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소설을 읽어야… 소설을 읽으면서 각자의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金導玄
1980년생. 서울대 법과대 법학과 졸업,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 /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조정심의관·사법지원실 민사지원제1심의관, 수원고법 판사 역임. 現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金導玄
1980년생. 서울대 법과대 법학과 졸업,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 /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조정심의관·사법지원실 민사지원제1심의관, 수원고법 판사 역임. 現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앨리스섬에 사는 까칠한 서점 주인 ‘에이제이’가 아내를 잃은 슬픔 속에서 낯선 여자아이 ‘마야’와 만나고, 출판사 영업사원 ‘어밀리아’를 만나면서 사람들과 연결되고 성장해 가는 이야기이다. 책과 서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다양한 인물들의 만남과 교류를 통해, 상실감에 빠져 고립되었던 주인공이 책을 통해 다시 세상과 소통하며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책을 꽤 많이 읽는 편이었다. 대한민국 입시 교육 핑계를 대는 것 같지만, 중학생 이후 교과서 이외의 책을 읽은 기억이 없다. 판사로 10년을 근무하다 뉴욕으로 해외 연수를 가게 되었고, 거기서 한인 뉴욕 변호사들과 교류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물었다.
“뉴욕에서 살아 보니 누구나 자기 의견이 분명하고 이를 잘 표현하는 것 같은데, 비결이 무엇인지?”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책을 많이 읽어서가 아닐까”라는 답이 가장 와닿았다. 미국 학교에서는 문학 수업이면 한 학기에 책 3권 정도를 읽고 에세이, 즉 독후감을 쓰게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문학’이라는 교과서에 온갖 주요 작품들을 일부씩 짜집기해 놓은 걸 보면서 역시나 암기하고 있던 고등학생 김도현이 부끄럽고 안쓰러워졌다.
책은 재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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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導玄 |
하지만 저런 말들이 대한민국 학생들을 책과 멀어지게 한 것은 아닐까. ‘서울대 교수 추천 필독서 100권’ 안에 들어 있는 책들 중 고등학생들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몇 권이나 될지, 단테의 《신곡》,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완독할 수 있는 고등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책은 재밌어야 한다. 재밌는 책이어야 읽히고, 그래야 사유의 기회를 갖게 된다. 어려운 책만 사유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재밌는 소설에서도 얼마든지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다.
그렇게 책을 놓고 있던 내가, 《섬에 있는 서점》을 읽고 다시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 《섬에 있는 서점》을 읽었을 때 느낀 따뜻함, 흥미진진함, 유쾌함, 그 안의 슬픔, 그 모든 감정이 생생하다.
이후 몇 년 동안 한 달에 10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 주로 소설을 읽었다. 소설 9권을 읽으면, 왠지 모를 민망함에 사회과학 서적을 1~2권 읽는 식이었다. 그러면서도 문유석 작가(전 부장판사)가 저서들(《개인주의자 선언》 《쾌락독서》 《판사유감》 등)에서 강조한 말에 기대어, 소설에 기대었다.
“판사는 소설을 읽어야 한다. 법은 ‘평균적인 일반인’을 상정하고 만든 것인데, 판사 앞에 오는 당사자들은 ‘특수한 상황에 놓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소설 속 인물들은 대부분은 평균적이지 않은 특이한 캐릭터들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각자의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판에 대한 두려움
판사가 가장 힘든 것은 ‘오판(誤判)에 대한 두려움’이다. 판사를 그만두고, 더 이상 샤워 하면서 사건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내린 판결 때문에 당사자, 피고인들의 인생이 바뀌는 상황에서 실수를 할까 늘 두려웠고, 너무 무거웠다. 그런 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건 책이었다. 소중했고, 많이 의지했다.
《섬에 있는 서점》의 작가 개브리얼 제빈은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그래서인지 제빈의 소설(《비바, 제인》 등) 속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이 잘 된다.
소설을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꿀팁 하나. 요즘은 웬만한 베스트셀러는 대부분 드라마화가 되어 있다. 소설을 읽기 전, 드라마 예고편을 보면서 등장인물의 모습 정도만 확인해도 소설을 시각화하고 몰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초등학생 김도현처럼 다시 책을 읽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 《섬에 있는 서점》은 참 소중하다. 매년 연말이면 한 번씩 읽고, 연말에 필요한 따듯함과 위로를 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