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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좋다 / 세계인의 마음을 흔드는 부산의 매력 속으로

부산과 가요

“부산과 해운대는 트로트의 산실을 넘어 대중가요의 요람”(설운도)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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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동백섬의 위치가 정확히 어디인지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이 노래를 흥얼거렸을 것이다. 국토 수호의 마지막 보루였던 부산은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노래 소재로 쓰였다.
대중가요 중에 부산항을 소재로 삼은 곡이 많다. 사진은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크루즈선.
  이승만 정부는 1950년 6·25 남침 전쟁으로 북한군이 남하하자 수도를 옮겼다. 수도는 대전(6월 27일), 대구(7월 16일)를 거쳐 부산까지(8월 18일) 내려갔다. 이승만 정부가 대구 북방을 둘러싼 낙동강 방어선도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토 수호의 최후 보루가 된 부산은 1953년 8월 15일 정부가 환도(還都)할 때(1차 1950년 8월 18일~10월 27일, 2차 1951년 1월 4일~1953년 8월 15일)까지 두 차례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가 됐다.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1950년대 대중가요에 등장하는 지명은 역사적인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현장이 많다. 특히 피란수도부산을 배경으로 한 노래가 많았다는 점은 이 시기 대중가요에 뚜렷이 나타난 특징이다. 6·25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임시수도 역할까지 담당했던 부산이 피란민들에게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상도 아가씨’와 ‘굳세어라 금순아’
 
  시인 겸 문학평론가인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는 “어떤 가수든 부산 테마 가요를 한두 곡씩 부르지 않은 경우는 드물었다. 부산 테마 노래는 가수들이 서로 부르고 싶어 했던 로망의 대상이었다”라고 밝혔다. 1951년 미도파 레코드에서 가수 박재홍이 취입해 대히트한 곡 ‘경상도 아가씨’는 부산 피란살이를 그린 노래의 대명사다.
 
  노랫말엔 40계단 거리에 늘어선 판잣집들과 계단에 앉아 우는 나그네들이 그려져 있다. 경상도 아가씨의 눈에 비친 실향민의 생활상을 풀어낸 노래에선 타향살이의 설움과 함께 부산의 살가운 인정을 느낄 수 있다.
 

  노래의 중심 배경으로 떠오르는 공간은 40계단 층층대와 국제시장, 영도다리 부근이다. 이곳은 전쟁 시절 피란민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이다.
 
  이동순 명예교수는 지역의 《국제신문》에 쓴 글을 통해 “좋은 노래가 온몸으로 보여주는 시대적 역할과 책무를 노래 ‘경상도 아가씨’는 유감없이 나타내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우리나라 최초 국민가수 부산 출신 현인이 1953년 발표한 ‘굳세어라 금순아’는 피란민으로 뒤덮인 흥남부두에서 헤어진 금순이를 부산 국제시장과 영도다리 위를 헤매며 찾아다니는 애끓는 이야기를 한 편의 드라마처럼 그린 노래다.
 
 
  이회택이 지원한 ‘돌아와요 부산항에’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수록된 조용필의 1972년도 앨범. 이 앨범은 1979년 발매한 정규 1집보다 7년 앞선 ‘가왕의 초고’로 알려져 있다.
  《부산일보》에 의하면 부산을 배경으로 한 대중가요는 2500곡이 넘는다. ‘부산’이란 지명이 들어간 최초 노래는 ‘경부텰도의 노래(경부철도가)’다. 1905년 경부선 개통과 함께 만들어졌다.
 
  〈부산항 개항 141주년 기념/노래로 돌아보는 부산항〉 심포지엄을 진행한 바 있는 박성서 음악평론가·저널리스트는 당시 행사에서 “최남선이 쓴 이 ‘경부철도가’는 각 행이 정확히 7·5조로 총 67장으로 되어 있다. 스코틀랜드 민요 ‘들놀이(Coming Through The Rye·밀밭 사이로)’의 음률에 맞춰 불리도록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의 설명에 따르면 장세정의 ‘연락선은 떠난다’는 1937년에 발표되어 크게 히트했다. 이 노래는 부산의 ‘부관연락선(釜關連絡船, 광복 이전까지는 관부연락선이라 부름)’을 통한 이별의 슬픔을 그렸다. ‘연락선은 떠난다’는 이후 영화로도 제작됐고, 일본에서도 크게 히트했다.
 
