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은 2000명 숫자를 지시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더 늘려”만 반복하며 퇴짜
⊙ 과학적 근거 없고, 의료계와의 협의도 없었다!
⊙ 40개 의대 정원 배정도 현장 실사 없이 ‘엿장수 맘대로’
⊙ 정권의 對국민 거짓말 반복에도 박수부대로 전락한 언론
⊙ 과학적 근거 없고, 의료계와의 협의도 없었다!
⊙ 40개 의대 정원 배정도 현장 실사 없이 ‘엿장수 맘대로’
⊙ 정권의 對국민 거짓말 반복에도 박수부대로 전락한 언론

- 대한의사협회는 2024년 5월 30일 ‘대한민국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를 서울 덕수궁 앞에서 열었다. 사진=조선DB
‘묻고 더블로 가’ 식으로 “더 늘려”만 외치는 대통령
의대 증원의 주역들. 왼쪽부터 이관섭 정책실장(이하 당시 직책), 안상훈 사회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차관. 사진=뉴시스.140페이지의 감사보고서를 읽으면 두 번 놀라게 된다. 처음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묻고 더블로 가’ 식으로 “더 늘려”만 외치는 대통령의 거친 모습에. 다음엔 평생 공직에 몸담아 온 안상훈(교수 출신)·이관섭·장상윤·조규홍·박민수 등 고위 관료 5인방이 오직 대통령 한 사람에게 잘 보이겠다고 죄의식 없이 통계를 조작하고 ‘그럴 듯한 정책’으로 포장해 가는 그 대담함과 치밀함에. 그들에겐 애초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 따윈 관심 밖이었다.
대통령실 참모와 관료들은 ‘의사가 부족하다’는 대통령의 망상에 맞춰 주기 위해 관련 연구를 취사선택하고 통계를 사실상 조작했다.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2000명’을 콕 집어 주문한 적은 없다. 다만 대통령의 격노를 두려워한 관료들이 스무고개 하듯 그 숫자를 맞추어 갔을 뿐이다. 감사원 보고서를 읽다 보면 보고 때마다 계속 “더 늘리라”고 퇴짜를 놓는 대통령 때문에 곤혹스러운 대통령실 참모와 관료들이 ‘대통령이 원하는 숫자’에 근접해 가기 위해 ‘집단지성’을 발휘해 가는 코미디가 보인다.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쳤다는 정부의 말도 거짓이었다. 2024년 2월 6일 발표 당일 1회 1시간 보정심 회의가 전부였고, 기자회견이 미리 세팅되어 있었다는 것은 보정심 회의가 처음부터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늘어난 정원을 40개 의대에 배분하는 ‘배정위원회’는 의대 교육을 담당하는 의대 교수 하나 없이 굴러갔다. 늘어난 정원을 감당할 교육 여건이 되는지 타당성 조사와 현장 점검도 없었다.
정책 결정자들의 거듭된 거짓말과 절차 무시, 현장 무시. 대통령실 참모와 복지부 장·차관은 단순히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를 어쩔 수 없이 이행한 영혼 없는 공무원을 넘어, 주요 대목마다 대담한 팩트 조작과 대(對)국민 거짓말을 일삼은 적극적 공모자들이었다.
간호사 사망사건이 의사 부족 때문?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의대 증원 논의의 시작은 2022년 8월 보건복지부의 ‘새 정부 업무보고’에서다. 대통령이 그해 7월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사건의 배경을 묻자 복지부가 “의사 수 절대 부족이 원인이므로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답변하면서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필요한 만큼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의 원인을 단순히 ‘의사 부족’에서 찾은 것부터가 잘못이다. 이 사건에는 우리나라 의사와 병원들이 고난도, 고위험, 저수가의 응급수술을 피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의료제도의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 담겨 있다.
당시 간호사의 뇌출혈은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것이었고 비(非)수술적 시술인 코일링(coiling)으로 지혈이 되지 않자 머리를 열고 동맥류 자체를 묶어 버리는 수술인 클립핑(clipping)이 필요한 응급 상황이었다고 한다. 아산병원에 클립핑 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는 2명 있었는데, 한 명은 해외 연수 중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지방에 있어 복귀 시간을 감안하면 전원(轉院)이 빠르다고 판단, 서울대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사망했다.
