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점검 | 일본발 방사능 공포

꿈의 원전, 4세대 원자로 개발 어디까지 왔나

자연재해에도 끄덕없는 ‘4세대’ 원전을 개발하자

  • 글 : 한도희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로시스템기술개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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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듐냉각고속로(SFR)=우라늄 이용률은 100배 늘리고, 방사성폐기물은 100분의 1로 줄이고
⊙ 초고온가스로(VHTR)=3중 코팅된 좁쌀만 한 우라늄 사용… 4세대 원전 가운데 경제성·안전성 ‘최고’
⊙ 핵융합로=7개국과 ITER 통해 ‘인공태양’ 공동개발… KSTAR 프로젝트 추진으로 전세계 주목 받아

韓道熙
⊙ 57세.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졸업.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대학원 핵공학 박사.
⊙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소 Kalimer기술개발팀 책임연구원 역임.
⊙ 現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국제포럼(GIF) 소듐냉각고속로(SFR)
    시스템운영위원회 의장,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로시스템기술개발본부장.
⊙ 상훈: 최고기술논문상(Best Technical Paper, 국제원자력공학회).
국제원자력기구 핵융합에너지 콘퍼런스(IAEA FEC 2010)에 참가 중인 해외 핵융합 석학들이 2010년 10월 12일 오후 대덕특구 내 국가핵융합연구소를 방문,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초전도 핵융합장치 연구 현장을 견학하고 있다.
지난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그로 인한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1979년의 미국 스리마일 아일랜드와 1986년의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가장 큰 사고로 기록되는 대재앙으로 인해, 노심(爐心)의 핵연료가 녹아내리고 방사성물질이 누출돼 시민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21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으며, 6기의 원전 추가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늘어나는 전기 소비량을 따라잡기 위해 새로운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으며, 특히 중국에서는 산업화와 함께 중국인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에너지, 그중에서도 특히 전기 소비량의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석유나 석탄 같은 부존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그 매장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원자력 발전 말고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호모 일렉트리쿠스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면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급격한 기후변화가 발생해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異常)기온을 나타내면서 생태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호모 일렉트리쿠스(Homo electricus)’로 불리는 현대인에게 전기가 없다면 세상이 완전히 멈추어 버릴 정도로 전기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에서 산업화에 성공하며 선진국 진입을 바라보게 된 것도 값싸고 안정적이며 질 좋은 전기 덕분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오로지 과학기술인들의 의지로 일궈 낸 원자력 기술 자립에 힘입어 국내 총 전력의 3분의 1을 공급하기에 이른 것이다.
 
  태양열, 조력(潮力), 지력(地力)은 물론 바이오매스 등의 대체에너지 개발은 아직 경제성이 많이 떨어지고, 폭증하는 전기에너지 수요를 만족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경제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대량의 전기에너지를 공급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원자력 발전은 당분간 피할 수 없는 숙명일 것이다.
 
  국내외에서 이러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재 가동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한 단계 높여 차세대 원자로로 주목받고 있는 소듐냉각고속로(SFR), 초고온가스로(VHTR), 핵융합로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제4세대 소듐냉각고속로, 우라늄 이용률 100배로 높여
 
