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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시진핑의 역설

시진핑의 장기 독재와 전랑외교

한국인의 자존심 건드려 중국과 멀어지고 미·일과 가까워지게 만들어

글 : 주재우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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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의 중국몽, 중화민족의 부흥과 공산주의 실현 모두 추구
⊙ AIIB 가입, 사드 문제 등으로 중국에 대한 ‘3종 환상 세트(통일, 비핵화, 중국 시장 확보를 위한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 깨져
⊙ 사드 사태 이후 한류 및 상품 시장 다변화

朱宰佑
1967년생. 美 웨슬리언대 정치학 학사, 中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석·박사 / 국가안보정책연구소(現 국제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무역협회 무역연구소(現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역임. 現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한중사회과학회 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회장(2023년) / 저서 《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 한국전쟁에서 사드 갈등까지》 《팩트로 읽는 미중의 한반도 전략》 《북미관계: 그 숙명의 역사》
2023년 3월 10일 국가주석 취임 선서를 하는 시진핑. 이로써 시진핑은 집권 3기에 접어들면서 장기 집권의 길을 가게 됐다. 사진=신화/뉴시스
  시진핑(習近平)이 2012년에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이후 장기 집정하면서 우리와의 관계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의 집권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의 정치 체제는 전체주의적 독재 통치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2017년 재임 취임 자리에서 시진핑은 2035년까지 중국의 사회주의 현대화의 기초 건설의 완성을 이루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통치 노선이 우리의 가치, 이념, 사상과 본질적으로 다른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는 한국과 중국 양국 관계에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중국몽(中國夢·중국의 꿈)’이 함께 발표되었다. 중국의 꿈 자체가 중화사상의 부활과 중화민족의 부흥, 그리고 사회주의 실천과 공산주의의 실현을 모두 좇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대중국 외교에 상당한 도전과제가 되었다.
 
  중국공산당은 창당 이후 ‘중체서용(中體西用)’의 방식으로 서구 공산주의의 대사상인 마르크스주의, 레닌주의를 중국화하면서 중국의 공산혁명의 승리를 이끌고, 중국을 완전한 공산주의 국가로 만들려 해왔다. 이미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으로 공산혁명이 승리했기에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이제 남은 것은 중국을 공산주의 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중국공산당은 사회주의 노선을 걸으며 사회주의 체제의 완성도를 높이려 한다.
 
  이런 정치적 사명감과 국정 목표를 가지고 중국을 통치하는 중국공산당이 이제는 ‘중국의 꿈’의 대외적인 목표, 즉 ‘인류운명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외교 전선에서 투쟁하기 시작했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사태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의 취약점이 노출되자 중국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중국에 대한 착각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9월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등 대중외교에 공을 들였으나 기대했던 결실을 얻지 못했다. 사진=뉴시스
  자신이 미국에 견줄 수 있는 국력을 갖췄다는 판단 아래 자신의 목소리를 드높이면서 행동으로도 존재감을 알리려 했다. 이의 비근한 예가 미국과의 투쟁에서 물러서지 않는 것도 있지만, 2010년에 주변국을 ‘소국(小國)’으로 치부하는 중국 외교장관의 언사였다. 이런 배경에서 시진핑 정권이 2012년에 들어선 것이다. 이후 중국이 외교, 군사, 안보, 경제통상, 이념, 사상, 문화, 가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들과도 척지기 시작했다.
 
  중국의 이러한 야심을 모른 채 한국은 중국의 우호적인 접근에 현혹된 채 미국과 중국을 ‘다 잡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2011년 말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정권을 잡은 김정은이 신정권 체제 구축에 매진하면서 북한이 동북아의 외교 무대에서 사라진 상황이 이런 착각을 부추겼다. 1994년 김일성 사망으로 김정일이 정권을 잡은 후 1999년까지 북한이 폐쇄 정책을 구사한 사실을 망각했다. 당시 북·중 간의 교류 단절로 소원해진 관계 회복에 대한 결정권은 북한에 있었음을 시진핑은 잊지 않았다.
 

  시진핑은 이런 상황을 역이용해 중국의 최고지도자로 등극한 후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이례적인 외교 행보를 연출, 우리 지도자를 현혹했다. 우리 지도자는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주문하는 ‘통일 대박론’과 북한 비핵화의 실현 가능성이 점지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중국과의 관계에 매진했다.
 
