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유엔군사령부는 소련의 최신형 제트전투기인 미그-15를 몰고 귀순할 경우 10만 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공표해놓고 있었다. 하지만 미그기의 조종사는 그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조종사는 당시 21세던 노금석 상위(上尉), 북한군에서 가장 젊은 전투기 조종사였다. 그는 나중에 낸 회고록의 제목대로 ‘자유를 향한 비행’을 했을 뿐이었다.
그 전날 김일성은 모스크바에서 소련 수뇌부와 만나 전후(戰後) 재건을 위한 대규모 원조를 받아냈다. 북한군 조종사가 소련제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사건이 전 세계 신문의 1면을 장식하면서 김일성과 소련 지도부는 체면을 구겼다.
이 책은 바로 미그-15 조종사 노금석의 이야기이자, 북한의 독재자 김일성의 이야기다. 공산체제가 들어선 후 자신의 본심을 숨기고 전투기 조종사가 되어 북한 탈출의 날만을 노리다가 결국 뜻을 이룬 노금석의 이야기와 만주에서 공산 빨치산으로 활동하다가 소련군의 괴뢰로 북한에 돌아와 ‘위대한 독재자’로 군림하게 된 김일성의 이야기가 잘 찍은 다큐멘터리처럼 서로 교차되면서 전개된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속내를 감추고 살아야 했던 노금석의 이야기는 전체주의 체제하에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제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지만, 냉전 시대까지만 해도 ‘1급 비밀’이었던 소련군 전투기 조종사들의 6·25 참전 비사가 특히 흥미롭다. 다만 영어 원문을 번역해서인지 남로당 출신 서울시 인민위원장 이승엽을 ‘서울시장 이영섭’으로 번역하는 식의 잘못된 번역이 옥에 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