  현재 원자력 발전에 사용하는 우라늄 자원은 그 양이 한정돼 있다. 또한 원자력 발전 후 발생되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에 있어서도 비용과 처분장 부지 선정과 관리 등이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기 때문에 원자력계에서는 최적의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가동중인 경수로는 핵연료를 한 번 사용하고 처분하는 데 비해, 사용한 연료를 재활용함으로써 우라늄 이용률을 100배 이상 올릴 수 있으며, 최종 폐기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량을 100분의 1로 크게 축소시킬 수 있는 고속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SFR·Sodium- cooled Fast Reactor)가 지속성, 경제성, 안전성과 핵확산 저항성 측면에서 획기적인 장점을 갖고 있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노형(爐型)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SFR의 실험로 혹은 원형로를 건설·운전한 경험이 있는 미국, 일본, 프랑스, 중국, 인도, 러시아 등에서도 이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이들 선진국과 함께하는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SFR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8년 12월 개최된 제255차 원자력위원회에서 2011년까지 SFR의 설계개념을 완료하고, 2017년까지 실증로 표준설계를 완료하며, 2028년에 실증로 건설 완료를 목표로 하는 ‘친환경 고속로 순환핵연료주기 시스템 개발 장기추진계획’이 승인됐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설계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2006년 개념설계를 마친 전기용량 600MW급의 풀형 원자로 칼리머-600(KALIMER-600) 개념은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국제포럼(GIF)에서 제4세대 SFR 개념 중 하나로 선정돼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SFR 설계기술 수준을 인정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칼리머-600은 기존의 원자로에 비해 획기적으로 향상된 다양한 안전 특성을 갖추고 있다.
 
 
  한국형 고속로, 칼리머-600
 
  첫째, 사용하는 금속핵연료는 우수한 열전달 특성과 중성자수 조정능력을 갖고 있어 기기의 오작동이나 고장 등으로 인해 원자로가 정상상태를 벗어나게 되면 운전원의 조작 없이 스스로 출력이 제어돼 정상상태로 다시 돌아가는 고유안전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사고에 대한 저항성을 크게 증가시킨다.
 
  둘째, 냉각재인 소듐은 원자로 운전 중에는 545℃까지 가열되지만, 대기압에서 끓는점이 무려 880℃로 매우 높아, 운전상태의 온도에서 끓는 온도까지 약 325℃의 열적 여유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핵연료와 원자로 구조재와 반응해 수소(水素)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수소 폭발 등의 사고는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셋째, 풀형 원자로 형태를 채택하고,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은 중간 열전달 시스템을 통해 증기발생기로 전달된다. 따라서 원자로 냉각재는 밀폐된 원자로 용기를 벗어날 수 없으며, 미국 스리마일 아일랜드(TMI) 원자로와 같이 냉각재 유실에 따른 노심용융(爐心鎔融) 사고도 일어날 수 없다. 또한 루프형 원자로와는 달리 원자로 용기 내부에 다량의 냉각재를 보유함으로써, 원자로 내부 온도변화에 대한 열적 저항체로 작용해 사고의 진행속도를 크게 완화시키고, 충분한 대응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넷째, 이중강철 용기로 원자로를 감싸고, 다시 이를 격납건물로 보호해 지진이나 해일 등에 의한 원자로 파손과 침수 등에 대비할 수 있다. 지진 규모 약 6.9까지 원자로가 정상 작동하고, 9.0의 규모까지는 안전성이 확보되도록 면진(免震)설계를 적용했다.
 
  다섯째, 지진, 정전, 해일 등에 의해 원자로 정지나 냉각기능이 상실되는 사고가 발생할지라도 운전원(運轉員)의 개입이나 전원공급 없이 오로지 자연현상을 이용해 손쉽게 원자로를 정지 또는 냉각시킬 수 있는 ‘피동 원자로 정지계통’과 ‘피동 원자로 잔열제거 계통’ 개념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원자로 노심용융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여섯째,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듐은 외부누출 시 물 또는 공기와 반응해 화재가 발생하기 때문에, 만일이라도 소듐 누출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배관은 이중배관으로 설계하고, 이중벽 전열관 증기발생기를 적용해 소듐과 물 또는 공기의 접촉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도록 설계했다.
 
