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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입소문 타고 인기끄는 효소의 명인 全鎭星 나라엔텍 대표

“좋은 효소는 맛도 좋다”

글 : 서철인  월간조선 기자  ironin@chosun.com

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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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소식품 근간으로 성장한 풀무원식품이 인정한 효소 전문가
⊙ “발효전문가는 돈이 아니라 건강을 좇아야 한다”(효소 장인 이정의)
⊙ 건강기능식품은 소비자의 신뢰 얻는 것이 관건, 인터넷 쇼핑에서 나라엔텍 효소 재구매율 50% 넘어
⊙ “효소가 고갈되었을 때 인간의 수명도 끝이 난다”(에드워드 하우엘 박사)
⊙ “잘 발효된 곡물효소는 풍미가 있고, 맛이 좋아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全鎭星
⊙ 46세. 아주대 전자공학과 졸업.
⊙ 2012년 한국신지식인협회 주관 신지식인상 수상.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 효소(酵素) 다이어트가 인기다. 이른바 디톡스(Detox·몸속의 유해물질을 해독한다는 뜻) 다이어트로 불리는 이 건강법은 효소를 먹으면 몸 안의 독소(毒素)가 사라지고 신진대사가 원활해져 체중이 줄어든다는 경험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효소는 대사증후군(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심혈관계, 중상동맥 경화증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증상)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건강기능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곡물 발효시켜 효소 만들어
 
  효소는 1억분의 1mm 크기의 단백질 알갱이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지만 인체 내에서 많은 일을 한다. 음식물의 소화 흡수를 촉진하고, 각종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며, 항염·항균, 해독·살균, 혈액 정화, 세포생성 등의 작용을 한다. 한마디로 모든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촉매물질이 효소다.
 
  우리 몸이 생성하고 있는 효소는 3000여 종에 이른다. 음식물을 입으로 씹을 때 침을 통해 분비되는 아밀라아제, 소화 흡수를 위해 위(胃)에서 분비되는 펩신 등 임무와 역할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
 
  미국의 영양학자 에드워드 하우엘(Edward-Howell) 박사에 따르면 인체 내 효소는 유한(有限)하다. 뿐만 아니라 노화(老化)에 따라 생성되는 양이 감소한다. 몸 안에 효소가 적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이유 없이 피곤하다. 젊었을 때와 달리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고 배가 나온다. 효소를 보충해 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효소는 과일과 야채, 혹은 김치와 된장 같은 발효식품을 통해 보충할 수 있지만 그 양이 충분하지 않다. 그런 데다 효소는 열에 약해 45도가 넘으면 죽어 버린다. 끓여 먹는 음식으로는 효소 보충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때문에 평소처럼 식생활을 유지하면서 효소를 보충하려면 제조된 것을 먹는 수밖에 없다.
 
  쌀, 보리, 콩, 율무 등의 곡물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잘 발효시키면 효소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발효공정이 까다롭고 복잡하다. 오랜 기술과 노하우 없이는 발효 효소를 만들 수 없다.
 
  전진성(全鎭星) 나라엔텍(Naraen tec) 대표는 이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전 대표는 국내 효소의 선구자인 고(故) 이정의(李丁義)씨로부터 발효 기술을 전수받았다. 효소식품을 근간으로 성장한 풀무원식품이 효소 자체생산을 중단하면서 파트너로 선택한 곳이 전 대표가 이끄는 나라엔텍이다. 현재 풀무원식품의 효소제품은 나라엔텍이 제조해 주문자상표 부착(OEM) 방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나라엔텍이 제조하는 제품은 풀무원식품 외에 약국과 텔레마케팅(TM), 홈쇼핑 등의 유통경로를 통해 ‘효소力’ ‘내몸에 효소 밸런스’ ‘박경호의 효소다움’ 등의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재구매율이 20%면 대박상품이라는 인터넷 쇼핑에서 50~60%의 재구매율 기록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세종특별자치시(市)에 있는 나라엔텍 공장을 방문했다. 발효 향이 진동하는 그곳에서 효소 연구에 청춘을 바친 한 전자공학도의 삶과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결혼이 효소와 인연 맺어줘
 
