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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수사만 4년에 재판도 장기화… 그 이유는

산자부·과기부·통일부 장관 고발은 2019년, 기소는 2023년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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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검찰은 사건 덮으려 했나

⊙ 文 정권 블랙리스트 관련 기소된 장관만 4명… 장관이 청와대와 공모해 공공기관장에 사직 강요
⊙ 前 정권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장에 사직 강요하고 캠프 인사 꽂기 百態 “노무현 시절에도 없었던 일”
⊙ 공공기관장은 법적으로 임기와 신분 보장돼, 장관의 공공기관 임원 사직 강요는 직권 남용(환경부 판례)
⊙ 박근혜 정권 문체부 블랙리스트는 공공기관장 아닌 1급 공무원이 대상
‘문재인 정부 산업자원부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이 2022년 6월 15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공공기관 임원들에 대한 사직 강요, 이른바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이 끝없이 지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산업자원부, 과학기술통신부, 통일부의 장관이 청와대와 공모해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직권 남용 혐의 사건이다. 이들의 혐의는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알려졌지만, 검찰은 4년여의 수사 끝에 올해 1월 이들을 기소했다. 그러나 이들 사건은 지금까지도 정식 재판이 열리지 않고 있다. 수사를 4년이나 하고 기소 후 8개월이 지났음에도 말이다.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 등 일부 피의자들이 공소사실에 반발하고 나서 재판은 더 장기화될 전망이다.
 
 
  블랙리스트란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초기 각 부처 장관들이 법적으로 임기와 신분이 보장된 공공기관 임원들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사직을 강요하고 공공기관에 대선캠프 관계자들을 꽂아 넣은 사건을 뜻한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장관과 청와대 인사비서관이 지난해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마무리됐지만 산업자원부, 과학기술통신부, 통일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은 아직 1심 정식 재판도 열리지 않았다. 해당 부처의 장관들은 모두 무죄(無罪)를 주장하고 있다.
 
  장관이 행한 사직 강요에 ‘블랙리스트’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불거진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사건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를 맡았던 박영수 특검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 등이 공모해 문체부 1급 공무원들에게 사표를 강요하고 지원배제단체 명단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고 봤다. 특검은 이들을 2017년 2월 직권 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블랙리스트는 원래 지원배제단체 명단을 일컫는 말이지만, 이들이 오랜 기간 재판을 받고 재판 과정이 보도되면서 언론이 장관의 사직 강요 등 직권 남용 사건을 블랙리스트라고 통칭하게 됐다.
 

  특검이 기소한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현재 대법원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한 후 2년 6개월 만에 파기환송심이 열렸고, 6년째 재판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산자부·과기부·통일부 블랙리스트 사건도 4년째 진행 중이다. 왜 블랙리스트 사건은 유독 오래 걸리는 것일까. 지난해 종료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는 공공기관 임원에 대한 장관의 사직 강요가 직권 남용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 사건이 유독 수년에 걸쳐 지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조인들의 조언을 받아 블랙리스트 사건별 쟁점과 지연 이유에 대해 취재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有罪’
 
  관련 문건이 남아 있어 유일하게 유죄 확정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기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사진=뉴시스
  지금까지 정부 부처의 블랙리스트 사건 중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유일하다.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가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2018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했던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前 서울 강서구청장)의 폭로 때문이었다. 김 전 수사관은 2018년 말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비위를 폭로했는데, 그중 환경부가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직을 종용하고 그 자리에 청와대가 내정한 인사를 임명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는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및 관련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으로 작성돼 확실한 근거가 남았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해 김은경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청와대 인사비서관을 직권 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장관은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에게 사직을 요구하고, 후임으로 청와대와 환경부가 내정한 인사를 앉혔다. 재판부는 임기 만료 상황을 앞둔 임원 일부를 제외하고 다른 임원들에 대한 사직 요구는 모두 직권 남용으로 판단했다.
 
  공공기관의 임원은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임기와 신분을 보장받는다. 법은 특히 기관장의 경우 직무 수행의 현저한 지장과 직무 태만, 허위보고서 작성 등 특정 사유를 제외하고 임기 중 해임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공공기관 임원을 해임하거나 사표를 종용한 것은 장관의 일반적인 인사직무 권한을 넘어선 직권 남용이라는 판단이다.
 
