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라이 라마가 자신 이후에 환생 없다고 한 건 중국 공산당이 티베트 불교에 개입할 구실 막는 방편”
⊙ “티베트, 中 탄압 심해져도 평화 노선 따를 것”
⊙ “中, 기숙학교 세워 티베트어 교육, 티베트 역사 교육 못 받게 해”
⊙ “티베트 유목민 도시로 강제 이주… 보조금 지급하며 길들여”
⊙ 티베트 자유지수, 北보다 낮아(2024 세계자유보고서)
아르야 체왕 걀포
인도 펀자브대 학사, 아나말라이대 경제학, 델리대 일본학 석사, 델리대 불교학 박사 / 現 주일본 티베트 대사, 前 티베트 정보부 장관 겸 정책연구소 소장
⊙ “티베트, 中 탄압 심해져도 평화 노선 따를 것”
⊙ “中, 기숙학교 세워 티베트어 교육, 티베트 역사 교육 못 받게 해”
⊙ “티베트 유목민 도시로 강제 이주… 보조금 지급하며 길들여”
⊙ 티베트 자유지수, 北보다 낮아(2024 세계자유보고서)
아르야 체왕 걀포
인도 펀자브대 학사, 아나말라이대 경제학, 델리대 일본학 석사, 델리대 불교학 박사 / 現 주일본 티베트 대사, 前 티베트 정보부 장관 겸 정책연구소 소장
- 아르야 체왕 걀포 주일본 티베트 대사가 티베트 영토가 그려진 지도를 들고 자세를 취했다. 사진=월간조선
지난 8월 19일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2024 중국의 미래 국제컨퍼런스’가 열렸다.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고,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강력한 내부 통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아르야 체왕 걀포 주일본 티베트 대표부 대사도 이날 행사에 발언자로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티베트 주민들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인권 탄압과 강압적인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아시아의 대표 민주 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나서 중국의 이 같은 행동을 지적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아르야 대사는 동아시아 여러 국가로부터 티베트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일하고 있다. 대표부가 자리해 있는 일본을 포함해 한국과 필리핀을 대상으로 외교 활동에 나서고 있다.
8월 21일 서울 광화문 인근 모처에서 아르야 대사와 만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中, 티베트 유목민 도시로 강제 이주”
― 한국과 일본엔 티베트인들이 각각 몇 명 정도 있나요.
“한국엔 약 30~40명 정도 거주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250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 현재 티베트 자치구의 중심 도시인 라싸를 비롯해 티베트 전역에서 중국화(sinicize) 작업이 한창입니다. 어떤 식으로 중국화가 이뤄지고 있나요.
“중국 공산당은 여러 방법을 활용해 티베트를 중국화하고 있습니다. 첫째, 티베트 학교를 폐쇄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티베트어와 티베트 역사를 공부할 기회를 앗아가고 있습니다. 대신 기숙학교를 만들어 4~18세 티베트인들을 강제로 입학시킵니다. 그 수만 10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어요.”
― 중국화의 또 다른 방식은 무엇입니까.
“어린 세대가 티베트 불교를 믿지 못하게 탄압하고 있습니다. 만약 부모가 아이를 불교 수도원 학교에 보냈다가 적발되면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중국 당국은 이 아이들을 찾아내 강제로 중국 기숙학교로 보내고 있습니다. 또 달라이 라마 선출 역시 중국 공산당이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티베트인들은 달라이 라마가 계속 환생(還生)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오랜 전통과 역사에 따라 다음 달라이 라마가 선택됩니다. 이런 만큼 티베트인들은 달라이 라마를 깊이 존경하죠. 그런데 그 자리를, 중국 공산당이 자신들 입맛에 맞는 사람을 데려다 앉히겠다고 합니다.”
― 티베트인의 정체성(正體性)을 흔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중국 공산당의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티베트엔 유목민이 많습니다. 주로 야크나 양을 치며 초지(草地)를 찾아 살아가는 이들이죠. 수백, 수천 년에 걸쳐 이어져온 전통이죠. 그런데 중국 공산당은 이 전통을 하루아침에 깨고 이들을 아무 연고도 없는 도시로 강제 이주시키고 있습니다. 그 초지를 개발해 자원을 캐내거나 주변 강에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이유로요. 중국 공산당은 이들 유목민에게 이주의 대가로 보조금 등 혜택을 제공한다고 선전합니다. 실제 보조금이 제공되긴 합니다. 그러나 도시 생활을 전혀 모르는 유목민들은 이 보조금에만 의존하게 됩니다. 점차 공산당에 길들게 되죠.”
