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조진웅이다’? 조국 사태가 그대로 재현된 것
⊙ 이쪽도 씹고 저쪽도 씹는 모두까기는 그의 숙명
⊙ 이쪽도 씹고 저쪽도 씹는 모두까기는 그의 숙명

- 사진=조준우
2024년 9월 동양대 디자인학부 교수로 복귀했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사표를 냈지만 "뼈를 묻을 생각"이었던 처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조국 사태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그는 말한다.
"윤리 기준의 문제입니다. 그 이후부터 한국 사회의 윤리 기준이 무너졌습니다. 거짓이 참으로 행세하는 문화가 계속 심해지고 있어요."
배우 조진웅 사건을 보며 기가 막혔다고 했다. "둘 다 타당한 측면이 있는데 논의가 되는 게 아니라 갑자기 '우리가 조진웅이다!' 하며 들고나옵니다. 조국 사태가 그대로 재현되는 겁니다."
진영 논리의 비극
"지금은 진영입니다. 자기 진영을 위해서는 참도 희생시키고 선도 희생시킵니다. 진선미라는 전통적 가치를 다 희생시키죠."
그는 2011년 곽노현 사건 때 처음 이 문제의식을 느꼈다. "진보는 윤리로 먹고사는 건데, 이걸 저버리면 재산을 털어먹는 거라고 생각했죠." '나꼼수' 때도, 조국 사태의 전초전이었다. 지금은 일상화됐다.
"정당이 다 피곤해요. 어디 한 군데 속해 있다는 것 자체가 피곤합니다." 예전에는 운동권 출신으로서의 의무감이 있었다. 하지만 진영을 위해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한동훈과는 논쟁을 나눴다. 기본 스탠스는 달랐지만 정상적인 대화였다. 이준석은 "약간 예뻐하는 구석이 있다"고 했다. "젊으니까 젊은이들의 언어를 잘 알아요. 하지만 약자들을 공격하는 쉬운 정치는 안 됩니다."
민주당에는 미래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어준이 A급이라면 전한길은 C급, D급입니다. 김어준은 계산 능력이 있어요."
AI 시대의 창작
진중권 교수가 2023년 5월 10일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반려묘를 안고 있다. 사진=조선DB진중권은 요즘 챗GPT에 빠져 있다. "플리니우스의 《박물지》에서 고대 그리스 화가들에 대한 언급만 뽑아 줘"라고 명령하면 몇 초 만에 완성된다. 예전 같으면 며칠 걸렸을 일이다.
"학생들에게 챗GPT를 쓰지 말라는 말이 옳은가?" 그 확신이 흔들린다. 중요한 것은 'AI가 예술을 대체할 수 있는가'다. 그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결국 미적 주체성의 문제입니다. AI가 많은 답을 내놓아도 그중 무엇을 고르느냐는 인간입니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우려에 대해 "일시적 현상"이라고 봤다. "AI가 일반화되면 새로운 일자리들이 반드시 만들어집니다. 역사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AI가 못 하는 분야가 있다. 인간과 직접 대면하고, 손으로 해야 하고, 즉석에서 판단해야 하는 일들. 이런 것들은 신체노동의 가치를 더 높일 것이다. 과거에는 기계가 신체만 대체했지만 지금은 뇌를 시뮬레이션하니 불안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AI가 일반화되면 새로운 일자리들이 반드시 만들어진다. 역사가 그랬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버지는 목사님
학창 시절 ‘빛나는 꿈’은 없었다. 여섯 살 때 불 끄는 소방대원들이 영웅처럼 보였다. 초등학교 때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고교 시절 복싱 도장을 다녔지만 권투에 재능이 없었다. “거울 보면서 섀도잉 몇 번 하니까 실전에서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다만 그는 인생을 수열(數列)처럼 생각했다. 1 다음에 꼭 2가 오는 것이 아니라 4가 올 수도, 5가 올 수도 있다는 것. 그게 진짜 삶이라고 생각했다.
서울대 미학과는 ‘미학(美學)’이란 이름이 예뻐서 간 곳이다. 자발적으로 온 학생은 자신뿐이었다.
그는 종교가 없다고 했다. 기독교 문화에서 자라며 영향을 받았지만, 제도로서의 교회와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가 믿는 것은 범신론적(汎神論的)인 ‘섭리(攝理)’다. 세계가 결국 낙관적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 같은 원리.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한 무엇!
어렸을 때의 기억이 있다. 아버지는 목사였고 교회가 있었다. 바로 옆집이 무당 집이었다. 어느 날 그 무당이 아버지 목사를 찾아왔다. 교회에서 십자가를 옮겼는데 그 이후로 신이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십자가를 도로 옮겨 달라는 부탁이었다. 아버지는 거부했다.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은 명확했다. ‘지금까지는 신이 내렸다는 얘기네. 미신이 아니라 실제로 뭔가가 있었던 거네.’ 하지만 바로 다음 생각도 따라왔다. ‘그럼 십자가가 신을 못 내려오게 할 정도면 이쪽이 더 센 거네? 굳이 종교를 바꿀 필요는 없겠구나.’
정치의 게임화
정치 전체가 게임화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진영을 나누고, 상대를 적으로 만들고, 이기고 진다. 이유는 부차적입니다. '우리 편을 지켜야 한다'는 것만 남죠."
하지만 정치는 게임이 아니다. "타협하고 대화하고 협상하는 과정이 정치입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재미의 차원으로 바뀌었어요. 정치는 사라지고 게임만 남습니다."
"심지어 권력을 쥔 자들도 더 이상 이 메커니즘을 통제하지 못합니다. 본인들도 이미 그 게임 메커니즘 위에 올라탄 상태이기 때문이죠."
지식인의 고독

개그맨 황현희가 "여기저기서 욕을 먹는데 어떻게 견디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답했다. "고독함을 견딜 줄 알아야 돼요."
"지식인이란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들어야 할 말을 하는 사람입니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실러의 말이다.
"권력이 누구 손에 있느냐에 따라 비판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판의 '기준'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금 민주당이 주류 권력을 쥐고 있으니 그쪽을 향한 비판이 많을 뿐입니다."
전향 선언? 할 게 없다. 민주당을 한 번도 찍은 적이 없으니까. 대선 때 윤석열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도 "축하합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지지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지금은 사실조차 합의가 되지 않는 시대입니다. 같은 현실을 보면서도 다른 세계를 살죠. 이것이 가장 절망적인 부분입니다."
지식인의 자리는 외로운 자리다. 하지만 그 외로움 속에서만 진정한 공정성이 살아난다. 그리고 그 공정성이 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기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