  나라엔텍 공장은 세종시 외곽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영업 기지인 서울 사무소와 공장을 수시로 왕래한다는 전 대표는 깔끔한 수트 차림이었고, 나이에 비해 젊고 날씬해 보였다. 그는 “효소를 꾸준히 먹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공장은 3만3000m²(1000평)의 부지에 990m²(300평) 규모였다. GMP(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인정하는 우수식품 제조관리 기준) 인증을 받은 공장 내부는 반도체 공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청결했다. 분말과 과립 형태의 효소를 먹기 좋게 소량씩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전 대표는 “곡물을 발효하고 건조하는 과정은 핵심기술”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가 이 핵심기술을 익히고 업계에서 인정받기까지, 그 여정은 지난했다. 부인을 만난 것이 효소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입시학원 강사로 근무하다 아는 분의 주선으로 아내와 선을 보게 되었어요. 뜻밖에도 맞선 자리에 장인어른이 동행하셨더군요. 장인어른께서는 당신의 건강이 좋지 않으니 결혼을 서두르자고 하셨습니다.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으로 황당한 일이었지만 아내가 마음에 들어 순순히 어른의 뜻에 따르기로 했죠.”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없이 초스피드로 진행한 결혼이었다. 그는 장인이 곡물발효 공장을 운영 중이라는 사실을 결혼 후 수원에 있는 처가에 살면서 알게 됐다. 무슨 일인지 장인은 그에게 “넌 공장 일에는 신경 쓰지 마라”며 의도적으로 차단했다고 한다.
 
  “장인어른은 아들 없이 딸만 둘이었어요. 맏딸인 아내 밑으로 처제가 하나 있었죠. 장인어른께서는 가업(家業)인 효소공장을 아직 미혼인 처제에게 물려주고 싶었는지 처음부터 저와 아내를 배제시켰습니다. 욕심은 물론 관심조차 없었는데 막상 장인어른이 남의 식구 대하듯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서운하더군요.”
 
  암 투병 중이던 장인의 몸은 날로 수척해져 갔다. 그 몸으로 당시 대전에 있던 공장을 오가느라 힘이 부치는 모습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인이 그를 불러 구조 요청을 하듯 “자네가 좀 공장에 내려가 보게”라며 공장을 맡겼다. 장인의 병세가 악화돼 거절할 수 없었다.
 
  “공장은 장인어른의 몸 상태만큼이나 엉망이었어요. 영업과 판매 조직이 무너져 생산라인이 절반만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었죠. 장인어른의 지시에 따라 영업조직과 대리점 등의 유통망을 점검해 나갔습니다. 대리점에서는 제품 대금을 지불했다고 하는데 영업장부에는 수금이 안 된 것으로 적혀 있는 등 직원들의 기강 해이가 말이 아니더군요. 직원들 중에는 젊은 제가 나타나 장부의 수치를 따지고 들자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낙하산 타고 와서 날뛴다’며 회사를 나가 버리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장부조작으로 빼돌린 돈이 좀 있더군요.”
 
 
  장인으로부터 기술전수
 
  1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는 것으로는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는 아예 짐을 싸서 공장으로 내려갔다. 그러곤 유통망 재건을 위해 뛰는 한편 생산라인에도 참여했다. 공장에 전자동시스템의 발효기기가 구비돼 있어서 몇 번만 해 보면 마스터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그는 자신감 있게 발효 원료인 쌀과 보리 등을 1500만원어치 구입해 생산에 들어갔다.
 
  “곡물발효는 평균 48~52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미생물이 작용해 일어나는 발열반응 단계입니다. 발열반응이 적으면 발효가 되지 않고 과하면 부패하죠.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사람이 지키고 서 있다가 온도와 습도, 산소(공기압) 등을 수동으로 제어해 줘야 합니다. 발열반응은 보통 새벽 2~4시 사이에 일어나는데, 문제는 저같이 경험이 없는 초보자의 경우 발열반응 여부를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어요.”
 
