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서울시니어스포럼’ 열려, 민간 주도 국내 최초의 노년학 관련 연합 학술행사
⊙ “노인들에게 늙어가는 법을 교육하고 가르쳐야”(이종균 서울시니어스포럼 집행위원장)
⊙ “가까운 미래에 노화를 지연시키는 것 가능”(브라이언 케네디)
⊙ 난소 노화 급격히 진행… 장기 이식 환자 치료약인 ‘라파마이신’으로 여성 폐경 늦출 수 있어
⊙ 여성 1인당 출산율이 6명 이상에서 3명 이하로 감소하는 데 한국 18년, 영국 95년, 미국 82년 걸려
⊙ “오늘날의 시니어는 ‘목적 있는 삶’ ‘지속적 성장’이 새로운 기준”(지명훈 서울시니어스타운 사장)
⊙ “노인들에게 늙어가는 법을 교육하고 가르쳐야”(이종균 서울시니어스포럼 집행위원장)
⊙ “가까운 미래에 노화를 지연시키는 것 가능”(브라이언 케네디)
⊙ 난소 노화 급격히 진행… 장기 이식 환자 치료약인 ‘라파마이신’으로 여성 폐경 늦출 수 있어
⊙ 여성 1인당 출산율이 6명 이상에서 3명 이하로 감소하는 데 한국 18년, 영국 95년, 미국 82년 걸려
⊙ “오늘날의 시니어는 ‘목적 있는 삶’ ‘지속적 성장’이 새로운 기준”(지명훈 서울시니어스타운 사장)

-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고창 웰파크호텔 컨벤션홀(전북 고창군)에서 ‘제1회 서울시니어스포럼’이 열렸다. 사진 가운데가 이종균 집행위원장, 그 옆이 김정배 조직위원장이다. 이하 사진=서울시니어스타워
세대 간 인구 불균형은 전통적인 가부장적·위계적·유교적 가족 구조 내에서 역할 충돌을 초래하며 복지국가 모델을 위협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청년층의 소외와 ‘실버 민주주의(Silver Democracy)’가 도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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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니어스포럼이 열린 고창 웰파크호텔과 컨벤션홀. 지하 1층·지상 9층 규모의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 종합 힐링 공간이다. |
이번 국제 학술대회는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주최하고, 조직위원장은 김정배 전 고려대 총장이 맡아 진행했다. 한국노년학회, 한국노화학회, 한국노인복지학회, 한국지역사회복지학회 등이 후원했다. 우리 사회가 곱씹을 만한 주제를 중심으로 요약해 소개한다.
‘장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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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언 케네디 싱가포르국립대 명예교수. |
케네디 교수는 “노화가 만성 질환의 발병에 대한 가장 큰 위험 요인이며, 많은 감염성 질환의 합병증 발생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가까운 미래에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은 온 인류가 노화와 직면하게 됐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노화 과정을 늦추거나 역전시키는 전략을 개발하는 일이 불가피한 시대를 살게 되었다. 케네디 교수의 말이다.
“동물에게서 노화를 지연시키는 것은 한 가지지만, 인간에게서 효능을 검증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노화를 지연하거나 역전시키려는 시도를 해왔으며, 가까운 미래에 노화를 지연시키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노화를 막고 역전시키는 것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이며, 이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성공적인 전략은 본질적으로,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다.”
그의 장수 연구 분야는 7가지 접근법이다. 노화 표적화, 건강수명 연장, 학제 간 접근법, 특정 개입 방법, 데이터 기반 맞춤형 의학, 노화 메커니즘 이해, 공중 보건적 함의 등이 포함된다.
케네디 교수는 유전학, 생물 기술, 데이터 과학, 맞춤형 의학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합한 협업적 접근을 통해 ‘장수 과학’의 진전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라파마이신(Rapamycin), 알파-케토글루타레이트(Alpha-ketoglutarate), 스페르미딘(Spermidine), NAD[손상된 유전자를 수리하고 정상화하는 시르투인(Sirtuin) 단백질] 등 세포 노화를 늦추는 데 잠재력을 보이는 다면적인 개입을 탐구한다.
