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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이재명 재판 거래 의혹의 모든 것

김만배, 李 측·김성태·권순일 모두와 연결… 쌍방울 저수지 역할했나?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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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박영수 이야기는 해도 되는데 권순일은 절대 하면 안 된다”(김만배가 남욱에게)
“권 전 대법관과 그 가족 모두 사실 아닌 보도 등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권 전 대법관 변호인)


⊙ 변호사비 대납 의혹 쌍방울, 재판 거래 의혹에도 관여 가능성 있어
⊙ 李 최측근 정진상, 김만배 통해 선거법 재판 돌아가는 과정 상세히 들어
⊙ 김만배는 50억 클럽 의혹 인물 중 유독 권순일을 감싸려 했나
⊙ 권순일 수사에 관심 없어 보였던 문재인 정권 법조계
⊙ “이재명 수행비서든, 쌍방울이든 전혀 알지 못한다”(권 전 대법관 측)
  ‘사법리스크’가 있는 두 명의 정치인(이재명, 조국)이 이끄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무차별적 특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관됐을 수도 있는 일명 ‘권순일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새로운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취재 결과 파악됐다.
 
  재판 거래 의혹은 권 전 대법관이 대법관 재임 중이던 지난 2020년 7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과거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작된다. 당시 판결을 전후해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가 대법원의 권 전 대법관 사무실을 8차례 찾아갔고,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 화천대유에서 고문료 1억5000만원을 받았다.
 
 
  재판 거래 의혹 쌍방울의 역할은?
 
‘경제공동체’로 지목된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왼쪽), KH필룩스 배상윤 회장. 사진=조선DB
  기자의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유동규 전 본부장으로부터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실장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쌍방울을 통해 권순일 대법관에게 접근하는 과정이 있었고, 이런 상황을 파악한 김만배씨가 이 대표 측과의 교감하에 직접 나서 일을 해결해준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재판 거래 의혹’에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의 쌍방울이 개입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 거래 의혹에 쌍방울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쌍방울이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의 금고 역할을 했다고 의심받는 것처럼, 재판 거래 의혹 관련 어떤 방식으로도 관여했을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실제 ‘경제공동체’로 지목된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KH필룩스 배상윤 회장은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참고로 ‘변호사비 대납 사건’은 소위 친문 계열이라고 하는 깨어있는시민연대에서 문제를 제기한 사건이다.
 
 
  노트에 메모된 ‘2020년 5월, 성태 20억’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진=뉴시스
  유동규 전 본부장의 진술의 진위(眞僞)는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의 저서 《당신들의 댄스 댄스》를 통해서도 비슷한 취지의 내용을 공개했다.
 
  〈김만배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노트에 메모된 ‘2020년 5월, 성태 20억’은 무엇인가. 이 금액은 내가 정진상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김만배에게 요구했던 20억원, 우리의 ‘저수지’ 돈 가운데 빼내려 했던 금액과 같다. 김만배가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하는 바람에 나는 정진상에게 본인이 직접 김만배한테 이야기하라고 했었다. 나는 당시 김만배에게 똑똑히 들었다. ‘쌍방울 통해 권순일에게 로비했다’라는 말을. 그리고 대법원 판결 전에 백종선으로부터도 똑똑히 들었다. ‘권순일에게 약 쳐놨다’라는 말을.〉(《당신들의 댄스 댄스》 38페이지)
 
  39페이지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무죄가 나올 수 없는 사건이었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받아 처벌 직전까지 갔었다. 대법원에서 뒤집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파기환송’으로 전원합의체에서 ‘무죄’를 받았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은 다름 아닌 김만배였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비타500 음료 박스를 들고 권순일 대법관을 찾아간 게 여덟 번이었다.〉
 
  참고로 백종선씨는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그의 수행비서(2010년 7월~2014년 2월)였다.
 
  이 내용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꽤 상세하게 설명했다.
 
