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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차관급 인사, 한국 대선 개입 시도했다”

“이 얘기만 해, 대선 자금은 얼마든지 줄 테니 한 번 만나자고”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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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팡밍 정협 외사위 부주석 겸 차하얼학회장, 朴 탄핵 정국 당시 김상순 박사에게 문재인과 만남 주선 요청
⊙ 문재인, 집권 후 한팡밍에게 수교훈장 수여
⊙ ‘차하얼학회를 숨기고 접근하라’ ‘한국이 여는 정상회의 정보 알려주면 사례금 주겠다’
⊙ ‘공공외교’ 표방하는 中 차하얼학회 설립자 한팡밍, 한국 지도층과 잦은 접촉
⊙ 국내 ‘中 비밀경찰서’ 논란, 동방명주 조성 당시 내부 사진 최초 공개
2017년 5월 10일 차하얼학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진이다. 한팡밍(왼쪽) 차하얼학회 회장과 문재인(오른쪽) 전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차하얼학회
  중국 차관급 인사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차기 대선 유력 주자로 떠오르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대선 자금 지원’ 의사를 전달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이 진행되던 2017년 2월, 김상순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박사는 한팡밍(韓方明) 당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외교위원회 부주석으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정협 외사위 부주석은 우리나라로 치면 차관급에 해당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중국 차하얼학회(察哈爾學會) 회장과 고급연구위원으로, 이들은 지금까지도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차하얼학회에 대해선 지난달 《월간조선》 8월호에서 소개한 바 있다. 기자는 김상순 박사의 말을 검증하기 위해 그에게 출입국 기록, 연락 내용 캡처 화면 등의 관련 자료들을 요청해 제공받았다. 이에 따르면 중국 차하얼학회는 최근까지도 사람을 시켜 한국의 정치, 외교에 관한 내부 정보를 수집하려고 했으며 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에겐 ‘사례금’ 명목으로 금전 지급도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보 당국이 국내 중국 비밀경찰서로 결론 내린 서울 송파구 소재 ‘동방명주’의 조성 당시 촬영한 내부 깊숙한 공간의 사진도 입수해 처음 공개한다. 지난 7월 25일 만난 김 박사는 “한팡밍 회장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국의 비정상적인 공작 행태를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말한다”고 입을 열었다. 먼저 문제의 발언부터 살펴본다.
 
 
  “얼마든지”
 
2016년 9월 4일 김상순(왼쪽) 박사와 한팡밍(오른쪽) 차하얼학회 회장이 중국 차하얼학회 본부에서 함께 찍은 사진. 사진=김상순 박사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고 문재인 대통령 후보 쪽에 찾아가서 이 얘기만 해. 대선 자금은 얼마든지 줄 테니 한 번 만나자고.”
 
  김상순 박사는 현재 차하얼학회 고급연구위원이다. 김 박사는 차하얼학회 설립자이자 현직 회장인 한팡밍 당시 중국 정협 외교위 부주석으로부터 이 같은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시기는 2017년 2월 20일부터 같은 달 27일 사이, 폭설이 내린 평일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2017년 2월 21일 화요일엔 늦은 밤까지 중국 베이징 전역에 대설(大雪)이 쏟아진 사실이 확인됐다. 대화가 이루어진 장소는 당시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방송사 LeTV 사무실이다. 한팡밍 차하얼학회 회장은 이때 LeTV 부회장 직책을 겸하고 있었다. 동시에 정협 외사위 부주석이기도 했다. 김상순 박사는 “중국은 차관급 인사가 공산당의 승인 없이 독단적으로, 특히 외교에 관해 결정을 내릴 순 없는 구조”라며 “대선 자금을 ‘얼마든지’ 주겠다고 말한 걸 보면 공산당 또는 돈을 댈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고, 개인의 허언(虛言)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김 박사에게 물었다.
 
  ― 한팡밍 회장이 정확히 ‘대선 자금’을 대겠다고 한 기억, 확실합니까.
 
