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다시 나온 ‘좌파 숙원’ 국가보안법 폐지 시도

형법으로는 심리전·선전전·영향력 공작 등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 어려워

  •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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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프·영도 유사 규정 운용… 北과 적대하는 우리는 그보다 여유롭나?”(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기본권 침해·사상 탄압” 주장만 반복… 제정 배경, 개정 경과, 합헌 결정은 생략
⊙ ‘남북교류협력법’으로 안보 침해 행위 예방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
⊙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도 보안법 기소율 50% 넘어
⊙ “국보법은 日帝 치안유지법 계승해 사상의 자유 억압한 악법”(민형배 등 국회의원 31명)
⊙ 입법예고 반대 의견·전자청원 쇄도… ‘민심’과 괴리된 ‘국가보안법 폐지론’
⊙ 제7조 ‘찬양·고무’는 사상 처벌 아냐… “대안 이념 모색 탄압 악용 가능성 희박”(헌법재판소)
⊙ 형법은 사후 처벌, 국보법은 사전 차단… 안보 공백 경시한 ‘형법 대체론’
사진=뉴시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을 전면 폐지하자는 법률안이 발의됐다. 민형배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5명, 김준형 의원 등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 9명, 윤종오 의원 등 진보당 소속 의원 4명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무소속 최혁진 의원 등 31명은 2025년 12월 2일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그 전신이었던 정당이 집권할 때마다 반복돼 온 ‘국가보안법 폐지’ 움직임이 다시 본격화한 셈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 발의 소식이 알려진 뒤 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운영되는 ‘국회 입법 예고’ 사이트에서 해당 법률안을 검색한 결과, 2025년 12월 12일 기준 관련 의견은 11만9523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게시된 의견 가운데 대다수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한다는 취지다.
 
  같은 날, 국민이 직접 국회에 제도 개선이나 입법 요구를 제기할 수 있는 ‘국회 전자청원’ 사이트에서도 김모씨가 게시한 ‘국가보안법 폐지 철회에 관한 청원’에 15만7275명이 동의했다. 전자청원 동의 규모는 해당 사안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논쟁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인식된다. 국회 전자청원은 청원이 공개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국회가 이를 공식 안건으로 다뤄야 하는 제도다. 요건을 충족한 청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검토되며, 국회는 그 처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30~40년 전 주장 답습한 ‘폐지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시절 집권당은 국가보안법 핵심 조항 삭제 또는 전면 폐지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사진=조선DB(맨 위, 가운데), 뉴시스(맨 아래)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국가보안법이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법률이라고 주장한다. 다음은 그들이 밝힌 ‘국가보안법 폐지 제안 이유’다.
 
  〈국가보안법은 제정 당시 일본 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하여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정부는 광복 직후 형법이 마련되지 않은 비상 시기에 좌익 폭동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조치법’이라 설명했으나, 형법 제정 이후에도 폐지되지 않고 78년간 존속하며 권력 유지 수단으로 악용되었습니다.
 
  제정 이후 국가보안법은 단심제와 사형제 도입(1949년), 보안법 파동(1958년), 반공법 통합(1980년)을 거치며 점차 강화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권은 이를 정치적 반대 세력과 시민사회를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했고, 인권 침해와 사상 탄압이 반복되었습니다. 냉전 체제의 해체와 남북 유엔 동시 가입(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 체결(1992년) 이후에는 존속 근거가 사라졌습니다.
 
  특히 제7조의 ‘찬양·고무·동조’ 조항은 개념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고, 내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합니다. 제10조 불고지죄 역시 침묵할 권리를 부정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합니다.
 