  발열반응이 일어난 시점에 시스템을 수동으로 제어해 주지 않으면 발효되어 가던 곡물은 순식간에 부패 쪽으로 방향을 틀어 버린다. 그는 장인의 가르침을 상기하며 쏟아지는 졸음을 참고 참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잠이 들어 버린 바람에 원료를 모두 버려야 할 위기에 처했다.
 
  “1500만원의 거금이 들어간 원료를 그렇게 한순간의 실수로 망칠 줄은 몰랐어요. 장인께서는 ‘0점짜리’라며 모두 폐기처분하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너무 아까워 ‘100점짜리를 만들어 섞으면 50점짜리로 팔 수 있지 않겠느냐’고 건의했습니다. 장인께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하라’ 하면서 ‘대신 음식이 쉬거나 부패했을 때 나오는 유독물질이 있으니 골라 낼 재주가 있거든 골라 내라. 우리 효소는 생후 몇 달 되지 않은 아이도 먹기 때문이다. 자식한테만큼은 최고로 좋은 것만 먹이고 싶어하는 엄마들이 아이가 먹는 식품에 유독물질이 있다는 것을 알면 우리를 용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공장으로 내려간 후 그는 발효기술과 더불어 발효전문가가 가져야 하는 정신을 배웠다. 장인은 그에게 ‘내가 먹고 내 자식에게 먹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라’고 가르쳤고, ‘발효전문가는 돈이 아니라 건강을 좇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심어 줬다. 그는 장인의 가르침을 잊지 않기 위해 자사 제품을 꾸준히 먹고 있다. 또한 생산라인을 점검할 때면 담당 직원에게 직접 제품을 떠서 먹어 보라는 방식으로 체크한다고 한다.
 
 
  건강식품에 대한 인식 낮아 힘들어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나라엔텍의 효소 제조 공장.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공장에서 지낸 지 한 달이 되자 장인은 그에게 월급봉투를 내밀며 “자네 월급이네, 나머지는 창고에 있네”라고 말했다. 봉투에는 10만원이 들어 있었고, 창고에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140만원 상당의 반품 제품이 쌓여 있었다.
 
  다음 날 그는 제품을 들고 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주민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깨끗하게 양복을 차려 입었고, 아파트 부녀회의 협조 아래 판매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옆자리에 자리 잡은 허름한 점퍼 차림의 야채장수와는 여러모로 비교되었다. 그는 여러 면에서 자신이 주부들에게 호감을 줄 것으로 판단, 야채장수보다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났다.
 
  “아파트 단지에서 3일 동안 판매를 했는데 단 한 개도 팔지 못했어요. 그에 반해 야채장수는 매일매일 손님이 몰려 준비한 물건을 모두 팔고 갔습니다. 효소는 안 되고 야채는 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곧 답이 나오더군요. 우리 제품은 성분이나 효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반면 야채장수가 파는 배추나 무는 제품의 질을 현장에서 육안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그날 밤 그는 장인과 상의해 영업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식품이지만 약품에 가까운 효소를 팔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국민들이 믿고 따르는 의사, 약사, 한의사 등의 전문가들을 먼저 공략하기로 한 것. 판매부진으로 공장가동률이 ‘제로’인 상황에서 뽀족한 대안이 없었던 장인은 “어떻게 하든 팔아만 달라”며 허락했다.
 
  전문가 대상의 영업은 일반인을 상대하는 것보다 몇 곱절 힘들었다. 건강식품에 대한 인식이 낮은 때라 전문가들은 그를 떠돌이 약장수 정도로 여겼다. 친구들마저 보험회사나 다단계 회사 직원 대하듯 그를 상대했다. “힘들어도 그런 장사는 하지 마라”며 충고하는 친구도 있었다. 기운이 빠졌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마지막 보루라고 여기고 찾아간 사람이 잠실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던 사촌누이였다.
 