‘왜 아산병원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에 클립핑 수술을 할 의사가 없었느냐’는 의문에 ‘의사 수가 부족해서’라는 답은 틀렸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신경외과 의사는 인구 대비 적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 신경외과 의사들이 뇌출혈 분야를 외면하고 있고, 그마저도 클립핑보다는 코일링 쪽을 더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경외과 의사들은 많지만 이 수술을 할 수 있는 뇌혈관외과 의사들이 갈수록 없어지는 것이다.
클립핑은 매우 고난도의 수술이라고 한다. 수술 자체도 어렵지만 환자의 예후(豫後)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수가(酬價)는 반대로 낮다. 힘들지만 수익 창출도 안 되며 리스크만 높아 자연히 신경외과 의사들도 기피하는 분야가 된 것이다. 환자 사망의 위험, 소송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돈이 안 되는 수술이라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고난도 수술에 망설임 없이 뛰어들기란 아무리 사명감 강한 의사라도 쉽지 않은 게 대한민국 의료 현실이다.
이런 근본적 문제는 외면하고 의사 수만 늘리면 다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윤석열표 의대 증원 논리의 핵심이었다. 의사 수를 아무리 늘린들 필수·응급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보고 때마다 “더 늘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더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거듭된 요구에 따라 증원 규모는 보고 때마다 500명→1000명→2000명으로 늘어났다.
조규홍 당시 복지부 장관은 2023년 6월 대통령에게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500명씩 총 3000명을 증원하는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본인 진술에 따르면 ‘수급 전망에 기초한 게 아니라 대통령 의중 파악용’ 숫자였다. 하지만 대통령은 아무런 근거 없이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며 반려했다. 이때부터 대통령실과 복지부는 대통령이 원하는 1000명 넘는 숫자 ‘만들기’에 몰두했다.
4개월 뒤 조 장관은 ‘2025~27년 3년간은 매년 1000명씩 증원하고 2028년에 정원 규모를 재검토한다’는 초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다. 이 초안을 안상훈 당시 사회수석이 보고 “1000명 정도로 보고하면 혼날 수도 있으니 충분한 숫자로 보고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이에 1942명을 추가로 산출해 ‘2028년 1942명을 증원한다’는 내용을 초안에 추가해 ‘4년간 총 4942명을 증원’하는 안을 만들어 10월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이 안 역시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는 대통령의 지시로 반려됐다.
두 번이나 퇴짜 맞은 조 전 장관은 감사원 조사에서 “대통령 지시에 복지부 장관으로서 ‘충분히’가 어느 정도의 규모를 의미하는지 고민에 빠졌다”고 진술했다. 그의 고민은 의료 현장과 의대 교육 현장에 미칠 충격에 대한 걱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어진 그의 행보는 ‘대통령이 원하는 숫자’를 만들기 위한 그럴 듯한 포장 작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복지부는 미래에 부족한 의사 수를 산출해 숫자를 맞추기로 하고, 의료 인력 추계 관련 논문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2035년 의사 1만 명 부족’ 논리가 만들어진다.
막 던지는 대통령에게 맞추는 관료들
복지부는 여러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보고서 중 ‘2035년에 의사 약 1만 명 부족’ 시나리오를 담고 있는 3개 보고서를 선택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연구〉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 변화의 의료부문 파급효과 전망〉 ▲서울대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의 3개 보고서를 토대로 ‘2035년에 의사가 1만 명 부족해진다’는 결론을 만들었다. 대통령 입맛에 맞을 숫자에 맞춰 근거자료를 취사선택한 것이다. 3대 보고서와 달리 의료 기술 발전과 의사 생산성 증가 등으로 오히려 공급 과잉이 예측된다는 연구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배제됐다. 게다가 ‘2035년 의사 1만 명 부족’이라는 결과도 3대 보고서에 나오는 수십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다. 원하는 숫자에 끼워 맞추기 식으로 연구 결과를 이중 삼중 고르고 또 고른 것.
