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포커스

6월 지방선거 최고의 관전 포인트

‘장동혁·한동훈 합작’이야말로 최고의 중도층 공략 전략

  • 글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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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은 ‘누가 옳은가’보다 ‘누가 내 삶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가’를 묻는다. 국민의힘의 최고 중도층 공략은 ‘장동혁·한동훈’ 합작이다. 사진=조선DB
2026년 6·3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첫 집단적 ‘정치 판결’ 선거다. ‘정권 안정의 확인’이 될 수도, ‘조기(早期) 견제’의 출발선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여권에게 유리한 선거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여권에 유리한 선거 환경
 
  첫째,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꾸준히 50%대 중반을 상회하고 있다. 둘째,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기대에서는 여당이 야당을 압도하고 있다. 셋째, 이재명 정부는 국민들의 경제 기대치에서 선방하고 있다. 한미 관세·무역협상 타결, 코스피 최대치(1월 14일 현재 4700선) 돌파, 수출 7000억 달러 달성 등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새 정부 출범 초기, 약 1년 6개월 내에 치러진 선거는 여당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해 왔다. 대표적으로 제2회(1998년 김대중 정부 초), 7회(2018년 문재인 정부 초), 8회(2022년 윤석열 정부 초) 지방선거가 이에 해당하며, 수도권 광역단체장을 여당이 석권하거나 압승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유권자들은 일단 정부가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국정 안정론’이라고 한다. 임기 초반에는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비판보다는 지지가 앞서는 ‘허니문’ 기간이 이어진다. 이 시기 여당 후보들은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대 선거를 치르게 된다. 이른바 ‘대통령 코트테일(coattail) 효과’가 작동하는 것이다.
 

 
  ‘명-청’ 갈등과 선거 후 시나리오
 
이번 6월 지방선거는 여권에게 절대 유리하다. 중요한 것은 선거 이후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연임 여부다. 명·청 대전이 격화될 수도 있다. 작년 11월 4일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정청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조선DB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미래는 장밋빛 전망일까? 이재명 정부는 역대 정부와 비교해 상당히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집권 초기부터 당·청 갈등, 대통령 최측근 보은(報恩) 인사 논란, 집권당 비리 의혹 등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초반인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집권 초기 국정 장악력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당권 수호 의지가 맞부딪히면서 이른바 ‘명·청 갈등’이라는 독특한 당정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명·청 갈등의 핵심은 단순한 개인적 불화가 아니라 차기 대권과 당권을 둘러싼 권력 주도권 다툼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당이 ‘질서 있는 뒷받침’을 해 주길 원한다. 반면 정 대표는 ‘당원 주권’을 내세워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의 자립성을 강조한다.
 
  6월 지방선거는 명-청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정 대표는 연임 명분을 얻고, 대통령은 당 장악력 상실을 우려해 견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청래를 막겠다’는 친명계와 ‘밀리지 않겠다’는 친청계 간에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친명-친청 혈투 속에서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할 경우, 이른바 ‘명나라는 가고 청나라가 오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정 대표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비청횡사’를 피하려는 친명 의원들이 정 대표에게 줄을 서는 ‘집단 엑소더스’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이재명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 시작될 수 있다.
 
  반대로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정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분출되고, 친명계는 비대위 체제를 요구하며 정 대표 사퇴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당권 재편을 위한 본격적인 투쟁이 시작될 수 있다. 이른바 ‘생존형 리더십’의 강자인 이 대통령이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 정청래와 김어준을 제압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장동혁의 사과, 재건축이냐 인테리어냐
 
  더불어민주당에서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과 공천 뇌물사건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국민의힘 지지도는 답보 상태다. 당이 분열돼 있고 대안 세력으로 인식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윤 어게인’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승리한 장동혁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와의 통합에 미온적인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당 주류 세력이 ‘당원 게시판’ 문제로 한동훈 전 대표를 징계하면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1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12·3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했다. 당 안팎에서는 대체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등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윤 어게인’과의 절연 없는 계엄 극복은 허상”이라고 혹평했다. 당내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재건축 수준의 혁신이 필요한데 내부 인테리어 수준”이라고 직격했다.
 