  이에 고무된 중국은 2015년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이라는 ‘미끼’를 우리에게 던졌다. 우리는 이를 덥석 물었다. 이는 중국과의 경제 협력 확대의 계기로 확신하면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 대한 우리의 ‘3종 환상 세트(통일, 비핵화, 중국 시장 확보를 위한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가 환상이 아님을 확신한 결과다.
 
 
  ‘중국 포비아’
 
  그러나 중국은 AIIB 가입 문제를 놓고 한국 사회가 극심한 분열상을 보이자 미국 동맹 체제에서 우리가 ‘약한 고리’라는 확신을 얻었다. 같은 시기에 사드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친북·종북 세력까지 중국의 반대 입장에 합세했다. 중국은 이런 광경을 목격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중국에 이보다 더 좋은 ‘전랑(戰狼)외교’의 먹잇감은 없었다. 사드 배치 결정이 2016년 7월에 있은 후 하반기부터 중국은 우리와의 관광과 문화 사업 및 교류 활동 제재에 나섰다. 사드가 자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며 자국민을 애국주의로 선동하면서 우리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도 일으켰다.
 
  이때부터 한국에서는 ‘중국 포비아(공포증)’가 생겨났다. 중국에 저자세로 임하면서 우리 국익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 중국의 반응부터 의식하는 악습관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중국은 한미동맹에서부터 우리 국내 정치, 사회, 경제 현안에까지 사사건건 위압적인 언사와 고압적인 자세로 우리를 대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매사에 ‘후과(後果·결과)’를 두려워하라는 식의 경고를 일삼았다.
 
 
  전랑외교에 대한 역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사드 사태의 와중이던 2017년 1월 중국을 방문, 환대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이제는 중국이 자국 내 사정으로 우리에게 운송하기로 한 화물을 제때 선적하지 않아도, 우리는 ‘우리가 중국에 잘못했나,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 점은 없나’를 생각한다. 최근 우리가 겪은 두 차례의 요소수 사태에서도 이런 우리의 저자세적 외교 태도가 발현됐다. 우리가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 다변화를 촉구하는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드 제재를 비롯한 중국의 전랑외교가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수도 있다.
 
  지난 5000 년 역사 동안 우리는 역경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은 적이 부지기수다. 풀은 밟히면 밟힐수록 강해지는 성질도 있으나 바람이 불면 바람의 방향대로 누울 줄 아는 유연함도 가지고 있다. 영어식 표현으로 ‘구부러 질 때까지 굽으나 부러지지 않는(bend but don’t break)’ 게 우리네 민초의 특징이다. 그리고 반드시 반등(反騰)한다. 반등의 계기는 우리의 정체성(正體性), 가치, 문화, 전통 등과 같은 우리 존재의 의미가 훼손될 때이다.
 
  외교는 생물이다. 국내외 환경과 정세 변화에 따라 대응하는 방식이 다양해지는 것이 외교의 속성이다. 특히 상대국이 상대적으로 더 강하고, 고압적이고 위압적인 언행을 일삼을 때, 약소국(弱小國)의 전략적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진다. 동맹, 연대(連帶), 연합 등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도 강대국의 위압에 굴종하며 주권을 내준 나라는 거의 없다. 패전(敗戰)이나 매국(賣國)이 아니고선 말이다. 더욱이 우리가 한미동맹이라는 탄탄한 안전장치를 구비한 상황에서 중국의 위압과 두려움에 가치와 이념이 다른 중국을 선택할 리 만무하다.
 
  중국이 전랑외교를 펼치면서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린 결과는 오늘날 우리 국민의 중국에 대한 높은 비호감도(평균 70% 이상)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작금의 중국은 자유민주 가치에 반하는 가치와 이념을 추종하고 있어 우리 국민에게 이질적인 나라로 연상되고 있다. 고압적인 자세로든, 위압으로든 중국이 우리를 자기네 편이나 진영으로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6·25 전쟁을 겪고 몇 세대가 지났지만 우리네 젊은 세대들이 공산주의, 사회주의에 반감은 아니더라도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중국이 간과한 것이다.
 