부족 의사 수 1만 명은 2023년 11월 대통령실 이관섭 당시 국정기획수석 주재 회의를 거치면서 1만 5000명으로 또 늘어난다. 이 수석은 “국민들이 현재 시점에서도 의사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으니 현재 부족한 의사 수도 포함하라”고 주문했고, 복지부는 2023년 12월 ‘현재 부족 의사 수 4786명’을 만들어 냈다.
이후 정책실장이 된 이관섭 실장은 조규홍 장관에게 “첫해부터 2000명 일괄 증원으로 가자”는 제안을 했다. 복지부는 이를 반영해 같은 해 12월 27일 ‘900~2000명 단계적 증원안’과 ‘2000명 일괄 증원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대통령이 단계적 증원에 분명한 반대의 뜻을 보이자 결국 2024년 2월 6일 복지부는 ‘2000명 증원안’을 대통령의 뜻이라고 보고 발표했다.
‘대통령에게 혼날까 봐’ 대규모 증원이 가져올 충격과 의대 교육 현장의 파행에 대해 누구 하나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대통령은 막 던지고, 아랫사람은 눈치나 보며 그 주문에 억지로 맞추는 식의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 계엄 폭주도 이런 그림이 아니었던가.
‘현재 부족한 의사 수 4786명’은 통계 조작
부족한 의사 수가 1만 명에서 1만 5000명으로 늘어나는 과정에 놀라운 통계 조작이 있었다. 감사원 감사가 밝혀 낸 가장 충격적 장면이다.
이관섭 수석은 2023년 11월 두 가지 지시를 했다. 하나는 “세 보고서 모두 현재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전제한 건 비합리적이니, 현재 시점 의사 부족분을 산출하라”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의사의 워라밸 추세와 여의사 증가를 반영하면 부족한 의사 수가 늘어날 테니 새로 산출하라”는 지시였다. 복지부는 세 보고서 작성자 중 신영석 고려대 교수(보사연 연구보고서 공동저자)와 KDI 권정현 연구위원에게 보완연구를 요구했다.
첫째, 신 교수의 연구로부터 도출한 ‘현재 부족 의사 수 4786명’은 그야말로 연구 결과 조작이다. 이 연구는 전국을 70개 권역으로 구분, 의료 취약지로 분류된 31개 지역에서 전국 평균 수준의 의사 수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 수를 도출한 것에 불과하다. 신 교수도 복지부 요청에 “현재 시점의 의사 인력 부족분을 산출하는 연구는 단기간에는 불가능하고, 굳이 필요하다면 의료 취약 지역의 의료 서비스를 전국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의사 수를 구할 수는 있으니 참고로 하되, 현재 부족 의사 수로 해석하면 안 되며, 이와 같은 내용을 연구보고서에 기재할 것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맡기겠다면 맡기라”고 했다고 감사원 감사에서 진술했다. 연구 결과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의사 수 초과 상태의 수도권 지역 통계는 배제된 반쪽짜리 수치를 ‘전국 부족 의사 수’로 둔갑시킨 것은 범죄적 통계 조작에 가깝다.
둘째, KDI에 의뢰한 연구 결과는 통째 배제되었다. 이관섭 수석 지시에 따라 최신 경향을 반영해 의사 인력 수급 추계를 새로 산출하면 부족 의사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가 반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KDI에 ▲초저출산 ▲젊은 의사들의 근로시간 감소 추세 ▲고령층의 1인당 의료 이용 감소 추세 등 3개 요소를 반영해 2035년의 의사 부족 수 전망치를 재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부족 의사 수가 1만 650명에서 5841명으로 오히려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 상반된 결과가 나오자 해당 통계는 보고에서 빠졌다. 사실상 통계 조작인데, 대통령실과 복지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의료계와 협의했다? 거짓말!
