문제와 더불어 국부의 손실이 상당한 실정이다.
영세하고 원시적인 재활용업계
우리에게 재활용산업이라는 말은 아직 낯설지만 가위와 엿, 그리고 고물로 이어지는 연상의 고리는 낯선 것이 아니다. 원시적인 고물상이 우리의 재활용산업을 대변하고 있는 정도라고 할까.
현재 국내 유일의 전문 컴퓨터 재처리업체인 한국컴퓨터리사이클링 주식회사(리컴·www.re-com.co.kr) 대표 金熙俊(김희준·38)씨의 경우도 고물업자에서 시작했다. 폐알루미늄, 고철 등을 취급하던 고전적인 고물업자였던 그는 「세상에 甁(병) 있는 자들은 다 내게로 오라」 는 우스개가 통하는 고물업자들의 세계에서 약 8년간 일해왔다. 지금도 자석을 갖고 다니며 바닥에 구르는 못 하나라도 훑어 모으는 습관은 「세상에 버릴 것이 없다」는 고물업자들의 철학이자 생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1997년부터 고물상에서 換骨奪胎(환골탈태)하여 본격적으로 재활용업계에 뛰어들었다. 자본금 7억5000만원에 이르는 그의 컴퓨터 재활용 벤처회사는 인터넷이나 IT 관련 기업이 주종을 이루는 지금의 벤처풍토에서는 이색적으로 제조업으로 등록돼 있다. 작업공정은 여전히 힘을 많이 쓰는 생산 업종이다.
金사장이 컴퓨터 재활용업계에 뛰어들게 된 것은 한국에서도 폐컴퓨터가 본격적으로 양산되기 시작하면서 경각심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金사장 자신이 286급 컴퓨터부터 팬티엄급 컴퓨터까지 두루 써 온 사용자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컴퓨터 기판을 거대한 용광로(화로)에 넣고 태웁니다. 태우고 난 잔해에 염산과 질산을 3대 1로 혼합한 王水(왕수)로 귀금속을 추출해 냅니다. 이 방법을 쓰려면 물량도 대량이어야 하지만 엄청난 공기오염을 흡수할 만한 땅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나라에는 공장을 세울 만한 곳이 없는 셈이죠』
그런데 이 회사는 앞으로 막대한 양의 폐컴퓨터를 비롯한 전자기기를 한국內에서 한국적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작년 7월 폐회로기판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기술로 특허를 획득한 것이다. 한국자원연구소의 李在天(이재천·44) 박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신기술을 실현하게 된다면 거대한 용광로나 드넓은 땅이 없이도 유가금속의 회수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李박사는 1986년부터 한국자원연구소 자원활용부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이 분야 연구에 전력해 왔다. 그가 개발한 방식은 미국 방식의 4분의 1정도로 처리비용이 줄어들고, 대기오염 요인을 발생시키지 않는 新기술이다. 1998년에는 이 기술개발로 일본의 자원환경연구소에서 리사이클링 기술개발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방식은 파, 분쇄 방식입니다. 거의 가루상태가 될 정도로 갈아서 시약처리를 하는 방식인데 미국과는 일단 사용되는 약품이나 재료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적은 비용으로 추출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용광로를 건설할 필요가 없어 초기 투자비용이 적고 플라스틱 같은 절연제로 인한 대기오염의 우려가 없다는 장점이 있죠』
李在天 박사의 기술에 대한 특허권은 현재 金熙俊 사장의 리컴이 소유하고 있고 李박사는 이 회사에 무급 기술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李박사의 입장에서 이 일은 환경보호와 국익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적인 성공에 이르기 전까지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일하겠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라고 한다.
李박사에 따르면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재활용 자체를 상품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컴퓨터를 만들고 있는 제조업체, 즉 대기업에서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다.
컴퓨터가 인간의 삶을 진정으로 업그레이드시키려면
『알루미늄 캔의 경우 제대로 재활용만 해낸다면 광산에서 캐내 쓰는 비용의 30분의 1만 쓰면 됩니다』
리컴 金熙俊 사장의 얘기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한국의 재활용업을 대표하는 말은 아직 고물상이다. 넝마주이나 엿장수에 원천을 두고 있는 고물업에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컴퓨터 재활용업으로의 이전은 간단치 않다.
『우리나라 고물업도 고도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눈앞에 있는 이권에 더 관심이 많다고 하는 것이 맞겠죠. 재활용산업은 우리 나라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을 완성시킨다는 관점에서 육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인체의 피가 허파로 들어와 깨끗한 피로 다시 바뀌어 순환하듯이 재활용산업 역시 경제의 흐름에 중요한 축입니다』
그러나 반도체산업은 최첨단에, 재활용산업은 가장 미개한 수준에 놓여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이다. 산업의 중요한 사이클 한 축이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것이다. 마침 15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의 박원홍 의원은 『1998년까지 총 770만 대의 컴퓨터가 보급되어 68만 대는 방치되거나 매립되고 있다』면서 全 국민의 PC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조한천 의원은 폐컴퓨터에서 나오는 납, 카드뮴 등의 위해성을 경고했고, 자민련의 박세직 의원도 1997년의 경우 회수된 폐컴퓨터 2만3000대 중 8000대가 재활용되고 1만 대는 소각매립되었다고 발표하면서 폐컴퓨터 문제를 제기했다. 15種(종)의 발암 및 맹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컴퓨터를 땅에 묻어버리는 대신 금, 은, 코일, 구리, 플라스틱, 알미늄, 다량의 고철 등 1대당 약 1만원 상당의 순수자원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이제 컴퓨터 재활용은 국가적인 과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앞서 말했듯이 EU, 일본, 미국은 이미 발빠르게 이 작업에 들어갔고 우리나라에서도 문제의식이 확산되어 가고 있다. 현재 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21C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에는 「산업폐기물 자원화 재활용기술개발 사업」이 들어 있는데 한국컴퓨터리사이클링社도 이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컴퓨터를 「수명이 짧은 무기물」에서 「영생하는 유기체」로 태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활용산업은 필요 불가결한 것이다. 반복하자면 「우리의 사무실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지구를 디그레이드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시사적이다.
현재까지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가 「궁극적으로 인간을 삶을 업그레이드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환경적 관점에서의 최상의 대답은, 앞으로 진척될 컴퓨터 리사이클링 산업의 성공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