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안보

러-우크라이나 전쟁 4년, 올해는 전쟁이 끝날까

“살아남은 북한군, 현대전 교훈 북한군에 전수”

  •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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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적 살상하면 포인트 지급… 포인트로 아마존 쇼핑하듯 무기 구매
⊙ “북한군, 초기엔 피해 봤지만 부사관 지휘 수준 높아지고 전자전 능력 고도화”
⊙ 전쟁 원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 러시아의 불안감, 나토의 무기력함이 뒤섞여
⊙ 러시아 획득 영토, 2024년 3604㎢(우크라이나 영토의 0.6%), 2025년 약 4,831㎢(0.8%)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사상자 비율, 2~2.5 대 1 수준
⊙ 닉슨 독트린 닮은 트럼프 독트린, 평화협정 아닌 장기 휴전이나 분쟁 동결로 끝날 수도
⊙ 북한군 포로 만난 유용원 의원, “이재명 대통령이 포로 안전과 자유 보장해야”
2025년 6월 1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복합 공습 중 러시아 미사일이 아파트 건물을 타격했다. 사진=뉴시스/AP
2월 24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4주년이다. 2024년 8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한 것을 제외하면 전선(戰線)에 큰 변화는 없다. 쿠르스크 지역은 현재 러시아가 대부분 회복한 상태다. 주요 격전지인 동부 돈바스와 남부 헤르손 일대는 교착상태로 소모전이 계속되고 있다.
 
  전쟁은 4년째 계속되고 있으나 서방에서는 이를 ‘13년째 진행 중인 전쟁’으로 표현한다. 2014년 4월 12일부터 2015년 2월 15일까지 이어진 ‘돈바스 전쟁’을 ‘1차 전쟁’,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2차 전쟁’인 ‘대규모 침공(full-scale invasion)’으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전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평화가 산산조각 나는 새로운 현실에 들어섰다”고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를 ‘시대전환(Zeitenwende)’이라고 표현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와 PfP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 ▲나토의 무기력함 ▲러시아의 위기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연구》(남보람 저,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2026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소련에서 독립한 1991년부터 나토 가입을 국가전략의 핵심 목표로 삼았다. 우크라이나는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러시아의 재부상(再浮上)을 기정사실로 했다. 독립 유지를 위해서는 서방과의 외교·안보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는 1994년 2월 나토 PfP(Partnership for Peace·평화를 위한 동반자관계)에 가입했다. PfP는 나토가 만든 비회원국 대상 군사·안보 협력 프로그램이다. 정식 동맹 가입 이전 단계이거나 가입 의사 없이 협력만 원하는 국가들을 위한 기구다. 1991년 냉전 종식 후 동유럽 구소련권 국가들과의 협력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나토 동진(東進) 확대의 ‘준비 단계’ 역할을 수행했다. PfP 가입국은 나토로부터 합동군사훈련, 장교 교육·교환, 국방개혁 자문 등을 제공받는다.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은 PfP를 거쳐 1999년 나토에 가입했다.
 
  나토와 우크라이나는 1997년 ‘특수동반자관계 헌장’을 체결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나토 연락사무소도 개설했다. 이를 계기로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군사협력을 강화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과 군사협력을 확대하자 러시아는 위협을 느꼈다. 2008년 4월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는 장차 나토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문구가 명기됐다. 이에 러시아는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토 경계를 확장하려는 모든 시도는 러시아에 대한 직접 위협”이라고 밝혔다. 서방과 러시아 사이의 완충지대인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속한다면 러시아에는 사활적 이익인 흑해 접근권, 크름반도의 해군력, 돈바스로 연결되는 산업 라인, 러시아 서부군관구 방어 종심에 직접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안보 위기감과 나토 확장에 대한 반발
 
2025년 4월 7일 우크라이나 크리비리흐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숨진 다닐로 니키츠키(15·왼쪽)와 알리나 쿠첸코(15)의 관 앞에서 어머니들이 울고 있다. 사진=뉴시스/AP

  앞서 나토는 러시아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 1997년 파리에서 ‘나토-러시아 기본문서’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었다. 2002년에는 ‘나토-러시아 이사회’도 조직됐으나 상징적인 기구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독일 통일 협상에서 당시 소련 대통령 고르바초프가 통일을 용인하는 조건으로 미국과 ‘나토를 확장해선 안 된다’는 구두 합의를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14년 고르바초프는 당시 논의가 동독 영토에 배치된 나토군에 관한 것이었지 동유럽 전체에 대한 나토 확장 금지를 약속받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Steven Pifer, 〈Did NATO Promise Not to Enlarge? Gorba Says “No”〉, 브루킹스 연구소, 2014년).
 