  국가보안법의 대부분 조항은 이미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습니다.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사회권규약위원회, 고문방지위원회 등 국제기구들도 반복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했습니다. 헌법이 평화통일과 국민주권을 명시하는 만큼, 남북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토론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냉전 시대 산물인 국가보안법은 이러한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 인권 보장의 가치에 역행합니다. 이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평화통일과 인권, 국민주권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이들이 밝힌 폐지 사유는 30~40년 전부터 제기된 기존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가보안법은 제정 당시 일본 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인식은 국가보안법의 제정 배경과 이후의 변천 과정을 외면한 일방적인 해석에 가깝다. 특히 ‘치안유지법 계승’이라는 표현은 독립운동을 탄압하고 식민 통치를 강화한 일제의 치안유지법 이미지를 국가보안법에 덧씌워, 이를 ‘악법’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려는 장치로 기능한다. 국가보안법이 ‘오로지 우리 민족의 자주적 운명 개척을 위해 투쟁하는 애국애족(愛國愛族)’ 세력을 억압하고 ‘자주 민주 통일’을 방해하는 법률이라는 인식을 선행적으로 주입하려는 효과를 노린 서술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일제 법 체계의 영향을 받았거나 그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법률이 모두 폐지돼야 한다면, 현행 법률 가운데 과연 존속할 수 있는 법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일제 잔재 惡法’ 프레임
 
  법률적으로 보더라도 치안유지법과 국가보안법을 동일시하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 두 법은 입법 목적부터 근본적으로 다르다. 치안유지법은 식민지 지배 체제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피지배자의 정치적 권리와 사상 자체를 억압하는 데 목적을 둔 법이었다. 국가보안법은 헌법 질서와 국가의 존립을 보호하고, 적대적 외부 체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입법 주체 역시 다르며, 결정적으로 처벌 대상에서도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치안유지법이 사상과 내심(內心) 그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삼았다면, 국가보안법은 사상 자체가 아니라 국가 안전에 실질적 해악을 초래하는 행위를 범죄 구성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적용 과정에서도 법원은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성’이 입증돼야 한다는 기준을 엄격히 요구해 왔다.
 
  “형법이 제정됐는데도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았다”는 주장에도 ‘비논리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형법은 일반법이고, 국가보안법은 특별형법이다. 형법이 제정됐으므로 특별형법이 당연히 자동 폐지돼야 한다는 인식 역시 폐지론자들만의 일방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형법으로는 국보법 대체 못 해
 
  형법은 모든 범죄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일반법이다. 특별형법은 특정 영역에서 반복적·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을 보다 정밀하게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다. 군사 영역에는 군형법, 대규모 경제범죄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선거에는 공직선거법이 적용되지만, 그 누구도 형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 폐지를 주장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과 같은 특별형법은 범죄 구성 요건을 보다 구체화하고, 입증 기준과 처벌 체계를 해당 범죄의 특수성에 맞게 설계함으로써 형법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존재한다. 국가보안법 역시 간첩·대공·국가 안전 관련 범죄가 그 성격상 일반 형법 규정만으로는 충분히 다루기 어렵고, 북한의 대남 적화 위협이 지속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해 존치됐다.
 
  이럼에도 형법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보안법을 ‘자동 폐지됐어야 할 법’으로 규정하는 논리는 법 체계 전반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다. 같은 논리를 적용한다면 군형법이나 각종 가중처벌법 역시 존속 근거를 상실한 ‘법률’이므로 자동 폐지돼야 한다. 결국 국가보안법만을 콕 집어 폐지를 주장하는 행태는 객관적인 법리 판단이 아닌, ‘특정한 의도’를 내포한 정치 선동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가보안법을 ‘임시조치법’으로 규정하며 폐지를 요구하는 논리도 같은 한계를 가진다. 어떤 법이 임시적 성격으로 도입됐다고 해서 사정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반드시 폐지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의 존폐는 제정 당시의 정부나 국회의 입장 설명이 아니라, 법률 존치에 관한 현실적 수요와 국민 의견에 따라야 한다.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북한의 남침으로 3년간의 전면전이 벌어졌다. 정전 이후에도 ‘북한’이라는 반국가단체와 이를 추종하는 세력에 의한 체제 전복 시도는 현재까지 지속돼 왔다. 더구나 오늘날의 안보 위협 양상은 전통적인 무력 도발을 넘어 심리전, 선전전을 비롯한 조직적인 영향력 공작 등 경계가 흐릿한 형태로 정교화되고 은밀해지고 있다. 이 같은 ‘하이브리드 위협(전통적인 군사력 사용과 비군사적 수단을 결합해 상대 국가의 안보·정치·사회 체계를 약화시키는 복합적 위협)’은 가시적 실행 행위를 전제로 한 형법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이 같은 역사적 맥락과 현재의 안보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국가보안법은 제정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그 필요성이 오히려 강화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남용 방지 위한 개정과 사법 통제 강화
 
