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지 못한 아쉬움은 거의 없습니다”
⊙ “韓美 모두 정치적 토론은 학문적 디베이트와 매우 달라”
⊙ “유학 생활, 즐기는 것도 괜찮아… 최소한의 목표 달성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 “韓美 모두 정치적 토론은 학문적 디베이트와 매우 달라”
⊙ “유학 생활, 즐기는 것도 괜찮아… 최소한의 목표 달성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백인규씨와 그의 부친은 2025년 8월 저서 《대한민국 사교육 탈출기: 평범한 챔피언》을 내고, 유학을 고민하는 많은 이에게 참고가 될 만한 경험들을 전하고 있다. 부자(父子)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유학 오세요. 아니, 오지 마세요”다. 유학을 추천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나눠 설명한다. 310페이지 분량이지만 읽기 쉽고 생생한 경험담을 전하는 이 책은 자녀 유학을 고려하는 학부모 필독서로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현 서울국제법연구원 이사장)은 추천사에서 “이 책은 청소년에게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동기를, 학부모와 교육자에게는 그러한 도전이 어떻게 가능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통찰을 전해준다”고 했다. 2025년 11월 2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백씨와 이메일을 통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평범한 학생도 유학 고려할 수 있다”
사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 백인규씨의 남다른 배경을 보고 장삼이사(張三李四) 평범한 학부모들이 쉽게 참고하기 어려운 내용은 아닐까 하는 예단(豫斷)이 들었다. 일단 백군이 세 살 무렵 CBS 영재 학술원에서 영재 테스트를 받았을 때 종합 학습 능력 상위 0.1%인 것으로 나타났고, 그의 조부는 저명한 국제법학자 백충현(白忠鉉·1939~2007년) 전 서울대 교수여서다. 타고난 지능과 리걸 마인드(legal mind·법학적 접근 사고력)를 함양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의 덕이 주요했던 건 아니었을까?
― 책엔 ‘평범한 누구나 유학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취지가 담겼지만, 영재 테스트 결과상 인규군의 종합 학습 능력 상위 0.1%인 점이 유학 성공의 큰 요인 중 하나였던 건 아닌지요.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저는 그 테스트를 세 살 혹은 네 살 때 봤기 때문에 거의 기억이 없습니다. 제 진로를 결정지은 핵심 요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여러 요소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저는 지금도 평범한 학생도 유학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교육 시스템은 훨씬 개방적이며, 전통적인 ‘시험형 인재’가 아니어도 성공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대학 입시는 총체적 평가(holistic admissions)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점수뿐 아니라 호기심, 경험, 성장 과정, 활동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암기 위주의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도 충분히 성장하고 성취할 수 있습니다.”
“정답 정해둔 토론, 韓이 더 심하다고 느껴”
― 디베이트에 필요한 논리적 사고는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마련된 리걸 마인드에서 비롯된 부분이 있나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께서 제가 생후 두 달 정도였을 때 돌아가셨지만, 가족을 통해, 그리고 전기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과 다큐멘터리를 통해 살아오신 삶을 알게 됐습니다. 제 책에 추천사를 써주신 이근관 교수님도 할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시면서 제가 여러 부분에서 닮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에게는 매우 큰 영광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단순히 할아버지가 아니라 제 삶의 롤모델이시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문제를 잘게 나누어 분석하고, 전제를 의심하며, 근거를 비교하는 사고방식을 갖고 계셨습니다. 이 사고방식은 디베이트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주장을 표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항상 증거를 요구하는 태도지요. 디베이트는 이 본능적인 사고방식을 더 정교하게 만들어줬습니다. 모든 주장은 공격받을 수 있고, 모든 각도에서 방어가 가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한국의 디베이트 문화, 예컨대 매체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나 평론가들의 논쟁을 보고 지금껏 경험해 본 디베이트와 무엇이 다르다고 느꼈나요.