  서방은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를 서방에 편입시키려고 노력했다. 군사 동맹이나 군대 주둔 대신 경제와 제도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려 했다. 대표적 사례인 ‘유럽이웃정책(ENP)’은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경제적 안정을 추구하며 민주주의와 법치 기반을 쌓는 취지였다. 우크라이나를 유럽 시장에 편입하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서방의 확장으로 해석했다.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전파하려는 체제, 규범, 인프라 등은 러시아의 가치와 이익에 상충하는 잠재적 적대 질서였다. 푸틴 집권 이후 러시아 엘리트 층은 러시아의 안보 이익이 존중되지 않는다는 ‘구조화된 서방 불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러, 조지아 침공 계기로 서방의 불개입 확신
 
2025년 4월 7일 우크라이나 크리비리흐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숨진 헤르만 트리폴레츠(9)의 관 앞에서 가족들이 울고 있다. 사진=뉴시스/AP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했다. 명분은 남오세티야 지역에서 조지아군이 민간인을 공격했고 러시아 시민권자를 대상으로 ‘집단학살(genocide)’이 발생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러시아는 일방적 침략을 ‘평화 강제(Peace Enforcement) 작전’이라고 표현했다.
 
  나토와 러시아가 주고받은 선언과 합의는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으로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은 서방이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러시아는 2014년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공격했다. 러시아는 돈바스 공격 시에도 조지아 침공 때와 유사한 논리를 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돈바스의 러시아계 주민을 탄압하고 있으며 “집단학살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돈바스 사태가 1차 러우전이다. 당시에도 서방은 뚜렷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21년 4월 우크라이나는 “나토는 크름반도·돈바스 전쟁을 끝낼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같은 날 미국도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지하며 나토 가입에 동의한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혔다. 서방에 비판적인 일부 학자는 러시아에 사활적 이익이 달린 문제에서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를 앞세워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주장한다.
 
  나토와 서방은 왜 러시아의 침공을 막지 못했을까? 남보람 박사는 이렇게 분석했다.
 
  “나토는 전면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아 위협의 신뢰성을 낮췄습니다. 나토 회원국 간 인식 차이로 러시아에 대한 신호가 단일하지 않았습니다. 또 선제적 압박 조치나 신속한 대응이 없었습니다. 전쟁이 발발하자 사후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붕괴 방지, 무기와 훈련의 점증적 제공 등의 수준에 불과합니다.”
 
 
  후견국의 딜레마
 
  국제정치학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후견국의 딜레마’라고 표현한다. 보호국이 피보호국의 안보를 보장하려고 개입하면 강대국 간 충돌 위험이 커져 결국 피보호국의 안보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개입하지 않아도 문제다. 피보호국이 침략당할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부다페스트 조약을 통해 핵을 포기했음에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했고, 강대국의 서면 약속을 받았음에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했다.
 
  러시아는 나토 동진을 경계하며 나토가 1997년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나토에는 1999년(폴란드·헝가리·체코), 2004년(불가리아·루마니아 등 7개국), 2009년 이후(핀란드·스웨덴 등 6개국) 총 16개국이 신규 가입했다.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는 약 1974km의 육상 국경선을 나토와 접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선에서 모스크바까지는 직선으로 약 560km다. 이는 크름반도를 제외한 육상 기준이다. 남쪽 지점은 체르노젬니고로독(러시아 로스토프주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경계)이며 북쪽 지점은 센키브카(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 3국 국경이 만나는 지점)다.
 
  안드레이 쿨릭 당시 주한 러시아 대사는 2023년 《월간조선》 4월호에서 ‘비행시간(flight duration)’이라는 용어로 ‘특별군사작전’의 당위성을 밝혔다. 돈바스에 나토 미사일이 배치되면 모스크바까지 비행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 러시아가 요격 등 대응할 기회가 없다는 의미다. 이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이 인식한 상황과 유사하다.
 
 
  ‘특별군사작전’
 
  2022년 2월 24일 대규모 침공을 러시아는 ‘특별군사작전(Special Military Operation)’이라고 표현한다. 러시아는 침공을 정당화하는 세계관으로 ‘루스키 미르(Russkiy mir)’를 앞세웠다. 러시아 정교회를 정신적 기반으로 한 범(汎)슬라브 국가를 건설해 서방의 도덕적 부패로부터 문명을 구원한다는 사상이다. 팍스 로마나, 팍스 아메리카나, 중화사상, 중국몽과도 유사한 관념이다.
 