“일본 의회, 티베트 망명 정부 발언 기회 마련해줘”
지난 3월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는 ‘2024 세계자유보고서’를 펴냈다. 전 세계 210개 국가를 ‘자유로운 국가(free)’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partly free)’ ‘자유롭지 않은 국가(not free)’로 분류해 점수를 매겼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티베트의 자유지수는 100점 만점에 0점이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는 1점을 받았는데, 이마저도 더 하락한 것이다. 이는 북한(3점), 시리아·남수단(이상 1점)보다도 낮은 점수다.
― 프리덤 하우스의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 역시 이 결과를 알고 있습니다. 현재 티베트는 정보의 ‘블랙 아웃(black-out)’ 상태입니다. 티베트로부터 나오는 정보가 진실인지 알 수 없으며, 티베트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들어가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습니다. 사실상 그렇지 않다고 봐야겠죠. 티베트 곳곳에 중국 공안과 군대가 배치돼 있습니다. 상당한 숫자입니다. 이들 대다수가 티베트 치안 유지가 아닌 주민 감시를 위해 투입된 병력입니다. 2008년 이전만 해도 매년 3000명가량의 티베트인들이 티베트 외 지역으로 오가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감시가 매우 삼엄해졌죠. 더욱이 국경을 맞댄 네팔에도 친중 성향의 공산주의 계열 정부가 들어서며 중국과 협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티베트인들이 외부로 나가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런 곳에서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 티베트 대표부가 있는 일본은 티베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일본 의회는 우리(티베트 망명 정부)의 발언 기회를 항상 마련해줍니다. 지난 2022년 일본 의회는 신장·티베트·내몽골·홍콩 내 인권 탄압 행위 중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일본이 이 같은 목소리를 낸 건 당시가 처음이었죠. 이제 우리는 한국의 역할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용기를 갖고 중국 당국을 향해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달라이 라마, 민주주의 중요성 강조”
― 현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죽음 뒤에 더는 환생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사후 티베트 문제에 대해 달라이 라마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현 달라이 라마는 환생의 목적이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만약 자유세계가 도래한다면 환생할 것이지만, 중국 공산당 지배 체제에서 환생은 없다고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평화가 찾아온 뒤 티베트인들과 티베트 불교계가 그의 환생을 바란다면 언젠가 다시 올 것이라고 말하죠. 이는 중국 공산당이 티베트 불교에 개입할 구실을 막는 방편이기도 합니다. 달라이 라마가 죽으면 판첸 라마(티베트 불교와 정치의 또 다른 지도자)가 다음 달라이 라마를 찾는 권한을 가집니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은 1995년 판첸 라마 11세를 납치하고 엉뚱한 인물을 내세워 판첸 라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인물이 다음 달라이 라마를 지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티베트 불교는 와해하고 말 것입니다. 현 달라이 라마는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티베트 정부 인사들은 티베트인의 투표로 선출돼 5년 임기로 업무를 봅니다. 달라이 라마 사망 이후의 지도자 역시 민주주의 방식에 따라 선거로 뽑을 가능성이 큽니다.”
―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 결과를 두고 티베트 망명 정부는 어떤 분석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티베트에 대한 미국의 입장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티베트-중국 분쟁 해결 촉진법(Promoting a Resolution to the Tibet-China Dispute Act)’에 서명했습니다. 지난 2002년 발의된 ‘티베트 정책법’의 특정 조항을 수정한 법이죠. 지난 5월과 6월 각각 상원과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이 법은 티베트인들의 종교적, 문화적, 언어적, 역사적 정체성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티베트는 고대(古代)부터 중국의 일부였다’고 주장하는 중국 공산당의 입장은 오류라고 지적했습니다. 티베트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달라이 라마와 중국 관리들 사이의 대화를 촉진하는 것 또한 명시했죠. 이 법안이 의회를 넘어 대통령 서명까지 받았으니 대선 결과가 어떻더라도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위 법안에 서명하자 중국 외교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 법안은 미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과 약속에 위배되고, 국제 관계 기본 준칙을 위반한 것이자 중국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 법안은 중국의 이익을 엄중하게 해치고 티베트 독립 세력에 엄중하게 잘못된 신호를 전한다”면서 “미국은 해당 법을 시행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미국이 고집을 부린다면 중국은 반드시 강력한 조치로 자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중국 문명·중국인 아닌 중국 공산당에 반기”
― 티베트 독립을 위해 외교 등 평화적인 방법만을 고수해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무력을 사용한다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티베트가 전 세계 곳곳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유죠. 물론 시간은 오래 걸릴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마음속에 평화가 깃들면 그 평화는 점차 우리 가족으로, 이웃으로, 국가로, 전 세계로 확산할 것입니다. 이는 티베트 불교의 가르침이자 우리 티베트인들의 삶의 철학입니다.”
