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 완공한 세계 最高 빌딩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 현장소장
⊙ 페트로나스타워 지을 때 日 하자마와 ‘자존심 대결’… 삼성이 1주일 먼저 完工
⊙ 경기불황에도 세계는 “1cm라도 더 높이자”… 中東-中國이 초고층 건설 선도
⊙ “초고층빌딩 雨後竹筍처럼 올라가야 기술수출 가능”
⊙ 2016년 12월 123층 롯데월드타워 완공 예정… 세계 6위 마천루 국가로
宋導憲 롯데건설 고문
⊙ 71세. 중앙대 건축공학과 졸업. 중앙대 건설대학원 석사, 명지대 대학원 공학박사.
⊙ 삼성물산 부장(리비아종합병원 현장소장), 삼성물산 상무(KLCC트윈타워 현장소장),
삼성엔지니어링 전무(서울월드컵주경기장 현장소장) 역임.
⊙ 한양대 건축공학부 겸임교수, 파슨스-브링커호프 수석 부사장 역임.
⊙ 저서: 《초고층 건축시공》.
⊙ 現 롯데건설 기술고문.
취재지원 : 白潤浩 月刊朝鮮 인턴기자
⊙ 페트로나스타워 지을 때 日 하자마와 ‘자존심 대결’… 삼성이 1주일 먼저 完工
⊙ 경기불황에도 세계는 “1cm라도 더 높이자”… 中東-中國이 초고층 건설 선도
⊙ “초고층빌딩 雨後竹筍처럼 올라가야 기술수출 가능”
⊙ 2016년 12월 123층 롯데월드타워 완공 예정… 세계 6위 마천루 국가로
宋導憲 롯데건설 고문
⊙ 71세. 중앙대 건축공학과 졸업. 중앙대 건설대학원 석사, 명지대 대학원 공학박사.
⊙ 삼성물산 부장(리비아종합병원 현장소장), 삼성물산 상무(KLCC트윈타워 현장소장),
삼성엔지니어링 전무(서울월드컵주경기장 현장소장) 역임.
⊙ 한양대 건축공학부 겸임교수, 파슨스-브링커호프 수석 부사장 역임.
⊙ 저서: 《초고층 건축시공》.
⊙ 現 롯데건설 기술고문.
취재지원 : 白潤浩 月刊朝鮮 인턴기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우리 손으로 건설한 지 햇수로 15년. 삼성물산 건설사업본부 상무로 현장을 지휘한 송도헌(宋導憲·71) 롯데건설 고문은 당시의 감격스러운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현재 세계 6위(2016년 완공 기준)의 초고층빌딩에 해당하는 롯데월드타워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송 고문은 현장사무실에 간직하고 있던 당시 사진들을 기자에게 보여 주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삼성(70%)과 극동건설(30%)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 실적이 전무해 삼성의 30층을 지은 실적과 극동의 54층 실적을 합해 입찰했던 것이다. 쌍둥이빌딩의 또 다른 타워는 100년 역사의 세계적 건설업체인 일본의 하자마(迫間)건설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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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6월 송도헌 삼성물산 상무가 현장소장으로 건설을 담당한 당시 세계 최고층 빌딩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현재는 세계 6위의 초고층건물이다. |
“말레이시아 측은 쌍둥이빌딩을 싼값으로 빨리 짓기 위해 한일 간의 민족감정을 이용한 겁니다. 100층 이상의 초고층빌딩을 지은 경험이 없는 삼성으로서는 당시 도곡동에 세계 최고층 131층 건축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2000만 달러라는 손실비용이 났음에도, 수업료를 낸다는 심정으로 입찰했던 겁니다.”
당시 강남구 일원동의 삼성의료원 건설 책임을 맡고 있던 송 고문은 전임자인 김종훈(金鍾勳) 현장 소장(現 한미글로벌 회장)이 물러나면서 그룹 차원에서 ‘구원투수’로 선발돼 말레이시아 현장에 투입됐다. 최훈(崔壎·2014년 작고) 삼성물산 사장은 “회사 명운(命運)에다 한일 자존심까지 걸린 공사”라며 삼성의료원 완공을 목전에 두고 현장 파견을 고사하던 송 고문에게 ‘현장 전권’까지 위임하면서 설득했다고 한다. 송 고문은 졸지에 공사 시작 8개월 만에 세계 최고층 빌딩 현장소장이란 ‘안전모’를 쓰게 됐다.
