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玄鎭
⊙ 62세.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석사,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소장,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 한국사회학회장, 한국NGO학회장, 국제개발협력학회장 등 역임.
⊙ 저서: 《지구시대 세계의 변화와 한국의 발전》, 《NEW ASIAS》, 《글로벌 NGOs》 등.
孔錫己
⊙ 41세.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석사,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경희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글로벌 NGOs》, 《인권으로 읽는 동아시아》 등.
⊙ 62세.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석사,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소장,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 한국사회학회장, 한국NGO학회장, 국제개발협력학회장 등 역임.
⊙ 저서: 《지구시대 세계의 변화와 한국의 발전》, 《NEW ASIAS》, 《글로벌 NGOs》 등.
孔錫己
⊙ 41세.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석사,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경희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글로벌 NGOs》, 《인권으로 읽는 동아시아》 등.

- 기아에 시달리는 아이티 어린이들.
2007~2008년 세계 식량위기 이후 식량문제가 국제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혹자는 이제 ‘의식주(衣食住)’가 아니라 ‘식의주(食衣住)’라고 불러야 한다고 할 정도로 오늘날의 식량문제는 환경, 생명, 문화와 긴밀하게 연결된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계 많은 나라에서 농업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약화, 먹거리와 식생활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UN 식량농업기구(FAO)의 추산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세계적으로 10억명 이상이 굶주리거나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데, 이는 2008년에 비해 1억명이 증가한 수치이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식량위기는 몇 가지 통계치만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영양실조에 걸린 인구 수는 2007년에 7500만명이었는데 2008년에는 여기에 4000만명이나 더 늘었으며, 그 주원인은 인상된 식량가격이었다. 만성적인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들 중의 60% 이상이 여성이며, 기아로 인해 6초마다 어린아이 한명이 죽어가고 있다.
그동안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힘입어 농업생산성이 눈부시게 발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사람이 식량위기와 기아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2011년 4월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실업 문제와 함께 식량이 세계경제의 최대 과제라고 강조하였다. 이날 세계은행이 발표한 식량가격 지수에 따르면 전년보다 옥수수가 74%, 밀이 69% 오르는 등 세계 식량가격이 36%나 올랐다.
한국의 곡물자급률, OECD 최하위 수준

<그림 1>이 보여주듯이 식량가격의 흐름은 2007~08년의 식량지수 급등 이후에 잠시 하락세로 들어섰다가, 2010년 이후부터는 다시 상승 추세이다. 2002~11년 사이 식량가격을 종류별로 비교해 보면 육류는 1.7배, 유제품은 2.2배, 곡물은 2.4배, 유지류는 2.5배, 그리고 설탕은 3.7배 올랐다. 이와 같은 식량가격의 급등현상은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는 국가들에 심각한 사회경제적 타격을 주고 있다.
식량자급률은 자국의 농업생산이 국민의 국내 식량소비에 어느 정도 대응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지표로, 국내 생산량을 국내 소비량으로 나눈 것이다. 식량자급률 지표는 품목자급률, 주식자급률, 칼로리자급률, 곡물자급률(사료곡물 포함), 식량자급률(사료곡물 미포함) 등이 있다.
보통 식량자급률로 활용되는 곡물자급률의 경우 한국은 2010년 26.7%로 국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했다. 이는 OECD 평균 식량자급률 110%에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은 수치이다.