  또한 소듐 누출을 철저히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하지만, 혹시라도 극미량의 소듐이 누출할 경우에도 이를 조기에 감지해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소듐에 나노입자를 주입해 소듐과 물의 반응활성도를 저감(低減)시키는 연구를 병행하는 등 어떠한 사고에 대해서도 안전하게 운전되고 통제될 수 있도록 설계해, 기존의 원자로에 비하면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강화된 안전한 원자로라고 할 수 있다.<그림1-소듐냉각고속로 안전설계도>
 
<그림1> 소듐냉각고속로 안전설계도.
  SFR은 기존 원자로에 비해 우라늄 자원을 100배 이상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방사성 폐기물의 독성유지 기간을 기존의 수만 년에서 수백 년 단위로 감소시킬 수 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획기적으로 향상된 꿈의 원자로인 제4세대 SFR이 국내에서도 실현돼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환경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목표 아래 적극적인 연구개발이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제4세대 초고온가스로, 4세대 원자로 가운데 안전성 최고
 
  제4세대 원자로 노형 중 하나인 ‘초고온가스로(VHTR)’는 헬륨을 냉각재로,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하는 원자로다. 초고온가스로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열원(熱源)을 제공해 고온의 열에너지를 수소생산 등의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효율의 전기생산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자연현상만으로 최고 수준의 피동안전성을 보장하는 등의 장점이 있어 제4세대 원자로에서 경제성과 안전성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초고온가스로의 우수한 안전성의 핵심기술은 핵분열 생성물을 가두어 둘 수 있는 ‘삼중 미세피복 입자 핵연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TRISO(tri-isotropic coated fuel)로 칭하는 삼중 미세피복 입자연료는 직경 0.5mm 내외의 우라늄연료를 초열탄소, 탄화규소, 그리고 초열탄소로 3중 피복한 직경 0.9mm 정도의 핵연료다.
 
  즉, 아주 작은 알갱이를 개별적으로 포장한 구조로서, 이러한 구조는 핵분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방사성물질을 차단해 외부로 누설되는 양이 극히 적다. 미세피복 입자연료를 1600℃에서 수백 시간 동안 운전한 실험에서 외부로 누설된 방사성물질의 양은 10-6(횟수/원자로 연수·1년간 운전했을 때 누출이 발생하는 횟수) 이하다.
 
<그림2> 초고온 가스로에 사용하는 미세 피복입자 핵연료.
  초고온가스로는 사용하는 연료의 형태에 따라 크게 연탄 모양인 블록형(block)과 자갈탄 모양인 페블형(pebble)으로 구분된다. 두 노형 모두 피복 핵연료 입자인 TRISO를 기반으로 사용한다. 블록형은 프리즘형이라고도 하는데 미세피복 입자를 분필 모양의 콤팩트로 성형한 후 이것을 육각형의 흑연 블록에 채워 넣은 핵연료를 사용하며, 페블형은 미세피복 입자를 뭉친 후 외부를 다시 초열탄소로 피복한 직경 6cm의 구형 핵연료를 사용한다.<그림2-미세피복입자 핵연료>
 
  초고온가스로는 헬륨기체를 냉각재로 사용하며, 헬륨은 방사화(放射化)가 되지 않아 자체 방사능양이 거의 없다. 또한 헬륨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하며, 상(狀)의 변화가 없어 높은 온도에 사용이 가능하다. 초고온가스로에서 공급되는 고온의 열원은 원자력의 응용범위를 넓힐 수 있으며, 높은 에너지 변환 효율을 얻을 수 있다. 효율이 높아(40% 이상) 외부로 방출되는 열이 작으므로 필요한 냉각수 양이 작아 내륙지방에 건설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일본 지진처럼 해일(海溢) 등으로 인한 사고를 원천적으로 피할 수 있다.
 
  피복 입자연료와 고유의 낮은 열출력 밀도 때문에 내부구조물의 열전도와 원자로 압력용기 자체의 복사열만으로도 핵연료붕괴열을 제거할 수 있는 고유 안전특성이 있다. 사고 시 외부의 냉각설비 없이 원자로의 열전도와 복사냉각만으로도 잔열(殘熱)을 제거할 수 있으므로 원자로에 냉각재 주입 없이 전원상실이나 여러 가지 사고 시에 원자로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 초고온가스로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
 
국내 핵융합실험장치인 K-STAR가 2008년 7월15일 첫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했다. 사진은 K-STAR의 내부 모습.
  초고온가스로가 과거의 가스로와 달리 입자(粒子)연료를 사용하고, 냉각재로 이산화탄소 대신 헬륨을 사용하며, 콘크리트 대신 강철압력 용기를 사용한 모듈형 개념의 도입과 피동 안전개념을 확보했다. 이러한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2006년부터 제4세대 원자로개발 국제 공동연구에서 안전하게 고온의 열을 경제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초고온가스로의 개발을 추진 중이다.
 