라파마이신은 원래 장기 이식 환자의 면역 억제를 위해 개발된 약물이지만, 최근에는 노화 방지와 수명 연장 가능성으로 과학계에서 주된 탐색 대상이 되고 있다.
알파-케토글루타레이트는 항산화 작용을 통해 활성산소에 의한 세포 손상을 줄이고 염증 억제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향상, 수명 연장, 근육 및 뼈 건강 증진과 같은 효과가 검증되고 있다.
스페르미딘은 천연 화합물로서 세포 자가포식(autophagy)을 촉진한다. 이 과정은 손상된 세포 구성 요소를 제거하고 세포 재생을 유도하며,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케네디 교수는 “노화 방지 연구의 진전과 기대수명 증가로 ‘장수 혁명’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며 “이 혁명은 단순히 질환을 치료하는 것에서 벗어나 노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건강 수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난소 노화 방지와 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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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신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
그는 미국 휴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앞서 2007년부터 미국 뉴욕에 위치한 앨버트 아인슈타인 칼리지 오브 메디슨(Albert Einstein College of Medicine) 교수로 재직했었다.
서 교수는 또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의 경우 염색체를 보호하는 텔로미어(Telomere)가 일반인보다 길다는 장수의 비밀을 처음 밝혀낸 유전학자다. 텔로미어는 인간의 유전정보를 담은 염색체의 끝에서 세포가 분열할 때 염색체가 분해되는 것을 막아준다.
장수 집안 사람들은 텔로미어가 짧아지면서 나타나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치매 같은 노인성 질환도 일반 수명의 사람보다 덜 나타난다.
이 텔로미어 연구에 착안해 서 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난소 노화 메커니즘 규명에 뛰어들었다. 장수 연구자들은 난소가 신체에서 가장 빠르게 노화되는 장기라는 사실을 발견해 난소와 장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오랜 시간 심층적인 연구를 이어왔다.
난소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즉 폐경이 빠른 여성은 심장병이나 당뇨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폐경이 늦은 여성에 비해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폐경이 빠른 모계 가족력이 있다면 일반 가정에 비해 여성의 폐경이 빠르다는 것도 알아냈다. 서 교수의 말이다.
“놀랍게도 난소의 노화는 다른 신체와 비교해 급격히, 단시간 내에 진행된다. 30세 중후반 여성부터 다른 신체 장기의 노화 속도에 비해 압축적으로 빨리 진행돼 50세가 넘으면 대개의 여성이 폐경에 이른다.
이에 따라 특별한 메커니즘이 있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사실은 폐경 속도를 늦추면 각종 질병의 발병률 또한 낮아진다는 사실이다.”
라파마이신을 투약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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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면역학자인 발리 플렌드란 스탠퍼드대 교수. |
라파마이신은 보통 20~60mg 정도를 장기 이식 환자들에게 투여하는데, 보통 투여량의 20배가량으로 줄여 여성에게 투여했더니 난소 노화 지연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쳤다.
“라파마이신을 투약하니 난소 내의 난포(卵胞)가 많이 손실되지 않고, (난포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럴 경우 폐경 시기도 늦출 수 있더라.”
폐경이 늦어지면 당연히 임신 가능 연령도 늦출 수 있다. 동물실험을 거쳐 1년 전부터 임상실험을 시작했는데 유의미한 통계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난소에 대한 노화 지연 효과가 입증된다면, 이는 전신의 노화 역시 늦출 수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난소에서 발생하는 변화가 전체 건강에 어떻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세계적인 면역학자인 발리 플렌드란(Bali Pulendran) 스탠퍼드대 교수의 강연은 시종 진지하고 알찼다. 노화 연구에 관한 면역학 분야의 연구 성과를 친절히 설명하며 노인의 항(抗)바이러스 면역을 강화시킬 수 있는 흥미로운 제안을 해 청중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플렌드란 교수는 현재 스탠퍼드 의과대학에서 병리학 및 미생물·면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스탠퍼드 면역, 이식, 감염 학회(Stanford Institute for Immunity, Transplantation and Infection)’의 소장이기도 하다. 스리랑카 태생인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를 나와 호주 멜버른대에서 면역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17년부터 스탠퍼드대에서 재직 중이다.