대검찰청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기소율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높다. 출처=대검찰청

  “78년간 권력 유지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주장도 공감을 얻기 어렵다.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현재에 이르는 전 시기를 통틀어 ‘권력 유지 수단’으로 악용됐다고 단정하는 것은 전형적인 ‘일반화의 오류’에 해당한다. 6·25 전쟁 직후 국가 존립이 위협받던 혼란기와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나타난 일부 남용 사례를 근거로 지금의 국가보안법을 ‘악법’이란 식으로 규정하는 행태는 정치적 선동을 위한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국가보안법의 경우 1991년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限定合憲)’ 결정 이후 남용 방지 목적의 개정이 이뤄졌다. 사법적 통제 역시 강화됐다. 법원 판결을 통해 범죄 구성 요건의 전제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성’으로 대폭 제한됐다. 이럼에도 이런 변천 과정을 생략한 채 ‘78년간 권력 유지 수단으로 악용’이라는 자극적 기술을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만일 민형배 등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을 발의한 의원들의 주장대로 제정 이후 78년 동안 ‘권력 유지 수단’으로 악용됐다면 더불어민주당 전신이 배출한 김대중(金大中)·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도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악법’을 남용했다는 얘기인가.
 
  대검찰청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접수 인원은 2120명, 기소 인원은 1158명으로 기소율이 약 54.6%에 달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전체 546명의 55.5%인 303명이 기소됐다. 이명박(李明博) 정부 시절에는 750명 중 49.3%인 370명, 박근혜(朴槿惠) 정부 때는 전체 1007명의 38.5%인 388명이 기소됐다.
 
  “냉전 체제의 해체와 남북 유엔 동시 가입, 남북 기본합의서 체결 이후에는 국가보안법의 존속 근거가 사라졌다”는 주장도 논거로서 부족한 측면이 있다. 미국과 소련이 세계적 차원에서 대립한 구(舊) ‘냉전 체제’는 1991년 소련 붕괴로 자연 소멸했지만, 냉전이라는 국제정치의 작동 방식 자체가 해체된 것은 아니다. 이념 대립, 패권 경쟁, 군사·경제·기술 영역에서의 전면적 경쟁이라는 냉전의 핵심 속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맞은 ‘미중(美中) 신냉전’ 체제가 이를 방증한다.
 
 
  남북 유엔 동시 가입과 남북 기본합의서
 
  ‘구 냉전 체제’가 종식됐다고 해서 한반도 냉전 구조까지 해체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김정은이 주장한 이른바 ‘적대적 두 국가론’은 한반도 냉전 체제가 공고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을 근거로 국가보안법의 존속 근거가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시각도 설득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유엔 동시 가입은 남북이 각각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 주체로서 유엔 회원국 지위를 부여받았다는 절차적 의미에 그칠 뿐이다. 군사적 적대 관계의 종료나 대남 공작 중단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조치는 아니다. 더욱이 북한은 유엔 동시 가입 이후에도 대남 적대 행위와 긴장 조성 도발을 지속적으로 자행해 왔다.
 