  “저한테 ‘분명히 대선 자금을 얼마든지 지원하겠다’고 했어요. 중간에 다리를 놓기 위해 밥을 먹거나 하는 비용을 말하는 건 줄 알았는데 확실하게 대선 자금이라고 했어요. 제가 ‘설마 대선 자금을 말하는 거냐’고 재차 물어봐도 ‘그렇다’고 하는 거예요.”
 
  ― 공공외교를 표방하는 차하얼학회의 예산을 쓰겠다는 말일 수도 있지 않나요.
 
  “차하얼학회 예산에 대해 정확히는 모르지만, 한국 대선 자금을 댈 정도는 절대 아닙니다. 제가 차하얼학회 고급연구위원으로 있는데 급여가 따로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학술 행사 등에 나갈 때 약간의 강연료나 원고료를 받을 뿐입니다.”
 

  ― 한팡밍 회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고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만나서 할 얘기가 있다고 했어요.”
 
  ― 무슨 얘기를 하겠다는 건가요.
 
  “그건 말하지 않았어요. 할 얘기가 있다고만 했어요. 그러며 차하얼학회 내 저처럼 한팡밍 회장과 오랜 세월 알고 지낸 가까운 사람이라 해도 자신의 제안을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 그래서 한팡밍 회장의 제안을 수락했습니까.
 
  “안 했죠. 일단 한국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데 그런 제안을 수락할 리도 없고, 자칫 외부에 알려지면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극구 만류했어요. 그리고 만나더라도 적어도 민주당 경선이 끝난 다음에 만나자고 제안을 하고, 돈(대선 자금)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당부했죠.”
 
  이처럼 김상순 박사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한팡밍 회장의 자금 조달 의사를 전하지 않았다. 김 박사는 “제가 거절했으니 다른 사람에게 시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7년 5월 10일 차하얼학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한팡밍 회장이 만난 모습을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엔 “한팡밍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외교위원회 부주석이자 차하얼학회 회장은 지난 6개월 동안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여야 고위 인사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적혀 있다. 또 한팡밍 회장은 같은 해 5월 12일 《아주경제》에 기고한 글에서 “(2017년 5월) 10일 오전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문재인 후보가 한국의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며 “필자도 9일 자정이 지나자마자 문 후보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듬해 한팡밍 회장은 문재인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수교훈장 흥인장’을 받았다. 2018년 2월 18일자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당시 노영민 주중 대사가 베이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수훈사를 낭독했다. 이에 따르면 한팡밍 회장은 한중 우호 교류 증진을 위해 노력한 점과 양국 교류에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김상순 박사의 출입국 증명서. 사진=김상순 박사
 
  사례금 제시
 
김상순 박사에 의하면, 한팡밍 회장은 최측근 C씨를 통해 ‘서울에서 열리는 제3회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사람을 보내 내용을 알아오면 1만 위안의 사례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김 박사와 C씨의 해당 대화 내용 캡처. 사진=김상순 박사
  차하얼학회는 최근까지도 김상순 박사에게 한국의 내정 관련, 정보 수집을 요구했다. 이에 따른 향응도 약속했다. 이는 김 박사가 한팡밍 회장의 최측근 C씨와 나눈 위챗(중국의 온라인 메신저) 대화 내용을 통해 확인됐다. C씨가 한 회장의 최측근이라는 사실은 그의 지위, 직책 등에 의해 확인됐다. 김 박사에 의하면, 한팡밍 회장은 지난 2월 23일 C씨를 통해 김 박사에게 내달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한 내부 정보를 조사해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김 박사에게 1만 위안, 한화 약 18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김 박사는 이를 거절했다. 그는 C씨에게 “1만 위안이 아니라 100만 위안을 준다고 해도 관심없다” “나를 활용하려면 좀 더 공개적이고 의미가 있는 걸로 해달라”라며 선을 그었다. 김 박사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C씨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자 C씨는 ‘알겠다’고 답했다.
 
  이로부터 이틀 전인 2월 21일에도 김 박사는 C씨와의 메신저(위챗) 통화를 통해 “아는 사람이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여한다면 더 좋고, 어떤 내용의 이야기들이 오가는지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C씨는 “누군가를 파견해서 알아볼 수는 없느냐, 필요한 비용은 주겠다”며 “김 박사가 (행사에 보낼) 사람을 찾아봐라. 비용은 대겠다”고 했다고 한다.
 