문재인 정부 당시 의대 증원(연 400명, 10년간 4000명) 추진을 중단하면서, 복지부와 의협은 2020년 9월 4일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의대 정원 확대 등을 협의하며, 의대 증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 ‘9·4 의정 합의’에 따라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3년 1월 30일 이후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28차례 개최했으나, 구체적 증원 규모에 대한 협의는 진행되지 않다가,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2024년 2월 6일 날치기처럼 증원을 발표했다. 2월 6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한 차례 보정심 회의에서 2000명 증원 규모가 처음 나왔고, 단 1시간 회의 끝에 복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를 강행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2월 6일 보정심 회의 시작 시점인 오후 2시로부터 1시간 후인 3시로 긴급 브리핑 시점을 미리 잡아 두었는데, 복지부 장관은 회의 말미에 “밖에 기자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짧게 몇 분 더 말씀하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발언하고, 위원 1명의 발언이 종료되자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면서 추가로 이의가 있는 위원이 있는지 확인 후 원안 가결을 선포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회의를 개최한 것이며, 실질적 논의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료 제공도 부실했는데 3개 보고서에 근거해 2000명을 증원한다는 내용만을 짧게 기재했을 뿐, 해당 수치가 어떤 가정 및 연구 방법에 따라 추계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했다.
한편 복지부는 앞서 2023년 12월 27일 대통령 대면(對面)보고 자료(의사인력 확충방안)에 2024년 1월중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료계와 의대 증원 규모를 사전 논의한 후 최종 규모를 발표한다는 내용을 포함했으나, 복지부 장관의 결정으로 2월 6일 발표 전 사전 논의는 생략되었다. 이에 대해 조규홍 전 장관은 감사원 문답조사에서 “당시에 증원 규모를 미리 밝히면 바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시작될 것을 우려했고, 논의 의지가 없는 의협에 증원 규모를 제시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약속 위반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 없다.
증원된 2000명 정원을 전국 40개 의대에 배정한 과정도 거짓와 왜곡투성이였다. 2024년 3월 20일 발표된 의대 정원 배정 숫자만 봐도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는 금방 드러난다.
40개 의대 정원 배정 ‘엿장수 맘대로’

비수도권 지역거점대학인 7개 국립대학은 이전 정원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정원을 200명으로 통일해 배정했는데, 이에 따라 충북대는 49명이던 정원이 4배 이상, 경상국립대는 76명에서 2.6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시설·장비, 실습 병원, 의대 교수, 보조인력 등이 구비되어야 교육이 가능한 의대 교육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건 마치 50명 정원 버스에 200명을 태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의 발상이었다.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배정위원회 구성에서도 의대 교수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아 전문성 없이 굴러갔다. 배정위원 7명 중 민간 위원이 4명, 정부 위원이 3명(교육부·복지부·충북도)인데, 민간 위원 4명 중 의사 면허 소지자는 1명뿐이었고 그나마 민간 바이오 분야 연구원으로 활동했을 뿐 의대 교수 경력은 없었다. 나머지는 보건의료정책 연구자들로, 의대 교육 현장에 대한 전문성과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해 본 경험은 전무했다.
교육부가 간호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치과위생사 등 6개 보건의료 계열 직종 양성 학과의 입학 정원을 배정하기 위해 구성한 ‘보건의료계열 정원배정위원회’ 구성을 보면 외부 위원 5명 모두를 대학 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약대·의대·간호대 등 관련 학과 현직 교수로 위촉했다. 심의의 공정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다. 몇 배 더 정교한 검토를 필요로 하는 의대정원 배정위원회에 의대 교수가 한 명도 없었던 것과 대비된다. 전투 병력 확보 방안 결정에 군인이 배제된 꼴이었다.
복지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교육부는 복지부가 작성한 ‘의학교육점검반 점검결과’를 토대로 대학별 증원 신청 규모의 적절성을 확인하겠다는 방침을 세운다.