  푸틴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돈바스에서 러시아어 사용 주민을 상대로 8년간 집단학살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2014~21년 돈바스 민간인 사망자를 약 3400명으로 집계했으며, 체계적 집단학살의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푸틴은 자국민·동포 보호 논리를 앞세웠다. 돈바스 주민에게 대규모로 러시아 시민권을 부여한 뒤 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침공 사흘 전인 2월 21일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우크라이나와 분리된 자치정부로 인정했다. 이 지역 인구는 우크라이나계 55~60%, 러시아계 35~40%로 구성되며 19세기 후반부터 러시아 근로자가 유입된 곳이다. 러시아는 루한스크와 도네츠크를 국가로 승인한 뒤 이들로부터 집단자위권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조지아 사례와 동일한 논리다. 2008년 ‘평화 강제 작전’, 2022년 ‘특별군사작전’이라는 표현은 전쟁이나 침략 규정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법적 장치였다.
 
  무력 침공에 앞서 러시아는 하이브리드전을 전개했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2023년 《월간조선》 3월호에서 러시아가 해당 지역에 꼭두각시 정부를 만들었다고 했다. 점령된 영토 반환 협상을 방해하기 위해 이 러시아의 조종을 받는 괴뢰 정부(루한스크·도네츠크)들이 군사적 도발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포노마렌코는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전면 공격을 감행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소속 페트로 야첸코 소령은 ‘특별군사작전’이라는 표현이 짧은 시일에 끝내겠다는 계획에서 비롯되었다고 했다. “러시아는 전면전을 원치 않았다. 2주 안에 키이우를 점령하고 수주 내로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영향력 행사 전략
 
2026년 2월 5일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 지역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포로 교환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 여성이 포로에서 풀려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귀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실종된 가족 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AP

  야첸코는 러시아의 영향력 행사 전략을 세 단계로 설명했다. ▲1단계 갈등 유발 ▲2단계 사회 불안정화 및 문화적 통제 ▲3단계 친러 유력 인사를 통한 안정화 단계다. 러시아는 2단계에서 막히자 마지막 수단으로 침공을 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 장악보다 키이우를 우선 점령해 전시(戰時) 지도부를 제거하고 괴뢰 정부를 수립하는 계획을 세웠으리라 추정된다. 동원 병력은 17만~19만 명 수준인데 북부, 동부, 남부로 나뉘어 투입되어 집중 효과가 없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통계에 따르면 전쟁 전해인 2021년 러시아의 군사비 지출은 약 659억 달러(한화 약 96조원)로 우크라이나(약 59억 달러)의 11배 이상이었다. 러시아는 정규군 약 90만 명과 예비역 200만 명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전차 약 1만 3000대와 장갑차 2만 대 이상을 운용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정규군 약 20만 명 수준에 그쳤고, 예비군 체계는 미비했으며, 방위산업 기반 약화와 국방 예산 부족 문제를 안고 있었다. 같은 해 세계은행(World Bank)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1조 7800억 달러였고 우크라이나는 약 2000억 달러였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유럽 각국도 재무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나토 가입 희망국도 늘어나는 현상은 역설적으로 러시아에 불리하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소모전을 지속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의 영구 완충지대화’를 전략적 목표로 세웠기 때문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점령한 뒤 통치하는 데 필요한 자원·병력 규모보다는 현재 수준으로 소모전을 유지하는 방식이 러시아 국가전략에 더 부합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드니프로강을 기준으로 동부를 완충지대로 삼는 방식이다.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를 점령할 때 막대한 전후 복구 비용 지출, 민사작전에 대한 부담, 인접 나토 국가(폴란드~슬로바키아~헝가리~루마니아)를 상대해야 하는 등 지금보다 관리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상황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쟁 중인 국가는 나토 가입도 불가하다. 이에 소모전으로 인한 피해가 누적돼도 현재 전선에서 전쟁을 지속하는 전략을 택했을 수 있다.
 