  “누나를 만나 그간의 경위를 털어놓았더니 약사 개개인을 만나지 말고 약국에 제품을 대는 도매상이나 약국체인 대표를 만나 보라고 조언하더군요. 업계 1, 2위 약국체인은 이미 자사 제품을 준비 중에 있어서 거절당했고, 3위 약국체인에서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을 얻었죠. 이 체인 대표가 약사 부부였는데, 이분들은 효소의 효능에 대한 믿음이 남달랐어요. 현재는 소화제, 감기약, 드링크 등이 제약시장을 점령하고 있지만 미래는 효소가 지배할 것이라고 할 정도였죠. 선진국병이자 부자병으로 불리는 대사증후군이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날이 멀지 않았는데, 대사증후군에 특효인 식품이 바로 효소라는 말씀도 했습니다.”
 
 
  효소 관련 책자 열독
 
  약사 부부 덕분에 그는 자신이 여태껏 효소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데만 신경 썼지 효소의 기능이나 효능에 대해서는 깊이 공부하지 않았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이때부터 효소 관련 책자를 탐독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 미국의 영양학자인 에드워드 하우엘 박사도 알게 됐다. 효소영양학의 창시자인 하우엘 박사는 “인간의 몸에서 일생 동안 생성되는 효소의 양은 한정돼 있으며, 효소가 고갈되었을 때 인간의 수명도 끝이 난다”는 사실을 밝혀낸 인물이다. 하우엘 박사는 “인간은 누구나 일정량의 잠재효소(체내효소)를 가지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소화효소는 음식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고, 대사효소는 몸의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수리하는 역할을 한다. 소화효소와 대사효소는 모두 잠재효소를 기반으로 생성된다. 때문에 소화효소로 잠재효소를 과다하게 사용할 경우 그 비율만큼 대사효소로 사용할 양이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몸의 자연치유력이 약화된다.>
 
  전진성 대표는 하우엘 박사의 잠재효소 이론을 집에 비유해 좀 더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손님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대저택에 200명의 하인이 있습니다. 이들 중 100명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100명은 청소를 합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손님은 더욱 많아진 반면 하인은 줄어 청소하던 하인들까지 부엌에 동원됩니다. 그러면 집안은 어떻게 될까요. 청소할 사람이 없으니 밖으로 내보내야 할 먼지와 쓰레기가 쌓여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폐가가 되겠죠. 이게 바로 효소와 대사증후군의 관계입니다.”
 
 
  겨우 개척한 약국시장 잃어
 
공장에 분말과 과립 형태의 곡물효소가 쌓여 있다. 공장 내부는 반도체 생산 현장처럼 청결하다.
  그가 효소이론 공부에 매진하는 사이 그가 믿고 의지했던 장인이 세상을 떠났다. 발효기술을 한참 전수받던 중이어서 미처 익히지 못한 기술은 끊임없는 실험과 연구를 통해 스스로 터득할 수밖에 없었다.
 
  이론과 기술에서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인 1998년 전 대표는 ‘효소가 미래 약국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던 약국체인 대표를 찾아갔다. 이 약국체인 대표는 업계에서 까다롭고 깐깐하기로 유명해 당시 거래를 튼 건강식품 제조처가 한 군데도 없었다. 그가 찾아갔을 때 이 약국체인 대표는 “효소가 테라피의 핵심제품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효소에도 그레이드가 천차만별”이라며 “당신네 효소가 최고라는 것을 증명하면 거래하겠다”고 말했다. “반드시 발효제품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달았다. 전 대표의 설명이다.
 
  “효소는 치료제가 아니라 건강보조식품입니다. 의약법상 건강보조식품에는 ‘치료’라는 표현을 쓸 수 없고, 임상시험도 약사가 임의로 소비자들의 상태나 반응을 체크하는 방식으로 하죠. 합리적인 데이터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 저희 제품의 품질이나 효능을 증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어떻게 할까, 오랜 숙고 끝에 효소에 반응하는 우유의 상태로 제품의 차이를 설명하기로 했죠.”
 