“한국과 미국 모두 정치적 토론은 학문적 디베이트와 매우 다릅니다. 정치 토론은 대중 설득이 목적이기 때문에 감정적인 어필이나 수사, 극적인 숫자 등이 오히려 논리보다 더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반면 경쟁 디베이트에서는 대회 시작 훨씬 전부터 주제의 양쪽을 모두 깊이 조사해야 합니다.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까지 어떤 입장을 맡을지 모르기 때문에 양측의 시각을 객관적으로 이해해야 하죠. 정치 토론에서는 ‘정답’이 이미 정당의 입장이나 이념에 의해 정해져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말하는 사람도 논리가 약하다는 걸 알지만, 자신의 위치 때문에 그 주장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더 극단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디베이트를 통해 저는 편견 없이 양쪽의 주장을 조사하는 습관을 배웠고, 이것은 실제 삶에서도 매우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 디베이트를 하려면 저서에도 나왔듯, 상당한 자료 수집과 다독(多讀)이 필요할 텐데 이 부분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제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매일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꾸준히 읽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학술 논문, 뉴스, 정책 보고서, 전문가 칼럼 등 여러 종류의 자료를 접했죠. 처음엔 양이 너무 많아 부담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뢰할 만한 자료를 빠르게 선별하고, 핵심 논지를 파악하며, 실제 라운드에서 필요한 내용만 요약하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또 파트너와 함께 연구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주제를 분담해 조사하고, 서로의 증거를 교차 검증하며, 새로운 데이터나 논문이 나오면 즉시 자료 파일을 업데이트했습니다. 디베이트는 많이 읽는 것보다 어떤 정보가 신뢰할 만하고, 실제 반박 과정에서 방어 가능한가를 판단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저는 효율적이고 비판적으로 공부하는 법, 그리고 정보를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내 것으로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됐습니다.”
“디베이트, 교과목에 효율적 학습법 제공”
― 책을 보다 토론이 수학(修學) 능력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이해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인지 경험에 비추어보면 어떤가요.
“디베이트는 저를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어줬습니다. 토론에서는 끊임없이 개념을 명확히 하고, 전제에 도전하고, 스스로의 주장을 방어해야 하므로 말하고 질문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이 덕분에 어려운 개념이 있으면 바로 교수님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고, 발표 역시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디베이트는 효율적인 학습법을 제공합니다. 빠르게 읽고, 핵심 정보를 추출하고, 정리해서, 논리적으로 적용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인문학뿐 아니라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과학 과목에서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요약하자면, 디베이트는 ‘정답을 알려주는’ 활동이 아니라 생각하고 분석하고 공부하는 방법 자체를 가르치는 과정입니다. 백번 가르치는 것보다 ‘공부하는 기술’을 몸에 익히게 해주는 셈입니다. 존 섹스턴(John Edward Sexton) 전 뉴욕대 총장도 ‘자신의 지적 토대의 90%는 4년간의 디베이트에서, 나머지 10%는 하버드 로스쿨과 포드햄에서 얻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이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 양친께서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는 모습이 엿보였는데, 이 같은 관계가 자녀 입장에서 어떤 도움이 됐는지 궁금합니다.
“부모님은 제 시간 관리와 선택을 전적으로 믿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신뢰 덕분에 저는 스스로 책임 있게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자유는 책임이 따를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압박 때문에 공부한 것이 아니라 ‘결과가 내 것’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동기부여하며 공부했습니다. 이 과정은 저를 더 독립적이고 자기관리 능력이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줬습니다.”
― 책에도 나왔듯, 유학 생활이라는 것이 ‘절제력’이 있어야 성공할 텐데 어떻게 주변의 수많은 유혹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었나요.
“저는 즐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신이 세운 최소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요. 제 경우 ‘무가중 GPA 4.0 유지’라는 원칙이 있었습니다. 이 기준만 지키면, 자유 시간에는 친구들과 마음껏 즐겼습니다. 제 생각에 꾸준히 해야 할 일을 해낸다면 북미 고등학교에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도 인생을 즐기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추억을 쌓을 시간은 얼마든지 남습니다.”
“문화 차이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일상의 일부”
― 유학을 고민하는 많은 부모가 ‘문화 차이’를 걱정하는데, 이 부분에서 곤란했던 경험은 없나요.
“물론 문화 차이는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가정에서의 예절, 의사소통 방식, 일상적인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하지만 언어 장벽이 없어지고, 학교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서 문화 차이가 크게 불편한 문제로 남지는 않았습니다. 몇 년이 지나자, 문화 차이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그냥 일상의 일부가 됐습니다.”
― 한국에서의 중·고등학교 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남지는 않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아쉬움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해외에서 원하는 학업, 친구 관계, 운동, 교내 활동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교육 과정이 유연했기 때문에 제가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탐색할 기회가 많았고, 대학 전공 선택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습니까.
“아직 완전히 확신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진로를 기준으로 보면 의학 분야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현재 조지타운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프리메드(pre–med·의예과) 트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의대 조기 합격 가능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생화학은 제 학업적 관심사와 잘 맞고 MCAT(Medical College Admission Test·의과대학원 입학시험) 준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많은 경험을 쌓은 뒤 최종 결정을 내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