  “‘김만배가 제게 쌍방울 통해서 작업했다며? 권순일이 내 말밖에 안 들어’라고 말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정진상한테 전화했어요. ‘진상이 형, 쌍방울 통해서 권순일 뭐 작업한 거 있어?’라고 물었더니 깜짝 놀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너 그걸 어떻게 알았어?’라는 취지로 답하더군요. 그래서 ‘만배 형이 이야기해줘서 알았지’라고 했죠. 그랬더니 정진상이 ‘이야, 진짜 대단하다. 만배 형’ 이렇게 말하더군요.”
 
 
  김만배, 이재명 측과 교감
 
  유동규 전 본부장이 말을 이었다.
 
  “이후 제가 김만배한테 ‘형, 그거 좀 잘 챙겨줘(이재명 대표 선거법 재판)’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알았다고 하면서 ‘내가 진상이하고 통화해볼게’라고 하더군요. 정진상은 김만배랑 계속 통화를 했기 때문에 선거법 재판과 관련한 내용을 훤히 알고 있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김만배씨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경기지사)가 이화영(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을 거쳐 쌍방울을 통해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 접촉하고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만배씨가 저를 만나 ‘당신들이 쌍방울을 통해 권순일과 접촉 중이지 않으냐’고 물었다. 당시 제가 해당 건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누구에게 들었느냐’고 했더니 김씨가 권 전 대법관에게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의 검찰 진술, 책 기술, 언론 인터뷰 내용은 모두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종합하면, 2019년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자 이 대표 측은 이화영 전 부지사 등 쌍방울과 끈이 닿는 인물 등을 통해 권 전 대법관에게 접촉하려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실제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권 전 대법관과 개인적으로 가까웠던 김만배씨는 권 전 대법관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듣고, 유 전 본부장에게 사실을 확인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실장에게 확인했고, 정 전 실장은 깜짝 놀라며 사실상 인정하는 취지로 답했다. 이후 김만배는 정진상 전 실장 등 이재명 측에 ‘권 전 대법관은 내 말밖에 듣지 않는다’며 정 전 실장과의 교감 아래 직접 재판 거래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김만배로부터 김성태 소개받아”
 
  유동규 전 본부장이 거론한 의혹에 등장하는 인물들 사이의 구심점은 김만배씨란 추론이 가능하다.
 
  검찰의 수사기록을 살펴보면 김씨는 이 전 대표 측 정 전 실장, 이 전 대표 측과 쌍방울 사이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이화영 전 부지사, 쌍방울의 김성태(전 회장), 최우향(전 부회장), 그리고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
 
  먼저 김씨와 쌍방울과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부터 살펴보자.
 
  〈○검찰(이하 검): 피의자는 2021년 10월 14일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사실이 있지요.
 
  ○김만배(이하 김): 네, 그렇습니다.
 
  ○검: 석방 당시 불상의 남성이 헬멧을 쓰고 나타나 피의자를 경호한 후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졌는데, 위 남성은 누구인가요.
 
  ○김: 최우향입니다. 최우향이 제가 석방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은 했었는데 진짜 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고마운 동생이긴 합니다.
 
  ○검: 최우향은 쌍방울의 전 대표이사인 것으로 확인되는데 알고 있지요?
 
  ○김: 제가 알기에는 (주)쌍방울 부회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쌍방울 회장인 김성태와 사이가 안 좋아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우향을 통해서 김성태를 알게 되었고 김성태와 전화 통화하는 사이긴 한데 최우향만큼 친하지는 않습니다.
 
  ○검: 피의자는 최우향을 언제, 어떻게 알게 된 것인가요.
 
  ○김: 최우향은 2002~2003년경 서초동에서 다른 사람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그 이후에 아주 친해졌고, 제가 정말 아끼는 동생이었습니다. 쌍방울에 입사한 이후에는 최우향이 중국에 있었기 때문에 가끔 보고는 했었습니다.〉
 
