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 갈 사람도 없게 되면 국가는 존속할 수 없게 될 것”
⊙ “노인이 75세까지 일하면, 본인은 물론 기업·국가에도 도움 돼”
⊙ “노인들은 재가 임종·재가 요양 원해… 일본처럼 동남아에서 요양사 들여와야”
⊙ “저출산·고령화 시대에는 주택에 대한 의식도 바뀌어야”
⊙ “유엔데이 공휴일 지정은 우리가 자유와 번영을 누리면서 살게 된 데 대한 고마움 표시하는 것”
⊙ “돈을 아무리 벌더라도 결국 그걸 가지고 가지는 못해”
⊙ “노인들이 겸손한 노인, 아름다운 모습으로 늙어갔으면”
⊙ “노인이 75세까지 일하면, 본인은 물론 기업·국가에도 도움 돼”
⊙ “노인들은 재가 임종·재가 요양 원해… 일본처럼 동남아에서 요양사 들여와야”
⊙ “저출산·고령화 시대에는 주택에 대한 의식도 바뀌어야”
⊙ “유엔데이 공휴일 지정은 우리가 자유와 번영을 누리면서 살게 된 데 대한 고마움 표시하는 것”
⊙ “돈을 아무리 벌더라도 결국 그걸 가지고 가지는 못해”
⊙ “노인들이 겸손한 노인, 아름다운 모습으로 늙어갔으면”

- 사진=조준우
반면에 65세 이상 초고령(超高齡) 인구는 2025년 1051.4만 명에서 2050년에는 인구의 40.1%인 1891만 명으로, 2072년에는 인구의 47.7%인 1727만 명으로 늘어난다.
2005년 이래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390조원의 예산을 지출했지만, ‘합계 출산율 0.74%’라는 참담한 수치는 그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를 의심하게 한다. 하지만 정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2025년 7월, 2026년 저출산·고령화 관련 예산으로 88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예산 투입’이라는 구래(舊來)의 고식책(姑息策)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단순한 인구 문제가 아니다. 경제, 교육, 보건, 고용, 노동은 물론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복잡다단한 국가적 과제다. 이제는 그에 걸맞게 국가 전략 차원에서의 체계적 접근이 필요할 때다.
《월간조선》은 2026년을 맞아 대한노인회와 함께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바를 고민하는 연간 기획을 시작한다. 2024년 10월 취임한 이중근(李重根·85) 대한노인회 회장은 ▲노인 연령 기준을 75세로 상향 조정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 ▲노인 재가(在家) 임종(臨終) 및 재가 요양 제도 확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는 주택 정책 수립 등을 선도적으로 주장해 왔다. 이중근 회장을 2025년 12월 10일 서울 세종대로 부영빌딩에서 만났다.
“노인회 중앙회관 건립 추진”
이중근 회장은 2024년 10월 제19대 대한노인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진=조선DB― 대한노인회장에 취임한 지 1년 2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떤 일들을 중점적으로 진행해 왔습니까.
“우선 회원 배가(倍加)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 노인회 회원이 될 수 있는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인데, 가입 회원은 30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거든요. 또 유엔데이가 다시 공휴일로 제정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한노인회 중앙회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노인회 건물이 없나요?
“효창동에 1972년에 지은 건물이 있지만, 좁고 노후화된 데다가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건물은 용산구청, 토지는 국가유산청 소유입니다. 노인회장이 된 후에 제가 임차료를 부담해 부영태평빌딩 내에 제2청사를 마련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도심에 중앙회관(겸 서울연합회관)을 짓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초고령 사회의 1000만 노인을 상징하고, 노인들이 복지·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부지를 무상 임대해 주면, 건립비는 제가 부담하려고 합니다.”
“노인 연령, 75세로 높여야”
― 취임 직후부터 노인 연령을 75세로 높이자고 주장해 왔고,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호응이 있었습니다.
“현재의 노인 연령 기준 65세는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 따른 것입니다. 당시 노인 인구 비율은 2.9%, 기대수명은 66세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은 노인 인구 비율은 20%, 기대수명은 84.5세, 건강수명은 73.6세에 달합니다. 이런 시대의 변화에 맞게 노인 연령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바로 75세로 하자는 것은 아니고, 매년 1년씩 높여 10년 후에는 노인 연령을 75세로 높이자는 것입니다.”