 
  러군, 하루 15~70m 진격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1월 보고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소모전〉에서 “러시아가 전장 주도권을 주장하나 각종 수치는 미미한 이득을 위해 비정상적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강대국으로서 쇠퇴하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2022년 2월 전격전 실패 후 소모전으로 전환한 러시아가 국력을 소진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소모전은 점진적 군사력 파괴를 통한 무력화, 막대한 인명 피해와 물자 소모, 제한적 전선 이동을 특징으로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2월 이후 러시아군 사상자(전사·부상·실종)는 약 120만 명이다. 2025년 기준 월평균 사상자는 약 3만 5000명(연간 약 41만 5000명)이며, 연간 사망자는 27만 5000~32만 5000명으로 추산된다. 전사자는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전 사망자의 17배, 제1·2차 체첸전 사망자의 11배 규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사상자 비율은 약 2~2.5 대 1 수준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주요국이 전쟁으로 겪은 최대 손실 규모다. 현재 추세가 유지될 때 2026년 봄 기점 양측 합산 사상자는 2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2024년 주도권 장악 이후 러시아군 평균 진격 속도는 주요 공세 기준 일평균 15~70m다. 러시아는 차시우야르 공세(2024년 2월~2026년 1월)에서 일평균 15m를 진격해 총 10km를 확보했다. 포크로우스크 공세(2024년 2월~2026년 1월)는 일평균 70m로 50km 미만을 전진했고, 쿠피안스크 공세(2024년 11월~2026년 1월)는 일평균 23m로 총 9.5km를 나갔다. 최근 가장 빠른 훌리아이폴레 공세의 일평균 진격 속도는 297m다. 제1차 세계대전 솜 전투 당시 연합군 진격 속도는 일평균 80m였다.
 
  점령 영토 증가 폭도 미미하다. 2024년 획득 영토는 약 3,604㎢(우크라이나 영토의 0.6%)였고, 2025년도 약 4,831㎢(0.8%)에 불과했다. 현재 총 점령지는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약 20%(12만㎢)이며, 이는 2014년 이전 점령한 크름반도와 돈바스 일부 지역을 포함한 수치다.
 
 
  우크라 “전사자 5만 5000명”… 외국 추정치는 그 2~5배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 도시 헤르손으로 이어지는 접근로의 한 도로가 FPV 드론을 막기 위한 그물망으로 덮여 있다. 사진=뉴시스/AP

  러시아 경제는 붕괴를 면했으나 상황은 심각하다. 경제성장률은 2025년 0.6%, 2026년 전망치 0.8%에 그쳤다. 2025년 제조와 생산은 10개월 연속 감소했고 노동력 부족은 심화하고 있다. 예산의 약 50%는 군사·안보 분야와 채무 상환에 지출 중이다.
 
  2026년 2월 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프랑스 ‘프랑스 2’ 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 5만 5000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다만 부상·실종자 수는 작전 수행 능력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았다. 1년 전인 2025년 2월 공식 발표치는 전사 4만 6000명, 부상 38만 명이었다. 이와 달리 CSIS는 사상자 50만~60만, 그중 전사자 10만~14만 명으로 추정했고, 영국 국방부(2025년 6월)는 사상자 100만 명 이상, 전사자 약 25만 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지난 2월 4일 러시아 측은 여러 전선에서 하루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최다 사상자 1390명을 냈다고 주장했다.
 
  유엔 우크라이나 인권조사단(HRMMU)은 민간인 피해를 별도로 추적한다. 2026년 1월 12일 보고서 기준 총 사망자 1만 4999명, 부상자 5만 601명이다. 장거리 드론(무인기)과 미사일 공격이 증가해 2025년 민간인 사상자는 2024년 대비 31% 증가했다. 이는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개전 초기만 해도 한쪽에선 “러시아가 수주 내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한다”고 했다. 다른 한쪽에선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첨단 무기를 ‘게임 체인저’로 표현하며 우크라이나가 전세를 역전시킬 듯이 보도했다. 하지만 전쟁이 1년을 넘기자, 게임 체인저라고 했던 값비싼 무기는 대부분 소진됐다. 일선 병력은 진영을 불문하고 1·2차 세계대전에서도 썼던 형태의 재래식 무기로 참호에 의지한 채 드론에 대한 공포에 떨며 소모되고 있다. 신식 기술과 구식이 뒤엉킨 이 ‘하이브리드전’도 양상은 여느 전쟁과 같아 보인다.
 
 
  ‘아미 오브 드론스’와 ‘브레이브 1’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지원을 바탕으로 드론 등을 활용해 저항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대규모 병력과 화력 우위를 기술로 상쇄하려는 비대칭 전략인데, ‘사람을 대신해 로봇이 싸운다’로 표현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략은 성과를 거뒀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러시아가 입은 피해 중 3분의 2는 드론 공격 때문이다. 드론이 우크라이나의 다른 모든 무기를 합친 것보다 두 배 더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병력·장비 손실 중 약 80%는 공격 드론(UAV)이 차지한다. 이전의 방호 수단이 현대 드론의 규모, 치명성, 정밀성에 상당 부분 무력화됐다”고 했다.
 
