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초는 ‘사람의 몸’이다. 육체의 지도는 DNA이다. 김 교수는 육체의 비밀을 밝히는 DNA를 연구하고 있다. 좀 더 정확하게, DNA 옆에서 생명의 탄생, 성장, 신호전달 등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RNA(miRNA)’다. 김 교수는 2006년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RNA의 생성 과정을 밝혀냈다.
그의 연구는 마이크로RNA의 새로운 이해의 틀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다. 이를 활용한 치료법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암, 치매 등 인간의 유전적 질병을 제어하는 데 핵심이 될 것이다.
마이크로RNA는 암 발생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이를 이해하면 유전자 결함으로 발생하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특히 줄기세포와 암세포에서 RNA의 기능을 규명해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의 세계 최상위 과학 학술지에 1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매년 가을이 되면 그해 노벨상 수상자에게 전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다. 그즈음이 되면 빠짐없이 언급되는 인물이 김 교수다. 노벨상을 받게 된다면 생리의학상이 될 것이다.
2019년 10월 노벨 과학상 수상자 선정을 앞두고,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 17인’에도 당연히 김빛내리 교수가 선정됐다.
노벨상까지는 아니지만, 이미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40대에 미국과학학술원 회원에 선임되었고, 2010~2012년 과학기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국가과학자로 선정되었다. 2006~2008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2007년에는 여성 과학자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을 받았다. 호암상(2009),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2013) 등 학문적 업적은 이미 인정받았다.
전형적인 ‘알파걸’(으뜸・최상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그리스어 알파와 여성을 결합한 말)처럼 보이지만 나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아버지는 의대 진학을 권유했지만, 서울대 미생물학과에 진학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적었던 시절 사촌 오빠는 그나마 여성에게 문이 열려 있는 미생물학과를 조언했다. 서울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니 무난히 학계에 안착할 것 같았지만, 여성 취업난으로 생각같이 쉽게 자리가 나지 않았다. 귀국 후 출산과 육아가 기다리고 있어서 고민이 컸다. 법조인이던 남편이 성차별이 덜한 사법고시의 길을 권해 실제 고시 공부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38세던 2007년에는 위암 선고를 받기도 했다. 암 치료법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약물치료로 암을 극복한 그는 인류 암 정복을 위해 연구 중이다. 2001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고, 2017년에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2012년부터 기초과학연구원 RNA연구단장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