― 티베트의 현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중국은 위대한 문명을 일군 대단한 나라입니다. 다만 공산당이 들어서면서 이런 문화가 파괴됐습니다. 우리는 중국 문명 혹은 일반적인 중국인들에게 저항하는 것이 아닙니다. 티베트의 정체성을 의도적으로 없애려 하는 중국 공산당에 반기를 든 것이죠. 안전하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사는 건 우리 모두의 권리입니다. 국제사회가 인간 본연의 가치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목소리를 내줬으면 합니다.”⊙
아르야 체왕 걀포 주일본 티베트 대표부 대사도 이날 행사에 발언자로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티베트 주민들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인권 탄압과 강압적인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아시아의 대표 민주 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나서 중국의 이 같은 행동을 지적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아르야 대사는 동아시아 여러 국가로부터 티베트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일하고 있다. 대표부가 자리해 있는 일본을 포함해 한국과 필리핀을 대상으로 외교 활동에 나서고 있다.
8월 21일 서울 광화문 인근 모처에서 아르야 대사와 만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中, 티베트 유목민 도시로 강제 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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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소수민족 자치구 |
“한국엔 약 30~40명 정도 거주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250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 현재 티베트 자치구의 중심 도시인 라싸를 비롯해 티베트 전역에서 중국화(sinicize) 작업이 한창입니다. 어떤 식으로 중국화가 이뤄지고 있나요.
“중국 공산당은 여러 방법을 활용해 티베트를 중국화하고 있습니다. 첫째, 티베트 학교를 폐쇄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티베트어와 티베트 역사를 공부할 기회를 앗아가고 있습니다. 대신 기숙학교를 만들어 4~18세 티베트인들을 강제로 입학시킵니다. 그 수만 10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어요.”
― 중국화의 또 다른 방식은 무엇입니까.
“어린 세대가 티베트 불교를 믿지 못하게 탄압하고 있습니다. 만약 부모가 아이를 불교 수도원 학교에 보냈다가 적발되면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중국 당국은 이 아이들을 찾아내 강제로 중국 기숙학교로 보내고 있습니다. 또 달라이 라마 선출 역시 중국 공산당이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티베트인들은 달라이 라마가 계속 환생(還生)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오랜 전통과 역사에 따라 다음 달라이 라마가 선택됩니다. 이런 만큼 티베트인들은 달라이 라마를 깊이 존경하죠. 그런데 그 자리를, 중국 공산당이 자신들 입맛에 맞는 사람을 데려다 앉히겠다고 합니다.”
― 티베트인의 정체성(正體性)을 흔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중국 공산당의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티베트엔 유목민이 많습니다. 주로 야크나 양을 치며 초지(草地)를 찾아 살아가는 이들이죠. 수백, 수천 년에 걸쳐 이어져온 전통이죠. 그런데 중국 공산당은 이 전통을 하루아침에 깨고 이들을 아무 연고도 없는 도시로 강제 이주시키고 있습니다. 그 초지를 개발해 자원을 캐내거나 주변 강에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이유로요. 중국 공산당은 이들 유목민에게 이주의 대가로 보조금 등 혜택을 제공한다고 선전합니다. 실제 보조금이 제공되긴 합니다. 그러나 도시 생활을 전혀 모르는 유목민들은 이 보조금에만 의존하게 됩니다. 점차 공산당에 길들게 되죠.”