  전쟁 초기 양국은 중국산 상업용 드론을 이용해 정찰·타격에 활용했다. 대표적으로 중국 DJI가 생산하는 ‘매빅(Mavic) 3’다. 대당 2000달러 수준임에도 군용에 버금가는 성능을 가졌다. 저렴한 가격과 상용품이라는 점은 기존 재래식 무기 조달 체계가 가진 경직성을 극복하게 했다.
 
  전쟁이 장기화하자 상업용 드론은 보안 문제와 공급 부족에 직면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FPV(First Person View·일인칭 시점) 소형 자폭 드론을 핵심 무기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주도 프로그램이 역할을 분담했다. 대표적으로 ‘아미 오브 드론스(Army of Drones, 2022년 7월)’와 ‘브레이브 1(Brave 1)’이다.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대전차미사일 ‘재블린’은 한 발에 10만 7500달러이지만 FPV 드론은 대당 500달러 수준이다. 대전차미사일 1발 값이면 드론 215개를 확보할 수 있다. 드론은 여러 대를 제파(wave)식으로 운용하는데 장갑차량 1대를 파괴하는 데 최다 10대를 사용한다.
 
  2022년 이전 우크라이나의 방산은 국영기업 ‘우크로보론프롬(Ukroboronprom)’을 중심으로 한 소련식 군산(軍産)복합체였다. 주요 문제는 독점과 폐쇄성이었다. 민간 영역과의 협력이 부재해 기술 개발 주기가 극도로 길어졌다. 개념 구상에서 시제품 양산까지 수년이 소요됐다. 2014~20년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가 요청한 신규 장비 보급 중 13%만 이뤄졌다. 2020년 기준 연구개발 과제 약 20%는 20년 이상 진행됐으나 성과가 없었다. 조달의 95%가 기밀로 분류돼 경쟁과 감시가 부족했고, 부패에도 취약했다.
 
  이에 2023년 4월에 우크라이나 6개 기관(디지털혁신부, 국방부, 군 총참모부,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전략산업부, 경제부)이 협력해 국가 차원의 방산 클러스터(cluster)인 브레이브 1을 출범시켰다.
 
우크라이나 국가 방산 클러스터 ‘브레이브 1’

민간의 ‘속도와 창의성’ 수혈… 생산 주기 10분의 1로 단축


브레이브 1은 우크라이나 방산 생태계를 변화시켰다. 대표적으로 생산 주기를 10분의 1로 단축했다. 소련식 모델을 폐기하고 민간 부문의 속도와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분산형 산업 기술 중심 생태계로 전환했다. 정부가 여건을 조성하자 민간(투자자, 방산 기업 등)이 주도해 방산 혁신을 주도했다. 수요자인 군은 공급자(방산 기업)와 상호작용을 하며 상승효과를 냈다. 이는 전장에서의 선전(善戰)으로 이어졌고 현재 우크라이나의 브레이브 1은 관료주의를 타파한 방산 혁신을 상징한다.
 
  브레이브 1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단일 창구 플랫폼. 브레이브 1은 솔루션(무기 체계나 아이디어 등)이 전장에 신속히 도달하도록 돕는 데 목표를 둔다. 이를 위해 개발자, 군(최종 사용자), 투자자, 정부를 한곳에 모아 소통과 협력을 촉진한다. 현재 기업 1500개와 기술 3500개 이상이 등록돼 있다.
 
  ▲재정 지원(보조금). 국가안보 우선순위에 부합하는 프로젝트에 보조금 50만~800만 UAH(미화 약 1만 2000~19만 달러)를 지급한다(1만 UAH=미화 약 240달러, 한화 약 35만원). 2025년 총 보조금 예산은 29억 UAH(6900만 달러)다. 최근에는 폭발물, 전술미사일, 자율 드론 등을 개발하기 위해 최고 1억 5000만 UAH를 지원하는 공모전을 시작했다.
 
  ▲전장 요구사항 반영. 실제 전장에서 필요로 하는 사항(상향식)을 기반으로 무기를 개발한다. 실전 배치된 무기는 사용자(군)와 제조사(기술자) 간 상호작용을 통해 개발 주기를 단축하고 무기 성능을 개량한다.
 
  ▲민간 주도 혁신. 민간 기업은 더 광범위한 아이디어, 기술, 인재,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새로운 개념과 기술 적용에 유연하다. 민간에서 개발한 AI 기반 항법·표적식별 소프트웨어는 드론 운용자의 조작을 보완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한다. 또 전자전 재밍 등 작전 방해 요소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저비용 드론 공격의 성공률을 약 20%에서 70%까지 높였다.
 
