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선출로 본 각국의 권력 세습 사례

  •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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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존 세습 공화국은 북한·아제르바이잔·토고
⊙ 시리아·콩고 민주공화국·아이티·니카라과 등 권력 세습했던 국가는 대부분 취약국가
소련 공산당 정치국원이었던 헤이다르 알리예프(왼쪽)는 아들 일함에게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직을 물려줬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결국 그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선출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지도자 되려는 모든 이는 결국 죽을 것”이라고 벼르고 있는 터여서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모즈타바가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된 것은 아버지 ‘순교자(殉敎者) 하메네이’의 후광(後光) 덕분일 것이다. 그는 아무 공식 직책도 맡은 적이 없는 신학자이지만, 실제는 혁명수비대 바시르 민병대의 실질적 수장(首長)으로 거의 20년 전부터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거론돼 왔다. 지난 20년 동안 부정선거 시비나 반정부 세력에 대한 가혹한 진압이 있을 때마다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곤 했다.
 
  팔레비 왕조의 독재 체제를 무너뜨리고 수립된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팔레비 왕조보다 더 잔혹한 신정(神政) 독재 체제를 이끌어 오다가, 그걸로도 모자라 ‘권력 세습’까지 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지만 이란 이슬람공화국 말고도 부자(父子) 세습을 한 ‘공화국’은 제법 있다. 대표적인 것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뒤를 이어 김주애로의 4대 세습을 추진하고 있는 소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도 ‘공산주의자’인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세습 독재자이다. 그의 아버지 헤이다르 알리예프는 소련 시절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소련 공산당 서기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거물 공산주의자였다. 그는 소련 붕괴 후인 1993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10년간 재임했다. 일함 알리예프는 2003년 아버지 밑에서 총리를 맡으면서 후계자로 공인됐고, 같은 해 아버지가 죽은 후 대통령직을 물려받아 지금까지 권좌를 지키고 있다.
 
  서아프리카의 빈국(貧國) 토고의 포레 냐싱베도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이어받은 경우다. 그는 1967년 쿠데타로 집권한 후 38년 동안 철권통치를 한 에야데마 냐싱베가 2005년 사망한 후, 군부의 지지를 업고 대통령직을 계승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아사드, 봉고, 소모사, 뒤발리에
 
  2024년 권좌에서 축출된 시리아의 바샤르 하페즈 알 아사드는 2000년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았다. 하페즈 알 아사드는 197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30년간 절대권력자로 군림했던 인물. 1982년 하마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를 독가스 등을 사용해 잔인하게 진압해 악명을 떨쳤다.
 
  영국에서 안과의사를 하고 있던 바샤르가 35세의 젊은 나이로 권좌를 이어받자, 시리아 국내외에서는 서구 세계를 체험한 그가 개혁과 민주화의 길로 나갈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바샤르는 점진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아랍의 봄’의 여파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바샤르는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민주화 시위는 이내 내전으로 번졌다. 바샤르는 이슬람 국가(IS) 등 반정부 세력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이후 13년을 버텼으나, 2024년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중심이 된 반군에 수도 다마스쿠스가 함락된 후 러시아로 망명했다. 반군은 하페즈 알 아사드의 영묘(靈廟)에 불을 질러 부자 독재 54년을 분풀이했다.
 
  1975년 내한해 한국인들에도 널리 알려진 가봉의 오마르 봉고 온딤바(1967~2007년 재임) 대통령도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줬다. 오마르 봉고의 아들 알리 벤 봉고 온딤바(2009~2023년 재임)는 아버지 밑에서 집권 민주당 정치국원, 외무부·국방부 장관, 부통령 등을 역임한 후, 아버지가 죽은 후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부자가 57년에 걸쳐 장기 독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가봉이 산유국이어서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었고, 석유 수입을 통치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리 벤 봉고 온딤바는 2023년 군사 쿠데타로 실각한 후 반역죄로 체포되었으나, 2025년 석방되어 앙골라로 망명했다.
 
  30년 이상 내전 중인 콩고 민주공화국(옛 이름 자이르)에서도 부자가 권력을 세습했다. 모부투 독재 정권에 맞서 게릴라 활동을 벌였던 로랑 데지레 카빌라는 1997년 정권을 잡는 데 성공했지만, 불과 4년 후 경호원에게 암살당했다.
 

  그후 30살의 나이로 군 참모총장 자리를 맡고 있던 아들 조세프 카빌라가 대통령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는 콩고 민주공화국의 희귀 자원 확보를 위해 정치적 안정을 바라는 미국·유럽 여러 나라의 지원에 힘입어 2019년까지 18년간 집권했다. 그의 집권 기간은 부정 선거, 인권 탄압 등으로 얼룩졌다. 조세프 카빌라는 대통령 임기 종료를 앞둔 2016년을 전후해 권력 연장을 획책했으나, 국내외의 반발에 직면해 결국 2019년 권좌에서 물러났다. 이후에도 그는 종신 상원의원으로 국회 다수당인 콩고 공동전선(FCC)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2025년 치세케디 정권과 갈등을 빚은 후 궐석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반역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현재는 야당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 밖에 중미 니카라과에서는 소모사 일가가 1937년부터 3대 52년에 걸쳐 족벌(族閥) 통치를 했다.
 
  지금은 정부가 완전히 와해되고 갱단이 지배하는 지옥이 되어 버린 카리브해의 빈국 아이티에서는 뒤발리에 부자가 2대 29년에 걸쳐 독재 정치를 했다.
 
 
  드문 성공 사례, 대만과 싱가포르
 
  이렇듯 부자 세습은 당사자에게나 국가를 위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부자 세습을 경험한 나라 대부분은 극빈(極貧) 국가, 취약국가(fragile states), 그리고 내전 중인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예외가 있다면 대만(중화민국)의 장제스(蔣介石)-장징궈(蔣經國),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리셴룽(李顯龍) 부자 정도다.
 
  대만과 싱가포르의 경우 권위주의 통치하에서도 경제 발전을 통해 탄탄한 중산층이 형성됐고, 아들들인 장징궈와 리셴룽이 30대 초부터 20년 이상 공직 경험을 쌓으면서 능력을 검증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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