‘노화가 면역 체계에 미치는 영향’
그는 백신 면역학과 시스템 생물학을 접목한 연구로 유명한데 그의 학문은 시스템 백신학(Systems Vaccinology)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노화, 감염병,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면역 반응 메커니즘을 탐구하고 있으며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 《셀(Cell)》 등 세계적 학술지에 다수 논문을 게재한 학자다. 이번 포럼에서 플렌드란 교수가 강연한 ‘노화가 면역 체계에 미치는 영향’에서 주요 내용을 일부 발췌해 소개한다.
“폐렴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폐렴 구균 백신은 뉴모박스(Pneumovax)라는 다당질 백신과 프리베나(Prevnar)라는 단백 결합 백신이 있다.
다양한 집단, 예를 들어 25~45세, 60~69세, 70~89세를 상대로 접종 전후 프리베나와 뉴모박스의 유전자 발현을 보면 사람마다 이질성이 굉장히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결론은 나이가 들수록 유전자 발현을 보면 단핵구(monocyte)가 증가하고 염증도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이게 바로 노화를 겪는 면역 체계의 특징 중 하나다.”
노인의 면역 체계와 염증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관계를 ‘염증성 노화(Inflammaging)’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노화 과정에서 면역 시스템이 약해지면서 동시에 만성적인 염증 상태가 지속된다.
안타깝게도 노화는 면역세포의 수와 기능을 저하시킨다. 예를 들어 T세포, B세포의 생성이 줄고, 반응 속도도 느려진다. 면역 균형도 붕괴된다. 병원균에 대한 방어가 약해지는데, 반면 염증 반응은 오히려 과도하게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미생물 군집)이 박테리아 유전자 센서를 활성화시키고 면역 반응을 강화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없는 멸균쥐를 가져다가 실험을 하니 백신의 면역 반응이 확연히 떨어지더라. 따라서 면역 반응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 특히 장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들의 집합이다. 면역학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과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해롭지 않고 오히려 우리 몸을 돕는 ‘좋은 균’들이 많다. 장(腸) 속 면역세포의 70% 이상이 마이크로바이옴과 직접 접촉한다. 마치 면역 시스템의 훈련 파트너 같은 역할을 한다. 나쁜 균(예: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장 질환 등)이 많아져 면역 시스템이 과잉 반응하거나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은 병균 침입을 막아주고 염증도 줄여준다.
염증이란 우리 몸이 외부 침입자(세균, 바이러스 등)나 손상에 반응하는 방어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이 반응이 지속되거나 과도하면, 오히려 몸에 해로운 만성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면역 기억’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세포의 반응을 조절한다.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은 염증을 억제하는 물질을 만들어 면역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플렌드란 교수는 ‘면역 기억(Immune Memory)’이란 개념을 강조한다. 면역 기억은 단순히 병원체를 ‘기억’하는 것 이상의 개념이다. 그는 이 개념을 면역 시스템의 ‘학습 능력’과 ‘지속적인 재프로그래밍’으로 확장해서 설명한다.
한 번 감염되거나 백신을 맞은 후, 면역계가 그 병원체를 ‘기억’하고, 다음에 다시 들어오면 더 빠르고 강하게 반응하는 능력이 있다. 이 ‘기억’은 기억 B세포와 기억 T세포에 저장된다.