송 고문이 파악해 보니 현장 상황은 좋지 않았다. 하자마건설보다 35일 늦게 착공한 데다, 공사도 6개월이나 뒤처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삼성은 말레이시아 측이 제시한 33개월을 6개월이나 단축, 1996년 6월 27개월 만에 92층 공사를 마쳤다. 마하티르 총리는 “한국인들의 성실성에 크게 감명받았다”며 6개월 공기 단축과 성실 시공에 대한 대가로 1500만 달러의 클레임액을 돌려주었다.
마하티르 총리, 최고층 욕심에 설계 6번이나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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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트로나스타워 공사현장을 방문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왼쪽)와 악수하고 있는 송도헌 삼성물산 상무. |
“설계사 시사펠리(Cesar Pelli)는 33개월을 제시했는데, 마하티르가 정치적인 이유에서 공기(工期) 단축을 요구했어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6개월 앞당겼는데, 지연시 벌과금 조항까지 만들어 부담을 많이 줬습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한일 민족감정을 이용하면 건물을 빨리 지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건물이 20km 밖에서도 눈에 띄도록 높게 짓자고 한 마하티르의 제안으로 설계자 시사펠리가 443m로 하되 첨탑을 올려 처음보다 3m 높은 446m로 설계했다. 송 고문은 “마하티르는 ‘미국의 시어스타워보다 3m 높게 만들다가 자칫 오차가 발생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면서 시사펠리가 구조상 난색을 표하는데도 불구하고 무려 6번이나 설계를 변경한 끝에 452m로 만들었다”고 했다.
트윈타워의 또 다른 시공업체인 일본의 하자마건설은 북한의 수풍댐을 지은, 100년 역사를 가진 건설업체로 1973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말레이시아 진출 3년 경력의 ‘애송이’ 삼성물산과 하자마건설은 100m를 사이에 두고 건설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당시 국내에서 가장 높다는 대한생명빌딩(249m)의 두 배 가까운 높이의 이 초고층빌딩을 삼성물산이 불과 27개월 만에 뚝딱 해치울 수 있었던 것은 독일제 펌프카 덕분이었다. 이 장비는 콘크리트를 단숨에 지상 381m까지 쏘아 올릴 수 있었다. 그때까지 홍콩 센트럴 플라자 빌딩을 지을 때 콘크리트를 논스톱으로 쏘아 올린 최고기록(308m)도 갈아치웠다. 워낙 높다 보니 각종 설비를 지상에서 미리 만들어 꼭대기로 옮겨 조립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를 위해 32t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고속 대형 크레인이 동원됐다.
日本도 회피한 스카이브리지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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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년 9월 8일 세계 최장인 58m 스카이브리지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삼성물산 엔지니어들. 일본측은 오사카 쌍둥이빌딩의 28m 스카이브리지 건설에 혼이 나 페트로나스타워 스카이브리지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
“일반 공사는 천재지변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소장의 책임이 아닙니다만, 페트로나스타워처럼 국제적으로 이목이 집중돼 있는 공사는 천재지변(天災地變)까지도 현장소장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실패하면 우리 자존심도 손상되는 거니까 스트레스가 대단했어요.”
삼성은 오사카 쌍둥이빌딩 스카이브리지를 건설해 본 하자마가 시공이 까다로워 기피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177m)에 위치한 다리인 스카이브리지 공사를 겁도 없이 따냈던 것이다.
중간 교량 공사엔 첨단과학기술이 총동원됐다. 이 교량은 50년 주기로 예상되는 강한 돌풍에 대비해 특수 설계됐다. 길이 58m에 폭 6m, 무게 1000t의 교량을 ‘∧’자로 받쳐 지탱해 전후좌우에서 부는 바람에도 견딜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교각 역시 국내에서 각종 부품을 제작한 후 현지에서 조립해 크레인으로 올렸다. 1mm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정밀 공정에 사용된 볼트만 해도 무려 8000개에 달했다.
초고강도 콘크리트도 초고층빌딩에는 필수적이다. 건물 높이가 엄청난 만큼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는 무게가 상상을 초월한다. 건물의 총중량이 무려 27만t에 이른다. 빌딩 아랫부분의 기둥은 총 16개로 개당 약 1만7000t의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것이다. 트윈타워에 사용된 콘크리트는 cm2당 800kg을 견딘다. 주사위만한 콘크리트 조각이 1t에 가까운 무게를 견디는 셈이다.
“우리 국산 자재를 마산항에서 33개의 컨테이너에 나눠 싣고 와서 스카이브리지 철골을 조립하던 중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터졌던 겁니다. 말레이시아 언론은 연일 ‘5~6층 빌딩도 비스킷처럼 부서지게 짓는 나라인데, 페트로나스를 지을 수 있겠느냐’고 비아냥댔습니다. 말레이시아와 영국의 감독관들도 줄곧 스카이브리지 가조립 모습을 자존심을 건드려 가며 24시간 촬영했고요.