  쌍방울그룹 부회장 출신인 최우향씨는 2021년 ‘오토바이 맨’으로 깜짝 등장한 바 있다. 그해 10월 15일 새벽 검찰이 김만배씨에 대해 청구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김씨가 구치소를 나설 때 오토바이를 타고 헬멧을 쓴 채로 나타나 취재진에 둘러싸인 김씨를 호위해 준비된 차량에 태워 보냈던 인물이다. 최씨는 당시 취재진에 “만배 형님하고는 거의 20년 가까이 됐다”고 말했다. 이후 최씨는 2021년 11월~2022년 12월 대장동 사업 관련 범죄 수익 360억여 원을 소액 수표로 쪼개 차명으로 계약한 오피스텔에 보관하거나 제3자의 계좌에 송금하는 등 방식으로 이를 은닉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는 “김만배를 통해 김성태(전 쌍방울그룹 회장)를 소개받아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검찰 수사기록에는 이재명 대표 측이 쌍방울을 통해 권 전 대법관한테 접촉하려고 한 과정에 유동규 전 본부장, 남욱 변호사 등이 양측의 가교역할을 했을 것이라 주장한 이화영 전 부지사와 김씨와의 관계를 추측할 수 있는 문답도 있다.
 
 
  “학생운동 같이해서 친해”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18년 7월 10일 이재명 경기지사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공식 취임하는 모습. 사진=조선DB
  〈○검: 피의자는 이화영 의원을 알고 있는가요.
 
  ○김만배: 네, 친하죠.
 
  ○검: 피의자는 언제부터 이화영 의원과 알고 지냈는가요.
 
  ○김: 이화영은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81학번, 저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84학번입니다. 대학에 다닐 때 저와 학생운동을 같이해서 그때부터 서로 친했습니다.
 
  ○검: 이화영은 2018년 7월경부터 2020년 1월경까지 경기도 부지사로서 경기도지사인 이재명을 보좌했던 것을 알고 있나요.
 
  ○김: 네, 그렇습니다.
 
  ○검: 이화영은 2017년 3월 31일경부터 2018년 6월 22일경까지 쌍방울 사외이사를 역임하였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취임 직후인 2018년 7월경부터 경기도 부지사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되는데, 그 이유를 알고 있나요.
 
  ○김: 이화영이 쌍방울의 사외이사였다는 것은 그 당시에 알고 있었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쌍방울그룹 고문과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에서 3억2000만원의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2019년 ‘도지사 방북 및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총 800만 달러를 쌍방울이 북한 측에 대신 지급하게 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도 받는다.
 
 
  김만배 법조 인맥에 놀란 정진상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는 지난 2021년 11월 19일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씨와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실장, 김용 전 부원장이 유착관계를 맺은 경위에 대해 진술했다.
 
  기자의 취재를 종합하면 정 회계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씨와 정진상, 김용 전 부원장, 유동규 네 사람이 의형제를 맺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진상이 김만배와 친해지려 한 것은 검찰과 관련해서는 김만배만 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2014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이재명 캠프의 공동선거대책본부위원장을 지낸 A씨가 이른바 ‘후보 매수 시도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는데 정진상 전 실장은 김만배씨가 검찰 등 법조계에 손을 쓰지 않아 구속을 면치 못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 전 실장은 김만배씨와 친해지기 위해 그 대가로 대장동 사업 추진에 대해 약속을 했다는 주장이다. A씨는 2015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았다.
 
  정영학 회계사는 또 “4명(김만배, 정진상, 김용, 유동규)이 의형제를 맺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만배의 파워를 실감했다”며 “김만배가 정진상과 만나 담판(자신들이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돼야 한다)을 지은 것”이라고 했다.
 
  정 회계사는 “정진상이 김만배에게 대장동 사업 추진에 대해 약속을 하고 시기까지 2015년 전반기까지 끝내겠다고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소위 정영학 녹취록(2014년 6월 29일 자)에 따르면 남욱 변호사는 정영학 회계사에게 “어저께 네 분(김만배, 정진상, 김용, 유동규)이 모여서 일단은 의형제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정 실장(정진상)이 얘기해서 그러자 했다”며 “만배 형이 처음으로 정 실장에게 대장동 이야기를 했는데, (정 실장이) ‘전반기에 다 정리해서 끝내야지요. 형님’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 회계사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라고 했다. 정 전 실장은 성남시 정책실장으로 일하며, 대장동 사업 관련 문서들을 결재한 인물이다.
 