  장동혁 대표에겐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그리고 한동훈 전 대표와의 합작은 국민의힘이 ‘이기는 변화’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당내 통합과 중도 확장을 요구해 온 보수 성향 언론, 그리고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의 주문과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계엄 사과 이후에도 윤 어게인과 계엄을 옹호하는 인사들을 골라 주요 보직에 기용했다.
 
 
  국민의힘에 던져진 4가지 시나리오
 
국민의힘 윤리위가 1월 14일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을 의결했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운명에 따라 지방선거가 요동칠 전망이다. 한 전 대표가 지난해 12·3 비상계엄 1주년을 즈음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장동혁 대표 앞에는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여부, 한동훈 전 대표 징계 여부를 변수로 네 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첫 번째 시나리오(①)는 ‘윤 절연 거부’와 ‘한 전 대표 징계 강행’이다.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는 한 전 대표 징계를 밀어붙여 당을 완전히 장악한 뒤, 친윤석열 강성 당원의 지지를 받는 후보들을 내세우면 국민의힘 지지층이 결집해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두 번째 시나리오(②)는 ‘절연 거부, 징계 유보’다. 절충적 성격이 강하다. 지도부가 당이 쪼개질 경우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때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다. 한 전 대표 제명은 최고위원회 논의를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최고위가 정무적으로 판단해 한 전 대표에게 유보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③)는 ‘윤 절연 수용, 한 전 대표 징계 강행’이다. 친윤·친한 모두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네 번째 시나리오(④)는 ‘윤 절연 수용, 징계 유보(철회)’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유신 시대였던 1979년 제1야당 신민당 총재 선거는 한국 정치사에 유난히 깊은 여운을 남겼다. 평생 경쟁자이자 라이벌로 살아온 김영삼(YS)과 김대중(DJ)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지역과 계파를 달리하는 두 지도자가 손을 잡는 모습은 국민에게 신민당이 싸우는 정당이 아니라 민주화의 정치적 대표라는 인식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큰 목표가 작은 갈등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1979년 신민당 총재 선거와 ‘이기는 변화’
 
1979년 제1야당 신민당 총재 선거 당시 평생 라이벌 YS-DJ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었다. 야당은 어떤 얼굴로 국민 앞에 서느냐가 중요하다. 1971년 4월 대선 당시 YS(오른쪽)가 신민당 후보 DJ의 손을 들어 주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조선DB

  1979년의 YS-DJ 협력은 존망(存亡)의 기로에 서 있는 국민의힘을 이끄는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이재명 정부의 폭정에 맞서 2026년 지방선거 승리라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작은 갈등을 접고 ‘장(張)-한(韓) 합작’을 성사시켜야 한다. 이것이 ‘이기는 변화’의 시작이다.
 
  ‘장-한 합작’의 핵심은 두 사람이 조건 없이 회동해, 장동혁 대표는 당원 게시판 징계 추진을 철회하고 한동훈 전 대표는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다. 더불어 서로 역할을 분담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가령 ‘대한민국 수호 범국민 투쟁위원회’ (가칭) 위원장을 한 전 대표에게 맡겨 대여 투쟁의 전면에 나서게 하고, 장 대표는 민생 및 청년 정책 어젠다를 주도하는 방식이다.
 

  현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의 전개는 ①→②→③→④ 순으로 전망된다. 만약 장동혁 대표가 ① 시나리오에 집착한다면 미래는 어둡다. 결국 실패한 ‘황교안의 길’을 되풀이할지도 모른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을 이끈 황교안 대표는 강성 지지층 중심의 전략에 치중하다 완패했다.
 
  따라서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정권의 독주를 막고 ‘이기는 선거’를 치르기 위해, 당 윤리위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아울러 윤리위원회 결정을 다루는 최고위 개최에 앞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새 정부 출범 1년이라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정교한 ‘선거 전략 맵’을 만들어야 한다. 핵심은 당을 통합하고, ‘허니문 프레임’을 깨며, ‘견제와 균형’의 실익을 부각해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있다. 정치에서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선언이 아니라 불편한 행동이다. 단언컨대 ‘미움받을 용기’로 만들어지는 ‘장-한 합작’이야말로 최고의 중도층 공략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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