식량자급률을 식량자급지표로 사용할 경우 실제의 식량자급률을 과소평가할 우려가 있다. 이는 곡물자급률에는 가축 사료용 수요가 포함되고 있는 반면에 채소, 과수, 축산물, 가공식품 등의 식품 전체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대안지표로 칼로리자급률을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칼로리자급률의 경우에도 한국은 2000년을 기준으로 50% 이하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곡물자급률을 보면 호주 275%, 캐나다 174%, 프랑스 168%, 미국 133% 등으로 식량자급률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선진국의 식량 관련 문제는 농업의 문제가 아니라 농촌과 농민을 지원하는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타당하다. 반면에 한국과 같이 식량자급을 이루지 못한 나라는 농촌·농민·농업 전반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식량위기의 정도와 차원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식량위기, 에너지·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
그렇다면 이러한 식량위기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앞서 강조한 것처럼 세계 식량위기가 전 지구적 과제로 새롭게 대두된 배경은 2007~08년의 세계 식량위기 사건이다. 당시 식량위기는 1972~ 73년 세계 식량위기 이후 최악의 사태로 평가되며,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의 30여 개국에서 식량폭동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식량위기의 원인에 관한 논의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으며, 각각의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속적인 인구증가를 식량위기의 원인으로 들 수 있다.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는 91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중국, 인도 등 신흥국가들의 소득증가와 더불어 식량소비도 급증될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곡물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게 되어 식량가격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식량위기의 문제는 에너지 문제와 깊이 연결되는데, 그 핵심은 바이오 연료 사용의 급격한 증가이다.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가 넘어가면서 옥수수를 발효하여 에탄올을 생산하고 그것을 연료로 사용하는 소위 바이오에탄올 활용 정책이 강하게 진행되었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바이오 연료 생산이 2008년에는 전체 옥수수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바이오연료로 활용하면서 세계 곡물가격을 두세 배로 치솟게 하였다.
셋째,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의 증가로 곡물생산이 줄어들고 있다. 세계 곡물가격은 2006년 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그 시작은 자연재해로 인한 작황 부진과 곡물재고의 감소였다. 가장 영향력이 컸던 자연재해는 2005년 오스트레일리아 곡창지대의 장기 가뭄과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혹서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 간 협력기구(IPCC)의 발표에 의하면 온실가스의 영향으로 지난 10년간 지구 평균 온도가 0.5℃ 상승했으며, 2015년까지 1℃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2080년에 세계 곡물생산량은 지금보다 1% 하락할 것이라고 한다.
곡물 메이저의 유통 독점도 식량위기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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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 곡물회사인 카길 직원들이 수송할 밀을 배에 옮겨 싣고 있다. 카길은 전 세계 곡물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다. |
사실 세계 식량시장은 생산량 중 약 87~88%를 자국 내에서 소비하고, 12~13% 정도만을 국제시장에서 거래하는 매우 얇은 시장이기 때문에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조그만 변화가 생겨도 식량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거대 곡물 메이저 기업은 국제 곡물거래의 약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식량수출국의 수출 통제조치나 곡물 메이저 기업의 곡물 투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ADM의 CEO 워어츠(P. Woertz)는 “취약한 곡물시장으로 인해 사상 유례없는 기회를 맞고 있다”고 고백할 정도이다.
더 큰 문제는 곡물 메이저들이 종자, 비료, 농약, 농산물 유통, 식품가공 등의 전 분야를 장악하여 공급을 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뒤에는 WTO와 FTA가 있어 관세를 제외한 모든 국경 장벽을 철폐하고, 농업 보호정책을 축소하거나 폐지하여 소위 세계식량체계(global food system)를 구축할 수 있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이 식량위기는 보다 자주, 거대한 규모로, 소수의 독점에 의한 횡포로 다가오고 있다. 한 나라가 자국에 필요한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게 될 경우, 식량위기는 농민·농촌, 더 나아가 농업 전체의 붕괴를 불러올 것이다. 이것이 국가와 지역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확대될 경우, 식량폭동과 국가 간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
한국의 식량자급률 점점 떨어져
농업전문가들은 세계 식량위기의 원인이 기후변화와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두 흐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전 지구적 복합위험의 상승작용이 우리의 농업, 농민, 그리고 농촌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사막화가 더욱 확산되어 농경지가 줄고 농사에 필요한 물은 메마르고 있다. 잦아진 기상이변으로 태풍, 홍수,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로 농민들은 불안정한 식량생산을 두려워하고 있다.
농산물의 자유무역과 농업 구조조정 정책으로 경지이용률은 더욱 감소하였고, 그 결과 중소 규모의 가족농(家族農)이 경쟁력을 상실하여 거대 기업농(企業農)으로 흡수되고 있다.