  사직 강요는 청와대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사실도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김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이 산하 공공기관 감사 공모 직전 청와대에서 균형인사비서관실 관계자를 만나 대책을 논의한 정황이 밝혀졌고,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들은 이메일 등을 통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채용 과정에 특혜를 준 정황이 드러났다. 또 공공기관 인사 관련 트러블이 생기자 환경부 차관과 고위 관계자가 청와대에 불려 가 추궁당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각 부처에서 유사한 블랙리스트 사건이 일어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자원부 블랙리스트
 
  장관이 기관장 직접 불러 사임 요구
 
  환경부에 이어 2019년에는 산업자원부, 과학기술통신부, 통일부에서도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하고 여당 측 인사를 임원에 임명하는 블랙리스트 사건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유한국당(現 국민의힘)은 백운규 산자부 장관, 김봉준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 조현옥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 유영민 전 과학기술통신부 장관을 직권남용권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2017년 9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산자부 산하 11개, 과기부 산하 7개 공공기관의 기관장들로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사직서를 제출받은 혐의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백 전 장관은 조현옥 전 수석과 함께 2017년 9월 한국 서부·남동·중부·남부발전 등 발전 4사 기관장 4명을 서울 시내 호텔과 식당으로 각각 불러 잔여 임기와 실적에 관계없이 “이번 주까지 사직해달라”고 요구했다. 두 사람은 이들 기관장 4명을 포함해 2018년 3월까지 산하 공공기관장 7명에게 사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백 전 장관은 “정치권 인사의 자리를 만들어야 하니 사직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사 전횡 사실도 드러났다. 백 전 장관과 조 전 수석, 김 전 비서관 등은 산하 비영리법인인 3개 협회의 상근부회장 3명에게 사임을 요구하고 그 자리에 문재인 대선캠프 출신 인사를 임명하도록 했다. 또 공공기관 임원 자리에 정치권발 추천 인사를 앉히기 위해 면접위원에게 내정 사실 등을 사전에 알리고 내부 업무보고 자료나 면접용 예상질문 자료를 미리 제공해 높은 면접 점수를 받도록 도움을 줬다. 검찰은 이런 방식으로 백 전 장관 등이 2018년 3~7월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3곳에서 내정자 5명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판단했다.
 
  공공기관 임원들은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임기와 신분을 보장받는다. 특히 기관장의 경우 직무 수행의 현저한 지장과 직무 태만, 허위보고서 작성 등 특정 사유를 제외하고 임기 중 해임되지 않도록 규정했다. 검찰은 장관과 청와대 인사수석 등이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퇴를 종용한 것은 직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죄)란
 
  직권남용(職權濫用)권리행사방해죄란 형법 제7장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 가운데 제123조의 내용이다. 즉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직권 남용죄로 불린다.
 
  이는 직권 남용의 범위가 모호하고 공무원이 대상이어서 현실적으로 수사가 어려운 만큼 오랜 기간 사문화(死文化)된 조항이었다. 직권 남용죄가 주목받게 된 것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이 박근혜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을 기소하기 위해 직권 남용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다. 이후 문재인 정부 검찰은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를 빌미로 직권 남용죄를 활용해 이전 정권 고위 관계자들을 대거 기소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여론조작 사건,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의혹 사건 등이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장관들 역시 직권 남용죄로 기소돼 ‘내로남불’의 행태를 보여줬다.
 
  법조계에서 직권 남용죄는 이른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직권 남용죄를 적용할 경우 정권에 따라 무리한 수사 혹은 봐주기식 수사의 가능성이 있으며, 진영논리에 이용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일부·과학기술통신부 블랙리스트
 
  장관의 사퇴 요구 거절당하자 감사하겠다고 압박
 
유영민 전 과학기술통신부 장관(왼쪽)과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기 산하기관 임원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자부와 함께 통일부와 과기부도 산하기관 임원에 사직 강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하기관장 사퇴를 요구했던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은 2019년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된 후 2023년 1월 기소됐고, 9월 중순 공식 재판이 시작된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7~8월 당시 임기를 1년 남긴 손광주 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現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조 전 장관은 당사자(이사장)에게 직접 전화해 “국회 새 회기 시작 때까지 사표 문제가 정리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영민 전 과학기술통신부 장관 등은 산하기관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감사하겠다고 압박한 혐의로 올해 초 기소됐다.
 
 
  “일부 親정부 검찰 간부가 무마하려 했을 가능성”
 
  문재인 정부 4개 부처의 블랙리스트 사건은 그 유형이 매우 유사하다. 장관이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공모해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요구하고, 비워낸 자리에 청와대 추천 인사 또는 대선캠프 출신 인사를 앉히기 위해 내부 면접자료 제공 등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사건이 2019년 고발 후 3년여간 수사에 진전이 없었다는 점이다. 백운규 전 장관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2022년 6월이다. 3년여간 친정부 성향의 검찰 간부들이 수사를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무혐의 처분 압력이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장관 3명은 고발 4년 후인 2023년 1월 기소됐다.
 