― 이에 관한 논의가 진척이 좀 있습니까.
“정년(停年) 연장에 관해서는 현행 60세를 65세로 높이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노인 연령에 관해서는 아직 뚜렷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70세로 하자는 의견이 있다던데…. 그래서 노인 연령을 10년 후에 75세로 높이자는 주장을 계속해 보려고 합니다.”
― 노인 연령을 높일 경우, 연금(年金)이나 노인 복지 혜택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떤 보완책이 필요할까요.
“제 생각은 정년이 65세로 늘어날 경우에, 66세 때부터는 피크 임금에서 40% 정도를 적용하고, 매년 2%씩 임금을 줄이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75세 때에는 원래 받던 임금의 20%를 받게 되겠지요. 65세 때에 500만원을 받던 사람이면 66세 때에는 200만원, 75세 때에는 100만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노인이 생산에 참여는 하되, 기업의 부담은 적어질 것입니다. 또 국가가 노인 고용에 일부를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연금 부담을 줄일 수 있겠지요. 노인의 입장에서도 현재 34만원 정도의 복지 혜택을 받는 것보다는 75세가 되어도 100만원을 버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기업은 사회와 더불어 살아야”
이중근 회장은 2025년 9월 18일 KAIST에 200억원을 들여 우정 파정사 등 기숙사를 기증했다. (왼쪽부터) 정송 KAIST 김재철 AI대학원장, 황성하 경영공학부장, 윤여선 경영대학장, 이광형 총장,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최양환 사장, 박현순 전무.― 정년 연장을 할 경우, 청년 실업 등과 맞물려 세대 갈등이 생기지는 않을까요?
“우리나라의 조직들은 거의 라인(line·계선) 조직으로 되어 있잖아요? 정년까지는 라인 조직에서 정상적으로 일하다가, 정년 이후에는 건강이 되는 희망자들을 자문 조직이나 위원회 조직, 전문 기술 지원 조직 같은 곳에서 받아들여 활용한다면, 세대 간 갈등은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정년 연장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업은 기업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책임져 주거나 하늘에서 맡아줄 게 아닐 바에는, 분배의 정도 문제는 있겠지만, 더불어 사는 길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 정년을 연장해 다니던 회사에 붙어 있는 것도 좋겠지만, 직장 밖으로 나오더라도 자신의 경험을 살리면서, 혹은 사회에 봉사하면서 약간의 수입도 올릴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노-노(老-老) 케어 같은 것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노인이라고는 하지만 기력이 좋은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거동이 불편하거나 주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노인우체국’ 같은 것도 생각해 보았어요.”
― 노인우체국이요?
“전국에 있는 경로당과 거동 가능한 노인들을 활용해 정기 간행물 배달 같은 걸 맡겨보면 어떨까 합니다. 지금 전국에 경로당이 6만8000여 개가 있습니다. 사실 이걸로는 부족합니다. 경로당 하나에 30명의 노인이 들어간다고 하면, 전국적으로 30만 개가 필요하겠지요. 이렇게까지는 어렵다고 해도 20만 개까지는 늘려야 한다고 보고, 그렇게 추진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노인의 60~70%는 수용 가능하겠지요. 경로당마다 30명의 노인이 있다고 할 때, 그중 3~6명 정도는 거동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분들에게 신문, 정기 간행물, 책자, 우편물 등의 배달을 맡기는 ‘노인우체국’을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 지금도 건강한 노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꽃이나 가벼운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그걸 경로당 조직과 연계해 전국적으로 운영하자는 말씀이네요.
“그렇지요.”
“노인들, 집에서 임종 원해”
요양병원의 노인들. 많은 노인이 집에서 요양과 임종을 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이와 반대다. 사진=조선DB―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회장님이 재가 임종 제도 개선을 제안했는데, 사실 구순인 제 아버지도 ‘집에서 세상을 떠나고 싶다’고 합니다.