발리 플렌드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백신은 단순히 항체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면역세포의 유전자 상태를 재프로그래밍해서 장기적인 면역 기억을 형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S03 보조제를 포함한 백신은 단핵구에 염증 억제와 항바이러스 반응 강화라는 이중 효과를 남길 수 있다.
“노인들, 디지털 등 미래 기술 적응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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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스트 오퍼쇼브스키 함부르크대 명예교수와 김광선 강남대 교수의 대담. 이번 국제포럼의 하이라이트였다. |
‘노후의 삶과 비전’을 주제로 나눈 두 사람의 대화에는 밑줄을 칠 만큼 의미 있는 구절이 많았다. 오퍼쇼브스키 교수는 1941년 태어나 교육학, 심리학,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1975년부터 2006년까지 함부르크대 교육과학과(educational science)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김광선(이하 김): 우리 사회가 100세 시대를 넘어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삶의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호르스트 오퍼쇼브스키(이하 오퍼): 지금 우리는 조용하지만 근본적인 변화의 시대, 일종의 조용한 혁명을 겪고 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독일,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순간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 절반은 100세까지 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긴 삶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전통적으로 이어진 교육-직업-은퇴라는 삶의 단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앞으로 청년기가 아니라 40~50대 중년이 삶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진짜 인생은 자녀가 독립한 이후에야 비로소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노년층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AI 로봇 기술 등이 노년층의 삶과 건강 관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오퍼: 디지털이라는 흐름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변화이며 노년 세대도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이 새로운 미래 기술들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기술이 삶을 어떻게 더 나아지게 하는지도 함께 보아야 한다. 삶을 더 편리하고 쾌적하게 만들어줄 가능성이 큰 반면 동시에 새로운 위험도 함께 수반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물음은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디지털 기술이 삶의 시간을 빼앗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을까?
‘카르페 디엠!’
▷김: 한국 사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노인층의 행복한 여가 생활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오퍼: 고대 로마의 지혜가 다시 떠오른다. ‘카르페 디엠!’ 오늘을 누려라! 많은 이가 스스로를 다잡으며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채우고자 한다.
이 시기의 시간은 단지 ‘남은 시간’이 아니라 ‘선물처럼 주어지는 시간’ ‘얻어낸 시간’이다.
▷김: 독일 노년층은 노후 대비에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나? 건강, 재정, 가족 아니면….
▶오퍼: 독일의 노년 세대가 추구하는 건 결국 한 가지다. 잘살고 오래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준비는 노년에 갑자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중간 시기부터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경제적 대비, 즉 물질적인 준비다. 그래서 독일인들은 리스크를 줄이고 미리미리 대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서 중요한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정신적인 준비’다. 나이 들어 마주하게 될 여러 상황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 독일에는 ‘세미 글릭(semiglck)’이라는 말이 있다. 위기가 온다는 걸 알면서도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려는 태도다.
▷김: 바람직한 노후의 삶이란?
▶오퍼: 몸의 건강을 유지하고 가능한 한 오래 자립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라고 정신적으로도 깨어 있고 유연하게 사고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최근에는 정신 건강이 신체적 건강보다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이것은 노년기를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에 있어 매우 의미 있는 변화다.
작고한 스페인의 세계적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92세 무렵 “왜 그 나이에도 매일 첼로를 연습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이렇게 담담히 답했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도 발전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말은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준다. 나이는 성장의 끝이 아니고 인간은 어떤 나이에서도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옌스 당샤트 교수의 “한국 초고령 사회” 진단
옌스 당샤트(Jens Dangschat) 오스트리아 빈공과대 명예교수는 ‘보다 나은 노후의 삶과 웰빙을 위한 사회적·물리적 환경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국의 사례를 많이 들었다. 1950년대의 인구 구조를 보면 정확히 피라미드 모형에 가까웠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950~70년대 3~4%였고 80년대 들어와 5%에 이르다가 2010년 11%로 증가했고 2020년에는 약 15%에 달했다.