  중국의 전랑외교는 한국인들에게 존재의 의미와 정체성을 고찰하는 기회와 시간을 제공했다. 우리의 대외 협력 관계의 범위와 영역, 그리고 우리의 외교 지평도 비례적으로 확대되었다. 중국이 우리의 방공식별구역(KADIZ), 서해 중간선을 무단 침입하는 군사적 도발의 빈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한미동맹이 더욱 강화되는 역효과(?)도 뒤따랐다. 심지어 우리의 대외 군사 협력의 지평이 확대되는 효과도 있었다. 일본,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와의 군사 협력 관계가 강화되는, 그야말로 역설적인 결과가 이어졌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 우리나라의 외교 입지와 위상은 더욱 강화되었다.
 
 
  ‘희토류 독립’
 
  경제통상 분야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2000년대 초부터 무역 의존도가 80% 가까운 우리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역 시장의 다변화가 요구되었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옆에 둔 탓에 우리는 한동안 이런 주문을 무시하고 안주했다. 사드 사태는 이런 미몽(迷夢)에서 깨어나는 계기가 됐다.
 
  우리를 일깨운 사건에는 미·중 전략 경쟁 시대의 개막도 있었다. 4차산업 영역에서 격렬하게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미국과 그 우방에 중국이 희토류(稀土類)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군림하고 있었던 것은 불편한 일이었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미국은 1970~80년대에 중단한 희귀광물 생산의 재개를 2021년부터 검토 중이다. 117회기(2021~22)와 118회기(2023~24) 미 의회가 다양한 법안을 상정했다. 과거에 미국이 희귀광물 탄광을 폐광한 것은 수자원과 전력 공급, 환경과 자연보호, 오염수 처리 등의 문제가 컸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이 희토류와 희귀광물 관련 탄광 산업을 재개하더라도 생산까지 약 16년 정도 걸릴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미 백악관의 안보 담당 부서와 상무부는 2022년 핵심 광물 리스트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대처에 대한 전략보고서를 출간하면서 시장 다변화 전략에 역점을 두고 있다.
 
  우리 역시 이런 흐름에 행보를 같이하고 있다. 2023년 2월에 산업통상자원부가 ‘희귀광물품목 확보 전략’을 발표하고 한국산업은행은 같은 해 11월에 ‘핵심 광물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 보고서: 4대 소재(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및 희토류, 텅스텐에 관한 연구’의 정책제언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비록 미미하지만 소수의 핵심 광물 종류에서 우리의 대중국 수입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안티몬의 비중이 2018년 89.2%에서 2023년 73.3%로 감소했다. 코발트 또한 49.1%(2018)에서 29.3%(2023)로 줄었고, 백금도 16.2%에서 7.2%로 하락했다.
 
 
  “한류 지출, 2030년까지 두 배 성장할 것”
 
  그러나 전기차와 반도체 수요의 급증으로 인한 핵심 광물에서는 아직도 중국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흑연의 경우 2018년 중국 수입 비중이 65.2%였으나 2023년에는 79.3%로 상승했다. 리튬 또한 2018년 32.1%에 불과했으나 2023년 59.3%로 증가했다. 이들은 희토류와 함께 반도체와 대용량 배터리 제조에 있어 필수 광물이기 때문에 정부가 지난해 마련한 대응 전략의 조속한 실천이 필요하겠다.
 
  중국이 사드 제재의 일환으로 아직도 한류(韓流)를 막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우리의 KBS 월드와 아리랑TV의 수신을 차단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예술인, 예능인, 연예인의 중국 시장 활동이 허용될 리 만무하다. 하지만 우리 문화 산업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중국 시장이 차단되자 우리의 한류는 오히려 중국 이외의 다른 세계를 무대로 뻗어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산 소비재의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의 K-팝, K-컬처, K-드라마, K-영화 등이 해외 시장에서 성황을 누리면서 잠재적 구매자의 구미를 당긴 것이다. 이로써 파생된 결과가 K-뷰티, K-푸드, K-패션 등의 등장이다. 중국이 우리 한류의 진출을 막아서면서 역설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난 7월 15일 틱톡코리아가 발표한 ‘백서(숏폼 시대의 한류: 짧고 강력한 콘텐츠로 승부하다)’에는 한류와 우리의 소비재 시장 확대와의 상관관계가 실렸다. 이 백서는 “전례 없는 한류의 성공은 국내 기업들의 막강한 성장세와 해외 진출에 힘입어 둔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서 “한류 지출 규모는 올해 760억 달러(약 10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백서는 “한류 지출 규모는 오는 2030년까지 두 배 가까이 증가해 1430억 달러(약 197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고 “아직 한류 관련 구매를 한 적이 없는 잠재 소비자까지 포함하면 2030년엔 약 1980억 달러(약 273조원)가 될 것”으로 시장 평가를 내렸다.
 