  서울에선 처음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해 중국이 보인 관심도는 관영 매체를 통해 드러난다. 이 행사를 앞둔 지난 3월 18일, 중국은 영문판 관영지 《글로벌타임스》 사설을 통해 “개최국인 한국은 참여 국가나 지도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고, 다음 정상회담이 열릴지 여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같은 날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폄하하는 논조의 칼럼만 3건 내보냈으며 그중 소속 기자가 쓴 것엔 “광대 쇼(clown show)”라는 조롱도 있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행사를 앞둔 그해 3월 28일, C씨는 이와 관련한 한국 내부 소식을 김 박사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김 박사에겐 한국과 중국의 정보기관 요원들이 찾아오는 일이 반복됐다. 김 박사는 “웨탄(約談·면담) 형식으로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들에게 불려가 조사를 받은 적이 셀 수 없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차하얼학회 얘기는 숨겨라”
 
김상순 박사가 한팡밍 회장의 최측근 C씨로부터 받은 연락. C씨는 김 박사에게 국제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의 연락처를 알려주며 그와 접촉하되, ‘차하얼학회에 관한 이야기는 숨기고 접근하라’고 했다. 사진=김상순 박사
  김상순 박사는 2021년 8월 29일 한팡밍 회장의 최측근 C씨로부터 ‘차하얼학회 얘기를 숨기고 한국계 미국인과 접촉해보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 C씨가 언급한 한국계 미국인은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에서 북한 담당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케이 석(Kay Seok) 씨다. 김 박사의 말에 따르면, C씨는 석씨의 한국 휴대폰 번호와 사무실 전화번호까지 알려주면서 “석씨에 대해 알고 싶고, 차하얼학회에서 협력할 것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하얼학회라는 명칭은 숨기고 접촉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김 박사는 이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C씨에게는 “협력은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 이러한 제안들을 거절하고 나서 한팡밍 회장과의 사이가 소원해지진 않았나요.
 
  “그 뒤에도 소통을 했고, (한팡밍 회장이) 다른 정보나 궁금한 게 있으면 저에게 물어보곤 했으니까 어색해진 건 아니지 않을까요?”
 
  ― 선을 넘은 감이 있지만, 외국 관련 정보 수집은 학술단체가 할 수 있는 활동 범위 아닌가요.
 
  “아니죠. 학회 이름을 숨기고 사람을 시켜 정보를 빼오라는 게 무슨 학술 활동입니까. 다른 나라가 진행하고 있는 외교 활동 정보를 알아오고, 그 대가로 돈을 주겠다고 하는 학술단체가 있습니까. 학자들을 스파이로 이용하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나라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에게 돈을, 그것도 얼마든지 대겠다고 하는 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것이 뭘 의미하겠습니까. 대선일 때 이 지경인데,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라고 안 그럴 것 같나요. 이건 한팡밍 회장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이 이미 하고 있는 작업이에요.”
 
  ― 한팡밍 회장이 원래 이런 식으로 활동했나요.
 
  “제가 잘못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알고 있던 한팡밍 회장의 모습은 아닙니다. 어쨌든 한팡밍 회장이 공산당의 지시를 받아서 이러한 활동을 했든 본인이 자의적으로 했든, 이건 잘못된 거죠. 한팡밍 회장을 몇 년간 알았지만, 이런 정도의 비정상적인 활동을 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어요. 이런 건 아마 본인의 자의보다는 공산당의 지시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민주당과 긴밀
 
  김상순 박사는 한팡밍 회장과 어떤 관계이기에 이처럼 은밀한 제안을 받았을까. 김상순 박사는 2015년 5월 차하얼학회 연구위원으로 선발됐다. 그러고 2018년 1월 고급연구위원으로 승격됐다. 김 박사에 따르면, 차하얼학회는 정치적 의미 또는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고급연구위원 직함을 준다고 한다.
 