  초고온가스로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 9개국이 참여해 공동연구개발 목표를 설정하고 연구계획을 작성했으며, 세부 공동연구 계획을 작성해 진행 중이다. 각국은 독자적인 초고온가스로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중이다. 미국은 NGNP(Next Generation Nuclear Plant) 사업을 통해 전력생산, 산업체 열공급, 그리고 수소생산을 위한 실증로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은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생산을 위해 1998년부터 30MWt 열출력을 갖는 초고온가스 실험로를 운전 중이며, 2010년 3월 950℃로 50일 이상 성공적으로 운전했다. 중국은 베이징 인근에 고온가스실험로를 건설해 운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산둥반도 지역에 전력생산을 위한 고온가스원자로를 건설 중이다.
 
  국내에서는 원자력으로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초고온가스로 개발연구를 2004년 교과부사업으로 시작해 2006년부터 ‘원자력수소 핵심기술 개발과제’가 원자력연구개발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초고온가스로를 이용한 원자력 수소생산 시스템의 실증(實證)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원자력수소 핵심기술 개발은 제4세대 원자로 국제 공동연구와 병행해 진행하고 있다. 초고온가스로를 건설해 원자력수소 실증을 2026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이러한 연구개발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원자력수소협의체’를 결성해 산업체와 연구개발 초기단계부터 정보교환과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부존자원이 적고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청정한 방법으로 대용량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값싸게 공급하는 방법은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초고온가스로 이용을 상용화하는 것이다. 초고온가스로는 기존 화석연료가 담당하던 산업열을 대체하고, 미래의 수소연료를 사용하는 ‘수소경제’에 대량의 수소를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으므로 에너지 문제와 온실가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초고온가스로를 이용한 원자력에너지의 다양하고 폭넓은 활용은 미래의 에너지 안보와 지속성장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얻게 될 수혜는 세계의 어떤 나라보다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발전
 
  태양과 같이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은 핵융합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발생한다. 별들의 중심은 1000만℃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인데, 이러한 상태에서는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이 융합과정에서 나타나는 질량감소가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방출되는데, 이것이 ‘핵융합에너지’다. 하지만 지구는 태양처럼 핵융합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초고온·고압 상태의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장(磁氣場)이나 레이저를 이용해 태양과 같은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하는 ‘핵융합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야 하고, 이 플라즈마를 가두는 그릇 역할을 하는 핵융합장치와 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필요하다. 수억 도의 플라즈마 상태에서 수소원자핵들이 융합해 태양에너지와 같은 핵융합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핵융합장치는 이처럼 태양에서와 같은 원리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고 해 ‘인공태양’이라 불리기도 한다.
 
  몇 가지 ‘인공태양’ 방법 중에 국제적인 노력으로 가장 실용화에 근접한 방식이 토카막(Tokamak) 방식이다. 토카막은 태양처럼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핵융합장치이다. 플라즈마를 구속하는 D자 모양의 초전도 자석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즈마가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 내에서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도록 제어한다.
 
  토카막은 러시아말인 ‘toroiidalonaya kamera(chamber) magnitnykh (magnet) katushkah(coil)’의 첫 자를 따서 만든 합성어로, 구(舊)소련의 탬과 사하로프가 1950년대 발명하고 아치모비치가 1968년 발표한 후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아, 현재 작동중이거나 새로 짓는 실험용 핵융합로는 대부분 토카막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핵융합에너지의 특징은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와 지표면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리튬(삼중수소)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자원이 거의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매우 유리한 에너지다. 핵융합발전은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어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며, 중성자 발생에 의한 중·저준위 폐기물이 발생하지만, 50년에서 길어도 100년 이내에는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또한 연료공급이 중단되면 수 초 내로 운전이 자동정지해 노심 용융, 폭발의 위험이 없고 이에 따라 방사능 누출 위험이 거의 없다.
 