오기가 나서 사흘 밤낮을 자지 않고 현장을 지켰더니 그때서야 감독관들이 철수를 했습니다. 한인교회 새벽예배에서 교인들이 ‘우리 한국인의 자존심, 페트로나스타워 스카이브리지 공사를 잘 끝내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소리를 듣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이렇듯 정성으로 공을 들였더니 현지 인부들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센터블록(37m)을 들어올리는 날, 마하티르 총리를 비롯해 정부 관계자가 참석했고, 방송카메라가 현장에서 생중계를 했습니다. 1분에 30cm씩 올라가는 첨단공법으로, 특히 건물 사이 터널바람이 초속 10m만 되면 즉각 작업을 중단하고 자재들을 동여매야 했습니다. 10시간 이상 쳐다보고 있으려니 목이 뻣뻣해 왔습니다. 마침내 설치를 마치고 가설플랫폼이 내려오자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일본이 35일 먼저 공사를 시작했으나, 오기 하나로 결국 높이 65m짜리 뾰족탑 공사를 마지막으로 1주일 앞서 공사를 끝냈다. 이에 앞서 87층 콘크리트조 마무리 공사(88~92층은 鐵骨造)는 토요일 오후 4시20분, 일본(6시36분)보다 2시간16분이나 앞섰다.
“직원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생맥주 파티를 벌이고 있을 때, 덩달아 두 개의 빌딩에서 경쟁을 벌이던 미국인 감독관 중 우리 측 감독관이 ‘현재 일본 타워가 87층 콘크리트 타설을 끝낸 시각이 6시36분으로, 우리가 2시간16분 앞섰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모두들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송 고문은 87층에 피너클(pinnacle·건축에서 외부 벽에 붙은 버트레스의 위쪽에 있는 첨탑)을 설치할 때, 감독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슬쩍’ 1인치 철판을 받쳐 놓았다고 한다. 그는 “지금 쿠알라룸푸르 관광을 하게 되면 안내원이 한국과 일본이 건설할 때 한국이 1주일 빨리 공사를 끝냈다는 안내 방송을 해 준다”며 “추가로 한국인 관광가이드들은 한국이 시공한 타워가 일본 것보다 1인치가 더 높다고 설명한다”며 웃었다.
韓昇洙 부총리, 페트로나스타워 2447개 계단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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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11월 9일 현장을 방문한 한승수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가운데 고개 숙인 사람)이 송도헌 현장소장(오른쪽 둘째)으로부터 현장 브리핑을 듣고 있다(위). 송도헌 상무는 주말이면 한국사원들을 집합시켜 페트로나스타워 꼭대기 둥근 링볼(24t) 위의 모뉴멘틀 끝까지 오르는 훈련을 시켰다. |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책상에 앉아 지시하는 것보다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지시를 했어요. 그래야 십장(什長)들도 아랫사람에게 똑같이 모범을 보일 것 아닙니까.”
최고층 페트로나스빌딩은 공사 에피소드도 세계 최고 수준급이다. 직원들이 오전 7시 조회를 하고 고도 300m 현장에 도착하면 8시30분이 되고, 제대로 일을 해 보기도 전에 점심시간이 됐다고 한다. 빵부스러기 때문에 400m 피너클에서도 쥐와 모기가 산다는 사실, 소변을 하늘에서 스프레이처럼 공중 분사한다는 크레인 기사의 얘기까지 다양하다.
안전관리에 상당히 신경을 썼던 송 고문은 주말이면 향수병에 걸린 사원이나 엉큼한(?) 생각을 하는 젊은 사원들의 군기를 잡기 위해 수시로 ‘집합’을 걸어 원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집합은 ‘선착순’ 같은 지상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이 아니라 92층까지 2447계단을 오르는 것이었다.
“일명 극기훈련이었는데, 지하 6층에서부터 출발하면 상무인 내가 가운데 서고 안전요원을 앞세워 꼭대기층까지 올랐습니다. 92층까지는 2447계단인데, 환기시설이 당연히 없죠. 자연통풍이 잘되는 강화도 마니산 970계단도 오르기가 힘들잖아요? 찜통인 지하 6층부터 몇 층인지도 모르고 올라가니까 이 친구들이 처음에는 웅성웅성합니다.