  실제로 북중(北中) 수교 70주년을 맞아 양측 간 교류가 활발해지던 2019년, 한팡밍 회장은 북한 김일성대학교 조선어교육연구실의 배광희 교수와 양옥주 교수에게 차하얼학회 고급연구위원 직책을 직접 수여했다. 이때 ‘김일성대학교 내 차하얼연구소()’를 설립할 계획도 논의됐다. 한국에선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8월 차하얼학회 국제자문위원에 위촉됐다. 김상순 박사도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국제관계 전문위원 등의 직을 지낸 바 있다.
 
  한편 지난해 5월 26일 김진표 당시 국회의장은 관저에 한팡밍 회장을 비롯한 차하얼학회 대표단을 초청, 만찬회를 열고 한중 간 이해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그다음 달인 6월 8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자신의 관저로 초청하고는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건 오판이며 반드시 후회한다”며 협박성 발언을 해 양국 관계가 경색됐다. 그러자 며칠 뒤 13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베이징 차하얼학회를 방문했다. 차하얼학회에 따르면, 의원대표단 단장으로 나선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현재 양국 관계가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까운 이웃으로서 양국이 ‘헤어질 수 없는 부부’처럼 갈등과 이견이 불가피하다”고 했다고 한다.
 
 
  “중국, 朴 탄핵을 안줏거리 취급”
 
  김 박사 얘기로 돌아와서,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계기로 한팡밍 회장과 가까워졌다고 했다. 김 박사는 “탄핵 정국 당시 중국 관변 기관들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가십(소문)을 주로 다뤘기 때문에 한팡밍 회장 입장에선 본질적인 사정을 알고 싶었던 것 같다”며 “그러한 것들에 대해 ‘설마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 정도였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 한팡밍 회장과 평소에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
 
  “한팡밍 회장은 대개 한국에 대해 궁금한 걸 물어봐요.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는 제가 서울에 다녀올 때마다 만났어요. 사적으로 밥을 먹다가도 탄핵 관련 내용들을 자주 묻곤 했어요. 그때 한팡밍 회장이 먼저 다가와서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된 거죠. 저는 방송에 출연해 한국의 상황을 이야기하려면 현장에 가봐야 했기 때문에 한국에 자주 갔습니다. 그래서 한 회장에게 서울의 분위기는 요즘 어떤지 등을 알려줄 수 있었고요. 출입국 기록에도 들락날락한 게 나와 있지만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 집회나 태극기 집회에도 여러 번 가봤습니다.”
 

  ― 사적으로 가까웠군요.
 
  “제가 한국에 다녀오면 단둘이서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요. 저를 떠보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시진핑 주석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 그래서 당시 한국의 상황을 한 회장에게 말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화가 났어요. 제가 중국의 방송 토론이나 인터뷰에 나가서 받는 질문을 들어보면, 그들에게 당시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마치 술안주처럼 씹히는 존재였어요. 남자관계가 어떻고, 사이비 종교를 믿고, 이런 얘기들을 갖고 득달같이 달려들었어요. ‘사실 전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소문, 험담 위주로 떠들어댔어요. 중국 안에서도 이러한 보도밖에 없으니 한팡밍 회장은 본질적인 내부 사정이 궁금했던 것이고,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선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잘못된 공공외교
 