거대 기업농은 생산량을 높이고자 유전자조작(GMO) 종자를 개발하고, 대규모 화학농업과 공장식 축산방식을 확대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확대된 거리를 극복하고자 농산물에 대한 강력한 화학처리를 서슴지 않고 진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의 먹거리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인들의 식생활 습관은 육류 중심의 소비로 바뀌어가고 있다. 나아가 인구대국으로, 경제신흥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인도의 소비수준이 높아지고, 바이오연료 소비가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량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식량위기의 연쇄반응이 한국 농업, 더 나아가 농민과 농촌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1990년에 43%였으나, 2010년에는 26.7%로 급격히 하락하면서 국민의 식량소비의 125%를 해외에 의존할 정도로 전 지구적 식량위기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농가인구도 1990년에 약 715만명에서 2012년 현재 300만명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농민의 숫자는 줄고 주변화되었다.
都農 간 소득격차가 농촌붕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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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곡수매장에 나온 농민들. 농업시장 개방 등으로 농촌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
그나마 농촌을 지키며 농업을 힘들게 이어가는 농민들 사이에도 소수의 상층농과 다수의 중소농으로 양극화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는 정부의 기업농 혹은 정예농가 지원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게까지 급격한 속도로 농촌이 붕괴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농촌과 도시 가구 사이의 소극격차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이익보다는 손해가 크고 기계농업으로 전환하다 보니 농협으로부터의 대출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설상가상으로 도농 간 소득격차 규모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흐름에 완전 노출되면서 더욱 커졌다.
예컨대, 1990년 농가소득은 도시가구 소득의 97.4% 수준을 유지했지만, 2009년의 농가소득은 도시가구의 66%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농민의 명목소득은 2005년 이후 3000만원 수준에서 계속 정체되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농민의 실질소득은 오히려 급격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농가부채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0년에 농가 평균 417만원이던 부채가 2009년에는 2627만원으로 6.3배나 늘었다. 이런 소득감소와 부채증가라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한국의 농민과 농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의 농업은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수많은 지원정책과 거대한 지원금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농촌지역의 경제기반은 무너지고, 농촌인구는 감소하고, 그리고 대부분의 농촌지역은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농촌의 절대빈곤율은 도시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농가인구는 초고령화, 동시에 여성화되고 있다.
농업이 붕괴되면 우리 모두 누려야 할 식량권(食糧權)의 위기를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전 지구적으로 식량위기가 확대될 때 식량 수출국으로부터 안정적인 식량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순진한 생각이다. 식량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식량주권을 가져야 한다. 농민과 농촌이 무너지면 식량주권의 주춧돌을 잃게 되는 것이다.
식량주권으로 시민을 설득하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유럽은 전후 복구과정에서 식량자급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농업 부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농업 부문이 지속적 성장을 통해 식량자급을 달성하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식량자급에 기초한 식량안보론은 점차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증대하는 과잉농산물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는 WTO의 출범에 따라 농산물 자유무역의 확대를 통해 전통적인 식량안보론을 탈피하여 식량을 확보하는 개념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 식량확보론은 각국이 식량을 자급하기보다는 일국에 필요한 식량을 무역을 통해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식량안보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무역에 기초한 식량안보론은 늘 해외조달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낮은 가격으로 식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게 되어, 생산자가 소비자에 대한 고려 없이 오직 생산량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농산물의 안전을 간과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직접 해외 농업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식량 확보와 안전한 농산물을 얻기 위한 대형 개발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전략도 궁극적으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드는 비경제적인 정책으로 드러나고 있다. 해외 농업개발의 경우,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 즉 생산, 저장, 운송에 필요한 농업용수 및 수리시설, 전력 확보 및 전기 설비, 도로 및 철도, 저장시설, 농기계 및 수리 운영시설 모두를 완비해야 하는데 이것은 엄청난 비용을 요구한다. 심지어 현지에 급작스런 자연재해나 정치적 위기상황 등이 발생할 경우, 정책 당국이 농산물 이동이나 수출을 통제할 가능성이 높다.
