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연구

여야를 좌지우지하는 팬덤 정치

민주당 주류가 된 ‘개딸’, 국힘 흔드는 ‘윤 어게인’

  •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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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도한 팬덤으로 인한 정치 양극화가 한국 정치와 정당 민주주의의 위기 증폭”(이현출 건국대 교수)
⊙ 민주당 대표 후보들은 모두 개딸에 구애, 국민의힘 대표 후보 중 절반은 윤 어게인에 구애
⊙ 개딸, 21만 명 네이버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서 활동
⊙ 윤 어게인, 우파 인사 유튜브·페이스북 중심이지만 거리로 나서기도
⊙ 당 원로들, ‘개딸 여론’ 따라가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게 “당원만 바라보면 안 돼”
⊙ 전한길 “국민의힘도 우파 개딸 만들어야”, 장동혁 “민주당, 개딸로 대선 승리”
윤 어게인 집회(왼쪽)와 이재명 지지자들의 집회. 사진=조선DB
2025년 8월 새 지도부를 맞게 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강성 당원을 중심으로 선명성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8월 2일 취임한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취임 후 “정상적인 야당 파트너와 일하고 싶다. 내란 추종 세력이 있는 한 협치(協治)는 없다”며 국민의힘을 야당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도 8월 22일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들이 선명성 경쟁을 펼치고 있다. 양당 모두 강성 당원들의 뜻을 중시하면서 향후 여야 관계는 강대강(强對强)의 대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강성 친(親)이재명계 당원은 ‘개딸’,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성 당원은 ‘윤 어게인’으로 불린다. 정당 내 극단 세력은 늘 존재했지만 ‘개딸’과 ‘윤 어게인’은 현재 각 당의 지도부와 당내 주류 정치인들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이 됐다. 한국 정치 사상 양대 정당 모두 극단적인 세력이 주도권을 가진 경우는 처음이다.
 
 
  개딸의 영향력은
 
2025년 8월 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박찬대 후보는 강성 당 지지층을 향해 표심을 호소했다. 사진=뉴시스
  ‘개딸’은 현재 민주당원의 여론을 주도하는 세력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들을 뜻하는 개딸은 ‘개혁의 딸’의 줄임말이다. 개딸의 플랫폼은 네이버카페 ‘재명이네 마을’이다. 21대 대선 전인 2022년 3월 개설됐으며 회원 수는 약 21만 명이다. 카페 운영진은 개딸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기로 한 상태지만, 여전히 개딸이라는 단어는 통용된다. 카페 운영진의 정체는 비공개다.
 
  앞서 노무현·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도 팬덤이 존재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팬덤은 과거 어느 정치 팬덤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동력이 특징이다. 반이재명 행보를 보이는 정치인을 향해 휴대전화 문자 공격, 사무실 전화 공격, 온라인게시판 공격에 나서 업무를 마비시킨다.
 
  2024년과 2025년 민주당 전당대회는 ‘개딸 여론’이 주도했다. 2024년 전당대회에서 당시 최고위원 후보 중 1위를 달리던 정봉주 후보는 개딸들로부터 비판받으면서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당시 ‘재명이네 마을’ 카페에는 강성인 정 후보가 이재명 대표 바로 옆에 자리 잡는 수석최고위원이 된다면 시선이 정 후보에게 쏠릴 수 있다는 점, 과거 문제적 발언들 때문에 이재명 대표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정 후보를 낙선시켜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결국 정 후보는 초반 1위를 달리다 최종 당선권 밖으로 밀려났고, 이재명 당시 대표 후보가 사실상 손을 들어준 김민석·전현희·이언주 후보가 개딸의 화력에 힘입어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2025년 전당대회에서는 대표 후보로 나선 정청래 후보와 박찬대 후보 모두 개딸을 향해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박 후보는 선거전에서 국민의힘 의원 45명 제명안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개딸의 표심을 향한 것으로 분석됐다. 두 후보가 열띤 구애 경쟁을 펼쳤지만 오랜 기간 개딸의 지지를 받아온 정청래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친명계를 향한 쓴소리를 계속하다 민주당을 탈당한 5선 출신 이상민 전 의원은 “정치인 팬덤은 노무현-문재인-이재명을 거치며 심해지고 변형됐다”고 했다. 개딸에 대해서는 “특정인을 성역화하고 맹종하고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변질된 팬덤”이라고 설명했다. 개딸로부터 공격을 여러 차례 당했다는 이 전 의원은 “내가 욕먹는 건 괜찮지만 보좌진에게 미안해서 (쓴소리를) 마음껏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당대표가 개딸 대변인?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사실상 개딸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여성가족부 장관에 지명된 강선우 의원이 보좌관들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논란이 일어났을 때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강선우 의원을 옹호하고 갑질에 대해 언급한 보좌관을 ‘수박(겉은 초록색이지만 속은 빨간, 표면만 민주당인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 부르는 글들이 올라왔다. 민심과 분명히 동떨어진 의견이었지만, 정청래 대표는 대표 취임 직후 강선우 의원에게 전화해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고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정청래 대표는 취임 후 내란 세력(국민의힘)과는 협치할 수 없다고 한 데 이어 내란의 뿌리를 뽑겠다며 국민의힘 정당 해산까지 주장하는 등 야당을 향한 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개딸 여론에 편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한 측근은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아 파악해야 할 일이 많은데 여당이 지나치게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다소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이 지지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건 당연하지만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원로 정치인들도 정 대표에게 쓴소리를 했다. 지난 8월 12일 정 대표와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정 대표를 향해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고, 집권여당은 당원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과격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윤 어게인’ 실체와 활동방식
 