 
  “권순일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마”
 
  김만배씨는 2011년 권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시절 알게 돼 외부에서 따로 여러 차례 만났고, 권 전 대법관을 “형님”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실제 두 사람 사이는 각별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만배씨가 대장동 사건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몰아가는 동시에 50억 클럽으로 이름이 공개된 인사 중 유독 권순일 전 대법관을 감싸기 위해 남욱 변호사 등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한 정황 또한 포착했다.
 
  기자의 취재를 종합하면 김만배씨는 남욱 변호사 등에게 “50억 클럽과 관련 곽상도, 박영수 이야기는 해도 되는데 수습할 수 있을 정도만 해라. 나머지 이야기, 특히 권순일 이야기는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김씨는 자신은 물론 대장동 관련자들이 50억 클럽 중 박근혜 정부 때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전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과 ‘형님 아우’ 했던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한 진술만 하길 원한 것이다.
 
  검찰은 최근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남 변호사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50억 클럽은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 김만배씨로부터 금품을 받거나 약속을 받은 법조인, 정치인 등을 가리킨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작성해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정영학 회계사에게 “50개 나갈 사람을 세줄게”라며 “박영수(전 특검), 곽상도(전 국회의원), 김수남(전 검찰총장), 홍선근(《머니투데이》 그룹 회장), 권순일(전 대법관), 강한구(성남시의회 의원) 3억”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계산이 맞는지 확인하려는 듯 “총 320이지? 320억이면 나눠 가지면 되니까”라며 “그럼 (총액이) 뭐가 되지? (종이에) 써서”라며 분양 이익금에 따라 나눌 액수를 확인하기도 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50, 50, 100, 200, 300”이라며 돌아갈 분배액을 더해 계산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
 
  50억 클럽 중 언론이 주목한 인물은 3명(박영수 특검, 곽상도 전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이었다. 특히 권순일 전 대법관을 ‘핵심’이라고 봤다고 한다. 권 전 대법관이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인물인 까닭이다.
 
 
  “권순일한테 이야기해서 뒤집었다더라”
 
  남욱 변호사는 50억 클럽과 관련 “곽상도, 박영수 이야기는 해도 되지만 권순일 이야기는 하면 안 된다”는 김만배씨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검찰 조사에서 곽 전 의원, 박 전 특검은 물론 권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진술한 것이다.
 
  다음은 2021년 10월 18일 남 변호사의 검찰 진술조서의 일부 내용이다.
 
  〈○검찰(검): 약속 클럽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내용이 있나요.
 
  ○남욱(남): 박영수 고검장 딸에게 화천대유에서 대여금으로 17억원이 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야기는 언론에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검: 박영수 17억원은 김만배에게 들은 이야기인가요.
 
  ○남: 네, 그렇습니다. 17억원이 가 있다고 했습니다.
 
  ○검: 박영수에게는 왜 돈을 주는 것인가요.
 
  ○남: 처음에 주기로 했다가, 박영수가 특검이 되고 나서 안 준다고 바뀌었다가 최근에 또 주는 것으로 되었는데, 그 경위는 잘 모르겠습니다.
 
  ○검: 권순일 대법관에게 50억원을 전달했다고 하던가요?
 
  ○남: (김만배가) 직접 주지는 않았을 겁니다.
 
  ○검: 김만배가 권순일에게 무엇을 부탁했다고 하던가요.
 
  ○남: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에서 권순일에게 부탁해서 뒤집었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안 했고, 권순일에게 부탁해서 뒤집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한테는 김만배가 그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검: 곽상도 아들에게 50억원을 준 사실은 알고 있었나요.
 
  ○남: 제가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상도 형한테는 50억 줬다고 말했습니다.
 
  ○검: 김만배가 곽상도한테 50억원을 준 이유가 무엇인가요.
 
  ○남: 김만배씨로부터 대장동 사업과 관련,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의 ‘성남의 뜰 컨소시엄’ 이탈을 무마해줬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저와 정영학이 같이 들었습니다.〉
 
 
  50억 클럽 중 곽상도·박영수만 기소
 
  이후 검찰은 대장동 사건 몸통인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에게 50억원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했다는 ‘50억 클럽’ 명단에 거론된 인사 중 박영수 전 특검, 곽상도 전 의원 등을 구속기소 했다.
 