반면 유소년 인구(0~14세)는 1950년대 42%에서 1990년대 약 26%로 줄다가 2000년 약 21%, 2010년 약 16%, 2020년 약 13%로 감소했다. 여기서 심각한 사실은 2040년이 되면 역삼각형에 가깝게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그의 말이다.
“1950년대 한국의 모습은 아프리카 중앙 국가들 못지않게 높은 인구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전문가가 예측한 것보다 더 빠르게 초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50년 정도가 더 지나면 굉장히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한국의 유아 출생률은 2023년 현재 0.72명이다. 유럽과 비교해 보면 프랑스 1.90을 선두로 스웨덴(1.78), 아일랜드(1.77), 덴마크(1.75), 영국(1.74), 루마니아(1.71) 순이고 가장 낮은 스페인(1.31)보다도 출생률이 낮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합계 출산율이 1.0 미만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저출산 국가로 꼽히고 특히 30대 초반 여성의 출산율 감소폭이 가장 컸고, 둘째아·셋째아 출산도 큰 폭으로 줄었다. 이와 함께 여성 1인당 출산율이 6명 이상에서 3명 이하로 감소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를 조사하니 한국은 18년이 걸렸다.”
그러나 영국은 95년이 걸렸고, 폴란드 90년, 미국 82년, 그리스 70년, 말레이시아 37년,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중국과 이란으로 각각 11년과 10년이 걸렸다. 옌스 당샤트 교수는 “한국은 성공적인 경제 성장과 함께 농업사회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모하면서 전통적인 성 역할도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사회의 고령화는 주로 3가지 요인에 의해 가속화되는데 첫째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높은 기대수명, 둘째는 자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이주자의 낮은 이민율 (immigration), 셋째는 청년층의 해외 취업에 따른 유출이다. 서구 유럽은 이민을 이미 경험한 바 있지만, 한국은 인구 구조에 있어 이민이 갖는 부분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보수적인 입장,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볼 때 이민율이 높아져야 될 국가들이 있는데 왜냐하면 이민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니어스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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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명훈 서울시니어스타워 사장. |
지명훈 서울시니어스타워 사장은 “서울 도심형 시설의 경우 83%가 1인 가구이며 평균 연령은 88세다. 전원형 은퇴마을인 웰파크시티는 평균 연령이 71세, 부부 가구 비중이 51%”라고 말했다.
지명훈 사장은 또 “서울 도심형 시설은 기관 주도의 정기 프로그램 중심의 생활을 이어가지만 전원형 은퇴마을은 입주자 주도의 32개 동호회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과거의 시니어가 ‘돌봄과 안정’을 우선시했다면, 오늘날의 시니어는 ‘목적 있는 삶’ ‘사회적 연결’ ‘지속적 성장’을 우선하고 있다.
시니어 공동체는 ‘스스로 살아가는 생태계’
이러한 변화에 응답하기 위해 서울시니어스타워는 2024년 ‘서울 시니어스 아카데미’를 출범시켰다.
이 플랫폼은 단순히 교육만 하지 않고, 은퇴 이후의 삶을 재설계할 수 있도록 유급 일자리, 자원봉사, 문화예술 활동 등 실질적 기회를 제공한다.