베이징 차하얼학회 내부엔 한팡밍 회장이 시진핑 국가주석,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자칭린(賈慶林) 전 정협 주석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김상순 박사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국과의 관계 회복을 원하는 중국 측 제안으로 머지않아 양국 간 물밑 접촉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하얼학회는 비공식 외교 창구를 맡고 있다. 이는 차하얼학회가 발간한 공공외교 총서 《동북아 평화의 길》에서 명시하고 있다. 한팡밍 회장은 이 책 서두에서 “향후 차하얼학회는 ‘전망성, 영향력, 협력’의 이념과 원칙하에 정부, 연구기관, 기업, 사회민중 간에 소통 및 교류 플랫폼을 구축하고 외교 및 국제 관계를 연구하고 전파하는 실천적 활동을 계속해서 주도해나갈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차하얼학회가 그 역할을 수행하는 ‘방법’이 잘못됐다는 게 김 박사의 시각이다. 사실 김 박사는 지난 7월 10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가지만 더 얘기하겠다”며 오프더레코드(보도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 문제에 대해 언질을 준 바 있다. 같은 달 25일, 그는 고민 끝에 관련 자료들을 들고 왔다. 김 박사에게 ‘2017년 일을 왜 이제야 꺼내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어느 나라든, 외교 관계는 물밑에서 접촉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팡밍 회장이 현재 공공외교를 내걸고 하는 활동은 뒤에서 정보를 캐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때마다 거부감을 느꼈어요. 그리고 그동안 한강 동방명주(중국 비밀경찰서) 사건과 같은 중국의 공작 활동에 대해 우리 정부가 아무것도 못 하는 걸 보면서 답답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기자님이 이 문제와 관련해 먼저 찾아와서 이젠 말할 시점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한팡밍 회장의 제안은 중국공산당의 의중과 같다고 봐도 무방할까요.
 
  “결국 당이 뒤에서 허가를 했기 때문에 (제안을) 하는 거라고 봅니다. 정협 외사위 부주석이 당에 보고하지 않고 한국의 유력 대선 주자를 만나 인맥을 만들겠다고 한다면 중국에선 큰일 날 일이죠. 보고 체계가 있을 테고, 어떻게든 공산당에 보고는 했을 겁니다. 한팡밍 회장은 저한테도 ‘지금 시진핑 주석과 연락이 된다’고 했어요. 제가 드린 차하얼학회 내부 사진을 보시면,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한 회장이 악수를 하고 있는 장면도 있습니다.”
 
  한편 김상순 박사는 2019년 4월 31일, 지인을 통해 서울 한강에 위치한 동방명주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입점을 위한 내부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한다.
 
 
  동방명주 내부 회의실?
 
입점 공사가 진행되던 동방명주 내부 1층엔 VIP용 비밀 접견실이 있었다. 사진=김상순 박사
  입점 공사가 진행되던 동방명주 내부 1층엔 VIP용 비밀 접견실이 있었다. 그곳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한중 양국의 국기가 꽂힌 책상이 있었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진도 놓여 있었다. 사진과 같이, 평범한 중식당으로 보기 어려운 공간이 있었다는 얘기다. 김상순 박사는 이때 왕하이쥔(王海軍) 동방명주 대표를 만났다고 한다. 김 박사는 왕 대표에게 ‘진입하기도 어려운 한강변에 중식당을 만든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왕 대표는 ‘나중에 시진핑 주석이 방문하면 이곳에서 만찬을 주최하기 위해 고급스러운 장소를 찾은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 박사가 제공한 동방명주 내부의 사진들을 보다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국내 이공계 저명 교수 A씨였다. 김 박사도 이날 그를 처음 만났으며 공사가 진행되던 동방명주에서 그를 만난 점, 그리고 왕 대표가 A씨와 지인 사이라는 점이 의아했다고 한다. 또 A씨가 중국 측 초청을 받아 자주 방문 연구를 진행했다는 사실도 이때 처음 알았다고 설명했다.
 
동방명주 내부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진이 놓여 있다. 사진=김상순 박사
  이 밖에도 동방명주 내부에는 화교 관련 몇몇 단체의 현판도 걸려 있었다. 이들은 ▲화조중심(華助中心) ▲중국재한교민협력회총회 ▲중화국제문화교류협회 ▲한화중국화평통일촉진회 등이다. 이후 동방명주를 둘러싼 논란이 터지자 정보기관 요원들이 김상순 박사를 찾아왔다고 한다. 경복궁 인근의 카페에서 이들을 만난 김 박사는 관련 자료를 넘겨주며 어디를 조사해야 하는지도 조언했다. 그는 이때 이렇게 당부했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봐야 해요. 한팡밍 회장과 사진을 찍었거나, 논란이 있는 중국 관련 단체들과 교류한 흔적이 있는 사람들은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다 나오잖아요. 그 사람들을 지켜봐야죠.”
 
