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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기

화창한 날씨와 4만 명의 질서, 무지개 구름… 새 정부의 앞날 보여준 듯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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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초청장과 비표. 사진=권세진 기자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날인 5월 10일, 이날 날씨는 국민들의 기대를 반영하듯 화창했다. 기자는 개인적인 인연으로 취재용이 아닌 일반인용 취임식 초청장을 받았다. 과거 대통령 취임식 때마다 정치부가 아닌 부서 소속이어서 현장 취재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참석해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껴보기로 했다.
 

  대통령 취임식이 5월에 열린 것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이후 두 번째다. 19대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은 약식으로 국회에서 열렸기 때문에 5월에 야외에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것은 처음이다. 현재 헌법이 제정된 1987년 이후 대통령 선거는 계속 12월에 열렸고, 대통령 취임식은 2월이었다. 취임식 참석자들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참석해야 했고 오랜 시간 야외에 머물면서 코끝이 빨갛게 얼어붙는 경우도 많았다. 탄핵 사태로 ‘5월 장미 대선’이 치러진 19대 대선부터 대통령 임기가 5월에 시작됐고 이번 취임식도 5월에 열리게 되면서 참석자들의 마음과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졌다.
 
취임식 당일 국회 정문 앞 보안검색대. 사진=권세진 기자
  초청장에는 오전 8시50분까지 입장하라고 적혀 있었다. 4만 명이 넘게 모이는 행사인 만큼 도로 통제와 교통량 증가로 길이 밀릴 것은 당연지사, 일찌감치 여의도로 향했다. 국회 앞 의사당대로 통제로 여의도공원 인근 건물에 차를 세우고 걷기 시작했다. KBS본관 근처부터 도로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국회 정문 앞에 도착해 비표 확인 절차를 거쳐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물 등 액체류는 반입 금지였고 보안요원들의 소지품 수색과 몸수색도 꼼꼼했다. 이 때문에 입장 줄이 길어졌지만 시민들 중 불평을 표하는 사람은 없었다. 새 시대를 맞는 현장에 함께한다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모습들이었다. 오전 10시 식전행사가 시작됐고 입장 인파는 계속 이어졌다. 국회 경내는 참석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지만 다들 국회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지인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전송하는 등 즐거운 표정이었다. 참석자들에게는 기념품인 취임식 엠블럼이 찍힌 마스크와 부채, 생수병이 지급됐다.
 
취임식 참석자들에게 제공된 입장용 목걸이와 기념품. 사진=권세진 기자
  대통령 내외의 국회 도착 예정 시각인 오전 11시가 다가오자 참석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 정문에 도착하는 대로 차량에서 내려 단상까지 100여 미터의 길을 걸어오며 참석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셀카를 찍는 등 스킨십을 가질 계획이었다. 그때까지 좌석에 앉아 있던 사람 중 일부가 대통령 내외를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국회 중앙 도로(정문~분수대~본관 앞 단상) 쪽으로 모여들었다. 순간 질서가 무너지지 않을까라는 불안함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가이드라인과 펜스를 설치하고 사람들을 안내하는 보안요원들의 지시에 참석자들은 성실하게 따랐고, 보안요원들도 친절한 태도로 안내했다.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국회에 도착해 화동들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권세진 기자
  대통령 내외가 국회 정문 앞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윤석열!”을 연호했다. 윤 대통령은 남색 양복에 하늘색 넥타이를 맸고, 김건희 여사는 하얀색 플레어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대통령 부부는 도착 직후 화동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으면서 몸을 숙여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췄고, 그 모습을 본 참석자들 일부는 눈물을 글썽였다. “드디어 세상이 바뀌었구나”라고 혼잣말을 내뱉는 어르신도 있었고, 한 시민이 “문재인은 왜 안 오지?”라고 하자 다른 한 시민이 “안 와도 된다”라고 답해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역대 가장 젊고 스타일리시한 영부인인 김 여사가 어떤 패션으로 나타날지 궁금했는데, 김 여사의 하얀 원피스와 하얀 구두는 이날의 날씨 및 분위기와 무척 잘 어울려 보였다. 꽃다발을 건네는 화동의 하얀 원피스와 커플룩 같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입장하는 동안 사람들은 “걸음걸이도 당당하다” “당선 후 얼굴이 더 좋아졌다” “(김 여사를)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훨씬 키도 크고 예쁘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취임 연설 중 떠오른 무지개 구름. 사진=권세진 기자
  이날 행사를 가열하게 준비해온 취임식준비위원회에는 다소 미안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참석자들에게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무지개 구름(채운·彩雲)’이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연설을 하는 중 일부 참석자가 뒤를 돌아보며 웅성거렸다. 취임식의 핵심인 취임 연설 중 또 다른 이벤트가 있을 리는 없을 텐데라는 생각에 의아해하며 뒤를 돌아봤더니 하늘 높이 무지개가 떠 있었다.
 
  참석자들은 앞다퉈 무지개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고, “대통령 취임식에 무지개라니 상서로운 기운”이라며 들뜬 분위기였다. 우담바라, 즉 불교에서 3000년에 한 번 전륜성왕(轉輪聖王:세계를 통일·지배하는 이상적인 제왕)이 나타날 때 핀다는 상상의 꽃을 언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비가 온 직후도 아니었고 시간상으로도 식전행사나 행사 후가 아닌 대통령 취임사 도중 선명하게 떠오른 무지개에 일각에서는 “인공 무지개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날의 무지개는 정확하게는 무지개가 아닌 무지개 구름, 즉 채운(彩雲:태양 부근을 지나는 구름이 무지개처럼 색을 띤 것처럼 보이는 현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참석자들을 즐겁게 하기엔 충분했다.
 

  정오가 넘어 취임식이 끝난 후 4만여 명이 국회에서 퇴장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3시간여를 야외에서 보낸 참석자들은 대부분 강한 햇볕과 더위에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밝은 표정이었다. 다들 대통령의 취임사와 참석 인사들에 대한 관심보다는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했다는 기쁨이 커 보였다. 경남 모처에서 전날 상경해 하루 숙박한 후 취임식에 참석했다는 70대 한 시민은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고민했지만 이런 좋은 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무리해서 왔는데 대통령의 당당한 모습을 보는 순간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5년 후 다시 (대선에서) 표를 찍기 위해 건강관리를 확실히 해야겠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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