“그렇지요. 같은 비용이면 집에 계시다가 돌아가시는 게 좋겠지요. 재가 임종뿐 아니라 재가 요양도 중요합니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65세 이상 전체 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건강 악화 시 희망하는 거주 장소로 약 72.3%가 집을 원하고, 병원이나 노인 요양 시설을 원하는 경우는 27.7%로 나타났습니다. 생애 말기 장기 요양 중인 노인의 희망 거주 장소도 78.2%가 집이고, 희망 임종 장소도 67.2%가 집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생애 말기 장기 요양 수급자의 72.9%가 의료 기관에서 생을 마치고, 집에서 돌아가시는 경우는 14.7%에 불과합니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에도 이 얘기가 나왔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재가 임종이나 재가 복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代案)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무엇보다도 요양사(요양 서비스 인력)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45~1955년 사이에 연간 최대 260만 명의 베이비 부머가 태어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55~1975년에 베이비붐 세대가 태어났는데, 1970년도엔가 102만 명이 태어난 것이 정점(頂點)이었습니다. 그들이 정년을 지나 노인이 되어 덮쳐오고 있는 겁니다. 그 많은 노인을 누가 돌봅니까? 돌볼 사람이 없어요.”
“부영, 동남아에서 요양 인력 훈련 중”
- 정말 큰일인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일본에서도 자녀들이나 일본인 요양사만으로는 돌볼 수 없으니, 동남아 등지에서 요양사들을 들여와서 재택 요양, 재택 임종을 담당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일본 모델을 배우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외국인 요양사들을 전문적으로 양성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런 기관이 한 군데도 없습니다.”
― 정말 갈 길이 멀군요.
“그래서 부영이 먼저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에서 인력을 뽑아서 훈련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 그런 나라에서 요양사들을 훈련시켜 데려오겠다는 건가요.
“그 나라들에는 요양사 제도는 없고, 간호사 제도는 있습니다. 그래서 요양사는 현지에서 한국어 교육 이수 후 한국에 와서 자격을 취득한 뒤 취업하게 하고, 간호사는 한국어와 소정의 간호교육을 받은 후 자격을 획득한 이들을 국내로 들여와 배치하려 합니다.”
― 얼마나 들어옵니까.
“첫해에 40명, 이번에 100명을 뽑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인 인구는 눈덩어리처럼 불어날 것입니다. 현재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인데, 그중 10분의 1인 100만 명이 요양사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1대1로 돌본다면 100만 명이 필요할 것이고, 그 5분의 1만 필요하다고 해도 20만 명이 필요합니다. 이것만 해도 굉장한 인력이지요.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부지런히 해야 합니다.”
“부총리급 인구부 만들어야”
― 1인 노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노인 고독사(孤獨死)도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농촌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마을회관 제도가 있고, 마을에서 몇 대(代)를 살아왔기 때문에 어디에 누가 살고 있는지, 형편이 어떤지를 다 알고 있어요. 마을 주민과 외국인 요양사를 2인 1조로 해 마을을 돌면서 식사할 능력이 없는 분들에게는 식사를 제공하고, 그러면서 안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도시입니다. 노인회 회원만 해도 농촌에서는 가입률이 80%인데, 도시는 20%가 안 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도 노인들을 보살필 수 있는 시스템을 부지런히 준비해야 합니다.”
― 결국 초고령 사회에 대한 대응은 단순히 노인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출산, 청년, 노동, 복지 등 국가 전체 차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제가 부총리급 인구부(人口部) 신설을 주장해 온 것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니 국토교통부니 하는 현재의 정부 조직은 ‘살아 있는 사람’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부처는 없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있기는 하지만, 어린이부터 노후까지를 관리하는 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어린이 인구, 일할 수 있는 장년 인구,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실 노인 인구가 몇이나 되는지를 알아야 해당 분야의 정책을 만들고 행정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어 국방부의 경우, 지금 아이를 낳아야 20년 후에 청년이 되어서 군대에 갈 것 아닙니까? 단순히 출산 장려를 넘어 청년의 주거, 일자리, 육아 돌봄, 교육, 외국인 이민 정책, 노년 정책 등을 포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인구부가 필요합니다.”
1억원 출산 장려금
부영그룹은 2024년,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들에게 자녀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출산 장려책을 펴 화제가 됐다. 2021~2023년 출산한 직원들에게 총 70억원, 2025년에 28억원을 지급해 현재까지 총 98억원을 지급했다.