  그는 똑같은 우유 다섯 잔을 준비한 후 나라엔텍을 포함한 5개 회사의 효소를 각각의 우유에 투여했다. 예상했던 대로 반응이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우유의 묽기가 물처럼 된 것이 있는가 하면 우유의 색깔이 바나나 빛깔로 변한 것도 있었다. 약국체인 대표는 흥미로운 듯 각기 다른 반응을 살피더니 거침없이 등수를 매겼다. 투여와 동시에 우유가 토사물처럼 뭉글뭉글 뭉친 나라엔텍 효소가 꼴찌였다. 약국 대표는 “더럽고 지저분해서 꼴찌로 정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전 대표는 “발효학을 모르면 누구든 그렇게 오해할 수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인체 효소와 마찬가지로 곡물에서 생성되는 효소도 여러 종류입니다.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 등 역할에 따라 다양하죠. 어떤 효소는 우유 속의 단백질을 분해해 치즈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것을 고형화 효소라고 하죠. 발효가 잘된 곡물일수록 여러 종의 효소가 생성됩니다. 여러 종의 효소가 반응하는 우유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요. 그런데도 저희 제품이 꼴찌인가요.”
 
  설명을 마친 후 던진 그의 질문에 약국체인 대표는 박수로 답을 했다. 그와 그의 효소를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깐깐하기로 이름난 약국체인 대표와 거래가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약국체인 브랜드를 달고 시중에 나온 효소는 금세 유명세를 탔다. 그러다 보니 제조원과 보다 저렴한 가격에 직거래를 하려는 사람이 생겼다. 작은 업체가 살아남는 법은 ‘신의’ 하나밖에 없다고 여겨 왔기에 그는 모두 거절했다. 덕분에 잡음 없이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5년쯤 흐른 어느 날 약국체인 대표가 그를 불러 느닷없이 “이젠 전 대표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겠다”고 말했다. 영문을 몰라하는 그에게 그 대표는 “그동안 직거래하자는 전화 많이 받았지? 그중에 절반은 우리가 한 거야”라고 설명했다. 사람을 믿지 못해 무려 5년 동안이나 시험을 한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 약국체인과는 그 후로도 3년 정도 잘 지냈는데 CEO(최고경영자)가 바뀌면서 거래가 중단됐지요. 새로 온 CEO는 기존 대표의 동생이었는데 납품가가 다른 제조원에 비해 높다는 등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계약해지 통보를 했어요. 순진해서 그땐 몰랐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저희 회사를 제외한 모든 거래처가 이미 바뀌어 있더군요.”
 
  어렵게 개척한 시장을 남에게 넘기려니 속이 쓰렸다. 차기 공급업체는 발효기술도 없는 곳이었다. 가격인하로 공급권을 따낸 것이다. 아무 노력 없이 무임승차하는 그 업체가 얄미웠다. 기존 대표가 그의 마음을 읽었는지 “억울하냐”며 이렇게 말했다.
 
  “억울해도 할 수 없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 않나. 정 억울하거든 남자답게 비즈니스로 얘기하라. 훗날 네가 성공하면 이기는 것이고 실패하면 지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비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집에 와서 그는 혼자서 한없이 울었다.
 
