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여왕은 떠나고 총리는 바뀐다 (권석하 지음 | 안나푸르나 펴냄)

영국 왕실과 정치인은 ‘받는 자’가 아니라 ‘주는 자’

  •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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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
 
  내각책임제의 원조(元祖) 국가인 영국의 통치 시스템을 설명하는 말이다. 영국 전문가인 저자는 이런 통념을 반박한다. “영국 왕은 자신의 권력을 정식으로 한 번도 내려놓은 적이 없다. 다만 전통에 의해 혹은 관례에 의해 내각, 즉 총리를 위시한 선출된 정치인, 장관들이 왕을 ‘대행’해서 권력을 행사하고 영국을 다스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영국 왕실은 명예만 가진 것이 아니라 엄연히 살아 있는 권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왕실과 정치를 중심으로 보는 ‘영국인 이야기’이다. 지난 몇 년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와 찰스 3세 즉위(2022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부군 필립공 서거(2021년),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부부의 독립 선언(2020년) 등 많은 일을 겪었던 영국 왕실과 관련된 재미있는 뒷 이야기들이 많다. 조금 큰 개인 주택 정도에 불과한 총리 관저 다우닝가 10번지, 2평짜리 의원실을 보좌관과 함께 사용하는 4선 국회의원, 정원의 2/3밖에 못 들어가는 비좁은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얼굴을 맞대고 논전(論戰)을 벌이는 총리와 야당의원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정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상·중·하 계급을 막론하고 각자 나름의 희생·봉사·자선을 통해 ‘주는 자’의 행복을 느끼고, 그 행복감이 사회를 안정시켜 영국의 저력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왕실도, 정치인도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무엇인가를 ‘받는 자’가 아니라 나름의 희생·봉사·자선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데서 보람을 느끼는 ‘주는 자’라는 것이다.
 
  저자는 1982년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으로 건너간 이래 40년 넘게 영국에서 살면서 《월간조선》 《주간조선》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영국 관련 글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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