  김상순 박사는 한팡밍 회장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차하얼학회는 그동안 해온 공작 행태가 있어서 외국 정치권과의 접촉도 쉽지 않아요. 공공외교를 못 하고 있는 거죠. 한 회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요. 비공식 소통 라인을 만들자는 거잖아요. 그건 좋아요. 다만 지금처럼 음험하게 하지 말자고요.”
 
 
  “소통창구 바로잡자”
 
  김상순 박사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한중 양국 정부와 정상들에게 세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 정부의 비공식 외교 창구 ‘한중 1.5 대화’에 참여한 바 있다. 김 박사는 한국 정부에서 베이징으로 파견을 나온 통일관과 함께 한중 2대 2 비공개 대화를 수차례 진행했다. 중국 측 상대는 주로 중국 국책 연구소 학자들이거나 중국 주요 대학 및 연구소 학자들이었다. 대화 방식은 사전에 방향을 정해서 그들이 공산당에 보고할 수 있도록 했으며 대화 이후 양측 모두 정부 등 관련 기관에 보고할 수 있도록 했다. 녹음기 지참도 가능하다고 했다. 대화가 이뤄진 장소는 베이징에 위치한 한식당 밀실이었다고 한다. 이 대화에 대한 보고를 받은 양국 정부의 반응은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김 박사의 세 가지 제안 가운데 첫 번째는 앞서 언급했듯, 한국과 중국이 제대로 된 대화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다. 중국이 차하얼학회를 만들었듯, 우리도 중국과의 소통 채널 역할을 하는 종합 연구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김 박사의 견해다.
 
  두 번째는 양국의 소통 방식을 세 단계로 나누어 ▲양국 연구기관의 비공개 대화(한중 2.0 비공개 대화) ▲양국 연구기관과 관련 부처가 참여한 비공개 대화(한중 1.5 비공개 대화) ▲양국 정부 당사자 간 합의(한중 1.0 비공개 대화) 등의 순으로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는 김 박사가 차하얼학회에서 일관되게 건의해온 내용이라고 한다.
 
  세 번째로 양국의 소통 방식을 주변국까지 확대해 남북미중(南北美中) 소통 창구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차하얼학회는 이미 평양에 차하얼학회 지부 설립을 추진한 바 있다. 김 박사는 이를 확대하면 주변국들과의 이견 및 불필요한 오해와 충돌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중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양국의 소통 창구는 막혔고, 이는 대화 단절과 불필요한 대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끝으로 김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30년 동안 중화권에서 활동하면서, 중국 측 전문가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한국과의 소통에서 대화 상대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5년을 주기로 정부가 바뀌니 그때마다 대화 채널이 바뀐다는 거예요. 장기적으로 유대 관계를 맺을 카운터파트(상대방)가 없으니 고정된 소통 창구를 만들기 어려웠죠. 이런 와중에 민감한 이슈가 터지면 대화는 바로 단절됐습니다. 민간에선 이러한 소통 노력이 있어 왔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게 다반사였고, 심층적인 내용보다는 만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았었어요. 그러니 중국 측에서 공공외교를 표방하는 단체가 한국 측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스파이 활동까지 하게 된 측면도 있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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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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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태식    (2024-09-02) 찬성 : 12   반대 : 0
중국 공산당이 대한민국 선거에 개입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한국 정치인들에게 접근하여 정치자금을 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거론 하는 것은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이에 대한 한국 국민 스스로 반성을 해야 하며 한국 내 중국인, 조선족들 거주자 수를 줄이는 것에 대한 과감한 방안을 검토하여 시행해야 합니다. 특히 문재인은 박근혜 대통령 사기 탄핵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공작에 대한 도움을 받아 대통령 당선을 한 국사범에 준하는 행동을 하였습니다. 문재인은 반드시 구속 수감되어야 중국 공산당에 대한 준엄한 경고를 주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중국 공산당이 한국 내에서 정치 활동과 비밀 경찰 활동을 하는 것을 색출하여 이러한 마각을 노정시켜야 하며 국내 거주 중국인, 조선족들에게 과감한 철퇴를 내려쳐야 합니다.
  이미애    (2024-08-30) 찬성 : 8   반대 : 0
했다가 맞다. 조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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