  ▲시험 절차 간소화. 시제품 시험·운용 절차를 개발 업체가 브레이브 1과 연계한 ‘아이언 폴리곤’을 통해 단순화했다. 아이언 폴리곤은 국방 기술 시험장이다. 개발자가 시제품을 실제 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개발자들은 이곳에서 장비를 시연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수정·보완할 수 있다. 시험을 통과한 제품은 나토 표준 규격 획득과 공식 납품을 위한 행정 절차를 지원받는다.
 
  ▲분산형 조달. 일선 부대가 직접 예산(또는 포인트)을 사용해 필요 장비를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전선에서 부대의 자율성을 제공해 전술적 유연성을 높인다. 대표적으로 ‘브레이브 1 마켓’과 ‘아미 오브 드론스 보너스(E-포인트)’가 있다. 일선 부대는 러시아군 살상, 장비 파괴 등 전과를 입증하면 포인트를 획득한다. 부대는 이 포인트를 예산처럼 사용해, 중앙 승인 없이 브레이브 1 마켓에서 필요한 드론, 로봇 등을 직접 주문한다.

 
  브레이브 1이 만든 드론 생태계
 
2025년 12월 4일 우크라이나의 한 작업장에서 기술자가 FPV 드론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2024년 11월에는 중국산 드론 매빅을 대체하는 우크라이나제 ‘슈매빅’이 공개됐다. 정찰과 함께 경량 폭탄도 투하할 수 있다. 러시아군의 전자전 재밍(전파방해)과 에어로스코프 탐지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슈매빅은 독자 개발한 보안 통신 시스템을 탑재했고 현장 수리가 쉽도록 설계됐다. 나토 표준도 충족했다. 매빅 3과 비교하면 비행시간은 1.3배가량 늘었고 카메라 기능도 향상됐다. 가격은 대당 3500달러 수준인데 이는 드론 본체와 각종 기기(조종기, 배터리 등)를 포함한 가격이다.
 
  슈매빅 외에도 브레이브 1은 ‘린자’와 ‘줌’을 탄생시켰다. 린자는 지상 타격을 위한 FPV 공격 드론이다. 머신 비전을 기반으로 표적을 획득한다. 가장 큰 특징은 자동 표적 추적 기능이다. 드론 운용자가 비행 중 특정 목표물(차량, 장갑차 등)을 지정하면, 드론에 장착된 (소형) 컴퓨터가 해당 목표물을 자동으로 추적한 뒤 알아서 자폭한다.
 
  줌은 FPV 공대공 요격 드론이다. 드론 운용자가 고글을 통해 조종하며 러시아 정찰 드론에 접근해 충돌하는 방식으로 쓴다. 고가인 지대공미사일 대신 값싼 FPV 드론으로 러시아의 정찰 자산을 무력화하기 위해 개발됐다. 브레이브 1은 출범 초기 드론 개발 중심에서 지상로봇시스템(UGV), 전자전, 미사일, AI 등 지원 분야를 확대했다.
 
 
  ‘포인트 획득’ 게임화된 戰場
 
브레이브 1 마켓의 사진. 적군을 사살하거나 생포해 포인트를 획득한 뒤 이곳에서 쇼핑하듯 장비를 구매한다. 사진=Brave 1

  브레이브 1이 공급망을 담당한다면, 일선 병력은 ‘아미 오브 드론스 보너스 시스템’을 통해 소비한다. 우크라이나군은 적을 생포·살상하거나 장비를 파괴할 때마다 이를 점수로 환산해 장비 구매에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받는다. 미하일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파괴하면 포인트를 얻고, 그 포인트로 드론을 산다”고 했다. 러시아군 보병 1명을 사살할 때 받는 점수가 2점에서 최소 6점으로 오르자 한 달 만에 사살되는 러시아군 수가 두 배로 늘었다고 한다.
 
  아미 오브 드론스 보너스는 표적 가치에 따라 점수를 차등 지급한다. 적군 보병 사살 6~12점, 항복 유도(포로 획득) 120점, 전차 손상 20점, 파괴 40점이다. 이렇게 모은 포인트로 무기를 사는데, 대표적으로 탄약 15kg을 적재할 수 있는 뱀파이어 드론은 43포인트로 살 수 있다. 이 드론은 열화상 카메라를 탑재해 야간에 러시아군의 장비, 참호, 보급고 등을 정밀 타격한다. 이는 가장 잘 싸우는 부대에 희소 자원(고급 무기 등)을 집중시켜 ‘더 많이 죽일수록 더 많이 죽일 수 있는 드론을 얻는다’는 성과 보상 체계를 만들어 낸다.
 