“일본 의회, 티베트 망명 정부 발언 기회 마련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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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야 체왕 걀포(왼쪽) 주일본 티베트 대사는 방한 기간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운데)를 만나 티베트 인권 현안을 논의했다. 사진=아르야 체왕 걀포 대사 |
― 프리덤 하우스의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 역시 이 결과를 알고 있습니다. 현재 티베트는 정보의 ‘블랙 아웃(black-out)’ 상태입니다. 티베트로부터 나오는 정보가 진실인지 알 수 없으며, 티베트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들어가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습니다. 사실상 그렇지 않다고 봐야겠죠. 티베트 곳곳에 중국 공안과 군대가 배치돼 있습니다. 상당한 숫자입니다. 이들 대다수가 티베트 치안 유지가 아닌 주민 감시를 위해 투입된 병력입니다. 2008년 이전만 해도 매년 3000명가량의 티베트인들이 티베트 외 지역으로 오가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감시가 매우 삼엄해졌죠. 더욱이 국경을 맞댄 네팔에도 친중 성향의 공산주의 계열 정부가 들어서며 중국과 협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티베트인들이 외부로 나가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런 곳에서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 티베트 대표부가 있는 일본은 티베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일본 의회는 우리(티베트 망명 정부)의 발언 기회를 항상 마련해줍니다. 지난 2022년 일본 의회는 신장·티베트·내몽골·홍콩 내 인권 탄압 행위 중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일본이 이 같은 목소리를 낸 건 당시가 처음이었죠. 이제 우리는 한국의 역할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용기를 갖고 중국 당국을 향해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달라이 라마, 민주주의 중요성 강조”
![]() |
달라이 라마 |
“현 달라이 라마는 환생의 목적이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만약 자유세계가 도래한다면 환생할 것이지만, 중국 공산당 지배 체제에서 환생은 없다고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평화가 찾아온 뒤 티베트인들과 티베트 불교계가 그의 환생을 바란다면 언젠가 다시 올 것이라고 말하죠. 이는 중국 공산당이 티베트 불교에 개입할 구실을 막는 방편이기도 합니다. 달라이 라마가 죽으면 판첸 라마(티베트 불교와 정치의 또 다른 지도자)가 다음 달라이 라마를 찾는 권한을 가집니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은 1995년 판첸 라마 11세를 납치하고 엉뚱한 인물을 내세워 판첸 라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인물이 다음 달라이 라마를 지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티베트 불교는 와해하고 말 것입니다. 현 달라이 라마는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티베트 정부 인사들은 티베트인의 투표로 선출돼 5년 임기로 업무를 봅니다. 달라이 라마 사망 이후의 지도자 역시 민주주의 방식에 따라 선거로 뽑을 가능성이 큽니다.”
―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 결과를 두고 티베트 망명 정부는 어떤 분석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티베트에 대한 미국의 입장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티베트-중국 분쟁 해결 촉진법(Promoting a Resolution to the Tibet-China Dispute Act)’에 서명했습니다. 지난 2002년 발의된 ‘티베트 정책법’의 특정 조항을 수정한 법이죠. 지난 5월과 6월 각각 상원과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이 법은 티베트인들의 종교적, 문화적, 언어적, 역사적 정체성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티베트는 고대(古代)부터 중국의 일부였다’고 주장하는 중국 공산당의 입장은 오류라고 지적했습니다. 티베트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달라이 라마와 중국 관리들 사이의 대화를 촉진하는 것 또한 명시했죠. 이 법안이 의회를 넘어 대통령 서명까지 받았으니 대선 결과가 어떻더라도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위 법안에 서명하자 중국 외교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 법안은 미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과 약속에 위배되고, 국제 관계 기본 준칙을 위반한 것이자 중국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 법안은 중국의 이익을 엄중하게 해치고 티베트 독립 세력에 엄중하게 잘못된 신호를 전한다”면서 “미국은 해당 법을 시행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미국이 고집을 부린다면 중국은 반드시 강력한 조치로 자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중국 문명·중국인 아닌 중국 공산당에 반기”
― 티베트 독립을 위해 외교 등 평화적인 방법만을 고수해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무력을 사용한다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티베트가 전 세계 곳곳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유죠. 물론 시간은 오래 걸릴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마음속에 평화가 깃들면 그 평화는 점차 우리 가족으로, 이웃으로, 국가로, 전 세계로 확산할 것입니다. 이는 티베트 불교의 가르침이자 우리 티베트인들의 삶의 철학입니다.”
― 티베트의 현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중국은 위대한 문명을 일군 대단한 나라입니다. 다만 공산당이 들어서면서 이런 문화가 파괴됐습니다. 우리는 중국 문명 혹은 일반적인 중국인들에게 저항하는 것이 아닙니다. 티베트의 정체성을 의도적으로 없애려 하는 중국 공산당에 반기를 든 것이죠. 안전하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사는 건 우리 모두의 권리입니다. 국제사회가 인간 본연의 가치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목소리를 내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