현장 점검 없이 정원 배정
그런데 교육부가 2024년 3월 초 복지부로부터 받은 〈의학교육점검반 활동보고서〉 자체가 부실했다. 복지부는 의대 증원에 참고하기 위해 ▲2023년 10월 27일~11월 9일 의대가 설치된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증원 수요 조사를, ▲같은 해 11월 6일 의학교육점검반을 구성(총 15명)하고 12월 말까지 서면 검토(40개 대학) 및 현장 점검(14개 대학) 방식으로 각 대학이 제출한 증원 수요의 타당성을 검토한 후 ▲2023년 12월 28일 〈의학교육점검반 활동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교육부가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일부 대학은 증원을 감당하려면 추가적인 교육 역량 확보가 필요한 수준이었고, 다소 무리한 계획을 제출한 대학도 존재하며, 학교의 의지를 파악하는 정도의 총평 수준 내용만 있을 뿐 개별 대학의 교육 역량 및 향후 확충 계획의 타당성 등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증원을 원하는 대학 당국의 희망 사항 수준이었던 셈이다. 현장 점검도 가천대 등 14개 대학에 대해서만 이루어졌다. 교육부는 복지부의 의학교육점검반 활동 결과를 대학별 교육 여건 판단 근거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교육부가 이런 판단을 내리고도 추가적인 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고 대학으로부터 2024년 3월 제출받은 ‘정원배정 신청서’만으로 배정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이후의 과정은 그야말로 ‘엿장수 맘대로’였다. 배정위원회 1차 회의에서 “신청서는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작성하여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증원 수용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묵살당했다. 3차 회의에서는 충북대가 도마에 올랐다. 의대 실습 여건 평가에서 30점 만점에 18점으로 최하점을 받았는데도 40개 의대 중 가장 많은 151명의 추가 정원을 배정받은 것이다. 실습 병원 부족 문제 등에 대해 별도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으나 교육부는 “정부의 예산 지원을 통해 사후 관리가 가능하다”며 마무리해 버렸다.
감사원은 “임상실습 병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충북대학교병원 충주분원을 2029년까지 건립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계획대로 진행되어도 2031년 완공이어서 2~3년간 교육 공백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교육할 여건이 안 되는 학교에 최고 두뇌의 학생들을 무책임하게 던져 놓는 결정을 한 셈이다. 이는 의대생들의 휴학 결심에 상당한 정당성을 부여한다.
6개 배정 기준 고무줄 적용
교육부는 지역거점대, 소규모 의대 등 대학 유형별로 배정 기준을 정한 다음 6개의 기준을 적용해 정원 증감을 결정했다. 6개의 기준은 ▲전국 대비 대학 소재지 권역의 인구 비율 ▲전체 실습 시간 대비 수도권 병원 임상실습 시간 비율(지방 의대이지만 대학병원이 수도권에도 있어 수도권 소재 병원에서 실습하는 비율. 건국대 분교의 경우 건국대병원이 충주와 서울에 각각 소재) 과다 ▲낮은 실습 여건 점수 ▲지역인재전형 법정 비율 미준수 ▲정원신청서의 교육 여건 확충 계획 구체성 부족 ▲권역책임의료기관 역할 수행 등이다.
그러나 이런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함에도 일부 대학에만 ‘감소 조정 사유’로 적용되고 같은 사유가 있는 다른 대학에는 적용하지 않는 등 형평성·공정성을 잃었다. 예를 들어 비수도권 대학 중 수도권 임상실습 비율이 80%가 넘는 대학은 건국대 분교(82.7%), 울산대(84.4%), 동국대 분교(91.5%), 가톨릭관동대(98.9%)였는데, 이 중 건국대 분교는 20명을 감소 조정했으나 울산대는 권역책임의료기관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고려해 조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건국대 분교보다 수도권 임상실습 비율이 더 높은 동국대 분교·가톨릭관동대에 대해서는 별도의 감소 조정을 하지 않았다.
‘낮은 실습 여건 점수’에서도 고무줄 적용이 이어졌다. 고신대, 가톨릭관동대, 충북대, 전남대, 제주대, 강원대는 실습 여건 분야 점수 18점(30점 만점)으로 최하점을 받았다. 이 중 고신대는 ‘낮은 실습 여건 점수’를 반영해 20명을 감소 조정했으나, 나머지 대학은 동일한 사유에도 불구하고 조정하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 결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조규홍 전 장관, 박민수 전 차관, 한덕수 전 총리 등이 “의대 증원의 과학적 근거가 있고 의료계와도 협의했다”고 공식 석상에서 한 발언들이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 거짓을 바탕으로 1년 넘게 의사를 공격하고 의료 시스템을 망가뜨렸다. 대통령의 망상에, 대통령 심기만 살피는 영혼 없는 관료들의 적극적 공모가 결탁하니 결과는 처참했다. 총선 패배, 1년 6개월의 의료대란, 그리고 계엄과 탄핵, 수많은 초과사망자들.
