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릴 때면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취재길에서 본 끝없는 추모 현수막이 떠오른다. 서울에서 세 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했던 작은 동네는 고(故) 정희철 단월면장을 잃은 깊은 상실감에 잠겨 있었다.
정 전 면장은 ‘김건희 특검’의 소환 조사를 받은 직후 2025년 10월 1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가 조사 이후 남긴 메모에는 ‘수모’ ‘멸시’ ‘강압’ 등의 표현이 18차례 반복됐다.
특검 측은 한 달 넘게 자체 조사를 벌인 뒤 “대부분 항목에서 규정 위반이 없다”고 주장했다. 강압적 언행에 대해서도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인권위는 12월 1일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나머지 3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 인권위는 고인의 휴대전화 포렌식, 지인과의 대화 기록, 관련자 진술, 그리고 21장 분량의 일기 형식 유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인권 침해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인을 대리한 박경호 변호사는 “착한 시골 면장님이 괴로워하다가 변호사까지 선임했으나 끝내 돌아가신 사건”이라며 “그분이 사망한 데는 수사팀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위의 결정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하면서도 “고발 혐의를 가혹행위 치사죄로 해서 고발하는 것이 더 옳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월면 주민 A씨는 “새 면장님이 취임했지만, 여전히 꿈에 정 전 면장님이 나온다”며 “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했다.
정희철 전 면장의 죽음이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잊지 않고 진실을 밝히려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단월면 주민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던 “억울함만은 풀어 달라”는 말이 오늘도 귓가에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