  지역명이 들어간 노래 중에 가장 사랑받는 곡은 단연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앨범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하며 국내 최초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당시 재일동포들의 잇단 모국 방문의 대열 속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해 광범위한 대중적 사랑을 확보해갔다. 탁성의 진한 감성으로 부른 노래는 어두웠던 시절 대중의 심금을 울렸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축구가 최고의 국민스포츠였던 1960~1970년대 167cm의 작은 키에도 귀신같이 골을 만들어내던 ‘국민스타’ 이회택은 조용필의 첫 매니저였다. 이회택 현 OB축구회 회장과 조용필이 처음 만난 것은 1970년대 초다. 조용필이 보컬그룹의 연주자로 있던 시절 이 감독과 인연을 맺었고 의기가 투합한 두 사람은 곧바로 형(이회택)-동생(조용필)이 됐다. 이후 이 회장은 1975년 조용필이 공전의 히트를 친 ‘돌아와요 부산항에’라는 음반을 낼 수 있게 지원했다.
 
  당초 조용필은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트로트 냄새가 싫어 접으려 했다. 그걸 이 회장이 앨범에 넣으라고 권했고, 대박이 났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인기 바통은 1982년도에 나온 ‘부산 갈매기’가 이어받았다. 김중순이 작사·작곡하고 문성재가 부른 히트곡 ‘부산 갈매기’는 발표 4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부산시민 사이에서 일종의 지역 주제가로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문씨에 따르면 멜로디 자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편곡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1980년대 히트곡 제조기로 이름을 떨친 그룹 ‘사랑과 평화’ 출신의 김명곤이 편곡했다. ‘띠띠리~ 띠리띠~’로 시작되는 기타 사운드가 귀에 착착 들러붙는다. 특히 이 지역 연고 구단 롯데 자이언츠 홈 경기 시 이 노래가 울려 퍼지며 구도(球都)를 자처하는 부산과 사직야구장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가수 문성재씨의 이야기다.
 
  “(1982년 당시) 제가 유성 나이트클럽 밴드에서 노래하고 있었어요. 저랑 절친한 나이트클럽 ‘형님’ 한 분이 계셨죠. 그쪽이 대부분 ‘주먹’이잖아요. 그 형님이 하루는 ‘성재야, 이왕이면 주먹들을 위한 노래 좀 해봐라’ 하더군요. 왜 있잖아요? ‘눈물도~ 한숨도~’ 맨발의 청춘 같은 거 말이에요. 일본에는 ‘야쿠자풍’의 노래들이 많은데 우리는 그런 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작곡자에게 ‘특별부탁’을 했습니다.”
 
  앞서 부산을 테마로 삼은 가요가 2500곡이 넘는다고 했다. 이 중 부산항을 매개로 한 노래가 800여 곡이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마도 부산항은 전 세계에서 노래로 가장 많이 불린 항구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산항이 들어간 최고의 히트곡인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비롯 1939년 발표된 ‘울며 헤진 부산항’ ‘이별의 부산정거장’ ‘마음의 부산항’ ‘항구의 사랑’ ‘잘 있거라 부산항’ ‘안개 낀 부산항’ ‘님을 보낸 부산항’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3대 미항(美港) 중 하나인 이탈리아 나폴리항도 관련 노래가 부산항보다 적다. 1876년(고종 13년) 부산포란 명칭으로 개항한 부산항은 일제강점기 징용·징병 등으로 가족이 이별해야만 했던 슬픔의 항구였다. 1945년 해방 후에는 귀국 동포를 반갑게 맞이하는 기쁨의 항만이었다.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된 외항선과 원양어선, 베트남전쟁 파병 군인들을 떠나보낸 곳도 부산항이다. 역동성, 멋과 낭만, 애환을 담은 ‘부산항’은 대중가요의 주제로 많이 다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부산시 동구 초량 2동 415번지 7통 3반입니다”
 
지난 7월 나훈아가 발매한 앨범 〈새벽〉(2023)
  부산은 ‘가요계 대부(代父)’를 배출한 도시다. 나훈아와 현철, 그리고 설운도. 최규성 음악평론가는 “나훈아는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뛰어넘어 ‘황제’라고 불러도 무방한 가수”라고 평했다. 이어 “공연에서 그는 무대의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인물”이라며 “평범한 트로트 가수가 아니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황(歌皇)’ 나훈아는 남다른 ‘부산 사랑’을 드러낸다. 나훈아는 방송 출연이나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2020년 9월 드물게 《월간조선》과 한 인터뷰에서 고향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부산시 동구 초량 2동 415번지 7통 3반입니다.”
 