  남북 기본합의서 역시 마찬가지다. 남북 기본합의서는 평화조약도, 종전선언도 아니다. 남북 간 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의 방향을 규정한 합의문에 가깝다. “이미 끝났다”는 선언이 아니라 “앞으로 그렇게 하자”는 약속에 해당한다. 이럼에도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은 이 합의서에 담긴 상호 불가침과 체제 존중 조항을 근거로 안보 위협의 전제가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불가침을 약속했다고 해서 군사적 긴장이 자동으로 해소되지는 않는다. 체제 존중을 명시한 이후 북한의 체제 전복 시도가 중단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이 합의서는 상호 이행을 전제로 한다. 우리만 먼저 적대적 법과 제도를 해체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국가보안법의 존폐를 논하려면 북한이 대남 적화 노선을 포기했는지, 대남 공작 활동을 중단했는지, 군사적 적대 전략을 철회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그 이행 여부를 분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법안 발의자들이 제시한 ‘폐지 사유’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전혀 없다. 이 같은 폐지론자들의 주장과 관련해서 헌재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북한이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 소위 남북 합의서의 채택·발효 및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의 시행 후에도 대남 적화 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지금도 각종 도발을 계속하고 있음이 현실인 점에 비추어, 국가의 존립·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수호하기 위하여 국가보안법의 해석·적용상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고 이에 동조하는 반국가 활동을 규제하는 것 자체가 헌법이 규정하는 국제평화주의나 평화통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89헌마240)〉
 
 
  “국가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情”
 
2004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은 노무현 정권이 강행한 ‘국가보안법 폐지’를 막기 위해 2004년 10월 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수호 국민대회의 모습이다. 이날 집회 참가자는 경찰 추산 10만 명에 달한다. 사진=조선DB

  “제7조의 ‘찬양·고무·동조’ 조항은 개념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고, 내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현행법 내용, 법 적용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가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해 왔는지, 현재 오늘날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주장이라는 얘기다.
 
  1991년 개정 이전의 제7조 1항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구성원(주민)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찬양’에 해당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와 관련해서 1990년 4월, 헌재는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심판(89헌가113)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예를 들면 어느 북한학자의 학문적 업적에 대한 높은 평가 진술, 체육인의 기량이나 예술인의 예술 활동을 찬양하는 경우라도 문언대로라면 당연히 본 찬양·고무 등 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 (중략) 이렇듯 제7조 제1항의 찬양·고무죄는 ‘구성원’ ‘활동’ ‘동조’ ‘기타의 방법’ ‘이롭게 한’ 등 무려 다섯 군데의 용어가 지나치게 다의적이고 그 적용 범위가 광범위하다.〉
 
  당시 헌재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의 ‘찬양·고무·동조’ 조항을 문언 그대로 해석할 경우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고, 법 집행 당국의 자의적 판단과 선별적 집행을 허용할 소지도 커진다”고 지적하면서도 “국가의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규범 자체의 필요성은 여전히 인정된다”며 ‘한정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찬양·고무·동조 행위 가운데서 국가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초래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로 처벌 범위를 엄격히 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국가보안법은 1991년 5월, 제7조를 포함해 ▲5조(자진지원·금품수수) ▲6조(잠입·탈출) ▲8조(회합·통신) 등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情)을 알면서~”란 단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개정됐다. 제7조 1항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는 삭제했다. 또 제1조 2항에 “이 법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 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했다.
 
 
  “탄압 수단 악용 가능성 희박”
 
  ‘개념이 모호하다’ ‘내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크지 않다. 현행 국가보안법 제7조는 생각이나 신념 그 자체를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처벌 대상은 표현 행위가 국가 안전에 대한 현실적 위험으로 이어지는 경우에 한정된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헌재의 판단이다.
 
  〈국가보안법의 개정, 헌법재판소 결정 및 대법원의 판결 등을 통해 국가보안법의 규범력이 미치는 범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위험성이 명백한 경우’로 제한되어 온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이적 행위 조항이나 이를 전제로 하는 이적 표현물 조항이 정치적 비판이나 정책에 대한 대안적 이념의 모색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고 할 것이며…(2017헌바42 등)〉
 