  박 전 특검의 경우 딸이 2016~ 2021년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하며 연봉 6000만원, 대여금 11억원, 퇴직금 5억원, 화천대유에서 분양받은 아파트에서 생긴 시세 차익 등 25억원 정도 금전적 이익을 얻은 것을 박 전 특검이 약속받은 50억원 중 일부일 수도 있다고 봤다.
 
  곽 전 의원의 경우는 대장동 개발 사업 중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이탈하는 것을 무마해주고 그 대가로 아들 병채씨를 통해 50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병채씨는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다가 2021년 4월 퇴직하면서 성과급과 퇴직금 등 명목으로 약 25억원(50억원에서 세금 등 공제)을 받았는데, 검찰은 곽 전 의원이 병채씨와 공모해 범죄수익을 정당한 대가인 것처럼 속여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재판이 진행 중이다.
 
 
  “어떻게 검찰이 권순일 수사하겠나”(文 정부 당시)
 
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10월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화천대유의 대주주인 김만배씨의 권순일 전 대법관 방문 기록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정권의 검찰은 남욱 변호사 등의 진술이 있었음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50억 클럽’ 의혹 당사자 중 ‘재판 거래’ 의혹에 연루된 권순일 전 대법관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남욱 변호사의 이야기다.
 
  “제가 문재인 정권 당시 대장동 1기 수사팀의 간부와 친한 분을 변호사로 선임했습니다. 이 변호사께 ‘검찰에 권순일 건(권순일을 통한 이재명 재판 거래 의혹)’을 진술하겠다고 했더니,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검찰이 권순일 수사를 할 수 있겠냐’고 말하더군요. 당시 수사팀 간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니 저는 ‘아, 문재인 정권 검찰에서는 이재명을 보호하기 위해 권순일 건을 수사할 의지가 없구나’라는 판단을 했죠.”
 
  권순일 전 대법관은 2020년 7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무죄 판결을 주도하고 퇴직 후 대장동 개발 회사인 김만배씨의 화천대유 고문으로 가 거액의 고문료를 받았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재명 대표의 정치 생명과 직결된 것이었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선거 토론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허위사실 공표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지난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사실상 ‘TV 토론에선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선례를 만든 판결이었다. 당시 대법관 중 가장 선임이던 권순일 전 대법관은 유무죄 의견이 5대 5로 갈린 상황에서 무죄 의견을 내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앞서 설명했듯 그 무렵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는 권 전 대법관을 8차례나 찾아가 만났다. 8차례 중에는 이 대표 사건이 대법원에 회부되기 일주일 전(2020년 6월 9일), 회부 다음 날(6월 16일), 파기환송 선고 다음 날(7월 17일)도 포함됐다. 재판 거래 의혹은 법관 개인의 일탈 차원을 넘어 사법부의 존립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국민이 다른 곳도 아닌 대법원의 재판 과정과 결과를 불신하게 되면 법원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발 2년 6개월 만에 첫 압수수색
 
  검찰은 지난 3월 21일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2021년 9월 한 시민단체가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뇌물 수수,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지 2년 6개월 만이다. 사실 검찰은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된 2021년에도 두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법조인은 “법원이 검사 출신인 박영수 전 특검이나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잘 발부해주지 않았나”라며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된 의혹에 대해 기초 수사 자료를 모으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이 몇 차례 기각된 것은 드문 일”이라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김태규 변호사는 2021년 9월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새로운 정치 생명을 얻었다. 부모를 빼고 이재명 지사에게 생명을 준 사람은 권 전 대법관뿐일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이 판결과 연계하여 이익을 수수하였다면 사법부는 문을 닫아야 한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권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가능성의 근거 6가지를 들었다.
 
  〈① 전직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도 하지 않고 화천대유라는 별로 이름도 없는 기업체로부터 월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일도 없이 받았으면 사후뇌물죄가 의심되고, 일하고 받았으면 변호사법 위반이 문제 된다.
 
  ② 이재명 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관하여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유죄의 의견으로 연구보고서를 작성하였는데, 권순일 대법관을 포함한 일부 대법관의 요구로 무죄 취지의 연구보고서를 새로이 작성하였다.
 