― 출산장려금 1억원 지급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 것입니까.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이런저런 일로 법정에 섰다가 ‘내가 왜 법정에 서게 됐는지’ 알고 싶어서 법학을 공부했잖아요? 헌법을 공부하면서 보니, 제130조까지 납세의 의무나 국방의 의무 같은 걸 제외하면, 대부분이 국가가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걸 포함해서 ‘국가가 뭘 해준다’는 얘기들이더군요. 그리고 제37조 2항을 보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고요.”
이 말을 하면서 이중근 회장은 정확하게 헌법 조문과 그 내용들을 인용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기자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억’ 소리가 나야…”
2025년도 출산 장려금 지급식. ‘억’ 소리 나는 출산 장려금에 부영 직원들의 출산율이 높아졌다. 사진=부영그룹“국가의 안전 보장은 군인이, 질서 유지는 경찰이 하는 건데, 군인이건 경찰이건, 군인이나 경찰로 뽑을 사람이 있을 때 존재할 수 있는 거잖아요? 헌법의 규정은 그런 대상이 있다는 걸 당연한 전제로 해서 만들어졌는데, 만일 군대 갈 사람도, 경찰 인력도 없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국가가 존속할 수 없게 되는 거잖아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1억원 출산 장려금 아이디어를 내놓게 되었습니다.”
― 출산 장려금을 1억원으로 한 이유가 있습니까.
“시장에서도 가격이 맞아야 거래가 되듯이 출산 장려금도 현실적인 수준에 달해야 효과가 있지 않겠어요? ‘억’ 소리가 나야 국민들이 실감하고 실제로 출산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출산 장려금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부영그룹 사내 출산율은 2021~2023년 연평균 23명에서 2024년 28명으로 5명 증가, 약 22% 증가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는 2025년 5월 부영그룹을 ‘우수 출산·양육 지원 사례 기업’으로 선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온라인 국민소통창구인 ‘국민생각함’을 통해 출산 장려금으로 1억원을 지급하는 ‘부영모델’이 출산에 동기부여가 될지를 물어본 결과, 응답자 1만3640명 중 62.6%가 동기부여가 된다고 응답했다.
― 평생 아파트 건설, 특히 임대주택 건설 사업을 해오신 입장에서 앞으로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부동산 정책이라는 것이 결국은 주택 정책인데, 저출산으로 인한 청년주택 및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문제,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인한 노인 가구 및 노인 1인 가구 비중 증가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여러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저는 대통령 소속 국가주택정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국가주택정책위원회 만들어야”
― 저출산·고령화 시대에는 주택 소유 형태도 달라질까요.
“주택 소유 방식은 소유 목적 주택과 거주 목적 주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소유 목적 주택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이것은 거주 주택의 경우 거주 안정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집을 사놓으면 항상 가격이 올라 재미를 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국가는 조세 수입을 기대하면서, 소유 목적 주택 위주의 정책을 펴 왔고요. 그런데 앞으로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아니 오히려 손해를 본다면, 집을 사려는 사람은 줄어들 것입니다. 지금까지와 같은 주택 경기는 없어질 수도 있겠지요.”
― 그럼 주택 시장은 완전히 죽는 건가요.
“앞으로 주택 시장은 ‘시장형 주택’으로 갈 것입니다. 강남이나 인기 있는 곳에 있는 집은 비싸지고, 지방의 안 팔리는 곳에 있는 집값은 싸지겠지요. 아직 집을 꼭 갖기를 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주택의 70%는 소유 목적 주택으로 공급하더라도, 정부가 주택의 30%는 거주 목적 주택으로 확보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거주 목적 주택이라면, 임대주택을 말하는 건가요.
