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가 ‘학생 교육 교재’ 등에 ‘참고’했다는 보고서 내용의 실상

蘇·中·北 침략 행위 흐리고, 미군 개입 부당성 암시 가능한 ‘6·25 내전론’ 재소환

  •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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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의계약으로 3000만원 주고 통일부가 ‘문재인 정권’ 인사가 대표인 단체에 맡긴 용역의 결과물
⊙ 전국 480개교 방문하는 ‘통일 강사’들… ‘교실’로 편향적 국가관·역사관 유입될 가능성
⊙ 남북 합의 파기 주범인 북한 책임 적시 안 하고 “지켜지지 않았다”… 피동형 기술의 저의는?
⊙ 북핵 대응 방어 체계 확충을 ‘비판적 성찰’ 대상으로 규정한 초현실적 안보관
⊙ 세 차례 보고회 거치고도 ‘편향 서술’ 방관한 통일부
통일부가 ‘평화·통일·민주시민 교육의 개념 정립 및 제도적 근거 검토’를 목적으로 발주한 정책용역보고서에 편향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적 기술’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용역을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가 대표인 단체와 3000만원에 수의계약을 체결해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2026년도 평화·통일·민주시민 교육 기본방향 및 기본계획 수립 ▲2026년도 평화·통일·민주시민 교육 콘텐츠 개발 ▲오프라인 교재 및 온라인·뉴미디어 교재·영상 등에 참고한다고 밝힌 통일부 역시 같은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해당 보고서의 ‘새로운 평화·통일·민주시민 교육의 주요 주제’란 대목에는 좌파 또는 진보 진영의 ▲국가관 ▲역사관 ▲안보관 ▲대북관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향후 이런 내용으로 교육이 진행된다면, 정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국가관’과 자학적인 ‘역사관’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는 내용을 주입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방위 산업’도 ‘성찰 대상’?
 
정동영 통일부 장관. 사진=뉴시스

  통일부 소속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은 2025년 9월 해당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계약 상대는 모 사단법인이다. 해당 단체의 이사장과 용역 책임연구원은 각각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인사들이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평화·통일·민주시민 교육의 새로운 방향’이란 대목에서 북한의 공격용 군비 증강과 그에 대응해 방어무기를 확충하는 우리의 관계를 ‘군비경쟁’이라고 표현했다. 군비경쟁은 상호 대칭적인 군사력 증강이 반복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남북 관계는 국제정치학에서 얘기하는 전형적인 군비경쟁 사례로 보기 어렵다.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지속해 왔다. 이는 국제 제재 대상이 되는 군사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핵무기도, 이를 억지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생존을 위한 방어력 강화를 ‘군비경쟁’이라고 표현하는 행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라는 구조적 위협을 축소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쉽지 않다.
 
  또한 연구진은 방위산업 성장이 ‘비판적 성찰’의 대상이라는 식으로 주장했다. 방위 산업은 ▲자주적 방어 역량 구축 등 국가 안보 강화 ▲첨단 기술 개발과 유관 산업 경쟁력 제고를 통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 무기 체계 공유로 동맹국과 우호국의 안보 역량을 강화해 집단 안보체제 강화 등의 기능을 하는 국가적인 ‘전략 산업’이다. 이 같은 가치를 지닌 방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미래 세대가 방위 산업의 산업적·안보적 가치를 균형 있게 이해할 기회를 제한하고 편향된 인식을 가지게 할 위험이 있다.
 
 
  ‘비핵화 중단’이란 표현의 ‘함정’
 
2026년 2월 25일, 북한 김정은이 딸 김주애와 함께 야간 열병식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당 용역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결국 비핵화는 중단되었고’란 표현을 사용해, 마치 북한이 2018년에 핵 폐기 의사를 표명했던 사실이 있는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있는 기술을 했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요구하는 ‘비핵화’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얘기한 일이 없다.
 
  북한은 이미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 발사에 성공한 직후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듬해 4월 20일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는 “핵무기 병기화를 믿음직하게 실현하였다는 것을 엄숙히 천명한다”고 밝혔다.
 
  해당 용역 연구진은 또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명백한 대남 적대 행위와 남북 합의 파기 책임에 대해서는 명기하지 않고, 양비론(兩非論)적 주장을 기술했다. 남북대화와 합의의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남북 합의가 왜 파기됐는지 그 책임 소재는 가리지 않았다.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부터 2018년 판문점 선언에 이르기까지 약속을 어기고 대화의 판을 깨며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자행한 주체는 북한이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양자 간 합의도 다자간 합의도 모두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는 피동형 서술을 했다. 합의 파기의 책임이 남북 모두에게 있는 것처럼 본질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北 특성상 불가능한 ‘민간 교류’ 강조
 
  해당 용역 연구진은 시민사회가 남북 관계의 능동적 주체가 돼야 한다며 ‘민간 교류’의 확대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 민화협(민족화해협의회)과의 ‘교류’를 그 근거로 제시했지만, 북한에는 ‘민간’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소위 ‘사회주의 헌법’은 “조선노동당의 영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제11조)”고 규정한다. 이는 북한에서 노동당의 영도에서 벗어난 사적 영역이 존재할 수 없음을 뜻한다.
 

  연구진이 언급한 북한 민화협은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외곽기구다. 통일전선부는 대남 선전·선동과 남남 갈등 조성을 통해 북한 동조 세력을 포섭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대남공작부서다.
 
  해당 용역 연구진은 또 “역사는 시민사회가 남북 관계의 능동적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 실현에 시민과 시민사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음을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판단을 요하는 남북 관계를 민간단체가 주도하도록 허용할 경우, 우리는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6·25의 시작은 ‘내전’이었다는 위험한 주장
 
1950년 6·25 전쟁 당시 남침하는 북한군의 모습이다. 용역 연구진은 6·25 전쟁을 가리켜 ‘내전으로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용역 연구진은 또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를 설명하면서 6·25 전쟁을 ‘내전’에서 시작해 ‘국제전’으로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6·25 전쟁을 ‘북한의 선전포고 없는 공격으로 시작된 일종의 내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소련·중국·북한 등 국제 공산 세력의 침략 행위를 단순한 민족 내부 갈등으로 축소해 그 발발 원인과 책임을 흐리게 할 위험이 있다. 6·25 전쟁은 한 국가 안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이 아니다. 북한과 소련·중국이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하고, 준비된 국제 공산세력의 ‘침략 행위’다.
 
  그럼에도 6·25 전쟁을 ‘내전’에서 시작해 ‘국제전’으로 확대됐다고 주장한다면, ▲ 대한민국을 북한과 같은 교전단체로 격하해 1948년 유엔 총회 결의를 통해 인정된 국가적 정통성과 유일 합법성을 부정하고 ▲집단적 자위권에 기초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정당한 군사 조치를 ‘타국 내정에 대한 부당한 개입’으로 오인하게 하며 ▲중공군 등 공산세력의 불법개입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등의 심각한 역사 왜곡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이는 정책연구용역 보고서의 문제 대목 중 일부에 불과하다. 통일부 관계자에게 이런 기술들이 최종적으로 걸러지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해당 관계자는 “명확하게 반헌법적이거나, 정부 공식 견해와 반대되는 기술이 있었다면, 저희가 뭔가 일부 수정을 요청할 수 있었겠지만, (문제적 대목들은) 기술하는 학자의 견해니까 그걸 엄밀하게 모든 문장과 표현들을 다 중립적으로 고치라고 하는 건 어렵다”고 하면서 해당 보고서 내용이 통일부가 설정했던 연구 목적과 지시했던 연구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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