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힘 경선 해단식에서 ‘대통령’ 외친 이들… 11시간 만에 후원금 법정 한도 채워
⊙ “윤석열과 절연하라며 조건부 합류를 주장한 건 그의 한계”
⊙ “‘한동훈계’의 힘은 미미하지만, 한동훈 스스로 전국적인 인지도 있어”
⊙ “윤석열과 절연하라며 조건부 합류를 주장한 건 그의 한계”
⊙ “‘한동훈계’의 힘은 미미하지만, 한동훈 스스로 전국적인 인지도 있어”

- 사진=뉴시스
“한동훈은 뻔하지 않다”
한동훈이란 이름이 언론에 집중적으로 등장한 것은 이른바 ‘채널 A 사건’ 때였다. 채널 A 사건은 2020년 1~3월까지 벌어진 채널 A 법조팀 이동재 기자의 취재 윤리 위반 행위다. MBC가 단독 보도하면서 공론화됐는데, 당시 이동재 기자가 이철 전(前) 밸류인베스트 코리아 대표에게 접근해 여권 인사들의 비리를 제보하라고 압박하며, 자신과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의 친분을 앞세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2년여간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 한동훈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분명하게 드러난 점은 한동훈이 윤석열(尹錫悅) 당시 검찰총장의 최측근이라는 것이었다.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추미애(秋美愛) 당시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이 극에 달하던 터라, 한동훈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후 한동훈은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을 맡아 ‘윤석열 최측근’이라는 세간의 시선이 사실임이 확인됐다. 이때부터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관심사가 됐다.
한동훈의 네이버 팬카페 ‘위드후니’에 가입한 40대 주부 A씨(서초구 거주)의 얘기다. ‘위드후니’는 2020년 7월에 개설됐다.
“저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고, 보수 집안에서 자랐고 때가 되면 투표장에 가는 아이 키우는 평범한 주부예요. 1997년 대선(大選) 때 이회창(李會昌)을 찍었고, 2002년에는 주위 분위기에 휩쓸려서 노무현(盧武鉉) 찍고, 이후에 이명박(李明博), 박근혜(朴槿惠)를 찍었어요. 친구들과 정치 얘기를 하지도 않고, 제가 정치인 팬카페에 가입한 것은 ‘위드후니’가 유일합니다.”
― 왜 가입하게 됐습니까.
“애들 학원이나 병원 정보 얻으려고 네이버 카페에 가입하고, 미씨USA(MissyUSA) 같은 데서 연예인 얘기 올라오는 거나 보고 그랬어요. 그런데 박근혜 때부터 이런 사이트에 정치 관련 글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촛불 집회에 나가야 한다’며 인증 샷 올리고, 거기에 사람들이 댓글 달면서 자기들끼리 싸우는 것을 보는 게 불편했습니다. 익명 사이트에 정치 관련 글이 올라오면서 대립하는 모습이 보이니까, 친구들이나 학부형 만날 때 말조심하게 되고 이상하게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요.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 얼굴 붉히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들고요. 문재인(文在寅) 때부터 이런 현상이 심해진 것 같고, 어느새 네이버 카페가 정치의 장(場)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들도 컸고, 그때부터 카페에 올라오는 내용을 열심히 읽게 됐습니다. 뉴스에서 한동훈이라는 이름이 자주 나오는데 보니까 신선하더라고요.”
― 어떤 점이요.
“저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매번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라서 학생운동 하다 교도소 가고, 뜻이 생겨서 사법고시를 보고, 법조인 생활을 하다 보니 한계를 느껴서 더 큰 꿈을 위해 정치인이 됐다는 사람이 왜 그렇게 많은지 싶었습니다. 너무 뻔한 레퍼토리잖아요. 제가 40대여서 586과 세대가 달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렇게 사연 많은 사람만 정치하는지…. 한동훈 외모 때문에 지지한 건 아니고요(웃음), 한동훈은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평범하게 자라서, 그냥 똑똑한 사람, 학벌 좋고, 검사 하고, 사실 이런 사람들은 주위에 종종 있잖아요. 학생운동 하다 교도소 가고, 홀어머니에, 가계 부양하고 이런 사람보다는 한동훈 같은 사람이 오히려 제 주위에 있는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가만히 들어보면 또 틀린 말을 안 해요. 소신 있고 강단 있고, 사실 정치를 안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는 한데, 시대가 한동훈 같은 사람을 불러낸 거죠.”