  ③ 권 전 대법관은 이 사건에 대하여 강한 애착이 있었던지 자신이 펴낸 《공화국과 법치주의》라는 책(자신이 관여했던 사건의 판결문 모음집)에서 24번째 판결로 이를 소개하였다.
 
  ④ 권 전 대법관은 이 사건을 이렇게 비중 있게 생각하였는데, 정작 이 사건에서 등장하는 화천대유는 모른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은 주심은 아니어서 요약보고서만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의 연구보고서를 굳이 요약보고서라고 말하여, 국민들이 이것을 마치 요약 메모지 정도로 오해하도록 만들었다. 재판연구관들은 법원에서 주로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현직 법관들로 구성되고, 법원에서 가장 엘리트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법관들이 사건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매 사건 잘 된 연구보고서를 만든다. 당연히 심도가 깊고, 학술논문으로도 상당한 수준인 경우가 많다. 일선 판사들은 사건이 잘 안 풀릴 때 관련 사건의 연구보고서라도 한 번 보고 싶어서 아는 인맥을 총동원하기도 한다. 그런 연구보고서를 요약보고서라고 굳이 의미를 줄이는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
 
  ⑤ 화천대유의 대주주인 김만배는 대법원을 자주 방문하는데, 그 방문처로 권 전 대법관을 표시하였다. 그런데 김만배는 이발소를 갔다는 남들이 믿거나 말거나 한 핑계를 대고 있다. 그러다가 권 전 대법관이 퇴임하자 발길을 뚝 끊어버린다.
 
  ⑥ 이 지사는 스스로 대장동 개발은 자신이 설계하였다고 말하였다. 대장동 개발의 중심에 화천대유가 있다. 화천대유는 이 지사의 사건에서 등장한다. 그리고 이 지사는 이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새로운 정치 생명을 얻었다. 부모를 빼고 이 지사에게 생명을 준 사람은 권 전 대법관뿐일 것이다.〉

 
 
  권순일과 가족 사생활 및 기본 인권 침해
 
  김태규 변호사는 “확인된 사실과 제기된 의혹을 고려하면 권순일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은 이전의 양승태 대법원장 당시의 재판 거래와는 차원을 달리한다”면서 “나아가 사후뇌물죄의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규 변호사는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 5년간 변호사로 일하다가 판사로 임용되어 창원·부산·울산·대구지법, 부산고법 등에서 근무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도 일했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법치주의와 사법부의 독립이 흔들리는 현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다가 2021년 2월 스스로 법복을 벗었다. 현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편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월드의 박태석 변호사는 《월간조선》의 물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문답을 그대로 게재한다.
 
  ― 유동규 전 본부장은 자서전을 통해 “나는 당시 김만배에게 똑똑히 들었다. 쌍방울 통해 권순일에게 로비했다라는 말을. 그리고 대법원 판결 전에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수행비서였던) 백모씨로부터도 똑똑히 들었다. 권순일에게 약 쳐놨다라는 말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씨 주장이 사실인지, 또 유씨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의뢰인(권 전 대법관)은 유동규든 백모씨든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들의 주장 내용 역시 전혀 알지 못하지만, 질의에 기재된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그들이 어떤 이유로 그러한 허황된 주장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 쌍방울과 권 전 대법관 사이에 인연이 있습니까.
 
  “의뢰인은 김성태를 비롯하여 쌍방울 측 인사들을 단 한 사람도 알지 못하고, 만난 사실도 없습니다.”
 
  권순일 전 대법관 측 박태석 변호사는 “의뢰인과 그의 가족들은 모두 오랜 기간에 걸쳐 흥미 위주의 추측성 보도나 전문 보도, 사실이 아닌 부정확한 보도 등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 왔다”며 “존경하는 《월간조선》에서는 부디 공정한 보도로 더 이상 의뢰인과 가족들의 사생활 및 기본적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 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
 
  아울러 사실이 아닌 보도, 전문(傳聞) 보도, 추측성 보도 등에 대해서는 형사 고소, 출간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손해배상 청구 등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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