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란국죽(梅蘭菊竹) 사군자(四君子)는 홀로 서는 선비의 단단함을 의미하지만 코스모스는 서로 기대야 설 수 있는 민초들의 삶을 대변한다고 작가는 보았던 것이다.

- 전라남도 완도에서 배로 45분 거리에 있는 청산도(靑山島)는 임진왜란 이후 사는 데 지친 민초들이 제주도로 향하다 풍랑을 만나 머문 곳이다.
언덕에 서면 양쪽으로 푸른 바다가 보이고 길 옆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해 있다.
대개 지고 다니는 꽃은 글라디올러스, 국화, 달리아, 코스모스 등이다. 이 가운데서 나는 아직껏 코스모스를 사다가 꽂아 본 일이 없어서 처음으로 코스모스 한 묶음을 사 가지고 싶었다. 코스모스는 한 송이보다 한군데 많이 모여서 피는데 가을의 화려하고 청명한 빛깔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정거장에는 코스모스를 많이 심는다.
그러면 달리는 차창에 피로한 눈동자들이 몹시 이 꽃을 사랑한다. 그 빛깔로 보아 자줏빛과 빨간빛과 흰빛이 제일 많아 보이고 그 줄기가 성큼 성큼하여 살찌지는 못하나, 그 대신 청려한 감상을 아무 준비 없이 누구에게나 가여웁게 준다. 그리고 그 푸른 줄기가 물같이 연(軟)하고 서로 서로가 엉키고 의지하고 있어서 가을의 참세(慚洗)로운 신경으로 하늘과 바람과 햇볕을 그냥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자연의 모습 같다.
![]() |
| 비를 맞아 쓰러진 코스모스다. 김광섭은 수필 ‘코스모스’에서 이 꽃을 사군자에 비유했다. |
가을 정원이나 유원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맨드라미는 땅의 피를 모두 다 빨아서 한 몸뚱이를 피 칠하다시피 태우고 있는 꽃이니 그와는 아주 달리 코스모스는 실로 8, 9월 소녀의 행복을 그려낸 꽃 같다. 이 꽃을 보는 날이면 하늘은 차지도 않고 시내는 흐리지도 않고 땅은 컴컴하지도 않게 이 꽃을 자래우는 것 같다.
화판은 대개 여덟개나 아홉개로서 모두 다 한 모양 같고 어느 하나라도 걱정스런 주름살을 지우지 않고 서로 밀거나 겹치는 일이 없이 심장으로 모여서 꽃의 중심을 이루고 노란 화분을 내놓고 있다. 별로이 향기가 없을 줄로만 알았더니 그 노란 화분에서 이 꽃의 맑은 향기가 솟는다.
- 김광섭의 〈코스모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