“쉽게 말하면 ‘영구 임대주택’을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임대주택이 있지만, 임대 의무 기간을 부여하거나 분양을 전제로 한 임대주택(분양대기주택)입니다. 저는 앞으로 모든 공공임대주택은 선진국처럼 임대주택의 본질에 맞게 ‘순수 거주 목적의 주택(영구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거주 주택 30%는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입니까.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은 2000만 호가 조금 넘습니다. 인구가 5000만 명이니 인구 2.5인당 주택 한 채꼴입니다. 주택 보급률은 100%인 셈이죠. 그런데 2000만 호의 주택 소유 현황을 보면, 60%의 자가소유자들이 2000만 호 전부를 소유하고 있고, 40%의 임차인들이 800만 호에 세를 살고 있습니다. 국가가 그 40%는 아니어도 30% 정도는 임대주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택에 대한 의식 바뀌어야”
― ‘집은 사는(買) 게 아니라 사는(住) 것’이라는 주장이 연상되네요.
“국가가 거주 주택을 30% 확보하려면, 주택업자가 임대주택을 지으려 할 경우 종부세(종합부동산세)를 물리지 말아야 합니다. 집을 임대하기 위해 지었는데 거기에 종부세를 물리면, 임대 사업을 할 사람이 없을 겁니다. 임대사업용 사업자에게는 종부세를 면제해 줘야 합니다. 일본에는 최고 100만 호를 보유한 임대회사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대규모 임대업자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현재는 임차 가구의 약 80%가 불안정한 민간 전·월세 시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비자발적 퇴거 위험, 전세 사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도 해결될 수 있을 겁니다.”
― 우리 국민들이 주택 소유에 집착하는 것은 주택이 주는 안정감, 그리고 집의 자산 가치 때문인데, 이런 의식이 쉽게 바뀌겠습니까.
“까치나 제비는 자기가 살던 둥지가 있어도 새로 둥지를 짓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꼭 살던 곳에서 계속 살고 싶어 하거든요. 안정감이 중요한 것이고, 소유권이 있어야 안정감이 있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의식을 바꿀 필요가 있어요. 임대인의 권한으로 마음대로 쫓아내거나 할 수 없고, 거주자(임차인)의 마음대로 들어가거나 나갈 수 있다면, 영구 임대주택 같은 거주 주택도 괜찮지 않을까요?”
전쟁기념관의 유엔 참전 기념비
이중근 회장은 2025년 11월 11일 ‘턴 투워드 부산’ 행사에서 국민대표 중 한 사람으로 헌화했다. 사진=부영그룹이중근 회장의 사회 활동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유엔 및 유엔군 관련 활동이다. 이 회장은 오래전부터 유엔데이를 공휴일로 제정하자 역설해 왔다. 유엔 창설 70주년을 맞은 2015년에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내 ‘국제 평화의 광장’에 유엔 참전 기념비와 추모석을 만들어 기증했다. 2025년 11월 11일 6·25 참전 유엔군을 추모하는 ‘턴 투워드 부산’ 행사에는 국민대표로 참석, 헌화(獻花)했다.
― 2025년 11월 11일 ‘턴 투워드 부산’ 행사에 국민대표로 참석, 헌화하시는 사진을 봤습니다.
“부산유엔기념공원에는 현재 약 2330분의 유엔군 참전용사가 묻혀 있습니다. 오늘도 두 분이 추가로 묻히게 되었다고 하네요.
‘턴 투워드 부산’ 행사는 캐나다 참전용사 빈센트 커트니라는 분이 제안한 것입니다. 매년 11월 11일을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일’로 제정해 그날 오전 11시에 1분간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묻혀 있는 부산을 향해 묵념을 올리자는 것으로, 2007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자기가 가진 것을 전부 합해도 환산이 안 되는 게 사람의 생명이잖아요? 유엔군 참전용사들은 그 생명을 바쳐서 우리를 도와준 분들입니다. 우리가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고도 하고,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라고도 하는데, 그분들에 대해 고마움을 잊지 않는 국민, 예의를 다하는 국가가 되자는 의미에서, 행사에 참석한 것입니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의 6·25 참전국 기념비와 추모석은 이중근 회장의 기부로 만들어진 것이다. 사진=조선DB― 전에 용산 전쟁기념관에 가보았는데, 그곳의 유엔 참전국 기념 조형물도 회장님이 만들어주신 것이더군요.