2025년 3월 31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차시우 야르 인근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뱀파이어’ 공격 드론에 폭탄을 장착하고 있다. 뱀파이어 드론은 브레이브 1 마켓에서 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다. 사진=뉴시스/AP

  2025년 11월 11일 브레이브 1은 페이스북을 통해 “10월 우크라이나 드론에 의해 파괴된 적 보병 2만 5000여 명-본격적인 전쟁 시작 이후 한 달 만에 적 사상자가 가장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증된 영상(근거 자료)은 ‘브레이브 1 마켓’에서 더 많은 드론과 기타 장비를 주문할 수 있다”고 했다.
 
  포인트는 전과(戰果) 검증을 거쳐 제공된다. 러시아군을 공격한 부대는 공격 증거자료(영상 등)를 지휘통제(C2)·전장상황인식 플랫폼인 ‘델타(Delta)’에서 확인받는다. 델타를 통해 포인트를 획득한 부대는 브레이브 1 마켓에서 필요한 무기 체계를 포인트로 구매한다. 보안을 위해 신분 인증을 한 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고르듯 장비를 구할 수 있다.
 
  2025년 5월 20일 일본 라쿠텐(Rakuten) 그룹은 브레이브 1과 협약을 맺었다. 우리로 치면 네이버 같은 기업이 전쟁 중인 나라의 방산 협력체와 손을 잡은 셈이다. 일본은 ‘방위장비 이전 3원칙’에 따라 분쟁 당사국에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할 수 없다. 하지만 ‘라쿠텐-브레이브 1 협력’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이중용도’ 기술(자율 목표 지정, AI 분석, 드론/대드론 체계 등)을 검증하고 실전 데이터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은 정부의 제약 속에서도 민간 기술 협력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고 있지만, K-방산은 하드웨어가 중심이 된 ‘완제품 수출’에 머물러 있다.
 
 
  “북한군, 현대전 익히고 기술까지 전수”
 
  북한은 2024년 10월 전투군을 러시아로 파병했다. 파병 초기에는 러시아와 북한 모두 파병 사실을 부인했으나 2025년 4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은 북한군 파병 사실을 인정했다. 러시아는 북한군을 쿠르스크 지역 전투에 투입했다. 현재 북한군은 이 일대에서 공병 역할을 주로 하며 드론 운용 기술을 비롯해 현대전을 습득하고 있다.
 
  지난 2월 4일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러시아의 지휘를 받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은 포병과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등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HUR은 “북한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전한 이후 약 3000명의 훈련되고 경험이 풍부한 병사들이 북한으로 돌아갔으며, 이들 대부분은 군사교관이 되어 현대전에서 습득한 기술을 북한군에 전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전쟁에 참여하는 핵심 목표는 무인 기술을 습득하고 현대 고강도 전쟁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이라며 “드론 전투 경험 확보는 러시아의 침공을 지원하는 평양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됐다”고 했다.
 

  지난해 5월 북한군 분석 전문가인 CSIS 조지프 버뮤디즈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1967년 중동전쟁 이후 모든 주요 전쟁을 분석해 왔다”며 “이번 전쟁에서도 초기에는 피해를 보았지만, 실전에 적응해 갔다”고 했다.
 
  “산악 지형 중심의 훈련을 받은 북한군은 평원 지대인 쿠르스크의 다층 방어선과 드론 중심 전장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 초기 성과가 저조했다. 실전을 거치며 부대 운용 밀도, 이동·엄호 사격, 드론 대응 능력이 향상됐다. 북한군은 경직된 군대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적응 능력이 있다. 훈련은 길고 강도가 높으며, 체벌도 일상적이다. 손실을 감수하고 돌파하라는 사상이 강하게 주입돼 있다. 특히 부사관급 지휘 수준이 높아지고 전자전(EW) 환경에서의 작전 수행 능력을 축적했다. 또 탄약 소모량에 따른 병참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북한군은 군사훈련국을 통해 실전 교훈이 교리 및 훈련 기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실패 사례(도하작전 등)를 반영한 현실적 훈련으로 전환될 수 있다.
 
  러시아군과의 상호운용성은 제한적이다. 전술 수준에서는 북한군이 독립적으로 작전하며 러시아 고문이 일부 조율하는 형태다.
 