― 팬카페까지 가입할 정도면 꽤 많이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올라오는 내용이 꽤 도움 되는 것이 많아요. 우선 재밌고요, 서로 의견이 달라도 비방은 하지 말자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이제 아이들도 다 컸고, 제가 사이트에서 이런저런 소식을 주워듣고 말하면 제가 꽤 생각이 있는 멋진 사람 같기도 하고요. 한동훈 해단식 보셨어요? 다들 ‘대통령’ 외치고 난리였잖아요. 국민의힘(이하 국힘) 대통령 후보로 뽑혔어야 하는데 너무 아쉬워요. 이재명(李在明)이랑 붙어볼 만했는데….”
“한동훈이 결선 투표 간 것 의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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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6일 한동훈 전 대표의 자서전 《국민이 먼저입니다》가 출간되자,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는 이 책을 구입하려는 지지자들이 아침 6시30분부터 줄을 섰다. 사진=조선DB |
“홍준표, 안철수 등을 다 누르고 결선에까지 나간 것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습니다. 국회의원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물론 당대표를 했다지만 정치 경력은 신인에 가까운 사람이 정치 밥을 20년 이상 먹은 사람들을 다 누른 것이니까요. 한동훈이라는 브랜드가 한몫을 했습니다. 보수 진영에서 한동훈식(式)의 팬덤 문화를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과거 박근혜의 지지 기반에서 이런 점이 살짝 엿보였지만 한동훈과는 달라요. 한동훈의 팬덤에는 40~60대 여성들이 포진해 있는데 이들은 아이돌을 보듯이 한동훈을 바라봅니다. 거의 맹목적인 지지라고 할 수 있죠. 물론 팬덤 정치는 길게 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단시간 내에 세력화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정치 신인인 한동훈이 결선 투표까지 갈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팬덤이 있었고, 두 번째는 기존 정치인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고 봅니다.”
― 결국 김문수한테 패했는데요.
“국힘의 뿌리는 깊습니다. 보수의 붕괴다, 정당 정치의 한계다라고 말하지만 국힘은 뿌리가 깊고, 색깔과 정체성(正體性)이 분명한 집단입니다. 이들 집단이 전통적 가치에 맞아 김문수를 후보로 내세웠지만, 한동훈이 2위를 했다는 점은 국민이 어떤 생각으로 정치인을 바라보는지를 생각해 봐야 할 점입니다.”
《73년생 한동훈》을 집필한 심규진 스페인 IE 대학교 교수는 이렇게 봤다.
〈한동훈은 기존 정치 세력, 그 어느 곳에도 부채가 없는 개인의 매력과 능력으로 정치 셀럽이 된 새로운 현상을 상징하고 있다. 정치 시장의 매력적인 ‘신상’이라 할 만하다. 한동훈을 이런 중량감 있는 인물로 키운 것은 누구일까. 우선으로 문재인 정권으로 대표되는 586 구태 정치 세력, 민주당 초선 모임인 ‘처럼회’로 대표되는 선민의식과 배타적 부족주의에 빠진 시대착오적 좌파 카르텔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한동훈 팬덤은 정치에 관심이 없던 연예인을 좋아하던 여성층들이 자연스럽게 특정한 개인의 스타성이나 대중성을 발굴하고 정치적 고관심층이 되었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런 점에서 한동훈 팬덤은 정치적 이념에 대한 충성심이 아닌, 개인의 매력에 대한 순도가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중략) 한동훈 팬의 글을 보자. ‘실존인물 맞나. 아직도 안 믿김’ ‘한동훈드 넘넘 재밌음’ ‘마 이게 대한민국 장관이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언뜻 보면 단순한 소녀 감성의 환상적 선망 정도로도 보일 수 있지만, 인간 한동훈 자체가 한동훈 팬덤의 미디어이자 콘텐츠인 셈이다.〉
“경선 직후 김문수 캠프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한계”
한동훈은 김문수에 밀려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힘 후보로 선출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전히 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동훈 자신도 앞으로 정치 생활을 계속할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동훈은 5월 13일에 소셜미디어에 “선거운동 첫날부터 싸워보지도 않고 ‘누가 안 도와줘서 졌다’는 패배 알리바이를 만들지 말고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미 저는 경선 이후에도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재명 민주당과 싸우고 있다. 그것이 진짜 선거운동”이라고 썼다.