박수부대로 전락한 언론도 공범이다. 2024년 2월 6일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발표를 거의 모든 언론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박수 쳤다. ‘파격적 의대 증원’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라는 표현으로 증원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고, 의료계 집단행동에는 ‘오만’ ‘국민 배신’ ‘집단이기주의’라는 단어로 비난을 퍼부었다. 2000명이라는 충격적 수준의 의대 증원이 미칠 의대 교육 파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정부가 내세운 ‘과학적 근거’에 대한 의료계 반박을 제대로 소개하고 팩트체크 하는 기사도 찾기 어려웠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대다수 언론은 ‘의사가 부족한 건 사실 아닌가. 증원은 정당했다. 다만 2000명이라는 숫자가 무리수였을 뿐’이라는 스탠스였으나, 이번 발표로 언론은 할 말이 없게 됐다.
의료대란 첫 13개월간 초과사망자, 최소 9000명
2024년 12·3 계엄 당시 ‘처단’ 대상으로 몰렸던 전공의들은 2025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통해 상당수 수련 현장으로 복귀했다. 2025년 10월 기준 전체 전공의 규모는 1만 305명으로 의대 증원 사태 이전(1만 3531명)의 약 76.2% 수준이다. 그러나 의료대란 과정에서 수련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한 전공의도 있고, 상당수가 수련 포기 직전까지 내몰렸다. 전공의들이 복귀했다지만 의료 현장 곳곳의 수련 체계가 망가져 지방 대학병원과 필수의료 분야는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전공의 지원율은 지방일수록, ‘바이탈과’일수록 낮다.
의대생들 또한 휴학 불허 방침에 공부도 휴학도 안 되는 상태로 1년을 지냈다. 남학생 상당수는 일반 사병으로 입대해 버렸는데, 그만큼 미래 공보의·군의관 수 감소로 이어져 결국 국가적 피해다. 전공의 부재로 지친 의대 교수들마저 연쇄적으로 사직하고 개원의로 나오면서 필수의료 및 지방의료 공백은 더 악화됐다. 지방 대학병원을 떠나 수도권으로, 필수의료 지원 대신 개원을 선택하는 흐름은 최근 더욱 심화되었다. 피해는 국민 몫이다.
2025년 3월 국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비상진료체계 지원을 위해 투입된 예비비는 1997억원, 건강보험 재정에서는 2조 9874억원이 투입됐다. 3조 2000억원의 국민 재산이 낭비된 것이다. 2025년 2월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 의료대란이 발생한 2024년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간 전국 의료기관 초과사망자 수가 3136명이라고 집계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전문가 자문 등을 바탕으로 김윤 의원이 통계를 낸 이후 시점부터 2025년 2월까지 초과사망자가 최소 6000~8000명이라고 발표했다.
망상적 정책과 고집의 대가는 국민 생명·재산 위협와 의료 현장의 붕괴인데, 감사원은 누구 하나 고발 조치하지 않고 주의를 주는 데 그쳤다.
전문가를 무시한 권력의 종말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을 앞둔 2024년 4월 1일 대국민 담화에서도 의대 증원의 당위성을 강변했다. 사진=뉴스12024년 4월 총선 때 국민의힘을 지휘했던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총선 패배의 제1 원인을 의료대란으로 꼽았다. 특히 투표 직전 4월 1일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치명적이었다. 의사·간호사·의대생과 가족·친지들은 압도적으로 국힘 지지층이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투표장에서 2번을 외면해 역효과가 극대화되었다.
윤석열은 총선 패배 이후에도 유턴을 거부, 의료대란이 악화되는 가운데 지지율이 12%로 떨어진 직후 불법 계엄을 선포하며 포고령에 ‘미복귀 전공의 처단’을 명시했다. 그 순간 스트레스 해소는 되었을지 모르지만 그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모든 의사가 반대한 의료개혁으로 정권이 무너졌다면, 모든 판사가 반대하는 사법개혁으로 또 다른 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군인이 반대하는 전략전술로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권력이 전문가를 무시하면 ‘현실과 사실’의 보복을 당한다. 그래서 실사구시(實事求是)가 동양적 실용주의의 원리가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