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2·3계엄 1년, 흔들리는 대한민국 | 실종된 정치… 폭주하는 여당, 무기력한 야당

“계엄 이후 정치 양극화 심해졌다” 77%

  •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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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1일 오후 국민의힘이 정부의 야당 탄압과 독재 정치를 규탄하며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5년 8개월 만의 장외투쟁에 나서 장동혁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 후 계엄주체인 대통령이 파면되고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 정치는 회복은커녕 더욱 심한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강성 당대표가 이끄는 거대 양당은 하루가 멀다하고 극한 대립을 계속하며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고, 국민은 지쳐가고 있다.
 
  계엄 전에도 국회는 여소야대 현상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22대 총선에서 총 의석수 중 3분의2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킬 수 있었고, 정부여당이 이를 저지할 방법은 오로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뿐이었다. 민주당 법안 통과->대통령 거부권 행사->민주당 법안 다시 통과->거부권 행사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폭주하는 여당, 의회민주주의 파괴
 
  계엄으로 탄핵과 대통령 파면,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에는 이 같은 법적 절차조차 무력화됐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은 법사위와 상임위, 본회의를 일사천리로 통과할 수 있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입법활동이 진행되면서 ▲검찰청 폐지 ▲방송통신위원회 폐지 ▲전직 대통령 부부와 야당 현역 의원 구속 ▲대법관 증원 ▲노란봉투법 통과 등이 몇 달 만에 확정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받던 5건의 재판은 중지됐다. 국민의힘은 반발했지만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민주당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국민의힘은 107석을 보유하고 있지만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간신히 개헌 저지선(제적 3분의1)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여당과 해야 할 민생법안 협의도 여야 갈등이 깊어지면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의미있는 법안 발의도, 표결도 하지 못하면서 무기력증도 심해지고 있다. 당에 만연한 무기력함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를 벗어나기 위한 당 차원의 변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 다수는 계엄 1년을 맞는 2025년 12월 3일에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장동혁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장을 옹호하는 뜻을 보여 개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극심한 정치 양극화, 내란 정국 계속될 듯
 
2025년 10월 13일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왼쪽)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 극단적인 팬덤이 정치권을 좌지우지하게 되면서 정치 양극화가 극심해진 점 역시 계엄의 폐해다. 민주당의 강성 지지자들인 ‘개딸’과 극우보수로 성향 보수정당 지지자들을 ‘윤어게인’은 계엄 이후 대선과 각 당 전당대회 국면에서 본격적으로 정당에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정청래 대표와 장동혁 대표는 당대표 선거 당시 각각 개딸과 윤어게인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고, 이들을 지지기반으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개딸의 행동력과 영향력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앞서 노무현ㆍ박근혜ㆍ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도 팬덤이 존재했지만 개딸은 차원이 다르다. 반대 진영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 반(反)이재명 행보를 보이는 정치인을 향해 휴대전화 문자 공격, 사무실 전화 공격, 온라인게시판 공격에 나서 업무를 마비시킨다. 윤어게인도 유사한 성격을 지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윤 전 대통령과 대립했던 한동훈 전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 적대감을 보이고 그들의 행보를 비판한다. 특히 이들의 상징적 존재인 방송인 김어준씨와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에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어준씨는 야권에서 ‘충정로 대통령’이라는 공격을 받을 정도다. 전한길씨는 장동혁 대표로부터 의병(義兵)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정치 양극화는 수치로도 드러났다. 《중앙일보》와 한국갤럽이 2025년 11월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 결과 “계엄 이후 정치적으로 더 양극화가 됐다”고 답한 비율은 77%로 ‘그렇지 않다’(18%)는 응답을 압도했다. 정치적 양극화의 책임이 어디에 주로 있는지에 대한 답변은 윤석열 전 대통령 25%, 국민의힘 18%, 언론 16%, 민주당 12%, 정치 유튜버 10%, 이재명 대통령 10%,국민 2% 순이었다. (응답률 10.8%,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 양극화와 함께 국민의 정치 혐오도 확산되고 있다. 계엄ㆍ내란 관련 정국은 2026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내란특검 등 윤석열정권을 겨냥한 3대 특검(내란특검ㆍ김건희특검ㆍ채해병특검)은 2025년 11월에 기한이 종료됐지만 민주당은 2차 특검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2026년 초 2차 특검이 출범하면 내란 관련 수사와 재판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6월 지방선거는 물론 2028년 총선까지 계엄과 내란 이슈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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