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평화, 그리고 부와 패권은 전혀 다른 세계가 아니라 같은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세 얼굴일 뿐이다”
千宗熊
1970년생. 육군사관학교(육사) 49기, 영국 킹스칼리지 석사, 광운대 공학박사, 예비역 육군 중령 / 전쟁·군사 전문 플랫폼 워랩(WarLab) 대표, 前 옥스퍼드대학교 Changing Character of War Center 방문 연구원
千宗熊
1970년생. 육군사관학교(육사) 49기, 영국 킹스칼리지 석사, 광운대 공학박사, 예비역 육군 중령 / 전쟁·군사 전문 플랫폼 워랩(WarLab) 대표, 前 옥스퍼드대학교 Changing Character of War Center 방문 연구원
전쟁은 인류 문명 흐름 읽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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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千宗熊 |
나는 이 책을 통해 전쟁이 문명의 성격을 반영하고 또 그것을 가속하는 동력임을 깨달았다. 이 깨달음은 전쟁사를 단순한 무력 충돌의 기록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흐름을 읽어내는 열쇠로 보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전쟁의 기술 ▲반(反)전쟁[평화]의 기술 ▲부(富)와 패권(覇權)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기술이 동일하다’는 토플러의 통찰이었다. 인류는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기술만이 아니라 전쟁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활용해 전쟁을 억제(반전쟁)하고 평화를 지키며, 나아가 부와 패권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키워왔다.
선진국들은 이미 이 비밀을 깊이 깨달았고 실천했다. 영국이 해양 패권과 산업혁명을 결합해 19세기를 지배했던 것, 미국이 과학 기술과 군사력을 융합해 20세기 패권을 장악했던 것은 모두 같은 원리다. 첨단 기술을 무기 체계에 빠르게 적용해 승리를 거두고, 전쟁에서 검증된 기술을 민간으로 확산하는 방식은 패권국이 가진 힘의 원천이었다. 레이더, 원자력, 컴퓨터, GPS, 인터넷 등 오늘날 인류의 삶과 전쟁을 지배하고 사회의 모습을 규정하는 핵심 기술들 역시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패권의 흥망성쇠가 결국 기술을 누가 먼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깨달았다. 단순히 무기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전쟁과 사회 양쪽에 효과적으로 전환·확산시키는 능력이 국가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사실은 내 사고(思考)에 큰 전환점을 가져왔다.
“권위에 질문하라”
이 책에서 또 하나 마음을 울린 구절은 “권위에 질문하라(Question Authority)”였다. 군에서 간부로 복무하던 내게 권위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상급자의 명령은 곧 법이었고, 교범은 불변의 진리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시대와 기술이 변하는데도 그것이 여전히 타당한지 묻지 않는다면 미래의 전쟁을 이해할 수 없다. 이 메시지는 내 생각의 틀을 흔들어놓았다. 나는 현장에서 상급자의 지시를 따르되, 동시에 이것이 변화하는 시대와 미래 전쟁에서도 여전히 타당한지 스스로 질문하며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전통적인 교리(敎理)에 대해서도 “이것이 앞으로 벌어질 전쟁에도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 그러나 곧 깨달은 것은,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질문에 올바른 대답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권위에 진정으로 질문하려면 전쟁사와 기술에 대한 꾸준한 독서, 그리고 깊이 있는 사유가 필요했다. 이렇게 쌓아 올린 지적 훈련을 통해서만 앞으로 다가올 전쟁의 양상을 조금이나마 통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구체화됐다. 결국 이러한 여정은 군 전역 이후에도 나를 영국 킹스칼리지 전쟁학과와 옥스퍼드대학 Changing Character of War Center로 이끌었다.
토플러가 만약 ‘네 번째 물결’을 이야기했다면, 그 파도 위에는 아마도 AI(인공지능)와 드론과 같은 무인(無人) 기술이 자리했을 것이다. AI와 무인 기술의 함의는 전쟁터에서의 승리에 머물지 않는다. 같은 기술은 갈등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방패가 될 수도 있으며, 이를 가장 먼저 손에 넣어 체계적으로 활용한 개인과 국가는 미래의 부와 패권을 쥘 것이다. 토플러의 통찰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빛난다.
우리 역사는 불행하게도 전쟁과 반전쟁, 그리고 부와 패권의 기술이 동일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고 새로운 기술의 물결을 제때 받아들이지 못했다. 조총을 가진 군대 앞에서 활과 칼로 싸워야 했고, 전차 앞에서 소총으로 맞서야 했다. 기술 격차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교훈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앞으로는 AI와 로봇을 제대로 활용하는 군대와 그렇지 못한 군대로 나뉠 것이며 이 격차는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미래에는 AI와 로봇 기술을 활용한 첨단 무기 체계와 이런 무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하고 빠른 의사 결정 능력을 보유한 군대가 되어야 한다.
한국군, 네 번째 물결에 대비해야
군인의 본질적 임무는 적을 이기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첨단 과학 기술을 활용해 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압해야 한다. 군인들은 첨단 과학 기술과 전쟁을 공부해야 하며 이를 훈련과 전장에서 적용해야 한다.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적을 빠르고 강하고 정확하게 제압하는 본질적인 일에 군이 집중할 때 적으로부터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으며 군인들 자신도 정체성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거친 전쟁과 실전과 같은 훈련 현장에서 검증받은 기술은 사회에도 적용돼 국가에 부와 힘을 창출해 줄 것이다. 그러므로 군과 전쟁에 사용되는 기술은 단순히 국가를 지키는 수단을 넘어, 미래 산업과 사회를 선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한국군이 다가올 AI 시대에 기술 선도자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쟁 반전쟁》은 전쟁을 문명사의 흐름에서 이해하게 해줬고, 권위에 질문하는 태도를 심어주었으며, 무엇보다 기술과 전쟁의 상호작용에 대한 문제의식을 학문과 실천으로 이어갈 수 있게 해줬다. 나는 이제 연구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쟁과 기술의 문제를 대중과 공유하려 한다. AI 시대 미래전의 의미를 탐구하고 알리며, 국가 안보와 사회적 담론에 기여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믿는다. 이 모든 출발점은 한 권의 책이었다. 초급 간부 시절 우연히 만난 《전쟁 반전쟁》은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고, 지금도 여전히 나를 이끄는 나침반으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