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국무부 장관으로 국제정치를 주름잡았고, 이후에도 50년 넘게 국제정치의 구루(Guru·선생)로 대접받아온 헨리 키신저는 근대 현실주의 외교의 문을 연 프랑스의 재상 리슐리외 추기경(《삼총사》에 나오는 악당!)으로부터 시작해서 탈냉전에 이르는 400년 가까운 국제정치사를 들여다보면서 앞에서 말한 양대 흐름의 연원과 그로 인한 결과들을 탐구한다.
대서양과 태평양에 의해 보호되고 있어서 외침(外侵)의 위협이 없는 미국은 고립주의의 전통이 강한 나라였다. 이런 기조를 바꾼 사람이 제27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보편적 가치를 전쟁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는 스스로를 ‘예외적인 나라(미국 예외주의)’로 여기는 미국인들의 정서와도 잘 맞는 것이었다. 저자는 “윌슨 이후의 미국 대통령들은 윌슨주의적 수사(修辭)를 사용하지 않고는 자신의 대외적 목표를 천명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윌슨주의적 수사’로 미국인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전쟁들(두 차례의 세계대전, 한국전쟁, 냉전)에서 미국은 승리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전쟁들(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는 사실상 패배했다. ‘가치’를 중심으로 세계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시대에 대한민국이 나아갈 바를 모색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