“2014년엔가 전쟁기념관에 갔을 때 보니, 참전국 국기들이 우리나라 사단기(師團旗)와 같은 높이로 나란히 게양되어 있더군요. 전쟁기념관장에게 ‘이건 우리를 도와줬던 국가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지 않으냐? 참전국 국기들을 사단기보다는 조금 높여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자기도 같은 생각이어서 여러 군데 도움을 청했는데 잘 안 되고 있다고 해요. 마침 서울대 미술대에서 디자인 설계를 해놓은 것이 있어서, 그대로 진행을 했습니다.”
― 각국 국기 앞에 특색 있게 참전비와 추모석을 만들어놓은 것도 굉장히 멋있더군요.
“월계관을 만들어 붙였고, 높이도 2.7m로 높게 되어 있습니다. 이제 모양이 제법 갖추어졌지요.”
“유엔데이를 공휴일로”
이중근 회장은 2025년 9월 11일 유엔데이 공휴일 재지정을 제안하는 서명부를 국회에 전달했다. (왼쪽부터) 이용섭 대한노인회 혁신위원장, 이중근 회장,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부영그룹― 오래전부터 유엔 창설일인 10월 24일 유엔데이를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자고 주장해 오셨는데, 반향이 있습니까.
“반향이라…. 저로서는 꼭 해야 한다는 마음이 충만해서 시작한 일입니다. 6·25 전쟁에는 16개 파병국 외에도 6개국이 의료 지원을, 38개국이 재정·물자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당시 전 세계에 93개국이 있었는데, 그중 남한에 60개국, 북한에 10개국으로 합계 70개국이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존재하던 거의 모든 나라가 대한민국을 도와준 것이죠. 이걸 보면 6·25는 사실상 제3차 세계대전이었습니다.
미군은 물론이고, 지평리 전투의 프랑스군, 파주 설마리 전투의 영국군, 가평 전투의 캐나다군·호주군이 싸운 얘기를 보면, 눈물이 납니다. 그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자유와 번영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고마움은 표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그렇습니다.
“전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이젠 분쟁 지역에 중립적으로 파견되는 유엔평화유지군만 있을 뿐 6·25 때와 같은 유엔군은 더 이상 없다고 하더군요. 부산의 재한(在韓)유엔기념공원과 용산 전쟁기념관의 유엔 참전국 상징기념물은 세계 유이(唯二)의 유엔군 기념 시설입니다. 여기에 더해 유엔데이를 공휴일로 지정해 세계에 대해 우리가 유엔과 유엔군에 대한 고마움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두고두고 외교적으로도 좋은 자산이 될 것입니다.”
― 제가 어렸을 때에는 유엔데이가 공휴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6·25 이후에는 대통령이 직접 기념사를 낭독할 정도로 위상이 높은 기념일이었습니다. 1975년 북한이 유엔 산하 일부 기구에 공식 가입하면서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죠. 중년 이하의 전후(戰後) 세대가 유엔군의 희생과 자유의 가치에 대한 의식이 희박해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1000만 권 발간한 《6·25 전쟁 1129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집필한 《6·25 전쟁 1129일》을 비롯한 우정문고 발간 역사서들. 사진=부영그룹이중근 회장은 2013년 《6·25 전쟁 1129일》을 집필했다. 이듬해에는 개정판을 냈다. 이 회장은 이 책을 군부대, 한미연합사, 국방부, 6·25 참전용사회, 전국 각급 학교 및 공공도서관 등에 무료로 배포했다. 지금까지 1000만 부를 발간했다.
― 《6·25 전쟁 1129일》 기술(記述) 방식을 ‘우정체(宇庭體)’라고 하더군요.
“6·25에 대한 기록들을 정리하다 보니, 소설처럼 방향을 정해서 이끌어나가기는 어렵더군요. 전쟁에 대한 주요 기록만 정리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전쟁 중의 나날들은 모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큰 전투가 있었던 날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전투를 준비한 날이 더 중요할 수도 있잖아요? ‘있었던 사실 그대로의 역사’를 충실하게 기술해 독자들이 그걸 보고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일기-기록체 형식으로 기술했습니다. 이런 기술 방식을 뭐라고 해야 하나 했더니, 주변에서 제 아호를 따서 ‘우정체’라고 하자고 해서, 그렇게 부르게 되었습니다.”