주요 프로그램은 두 가지 축으로 운영된다. 첫째, 유급 일자리 및 자원봉사 연계를 통해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경제적 보상뿐 아니라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둘째, 창의·문화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텃밭 가꾸기, 공예, 전시, 공연 활동 등의 자기표현과 사회적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입주자 중에서 ‘서울 시니어스 아카데미’를 통해 유급 일자리를 찾은 경우는 17명이라고 한다. 또한 31명이 지역사회 자원봉사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소수의 사례지만 유급 일자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명훈 사장은 “복지 프로그램의 구조 자체가 위로부터 내려오는 방식에서, 주민 주도형 공동체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니어 공동체가 ‘보호받는 공간’이 아닌 ‘스스로 살아가는 생태계’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다. ‘이상적인 노년의 삶’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고, 노년기를 사회적 부담이 아닌 가치 있는 삶의 두 번째 시작으로 전환시키는 이 여정에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스스로 몸을 다스리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며, 끝없이 배우고 일하며 생산하는 노년. 그 아름다운 삶의 방식은 개인의 의지를 넘어, 사회의 손길과 세대 간의 연대 안에서 자라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도 길을 닦고 있는 노인학 전문가들의 발걸음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인터뷰
이종균 서울시니어스포럼 집행위원장
“사회에 기여하는 삶… 고령 사회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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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균 서울시니어스포럼 집행위원장. 45년간 외과의사로, 30년 가까이 노인복지 실천에 앞장서 왔다. |
이종균 위원장은 요즘도 새벽 6시, 책상 앞에 앉는다. 하루 4~5시간은 공부에 쏟고, 남은 시간은 실버 산업의 현장을 직접 발로 뛴다. 45년간 외과의사로, 30년 가까이 노인복지 실천에 앞장서 왔다.
송도병원 이사장실은 생각보다 작았고, 생각 이상으로 어수선해 보였다. 예를 들어 포스트잇이 책상 여기저기에 붙어 있었으며, 책(《암 면역치료의 이해》) 위에 뿔테안경이 놓여 있었다.
수술을 끝내고 들어온 그와 악수를 나눴다. 수술복 차림의 흰 가운에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플러스펜과 볼펜 두 자루가 꽂혀 있었다. 단정한 짧은 머리에, 웃을 때마다 그려지는 V자 모양의 입술이 인상적이었다.
기자는 6월 19일부터 사흘간 머문 고창 웰파크호텔과 컨벤션홀의 규모에 압도되고 말았다. 수도권 호텔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엄청난 비용을 감내하며 저명한 국내외 학자들을 고창으로 초청한 그였다.
“서울시니어스포럼은 오래전부터 구상했는데 우리가 건립한 전원형 은퇴자 마을 근처에 사회복지 전문가들이 모여 활발히 토론하는 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노년에 진정으로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이란?’
4성급 고창 웰파크호텔은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에 91실의 객실과 함께 컨벤션홀, 웨딩홀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 종합 힐링 공간이다. 올해 4월 문을 열었는데 건물 곳곳에서 신축 건물 특유의 생기가 감돌았다.
“대도시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신경을 썼죠. 약 3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고창이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이자 판소리의 고장 아닙니까. 판소리 공연을 컨벤션홀에서 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그러고 보니 판소리 여섯 마당을 집대성한 신재효(申在孝·1812~1884년)의 고향이 고창이다. 고창 판소리박물관에서 4.2km 거리에 호텔이 있다.
―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습니다. 얼마 후면 인구의 절반이 노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런데도 아무런 준비조차 없습니다. 상대적 빈곤율은 OECD 국가 중에서 1위고 자살률도 1위입니다. 이젠 노인의 삶을 개인이나 복지시설만이 책임질 수 없어요. 길어진 수명, 미비한 제도, 급속한 고령화 앞에서 국가·산업·학계가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저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년에 진정으로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국제포럼을 연 겁니다.”
― 그래, 답을 찾으셨습니까.
“결국 답을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앞으로 진짜 답을 찾을 수는 있겠다는 희망이 들었습니다. 2년마다 이런 행사를 열어 계속 답을 찾아야지요.”
그러더니 이런 말을 덧붙였다.
“늙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저는 이 일을 제 인생의 마지막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수십 년 전부터 미국과 일본의 노인복지 시설을 둘러보았죠.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60을 못 넘겼고 환갑에 이르러 죽는 이들이 많았거든요. 제가 노인들에게 늙어가는 법을 교육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 늙어가는 법….