한 정치권 인사의 얘기다.
“21대 대선 이후에 한동훈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국힘은 새 판짜기에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국힘 내 최연소 국회의원인 김용태를 비대위원장에 앉혔죠. 물론 과거에도 이준석, 한동훈 등 정치 신인에 가까운 사람들을 당대표에 올렸다가 중간에 이런저런 이유로 낙마시킨 바 있습니다. 이런 전례가 있는 당이 김용태를 이번에도 잠시 임시방편으로 앉혔다가 다시 기존 세력이 돌아오면 어떻게 될까요? 국힘은 국민에게 정말 신뢰를 잃을 겁니다. 국힘 내에 ‘한동훈계’는 세력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지만, 무엇보다 한동훈 본인이 전국적인 인지도가 있는 인물입니다. 빨리 이 정도의 인지도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한동훈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한 정치 평론가는 “한동훈이 김문수 선대위에 경선 직후 합류하지 않은 것은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나경원이 김문수 선대위에 바로 합류한 것과 달리 한동훈은 ‘계엄에 대해 사과해야 들어가겠다’며 조건부 합류를 주장했습니다. 자신은 이재명을 이기는 데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것은 누가 봐도 내부 총질밖에 되지 않습니다.”
― 이유 불문하고 초기부터 들어갔어야 할까요.
“국힘의 경선 과정을 거치는 와중 한동훈에게 가장 많이 쏟아진 말은 ‘탄핵에 찬성한 배신자’였습니다.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김문수 캠프에 합류했어야 합니다. 김문수는 계엄에 대해 사과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서는 본인의 뜻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한동훈이 결선 투표까지는 갔다고 하지만, 그 시간은 지났고 자신은 당원의 한 사람입니다. 한동훈이 김문수에 대해 ‘조건부 합류’ 태도를 보인 것은 벌써 그가 5년 뒤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한동훈이 제3 세력을 결집해 신당을 창당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결국 그는 국힘 내에서 어떻게든 지지 기반을 마련해서 차기를 생각해야 하는데, 이런 차원에서 이번의 행동은 스스로 마이너스였다고 봅니다.”
“책임감은 보수의 본질”
한동훈과 직접 교류한 한 관계자는 “한동훈의 정치 스타일은 기존의 정치인과 달라서 측근의 개념도 없다. 자기 소신대로 올곧게 걸어나간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어찌 보면 결벽증에 가깝다”며 “많은 사람이 그의 이런 면모에 환호하고 있지만, 과연 정치인이 도덕성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동훈은 《국민이 먼저입니다》라는 책에 이렇게 썼다.
〈보수 정당의 비대위원장과 대표를 역임했고, 지금도 한국이 발전하려면 보수 정신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수 가치의 핵심은 책임지는 것이다. 회피하지 않고 스스로 주체적 시민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중략) 공직자이자 정치인으로서의 소명은 나라를 잘되게 하는 것이다. 공직이나 정치는 봉사하는 직업이다. 그리고 그걸 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책임감이다. 책임감은 보수의 본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