 
  나노칼슘 개발로 찾아온 위기
 
  매출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거래처가 떨어져 나가면서 회사 재정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2005년 현재의 자리에 GMP 기준의 공장을 신축할 당시 은행에서 10억원을 대출받은 것이 원인이었다. 2006년 나노칼슘을 개발하며 한눈을 판 것도 신용도 추락으로 이어져 부담감을 가중시켰다. 크고 작은 거래처들이 연이어 떨어져 나갔고, 은행은 등을 돌렸다. 그는 “생각해 보면 모든 원인은 나한테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06년 사업을 키워 볼 욕심에 박사급 연구진 몇 명과 함께 흡수가 빠른 나노칼슘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명색이 CEO인데 거래처에 가면 20대 후반의 대리들이 상대하니 자존심이 많이 상한 상태였고, 또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것을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죠. 운 좋게도 개발에 성공해 업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습니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해외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제휴 신청이 줄을 이었죠. 한 1년 동안 저도 모르게 목에 힘을 주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굴 껍데기를 원료로 제조한 나노칼슘은 기존 칼슘 제품이 갖고 있던 모든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우수했다. 가령 칼슘우유의 경우 칼슘이 우유에 균일하게 섞이지 않아 문제였는데, 우유에도 잘 녹는 나노칼슘이 나오면서 이런 한계가 말끔히 해결되었다. 나노칼슘은 ‘매직칼슘’으로 불리며 제약과 식품업계에 큰 이슈가 되었다. 일본의 유명 우유 업체 벤더사와 말레이시아 굴지의 제약회사가 내민 손을 그는 “우리는 아시아가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회사와 손잡을 것”이라며 거절할 정도로 기세가 등등했다. 서류상 계약금만 따져도 이미 3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잘해 봐야 연간 100억 매출 올리기도 힘든 효소 업계와는 규모가 달랐다. 효소 시장이 하찮게 보였다. 그게 허상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노칼슘이 세계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으자 전문가들 사이에 이 칼슘의 독성 유무에 대한 찬반 양론이 비등했습니다.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건 독성물질이라는 의견이 많았죠.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감사를 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저희는 기존 칼슘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개발한 것뿐인데 전문가들은 나노칼슘의 경우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물질과 같으므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죠. 임상시험을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 저로서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꿈에 부풀어 있던 당시로서는 퍽 억울해하며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전문가들의 주장이 옳았고, 포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나노칼슘의 흡수력이 피부에 스며들 정도로 뛰어나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일장춘몽(一場春夢) 같은 허상에서 깨어났을 때 거래처와 주변 사람들이 그를 보는 눈은 예전 같지 않았다. 그는 한결같이 대했다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그가 ‘예전처럼 겸손하지 않고 건방져졌다’며 거래를 끊었다. 은행도 ‘1년이면 수천억을 번다더니 꼴좋다’며 더 이상 대출을 해 주지 않았다.
 
  “은행 이자 때문에 10억원이었던 대출원금이 30억원으로 불어났어요. 어디에도 손을 내밀 데가 없어지자 여동생이 ‘오빠, 이혼 각오하고 만들어 온 것’이라며 3억원을 융통해 주더군요. 남편의 동의를 구했다 해도 시댁에서 알면 충분히 이혼사유가 될 만한 일이었습니다.”
 
 
  TM 판매로 재기
 
나라엔텍이 제조하고 ‘푸른친구들’이 판매해 대박을 낸 ‘효소력’.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 이런 건가 싶었을 때 천우신조인 듯 다가온 거래처가 광고대행사를 거느린 TM 업체 ‘푸른친구들’이었다. 이 회사는 신문광고를 통해 나라엔텍 효소를 팔아 보고 싶다고 제안해 왔다. 계약조건은 광고제작과 집행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만큼 브랜드 권한을 ‘푸른친구들’이 갖는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이미 시장반응과 품질검증까지 마친 상태여서 믿음이 갔고, 어려운 상황에 구세주처럼 다가온 파트너여서 망설임 없이 계약했다. 광고는 건강기능식품의 특성상 설명 위주의 기사 형식으로 제작됐고, 중앙 일간지 한 면 전체에 게재됐다. 기능성 건강식품으로는 파격적이었다.
 
  “광고 반응은 상당히 좋았어요. 판매도 잘되었지만 효소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죠. 먹으니 머리가 나고 아토피성 피부 질환이 나았다는 저희가 모르는 제보도 잇따랐어요.”
 