  나훈아는 ‘초량 이바구길’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이바구’는 경상도 사투리로 ‘이야기’라는 뜻이다. 이곳엔 부산의 기억과 근대 한국의 역동적인 변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나훈아는 지난 7월 새 앨범 〈새벽〉을 내놨다. 그는 “늘 그랬듯 설레고 긴장된 마음으로 신곡을 발표한다”며 6곡을 공개했다. 모두 나훈아가 작사·작곡했다. 모든 노래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기장갈매기’가 성인가요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액션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로 제작된 ‘기장갈매기’는 의리를 첫 번째 덕목으로 삼는다는 부산 사나이의 모습을 그린 곡이다.
 
  ‘기장갈매기’는 부산 일대 상공을 날아다니는 갈매기의 시선으로 부산을 소개한다. 노래는 “동쪽에서 바라보면 여섯 개로 보이고/ 서쪽에서 쳐다보면 다섯 개로 보이는/ 오륙도 돌고 돌며 나래 치는 내가 바로/ 내가 바로 기장갈매기다”로 시작한다. ‘기장갈매기’ 가사에는 오륙도, 해운대, 영도, 남천동, 다대포, 송도, 광안대교와 기장 등 부산의 명소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앞서 나훈아는 ‘자갈치 아지매’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란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
 
 
  ‘봉선화 연정’ 현철
 
  현철은 트로트 4대 천왕(태진아, 설운도, 현철, 송대관)으로 불린다. 1942년 부산 태생인 현철은 1969년 ‘무정한 그대’를 발표하며 가요계에 데뷔한 후 그룹사운드 ‘현철과 벌떼들’로 활동했다. 1982년 당시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이 히트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솔로로 전향해 꾸준한 사랑을 누리다 1988년에 발표한 ‘봉선화 연정’에 이어 ‘싫다 싫어’(1990년)로 연거푸 KBS 가요대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1998년에 발표한 ‘사랑의 이름표’ 역시 현철을 대표하는 곡으로 손꼽힌다.
 
  현철은 지난 2018년 방송된 KBS 1TV 〈가요무대〉에서 몸이 불편한 듯한 모습을 보인 이후 가수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지난 2020년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에 하춘화와 함께 레전드 가수로 출연한 것이 대중 앞에 선 마지막 모습이다. 이에 대해 현철의 아내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5년 전쯤) 경추 디스크를 다치며 신경에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인지 기능이 저하돼 재활운동을 하고 있다. 병원에서 재활치료도 병행하고 있는데 연세가 높으셔서 회복이 잘 안 된다”고 했다.
 

  무대에서 다시 볼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내는 이렇게 답했다.
 
  “이제 자연인이죠. 오랜 기간 현철로 살았으니까, 남은 시간 강상수로 살아야죠.”
 
 
  “부산 사람인 것이 정말 좋다”(설운도)
 
‘항구의 나그네’가 수록된 설운도 2집(1990)
  ‘누이’ ‘다 함께 차차차’ ‘사랑의 트위스트’ 등을 히트시킨 설운도는 부산 해운대 출신이다. 해운대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부산은 한국의 대중가요를 견인한 나훈아·현철 선배에 최백호, 김수희, 정훈희 등 전설 같은 가수들이 태어났고 활동한 곳입니다. 대한민국의 한 도시가 이렇게 트로트에 대한 역사성을 가진 도시가 없으며, 부산과 해운대는 트로트의 산실을 넘어 대중가요의 요람이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설운도 또한 고향 사랑이 대단하다. 그는 2010년 부산 금정구 홍보 노래를 무료로 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렀다. 또 1990년 ‘항구의 나그네’란 노래를 발표했다.
 
  “인천에서 고깃배 타고 부산항에 도착하니 어느덧 하루해가 저물었네/ 자갈치서 소주 한잔 하룻밤을 지새고/ 통통배는 떠나간다 속초항구로/ 설악산과 경포대에 정이 드는 나그네.”
 
  설운도는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부산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이기도 하고 정겨운 사람들이 모여 인정이 넘치는 역동적인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산 사람인 것이 너무 좋고 부산이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몸은 비록 서울에 있지만, 마음은 항상 해운대 앞바다와 용두산공원에 머물러 있습니다. 가수 생활 40년 동안 축적된 트로트 콘텐츠 제작 경험과 인프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향 부산과 해운대를 위해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나훈아, 현철, 설운도를 필두로 그룹 2PM의 장우영, 씨엔블루의 정용화, 에이핑크 정은지, 2AM의 이창민, 글로벌 아이돌 그룹으로 우뚝 선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과 지민 등이 부산 출신 가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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