법을 공부해 보니…
이중근 회장은 2024년 2월 23일 고려대학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진=부영그룹이중근 회장은 2024년 84세의 나이로 고려대 대학원에서 〈공공임대주택 관련법의 위헌성 및 개선 방안에 대한 헌법적 연구〉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회장은 2004년에는 고려대 정책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다.
― 어떻게 해서 늦은 나이에 법학 공부에 도전해 박사 학위까지 받게 되었습니까.
“아시다시피 우리 회사는 비공개 법인이고, 주식은 저 개인이 모두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제가 제 회사를 잘 이끌어왔는데, 법정에 서게 되니 제가 왜 잡혀왔는지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법을 공부해 보니, 법이란 어떤 것이던가요.
“헌법을 공부하면서 보니, 헌법 제11조 1항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보니, ‘법 앞에 평등하다’고 써놓고 그 앞에 서 있으면 평등할지 몰라도, 법을 운영하는 데는 평등할 수가 없다, 법이 법률 관계인들의 생업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모든 사람을 위한 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헌법 제11조 1항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조항은 상징적인 것이지 실제로 적용은 어렵겠다, 법을 가까이하고 법을 활용하지 않는 사람은 손해를 볼 수도 있겠다, 법은 알아야 법만큼 자기 관리가 되겠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어른다운 노인’
이중근 회장은 2025년 8월 27일 우정교육문화재단 장학금 수여식을 가졌다. 이 회장이 우정교육문화재단을 통해 기부한 장학금은 지금까지 108억원에 달한다.이중근 회장은 ‘기부 천사’로도 유명하다. 그동안 부영그룹 차원에서의 사회공헌 활동 금액은 약 1조2200억원, 개인 기부 금액은 2680억원에 달한다.
― 아무리 돈이 있다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꾸준하게 기부를 실천해 온 이유가 있습니까.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기부를 활용했지요. 임대주택은 대개 도시 변두리에 짓게 되는데, 초등학교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등학교를 지어 기부하면, 기부는 기부대로 살고, 그 학교를 이용하게 되면 우리 임대주택이 잘 나가니 좋고, 서로 윈-윈이 되더군요. 그러다 보니 기부를 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잠을 잤어도 오늘 또 자듯이, 기부도 하면 할수록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아무리 벌더라도 결국 그걸 가지고 가지는 못한다는 건 확실하잖아요? 결국 소득 비율 금액을 세금으로 내게 될 텐데, 그러기보다는 제가 좀 직접 주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한 것이 기부라는 행위가 된 것입니다.”
― 나라에 국민 모두가 존경할 만한 어른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인지, ‘어른다운 노인으로’라는 대한노인회 슬로건이 인상적이더군요.
“‘일생을 살아온 입장에서 사회적 부담이 되는 대상이 아니라 경륜이 있고 모범적인 어른이 되자’는 의미입니다. 젊은 사람보다 좀 더 참을 줄 알고, 양보할 수 있고, 체면을 차릴 줄 아는 것이 어른다움이겠지요. 지하철 경로석에 앉아 있는 젊은 사람을 보고 ‘어서 일어나라’고 아우성치지 않고 양보하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옆에 더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봐주고, 절제할 줄 아는 사람…. 이게 ‘어른다운 노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세수 잘 하고…”

― 저희 《월간조선》 독자들은 노인이거나, 머지않아 노인이 될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을 위해 한 말씀 해주시죠.
“아, 독자 중에는 저보다 선배들도 많으실 텐데 제가 어떻게….”
― 그러지 마시고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여러 선배를 모시면서 보니, 지식이나 돈이 많더라도 항상 겸손하게 사람을 대하는 분들, 연세가 많으신 데도 나이가 적은 사람들을 하대(下待)하지 않는 분들이 참 존경스러웠습니다. 노인들이 경륜에 비례하여 겸손한 노인으로 사는 그런 분들처럼, 좀 아름다운 모습으로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무척 건강해 보이시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습니까.
“잘 먹고, 잘 자고, 세수 잘 하고….”
― 육체적 건강도 건강이지만, 숫자에 밝고 기억력도 무척 좋으신 것 같습니다.
“그거야 오늘 인터뷰한다고 하기에 연습을 좀 해서 그렇겠지요. 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