  입소문이 나면서 홈쇼핑에서도 제안이 들어왔다. 유명 방송인의 이름으로 제품을 론칭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는 “홈쇼핑 업체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서 거절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수년 전 한 홈쇼핑 업체 MD가 고창 선운사 복분자 제품을 만들어서 팔아보자고 제안한 적이 있어요. 그 MD는 ‘식품 제조사 사장들의 정신상태가 틀렸다’며 저를 훈련시켜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러곤 ‘제품과 상품의 차이점을 구술해 보라’고 하길래 ‘제품과 상품이 뭐가 다르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홈쇼핑에서 물건 5000개를 준비했는데 주문이 7000개 들어왔을 때 곧이곧대로 5000개만 파는 것은 제품이고, 물을 타서라도 주문량을 맞추는 것이 상품’이라고 하더군요. 홈쇼핑 MD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당시 꽤 실망했고 충격도 컸습니다.”
 
 
  홈쇼핑 시장 진출
 
  그가 거절한 홈쇼핑 자리에는 타 제조사 제품이 론칭됐고, 지금도 잘 팔리고 있다. 덩달아 ‘푸른친구들’에서 내놓은 제품도 상승세였다. 시장이 커진 것이다. 시장이 활황 조짐을 보이자 효소 제조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발효기술을 터득하려면 최소한 4~5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잘 아는 그로서는 걱정이 앞섰다.
 
  “효소를 곡물발효를 통해 제조하지 않고 훼스탈이나 베아제 가루를 넣어 속성으로 만드는 업체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불법이었지만 2007년 법전(法典)이 살짝 바뀌면서 합법화되었어요. 제조공정과 상관없이 효소성분이 있으면 효소로 인정하는 쪽으로요. 쉽게 말해 콩가루에 된장 성분을 섞으면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장이 되도록 법이 개정된 겁니다.”
 
  그는 “돈에 눈이 먼 일부 업체가 이제 겨우 자리 잡아 가는 효소 시장을 망칠까 우려된다”고 했다. 그가 효소 시장을 걱정하고 있는 와중에 박경호 한의사가 찾아왔다. 박씨는 “발효효소를 만들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으나 매번 실패했다”며 그와 손을 잡고 싶어했다. 얘기를 나눠 보니 직접 제조에는 실패했지만 박씨는 나름 효소 전문가였다. 박씨를 믿고 홈쇼핑에 진출했고, PD 요청으로 방송에 출연해 폭발적인 주문량을 끌어내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제가 홈쇼핑 방송에 출연해 효소 관련 이야기를 할 때마다 주문량이 폭주했어요. 신문광고 덕분에 제 얼굴이 많이 알려졌던 모양입니다. 홈쇼핑 판매량이 폭증하자 ‘푸른친구들’에서 방송 출연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해 왔어요. 저한테 ‘푸른친구들’은 특별한 파트너이기 때문에 요청을 받아들였죠.”
 
  그는 “사업하면서 깨달은 것인데, 결국 남는 재산은 사람”이라며 “인연을 소중히 하는 사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가능한 한 공유하는 것이 목표”
 
  나라엔텍 효소가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는 곳은 약국이다. 서울 서초구약사회와 파트너십을 체결, 구내 50개 약국에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약국체인에 납품했던 때는 나라엔텍이 을(乙)이었지만 지금은 갑(甲)이다.
 
  “과거 약국체인에 납품할 때는 위탁판매 형식이었습니다. 팔리는 대로 결제해 주고 재고부담은 제조사가 져야 하는 방식이었죠. 지금은 먼저 결제해 주지 않으면 제품을 공급하지 않습니다. 나라엔텍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죠.”
 
  나라엔텍은 2011년 전 직원이 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10년 근속한 직원의 자녀 1명에 한해 대학등록금을 100% 지원하는 복지혜택도 마련했고 보너스도 두둑하게 지급했다. 그는 “그동안 고생한 직원들에 대한 보상이었다. 가능한 한 공유하는 것이 내 모토”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좋은 효소 구별법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잘 발효된 곡물효소는 풍미가 있습니다. 맛이 좋아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또 먹고 난 후에는 속이 편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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