 
  KSTAR 프로젝트 추진으로 전세계 주목받아
 
  1950년대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핵융합 연구는 기초연구 단계를 지나면서, 1990년대 EU와 일본의 핵융합 연구장치에서 투입에너지보다 많은 핵융합에너지 방출에 성공함에 따라 급속히 발전해 왔다. 1997년 EU의 대형 토카막 JET에서 세계 최초로 16MW의 중수소와 삼중수소에 의한 핵융합에너지 방출에 성공했고, 1998년 일본의 JT-60U에서 투입대비 출력에너지가 같은 에너지 분기점(Q=1)을 넘어서 토카막 방식 핵융합발전의 과학적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후 세계 핵융합 연구계는 핵융합에너지 실용화 가능성을 기술적·공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선진 7개국이 국제 공동협력을 통해 ‘ITER(이터)’라 불리는 핵융합실험로 건설을 추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비교적 뒤늦게 핵융합 연구에 뛰어든 우리나라는 1995년 ‘국가 핵융합 연구개발 기본계획’의 일환인 KSTAR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당시 소규모로 진행되어 온 국내 핵융합 연구 수준을 단숨에 도약시키기 위해 정부는 ‘중간진입’ 전략을 추진했던 것이다. 2007년 장치 완공 후 2008년 최초 플라즈마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KSTAR는 매년 성능을 향상시키며 플라즈마 발생 실험 진행을 통해 장치성능의 확인과 더불어 목표한 핵융합 연구성과를 보여주며 전세계 핵융합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실험에서 초전도 장치로서는 세계 최초로 고성능 플라즈마 밀폐상태인 ‘H-모드’를 달성했고, 핵융합반응을 통한 중성자 검출과 플라즈마 모양 제어 등의 성과를 거뒀다. 현재 KSTAR는 세계 유일의 신소재 초전도 핵융합장치로 ITER가 운전을 시작하기 이전까지 핵융합발전의 상용화에 기여할 중요 연구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STAR를 ITER의 사전실험 장치이자 국제 공동연구 장치로 운영하면서 우리나라가 핵융합 선구자로서 2040년대 핵융합에너지 자립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기반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핵융합 분야의 국제적 위상은 미국, EU,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등 7개국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ITER 사업 참여를 통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TER 사업은 지난 40년 간 세계 핵융합실험장치들이 이루어 낸 실험결과들을 종합해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공학적으로 점검하는 것으로, 이후 실증로를 거쳐 상용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ITER 참여를 통해 핵융합 선진국들이 20년 간 축적한 핵융합로 공학적 설계기술을 습득·도입할 뿐 아니라 ITER 조달품목 납품을 통한 핵융합로 제작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 산업체의 KSTAR의 건설 참여를 통해 ITER 건설에 필요한 핵융합장치 건설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다른 참여국보다 안정적인 제작 진행률을 보이고 있다.
 
 
  눈앞에 다가온 4세대 원전의 꿈
 
  가까운 미래의 에너지공급은 혁신적인 안전성과 더불어 경제성, 지속가능성, 그리고 핵확산 저항성을 갖는 제4세대 원자로가 에너지 공급기술의 축(軸)을 형성할 것이다. 제4세대 소듐냉각고속로는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재활용하기 위한 친환경 고속로 순환핵연료 주기시스템 개발의 중심에 있으며, 제4세대 초고온가스로는 자원고갈로 인한 고유가와 화석연료의 본질적인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 청정에너지원인 수소와 고온의 열을 대량으로 안전하게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꿈꾸어 온 핵융합에너지는 이제 더 이상 꿈의 에너지가 아니다. 우리 후손에게 깨끗한 에너지를 물려주고자 했던 꿈이 이제 구체화되어 실현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영글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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