  이 연구를 위해 틱톡코리아는 지난 4월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의 국가에서 18~45세 연령대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설문조사에 응한 2018명 중 92%가 한국 드라마와 가요 때문에 한국 제품과 브랜드에 더 관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75%는 K-드라마나 K-팝 때문에 한국 스킨케어 제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57%는 한국의 웹툰이나 드라마를 보고 한식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미국, K–푸드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부상
 
  미국이 K-푸드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부상한 이유도 역시 한류와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주요 시장 농림축산식품 수출 실적 자료를 보면, 대미 수출 금액은 올해 1~4월 4억7900만 달러(약 6500억원)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일본이 4억 5200만 달러, 중국이 4억4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각각 2위와 3위로 하락했다. 동 기간 동안 국가별 농식품 수출 금액은 미국이 작년 동기 대비 15.9% 증가했으나, 일본은 5.7%, 중국은 1.8% 각각 감소하면서 1위와 2위 자리를 내주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3대 화장품 수출 또한 한류에 힘입어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선전했다. 비록 중국이 아직 우리 화장품의 최대 수출 시장인 것이 사실이나, 소비 위축, 한한령(限韓令)과 애국 소비 등의 원인으로 우리의 대중국 화장품 수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2022년 우리의 대중국 소비재 수출은 5.6% 감소했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 우리 화장품 제품은 중국의 것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5위로 올라섰다. 일본 시장에서도 2022년 우리 제품이 프랑스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우리의 색조 화장품이 이 같은 결과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일본 기업이 색조 화장품에 소홀한 틈을 타 우리의 브랜드가 공백을 메운 결과로 분석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일본의 10~20대를 겨냥한 우리 색조 화장품의 진출 전략이 먹혀들어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K–콘텐츠를 통한 한류의 확산
 
  지난 6월 25일에 공개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소비재 수출동향’ 보고서 또한 우리 소비재의 수출 능력을 확신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지난해에 기록한 992억 달러를 넘어서 1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의 소비재 수출의 약진은 한류에 힘입어 세계 경기나 시장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도 분석되었다. 세계 주요 소비재 10개 수입국의 수입이 작년 한 해 0.6% 감소했지만 우리의 소비재 수출은 23.4% 증가한 것이 이의 방증이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 시장의 부상이 우리 소비재 산업의 호재로 작용한 것도 한류와 직접적인 상관이 있다. 2022~23년 우리의 영화 작품, 영화인 및 배우, 대중가수 등이 미국 문화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런 분석 결과에 의거해 코트라는 우리의 한국 소비재 수출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주력·신성장 품목의 약진,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경쟁력 제고” 등을 꼽으면서도 “K-콘텐츠를 통한 한류의 확산”을 강조했다.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지난달 출판한 저서 《대한민국 100년 통사》에서 우리의 기구한 반도(半島)의 운명이 다른 반도에 비해 특이한 점을 얘기했다. “이탈리아반도, 튀르키예반도, 스페인반도, 스칸디나비아반도, 그리스반도, 인도차이나반도 등 모두 동서남북으로 여러 나라, 여러 지형의 대륙국가들과 해양국가들이 존재”해서 반도 국가의 전략인 원교근공(遠交近攻)과 합종연횡(合從連橫)을 구사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는 기구하게도 대륙국가로 중국, 해양국가로 일본만이 있다. 그럼에도 신라가 992년, 고구려 약 708년, 백제 678년, 고려 474년, 조선 518년 등 우리의 역대 왕조가 중국보다 더 긴 생명력을 가지고 장수했다. 자강, 자립, 자성을 반복하면서 키워진 생존 능력을 우리는 타고난 것이다. 누군가 강압하면 강압할수록 더 강해지고 유연해지는 우리의 민족적 속성을 중국도 이참에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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