  법원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성’에 대한 입증을 엄격하게 요구한다. 이미 축적된 판례에 따라 설정된 ‘기준’을 적용해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에 대한 실질적 위험이 입증되지 않으면, 유죄 판단을 하지 않은 지 오래다. 2017~2022년 사이 북한 공작원을 접촉해 지령을 받고 활동했다는 혐의(간첩)로 기소된 신모씨가 무죄 확정 판결(2025년 9월 25일)을 받은 점, 북한 관련 이적 표현물을 소지·반포한 혐의로 기소된 전 친북 성향 단체 간부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2025년 10월 23일)받은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헌재, “표현의 자유 침해 아니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우리 사회 자발적인 종북 세력이 공공연히 김정은을 찬양하고, ‘반국가단체’ 북한 주장에 동조하고, 이른바 ‘주체사상’을 퍼뜨리더라도 이를 막을 수 없다. 사진=뉴시스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으니 폐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강변에 가깝다. 헌법 제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를 고려하면, 표현의 자유가 제약될 수도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국가 안보와 직결된 법률의 존속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와 관련, 헌재는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구체적 위험이 현존하지는 않더라도 그 위험성이 명백한 단계에서 반국가단체 등에 대한 찬양·고무·선전·동조 행위 등을 규제하는 것은 국가의 안전과 존립, 국민의 생존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결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 아니다. 국가의 존립과 안전, 국민의 생존과 자유라는 중대하고 긴요한 공익에 비하여, 개인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찬양·고무·선전·동조 행위를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제한받는 사익이 결코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2017헌바42 등)〉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이 항상 제7조(찬양·고무·동조)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제7조는 ‘찬양·고무’라는 표현 자체가 주는 인상 때문에 실제 판례상 적용 범위와 무관하게 ‘말과 생각을 처벌하는 조항’이라는 프레임을 형성하기 가장 쉬운 규정이기 때문이다.
 
 
  제10조 ‘불고지죄’도 合憲!
 
  제10조 ‘불고지죄’가 침묵할 권리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은 해당 조항의 적용 구조와 헌법적 해석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불고지죄는 모든 범죄에 대한 일반적 신고 의무나 ‘침묵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다. ‘반국가 활동’이라는 제한된 범주에만 적용된다. 범죄의 구체성, 고지 가능성, 고지하지 않은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된다. 판례 역시 단순한 인식이나 추상적 의심만으로는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이를 헌법상 침묵할 권리와 동일시하는 것은 법리적 혼동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침묵할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부죄(自己負罪) 금지 원칙(형사사건 피의자나 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이나 증거를 스스로 제공하도록 강요받지 않는다는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불고지죄는 이와 달리 타인의 중대한 반국가 범죄를 인지하고도 이를 알리지 않은 제삼자의 행위를 규율하는 규정이다. 양심의 자유 침해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불고지죄는 개인의 내적 신념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반국가 범죄의 실행이나 중대한 위험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한 외적 행위를 규율한다. 헌법재판소 역시 이와 같은 판단을 하면서 국가보안법 제10조에 대해 ‘합헌’ 결정(96헌바35)을 내린 바 있다. 다음은 당시 헌재 결정문의 일부다.
 
  〈이 사건 심판 대상 법률조항이 규정한 불고지죄는 내심에서의 윤리적 판단을 그 고지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므로 양심의 자유 특히 침묵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중략) 타인의 범죄 사실에 대한 것이므로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아니할 진술거부권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중략) 대법원의 판례도 그 인식의 정도가 단순히 의심하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본범이라는 확실한 인식을 의미한다고 판시하고 있으며, 그와 같은 해석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 오히려 유리한 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해석이라고 볼 수도 없다.〉
 
 
  ‘남북교류협력법’으로 보안법 대신?
 
  “국가보안법의 대부분 조항은 이미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이는 앞서 밝힌 대로 형법과 특별형법의 역할 구분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형법상 내란죄·외환죄는 국가의 존립을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했거나 그 실행 단계에 이른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국가보안법은 간첩 활동, 대남 공작, 반국가단체의 조직·선전·연계 등 은밀하고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위협을 초기 단계에서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간첩 활동이나 대남 공작의 경우 그 결과가 드러난 시점에는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형법만으로 안보 범죄에 대응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논리적 타당성과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크지 않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고 이를 행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성격의 법률이다. 실제로 해당 법률 제1조는 그 목적을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과 그 이북 지역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과는 입법 취지와 기능 면에서 전혀 다른 차원의 법률이란 얘기다.
 