이래서 무역을 중심으로 식량을 확보하는 식량안보 전략은 안정성, 지속성, 경제성 측면에서 심각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인간의 통제와 관리를 넘어서는 상황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지적한 것처럼 초국적 농식품복합체가 주도하는 세계 식량 체계는 식량공급이 일국 내의 요소보다는 외부 조건에 좌우되고 있기에 식량부족국가는 상시적으로 식량주권(food sovereignty)을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지역별로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바탕으로 한 식량질서, 즉 식량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食糧權은 기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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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2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총회를 앞두고 비아 캄페시나 소속 농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먹거리를 기본권의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식량권은 사람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의 하나이며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식량주권의 입장은 식량권을 넘어서 농업, 농촌, 농민을 아우르는 먹거리 체계를 스스로 결정하여야 하는 당연한 권리로서 옹호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식량주권론은 ‘농민의 길’이라는 뜻을 가진 비아 캄페시나(Via Campesina)라는 소농 중심의 초국적 농민운동단체가 처음으로 제안하였다. 이후 비아 캄페시나는 식량주권론을 7대 원칙으로 정리하였고, 이것을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식량권 가이드라인’이라는 권고안으로 채택하였고, 2005년 유엔 인권이사회도 이 개념을 강력히 지지하였다.
앞으로 이 원칙은 단순히 권고 차원의 국제규범을 넘어 기후변화협약과 같은 강제적인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으로 발전되어야만 그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영농 규모 키우는 것으론 한계
한국은 현재 쌀을 제외하면, 밀, 보리, 콩 등과 같은 곡물의 자급률은 전체적으로 5%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점증하는 식량위기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50% 수준의 식량자급률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 정책결정 과정에서 식량주권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이다. 그들은 몇 가지 대처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규모를 키움으로써 농업경쟁력을 갖추면 된다는 입장이 있다.
그러나 소수 정예농민을 중심으로 한 영농규모화 정책은 농촌지역의 빈부격차를 확대하고 공동화 현상을 가속화시켜 결국에는 농촌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또한 한국의 농업 규모를 고려할 때 영농 규모를 키운다 하더라도 수입농산물과 경쟁할 수 있는 품목은 매우 제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농의 규모화는 친환경보다는 관행농업을 양성화시켜 농민과 농촌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길과 멀어지게 만들 것이다.
둘째, 아이디어와 첨단기술을 도입하여 영농혁신을 이루자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은 소위 벤처농업과 신지식 농업인을 발굴, 지원하면 저가 농산물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의 근본적인 한계는 영농을 3차 서비스 산업으로 접근하는 데 있다. 모든 작물에 신지식을 동원하여 성공하는 농민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다수의 농민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
셋째,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한국 농업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주장이다.
현재 한국의 모든 농가가 친환경농업을 전개할 수 있을 정도로 비용과 노동력이 충분하지 못하다. 또한 생산자와 소비자가 단절되어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농업을 바로 시작할 경우 공급과 수요 사이의 연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농민은 늘 판로 확보의 어려움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지역 식량 시스템에 주목해야
이러한 한계점을 고려할 때 최근에 강조되고 있는 지역 식량 시스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역 식량 시스템은 소규모 가족농이 중심이 되어 영농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동안 소농(小農)·가족농이 겪어온 가장 큰 문제는 제한된 자본, 저가 수입농산물에 대한 가격경쟁력 문제, 그리고 농민과 소비자 사이의 단절이다. 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요청된다.