  검찰 고위직 출신 한 인사는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2022년 대법원 판결까지 완료됐는데 산자부 등은 아직 1심 공판도 열리지 않았다”며 “블랙리스트 수사는 앞서 문체부와 환경부 사례도 있는데 수사가 4년이나 걸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검찰이 같은 정권 장관들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점, 정권 눈치를 보고 있었다는 점은 자명하다”며 “일부 친정부 성향의 검찰 간부가 이를 무마하려 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을 지낸 한 원로 정치인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산하기관 물갈이’는 있었지만 장관이 직접 사퇴를 강요하는 것은 노무현 정권 때도 없었던 일”이라며 “다수 부처에서 사직 강요가 줄줄이 벌어졌다는 것은 정권의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고위직 인사 관련 사건, ‘시간 끌기’ 도 넘었다
 
  지난달 법원행정처가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재판 지연 관련 주요 형사사건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한 재판은 1심이 3년 이상 진행될 정도로 지연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3년 5개월째 1심이 진행 중이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은 3년 1개월 만에 1심 선고가 나왔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사건은 2년 5개월 만에 1심 선고가 났다.
 
  반면 이전 정권에서 현재 여당 측 인사들의 사건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사건 1심은 6개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1심은 1년 3개월 만에 결론이 났다.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도 1심이 5개월 만에 선고됐다.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1급 공무원에 대한 사표 강요’에 대한 법적 판단이 관건
 
사실상 사문화돼왔던 직권 남용죄는 2017년 박영수 특검이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면서 수면으로 떠올랐다. 특검은 문체부가 청와대와 공모해 1급 공무원들에게 사표를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이 수년째 진행 중인 가운데 사실상 최초의 블랙리스트 사건인 문체부 블랙리스트(사직 강요) 사건도 6년째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문체부 블랙리스트는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와는 성격이 다르다. 우선 ‘사직 강요’ 대상이 산하 공공기관 임원이 아닌 1급 공무원이다. 사건의 개요는 지난 2014년 8월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1급 공무원 3명에게 사표를 제출하라고 한 것이다.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문체부 장관을 통해 사표를 강요했다며 김 전 실장과 김 전 장관 등을 직권 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주목할 점은 사직 요구의 대상이 1급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국가공무원법 68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등 사유가 아니면 본인의 의사에 반해 휴직, 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않는다. 다만 68조에는 ‘1급 공무원과 고위 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은 그러하지 않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1급 공무원은 준정무직으로 본인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면직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1심은 1급 공무원에 대한 사표 강요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이를 유죄라고 판단했고,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해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의견을 낸 박상옥 대법관은 “공무원의 해임을 직권 남용으로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인 정동욱 변호사는 “1급 공무원은 임기가 없고 신분 보장도 되지 않기 때문에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에 대한 강압적 해임과는 명확히 구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공무원법에서 1급 공무원은 정무직 공무원에 준해 취급함으로써 임명권자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임용 재량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고, 정권교체기에 개각 등으로 장차관이 교체된 경우 직무를 소신껏 수행하고자 1급 참모들의 사표를 받아 새로운 참모진으로 구성하는 것이 어느 정권에서나 관행이었다”며 “대통령이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장차관을 교체하는 인사권 행사도 직권 남용인가”라고 반문했다.
 
  문체부 블랙리스트(사직 강요) 사건으로 기소된 인물은 7명(김기춘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김소영 전 교육문화체육비서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차관)이다. 이 사건을 수사 기소한 박영수 특검이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연루돼 사퇴하면서 2년 6개월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국정농단 수사에 연루된 인물 중 상당수가 작년과 올해에 걸쳐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이들은 아직 재판 중이어서 사면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블랙리스트
 
  문체부의 1급 공무원 사직 강요를 비판하고 유죄판결을 내렸던 문재인 정부는 한술 더 떠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 임원들에게도 사직을 강요했다. 공공기관장 수 명을 외부로 불러내 이번 주까지 나가라는 사실상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자기편을 집어넣고자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정부 기조와 다른 행동을 보인 1급 공무원 3명에게 사표를 요구한 문체부 블랙리스트와는 차원이 다른 셈이다. 이 와중에 백운규 전 장관 측은 “장관과 청와대가 언제 어떤 방법으로 공모를 했다는 것인지 불분명하고, 구체적인 행위 주체도 특정되지 않았다”며 재판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뜻을 보이고 있고, 조명균 전 장관은 사직 강요는 정당한 직무 권한이었다며 “직권 남용 사실이 없고 설사 직권의 남용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직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재판이 지연되면서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소 주체인 특검이 뇌물 혐의로 기소되면서 재판이 지연된 유례없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영수 특검이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에 나섰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송재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역사학과 교수는 최근 《조선일보》 기고를 통해 박영수 특검의 뇌물 혐의를 언급하며 “뇌물사범이 특검직을 수행하는 것은 법조농단”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국정농단 관련 특검 수사를 받았던 한 전직 고위 공직자는 “뇌물 혐의로 기소된 부패검사 박영수가 청렴한 공직자들에게 직권 남용죄를 적용했다”며 “나에게 죄가 있다고 해도 최소한 양심은 지닌 검사와 재판부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싶었지만 모두가 광기에 휩싸였던 탄핵 국면에서는 그런 희망을 버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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