“사람들이 늙는 현실을 마주하고도 아무런 준비를 안 하니 괴리감을 느끼는 겁니다. 결국 가정에 불화가 찾아들고 자기 삶도 만족하지 못합니다. 저는 감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노인이 사회에 기여하지 않으면 그 나라는 망합니다.”
― 기여하는 삶… 중요한 가치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노인 문제의 해결책은 ‘죽을 때까지 일하자’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아기를 안 낳으려고 하고 일도 안 하려고 하죠. 그럼 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산업화 시대 당시 우리는 주린 배를 부여잡고 죽어라 일만 했어요. 이러다 세월이 흘러 죽을 운명과 만나게 됐어요. 우리 삶은 이런 운명이니 죽을 때까지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노인이 사회에 기여하며 늙어가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서울 시니어스 아카데미’를 출범시켜 유급 일자리와 자원봉사를 연계해 노인들이 삶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우리 사회는 죽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번 돈으로 편안하게 먹고살아야지, 생각하면 굶어 죽게 됩니다.”
― 어떻게 노후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 답을 아시는군요.
“어떤 일이든 나이 들어 일한다는 게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인지하게끔 가르쳐야 합니다. 물론 창피한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어요. 당연히 창피하다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되죠. 이를 위해 나이에 맞는 직업을 만들어야 하고 직업 교육도 병행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농촌에서 사는 게 도시보다 훨씬 나아요”
― 도심형 실버타운과 전원형 은퇴마을 중 우리나라 노인복지 시설은 어느 쪽으로 발전할까요.
“아직도 정답을 못 찾았어요. 결국 도시에서 산 사람은 도시를 안 벗어나려고 하겠죠. 근데 시골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성장한 사람은 시골이 그리워 낙향하려고 하거든요.
건강상으로는 농촌에서 사는 게 도시보다 훨씬 나아요. 공기부터 다르잖아요. 노인 주요 사망 원인을 들여다보면 폐 질환의 비중이 3분의 1이나 됩니다. 상당히 높지요.”
― 인구 소멸 지역을 은퇴자 마을로 조성하는 것은 어떤가요.
“노인복지 시설을 산골짜기에 지어놓는다? 노인들이 좋아할까요? 주변에 사람이 있어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어져요.”
― 휴양형 실버타운은 어떨까요? 태국이나 베트남 같은 동남아 휴양지에서 1년 살아보기 같은 체인형 노인복지 시설이 인기를 끌까요?
“한마디로 죽을 때까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놀자는 것인데 천성이 놀기 좋아하는 사람은 몰라도, 그런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또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 그게 삶의 철학이시군요.
“아니, 사회구조가 그렇게 돼버리면 안 됩니다.
90세까지 산다고 볼 때 60세에 은퇴해 30년을 놀아야 합니다. 누군가는 그 노인을 30년간 먹여 살려야 해요. 인생의 30%가 남한테 의존해 사는 삶이라면, 역으로 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나머지 사람들의 생활은 구겨질 수밖에 없어요.
다들 은퇴 후에 쉬어야지, 놀아야지 이런 생각들만 하고 있어요.”
“생산적인 고령 사회를 만들어야”
―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고령 사회를 준비해야 합니까.
“생산적인 고령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체력이 허용하는 한 어떤 형태로든 노인이 사회에 기여하고, 그것이 옳은 삶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사회가 돼야 편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은퇴한 친구들이 절 보면 ‘넌, 아직도 일하냐?’고 해요. ‘나는 이렇게 편안하게 사는데 너는 지금도 힘들게 일하고 있구나’는 겁니다.”
― 가진 사람이 더 독하다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물론 전 재산 다 팔아 놀라고 하면 흥청망청 못 놀까요? 그런데 모두가 그렇게 놀면 우리 사회는 망하게 됩니다.”
― 감동적인 말씀입니다.
“고령 사회에 깊이 빠져들수록 국민이 그걸 느껴야 합니다. 사회에 기여하는 삶! 그렇지 않으면 우리 후손이, 미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