동시에 생산자인 농민들도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연결망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소비자 또한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한지도 모르는 외국 농산물보다는 신뢰할 만한 생산정보가 들어간 우리 농산물을 선호하고, 구매하는 것이 식량주권은 물론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지역 식량 시스템은 더 이상 누군가가 해주기만을 기다려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농민 스스로 이를 이루기 위해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일에 직접 나서야 한다. 일반 시민들에게 농업의 문제는 더 이상 농민과 농촌만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代案은 로컬 푸드
다행히도 전례 없는 식량위기로 인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농민 스스로가 더 이상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희생양으로 머물기보다는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주체로 거듭나기 시작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를 초국적 농민운동단체 비아 캄페시나에서 찾을 수 있다. 비아 캄페시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대안으로 식량주권을 제시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소농 중심의 가족농업체제를 보호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먹거리 기본권’
비아 캄페시나는 농업 이외에도 환경·여성·인권 이슈까지 그 운동범위를 확장시켜 다른 운동 부문과도 초국적 연대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농민단체인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2003년에 비아 캄페시나의 회원이 되어 전 지구적 식량위기에 공동대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제 한국 농민들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근거한 식량확보론에 대한 대안으로 식량주권론에 주목하면서 지역에 기초한 지속가능 농업이라는 타개책을 비아 캄페시나와의 연대활동을 통해 그 가능성을 목격하고 이를 국내에 적용하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초국적 논의를 한국의 지역에 접목시키는 과정은 멀고도 험난하기 때문에 그 성공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식량주권 개념을 한국적 맥락에서 적용하여 먹거리 기본권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소농 중심의 지역 식량 체계 혹은 지역 먹거리 체계 구축이다. 이 주장은 비아 캄페시나가 주장하는 식량주권의 실현과 소농 중심의 농업체제와 맥을 같이한다.
농업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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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1월 17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나온 농민들은 쌀값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
농업은 그냥 농업이 아니라 수백만 명의 농민이 일하고 생활하는 공간이다. 농업은 농민을 넘어 국민 모두에게 기본적인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의 활용을 균형적으로 유지시켜 주며, 그리고 환경을 보존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농업을 통해 농촌 공동체와 그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며, 토종종자를 보존함으로써 생물종 다양성을 유지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제 시민들도 농업이 식량생산 이외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한한 가치와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고 기존의 편협한 사고 체계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발상과 행동의 전환을 토대로 ‘지역 먹거리 체계’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른바 ‘음식문맹자’에서 ‘음식시민’으로 거듭나야 할 때이다. 이 ‘지역 먹거리 체계’는 가급적 지역 내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여기서 지역의 범위는 공간적 거리보다는 사회적 연대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는 푸드 마일리지가 가급적 짧을수록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보다도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망을 구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이러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 연결망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가격상한제도와 같은 일정한 규칙 위에서 가격폭등과 가격폭락을 방지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신뢰관계가 만들어질 때 소비자는 먹거리 안전에 다가설 수 있게 되며 모든 사람이 적정가격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생산자들도 안정적인 판로가 형성되어 일정한 소득을 보장받음으로써 경제적인 양극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역 먹거리는 단순한 생산자 소비자 사이의 관계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 즉 복지의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학교급식과 공공급식의 확대, 복지시설 급식지원,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먹거리 지원, 여성·유아·어린이를 위한 모자영양공급 프로그램, 푸드뱅크 지원 등과 같은 먹거리 복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의 생산자는 수입을 얻고, 지역의 소비자는 안전하고 적정한 가격의 농산물을 보장받는, 지역의 사회적 서비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농민과 주부의 연대 필요
그러나 이러한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 시민의 만남이 항상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장애물이 존재하며 그 중심에 세계 식량 체계를 지향하는 곡물 메이저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의 농민과 소비자에 대한 통제 혹은 분할지배 전략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들은 농민과 소비자를 식량 체계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유혹하고 위협할 것이다. 건강과 안전보다 이윤 추구에 기울어질 때 농민과 소비자의 연결고리는 약해질 것이다. 이럴수록 농민은 일반 시민 속으로 더욱 더 녹아 들어가야 한다.
농민은 그 연결고리가 먹거리 문제이며 연대 파트너로 주목해야 할 대상은 무엇보다 주부라고 생각한다. 주부는 가족의 먹거리를 책임지며 소비의 결정권자이며 자녀세대의 건강권을 가장 많이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주부들이 세계 식량 체계의 촘촘한 그물망을 빠져나와 지역 농민의 가장 강력한 파트너가 되어 지역 먹거리 체계를 지키는 주인으로 거듭날 때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 시민의 만남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이제 농민은 ‘밥도 인권이다’라는 슬로건을 들고 일반 시민 특히 과거 주변부에 머물던 주부들과 만나야 한다. 농민과 주부 더 나아가 시민 모두가 먹거리 기본권(식량주권)을 소리 높여 외치는 주체로 확고히 서게 되면 지역 먹거리 체계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