  남북교류협력법은 교류 승인 절차나 물자 반출입, 협력 사업의 관리·감독과 같은 행정적 사항을 다룰 뿐이므로 간첩 행위나 체제 전복을 목적으로 한 국가 안보 침해 행위를 직접적으로 다루거나 그에 관한 형사 처벌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안보 현실’ 외면한 국제기구 권고
 
  또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등 국제기구의 폐지 권고를 논거로 들지만, 이런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견’에 불과하다. 인권 보장이라는 가치에 기반을 둔 의견일 뿐이다. 국제기구의 권고는 각국의 헌법 질서, 안보 환경, 분단 현실을 고려해 내린 결론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은 헌법의 평화통일·국민주권 정신에 역행한다”는 폐지 사유 역시, 헌법 질서 유지의 전제 조건인 ‘국가 존립’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간과한 주장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국가가 존립해야 헌법도 존재할 수 있고, 헌법이 규정한 평화통일 역시 논의될 수 있다. 더욱이 헌법이 명시한 ‘평화통일’은 체제 부정이나 국가 해체를 전제로 한 통일이 아니다. 이는 헌법 규범을 전체적 체계 속에서 해석하기보다 편의에 따라 취사 선택하는 해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주권 원리’ 운운한 대목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주권은 국가의 존립과 헌법 질서를 전제로 행사되는 권리다. 국가의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국민주권의 실질적 행사는 불가능해진다. 이와 관련해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 있다.
 
  “북한이 아직도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는 현 상황에 있어 국가보안법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것이 우리 헌법이 천명한 국제평화주의나 평화통일의 원칙과 모순되는 법률이라고 볼 수 없고, 또한 국가보안법은 동법 소정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경우에 적용되는 한에 있어서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헌법에 위배된 무효의 법률이라고 할 수 없다.(91도2341)”
 
 
  주요 선진국도 국보법 유사 규정 운용
 
  지금까지 살펴본 국가보안법 폐지론은 설득력 있는 사정 변경이나 대안적 제도 설계를 제시하지 못한 채, 이미 여러 차례 논파된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는 한계를 분명히 드러낸다. 해당 법률의 실제 운용 현실과 사법적 통제 구조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검토 없이 여전히 1980년대 이른바 ‘운동권’의 문제의식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국가보안법이 개정을 거쳐 ‘행위처벌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음에도 여전히 ‘사상처벌법’이라는 프레임을 앞세우려는 태도, 30~40년 전과 다르지 않은 설득력 낮은 논거들이 이를 방증한다.
 
  결국 “국가보안법은 악법”이라는 이들의 주장은 논리에 기초한 분석이라기보다 감정에 기대고 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그 ‘감정’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법률의 존폐를 좌우하는 판단 기준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보안법 제7조의 합헌성 여부에 대한 연구(2022년)〉에서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 결정과 반복된 법 개정을 통해 국가보안법의 내용은 상당 부분 정비됐음에도, 폐지론자들이 여전히 개별 조항의 위헌성을 감정적으로 주장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특히 폐지론의 주요 공격 대상인 제7조 제1항(찬양·고무)·제3항(찬양·고무 목적 단체 구성·가입)·제5항(이적표현물 제작·소지·유포)과 같은 규정이 대한민국만의 특수하거나 과도한 규제가 아니며,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국가보안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핵심적 방어 장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분단 시대의 독일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의 독일,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은 분단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테러 등의 위협 등을 이유로 그러한 조항들을 두고 있다. 그러면 전쟁까지 치렀던 북한과의 적대적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우리의 상황은 그보다 더 여유롭다는 것인가? 그리고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과 장점에 대한 확신을 근거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3항, 제5항의 위헌성(내지 폐지)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논리의 비약일 뿐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선진국이 테러 집단에 대한 체제의 우월성과 장점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테러 대응을 그렇게 철저하게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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