  UAV의 중요성을 재확인함에 따라 소형 자폭 드론 및 드론 운용 전술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탄약의 품질 관리와 보유량 개선, 실전 경험을 가진 병사들의 정보 전파로 인해 북한군의 전반적인 전투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UAV 활용 확대, GPS 및 통신 교란 능력 증대, 특수작전부대의 전술 고도화가 예상된다.
 
  한미연합군은 북한의 변화된 UAV 전술과 고강도 포병 타격 능력을 반영하여 훈련 시나리오를 즉각 개선하고 전자전과 지휘통제, 방어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
 
 
  유용원 “전훈분석단 파견해야”
 
2025년 2월 우크라이나 현지를 방문한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오른쪽)이 북한군 포로를 면담하고 있다. 사진=유용원 의원실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군의 포로가 된 북한군 2명의 존재가 확인됐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현지를 방문해 포로를 면담한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북한군 포로를 하루빨리 송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전훈(戰訓)분석단을 파견해 현대전을 익히고 북한군 동향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지 시각 2026년 2월 5일 미·러·우 3자 협상을 통해 양측 포로 157명이 교환됐지만, 지난해 1월 공개된 북한군 포로 이모씨와 백모씨는 명단에서 제외됐습니다. 이들은 현재 일반 수용소에 수감돼 있으나 신분이 완전히 보장된 상태는 아닙니다. 종전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때 제네바 협약 제118조에 따라 포로 석방과 송환 절차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북한으로 돌려보내질 위험이 큽니다. 북한으로 돌아가는 순간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가혹한 처벌과 생명의 위협입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라도 강제 북송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우리 정부와 이재명 대통령이 외교적, 국제법 상 수단을 총동원해 이들의 안전과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해야 합니다.”
 
  지난해 12월 미국은 국가안보전략(NSS)을 공개했다. 핵심은 ▲부담 이전 ▲직접 개입 회피 ▲현실주의적 비용 관리다. 이를 두고 ‘제2의 닉슨 독트린’이라는 표현이 붙었다. 닉슨 독트린은 베트남전이라는 고비용 전쟁을 계기로 등장했다. 동맹 방위 공약은 유지하되 재래식 전쟁 수행 책임을 동맹국에 이전하는 전략이다. 미 지상군은 베트남에서 철수했고, 미국은 핵 억제와 전략 균형, 데탕트(긴장 완화)를 통한 국제질서 관리에 집중했다.
 
  트럼프 2기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다만 닉슨 독트린이 미국 중심 질서를 전제로 부담을 재조정한 전략이었다면, 트럼프 2기는 질서 자체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는 거래 중심 전략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동맹에 대한 신뢰 문제가 발생한다.
 
 
  닉슨 독트린과 트럼프 2기
 
  닉슨 독트린과 트럼프 독트린에 대한 이해는 러우전의 향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트럼프 2기에서 미국의 목표는 러시아의 결정적 패배가 아니라 전쟁 비용의 통제와 확산 방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베트남전 말기 미국의 전략 변화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전쟁의 목표가 ‘승리’에서 ‘출구 관리’로 전환되는 국면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정책은 조건부 지원으로 재편될 수 있다. 무기 지원은 완전히 중단되기보다는 규모와 속도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유럽 국가들에 대한 재정·군사적 부담 전가 압박이 강화될 수 있다. 외교적으로는 휴전 또는 협상 개시 요구가 노골화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선택지는 좁아진다. 전쟁을 지속하려면 유럽 단독 지원 체제에 더 크게 의존해야 한다. 반대로 협상을 선택할 경우, 영토 문제에서 사실상 양보 또는 동결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파리 협정 이후 남베트남이 처했던 구조와 유사하다. 형식상 자율성은 유지되지만, 실질적 선택지는 제한된다.
 
  러시아 역시 이를 전략적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전선 유지나 제한적 공세를 통해 협상 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 할 수 있다. 동시에 미국과의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 조기 휴전 또는 분쟁 동결(conflict freeze)을 제안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실적인 종결 시나리오는 평화조약이 아닌 장기 휴전이나 분쟁 동결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장기 유보되고, 영토 문제는 법적 해결 없이 현상 유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를 전쟁 확산 방지와 전략 자원의 재배치라는 성과로 제시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닉슨 독트린과 트럼프 2기의 공통 핵심은 미국의 전쟁 부담 축소다. 결정적 차이는 이를 질서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수행하는지,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지에 있다. 이 차이 때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명확한 승패보다는 ‘관리된 종결’, 즉 해결되지 않은 갈등의 안정적 유지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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