  개딸이 주로 온라인으로 활동하는 반면 윤 어게인은 거리로 나서고 있다. 지난 8월 12일 김건희씨가 구속 기로에 놓인 날,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은 ‘윤 어게인(Yoon again·다시 윤석열)’ 팻말과 깃발로 뒤덮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 어게인’ ‘김건희 여사 무죄’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재명 구속’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과 깃발을 들고 있었다. 법원 인근 무대에서는 신자유연대 대표 김상진씨가 “윤 어게인”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연설에 나섰다.
 
  윤 어게인이라는 문구가 처음 등장한 것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옥중편지에서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2025년 4월 4일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이 공개한 편지의 한 구절이다. “너무나 큰 분노와 절망감을 감출 수 없다.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RESET KOREA. YOON AGAIN!” 이 편지가 공개되면서 그동안 반탄 캠페인을 벌여온 신자유연대, 세이브코리아, 자유대학 등이 온라인커뮤니티와 오프라인 집회에서 윤 어게인이라는 구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활동은 개딸이 대체로 ‘재명이네 마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반면, 윤 어게인의 활동은 일원화돼 있지 않고 우파 인사들의 커뮤니티와 카페,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윤 어게인 캠페인에 적 극적으로 나서는 주요 커뮤니티로는 신자유연대와 자유대학, 네이버카페 ‘건사랑’ 등이 있으며,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주요 스피커로는 신자유연대 김상진 대표, GZSS 안정권 대표, 자유대학 박준영 대표, 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있다. 김상진·안정권 대표는 2018년 설립된 우파단체 자유연대 출신으로, 우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영 대표는 MZ 세대로 연세대에 재학 중이며 대학생으로 구성된 우파단체인 자유대학 2기 대표다.
 
  윤 어게인 세력의 규모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이슈가 있을 때 법원·검찰 인근인 서초역 또는 교대역에서 열리는 집회에는 적게는 100여 명에서 많을 때는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는 앞서 언급한 단체 또는 우파 인사들이 주도하며 집회 안내는 블로그, 유튜브, 카카오톡, 디씨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등에서 이뤄진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단체버스가 출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윤 어게인 세력이 규합해 창당 등 정치 세력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김계리 변호사 등이 21대 대선 전 ‘윤 어게인 신당(新黨)’ 창당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무산됐다.
 
 
  국민의힘과 윤 어게인
 
윤 어게인 세력에 대해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4명 중 2명(김문수·장동혁)은 긍정적 반응을, 2명(안철수·조경태)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사진=조선DB
  윤 어게인은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 국면에서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4명의 당대표 후보 중 김문수 후보와 장동혁 후보가 윤 어게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안철수 후보와 조경태 후보는 극히 부정적이다. 당대표 선거가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윤 어게인과 전한길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대립 구도만 보일 정도다.
 
  특히 장동혁 후보는 윤 어게인에 대해 “같이 가야 한다”며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장 후보는 8월 14일 당대표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타 후보들을 향해 “광장에 나가봤나. 윤 어게인을 외치는 분들이 윤 전 대통령의 부활을 외치는지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지 들어봤느냐”며 “그들에게 나가라고 하는 것은 민주당이 펼쳐놓은 전쟁터에서 싸우자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후보는 이에 앞서 한 보수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자신이 윤 어게인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확고하게 지키고 반국가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는 윤 어게인 측 주장은 당대표가 돼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장 후보는 개딸에 대항하려면 윤 어게인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한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개딸을 등에 업고 정권까지 가져가지 않았나. 우리는 외부의 힘이 보태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앞서 전한길씨도 “국민의힘도 우파 개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윤 어게인 결사반대’ 입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8월 12일 “윤 어게인 세력으로부터 당을 지켜야 한다”며 여의도연구원장직에서 사퇴했다. 혁신안을 놓고 당 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과 대립해 왔던 그는 “윤 전 대통령을 재입당시키겠다며 민심에 반하는 선동과 난동으로 당권을 잡으려는 윤 어게인 후보들은 현재 당 지도부보다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극성 팬덤 혜택 보는 정치인이 자정 나서야”
 
  윤 어게인과 개딸 등 정치 팬덤이 양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팬덤과민주주의특별위원장을 역임한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도한 팬덤으로 인한 정치 양극화가 한국 정치와 정당 민주주의의 위기를 증폭시킨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의 얘기다.
 
  “과도한 정치 팬덤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토론과 타협이 불가능하게 만들고, 집단주의와 반지성주의를 부추겨 진실을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린다. ‘좌표 찍기’ 등 강성 당원들의 과도한 행위가 계속되면 당내 여론도 왜곡되고 무리한 입법을 강행하면서 민심으로부터 멀어진다. 해결책은 팬덤의 혜택을 보는 정치인이 자정(自淨)하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당선된 후 노사모 간부들을 청와대에 불러 노사모 해체를 당부했다. 정당이 사당(私黨)화되지 않도록 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감시와 참여, 유권자들의 높은 시민의식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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