스카이브리지가 있는 41층을 1차 목표로 하는데 몸이 부실한 친구들은 이때 옷의 3분의 1이 다 젖죠. 3분 휴식을 취하고 2차 도전을 합니다. 다음 목표는 60층인데, 이때부터는 잔소리나 잡담하는 소리도 들리질 않고, 드러눕는 사람도 보이기 시작해요. 체력 차이가 나니까 체력이 약한 사람은 2개층 정도 뒤처지기도 했어요. 3차는 74층. 당연히 제정신이 아니죠. 비몽사몽으로 오르는데 옷을 짜면 실제 땀이 주루룩 흐를 정도입니다.
4차 목표는 마지막 층인 92층까지였어요. 마지막 층까지 걸리는 시간은 52분이에요(2000년 2월 25일 실시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1860계단 오르기 기록은 남자가 9분53초, 여자가 12분51초였다.) 여기에 24t 무게의 링볼(ring ball) 위로 61m에 달하는 모뉴멘틀이 있습니다. 한국스텐레스 제품인데, 전봇대 굵기로 바람에 휘청거렸습니다.
제가 모뉴멘틀의 철제 사다리에 의지해 꼭대기에 타월을 걸고 내려온 다음, 자존심 강한 명문대 출신 신입사원들을 골라 ‘김 기사, 수건 풀어 가지고 와!’라고 합니다. 신입사원들이 머뭇거리면, ‘당신, 귀국할 거야, 올라갈 거야’라고 하면 자존심은 어디 가고 눈물을 흘리면서 공포에 질립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올라갔다 내려온 사원은 공포는 어디 가고 얼굴이 그렇게 환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이지요. ‘건설쟁이’들은 이것을 극복해야 합니다.
이런 훈련을 받고 나면 자존심 강한 신입사원들도 다음 날 사무실에서 커피를 먼저 뽑아서 선배에게 깍듯이 ‘대령’을 하게 되더라고요. 신입사원 교육코스로 세상 어디에도 이만한 데는 없을 겁니다. 롯데월드타워도 123층 골조를 완성하면 엔지니어들을 훈련시킬 작정입니다(웃음).” 이어지는 송 고문의 말이다.
“한번은 한승수(韓昇洙)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페트로나스 현장 3층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듣다 말고, ‘소장님, 갑시다’라며 92층까지 올라가자는 거예요. 와이셔츠 차림의 한 장관은 체력이 좋아 계단 2개를 한 걸음씩에 오르는데, 당시 정경일(鄭慶逸) 말레이시아 대사와 수행하는 국장들은 죽을 맛이었지요. 엉겁결에 따라 오르다 보니 고급 양복지가 땀에 젖었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제가 양복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린 정 대사에게 ‘우리 건설현장 술어(術語)로 개잡부 같다’고 했더니 너무한다고 난리를 쳐요. 며칠 뒤 정 대사가 공사현장에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을 데리고 나타나 92층까지 올라가더군요. 여성들은 41층 스카이브리지부터 시작했고, 정상까지 올라온 아이들에게 100달러를 선물로 주더군요.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나스 총재가 이 소식을 듣고, ‘왜 한국인들은 무조건 정상을 오르려 하느냐’고 해서, ‘우린 진생티(인삼차) 먹고 힘이 나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앰뷸런스를 대기시켜 놓겠다’고 하더군요.”
아랍에미리트, 초고층빌딩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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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이 2010년 완공한 828m, 163층의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위). 2011년 개봉한 영화 <미션임파서블4>에서 부르즈 칼리파에서 아찔한 빌딩벽 타기 연기를 펼친 톰 크루즈(에단 헌트 역, 아래). |
삼성물산이 2010년 완공한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는 828m, 163층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부르즈 칼리파의 기록도 마라톤 기록처럼 얼마 안 가면 깨질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완공 예정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킹덤타워(1600m)가 완공되면 권좌에서 물러나야 한다.
중국과 중동의 후속 건물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중국 브로드그룹은 지난해부터 후난성 창사에 220층, 838m짜리 스카이시티를 올리는 중이다.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에서도 각각 부르즈 무바라크 알카비르(1001m), 킹덤타워(1600m), 나킬타워(1490m), 시티타워(2400m) 등 ‘바벨탑’들을 현재 공사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이후의 마천루들의 순위를 매기는 것은 사실 무의미해 보인다. 몇 년이 멀다 하고, 아니 몇 개월이 멀다 하고 그 기록을 경신하는 초고층빌딩들이 세계 곳곳에 솟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의 ‘40년 군림’은 이미 전설 같은 이야기가 돼 버린 것이다.
1990년대 들어 홍콩,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 국가가 미국 등 북미를 제치고 초고층빌딩 건설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각국이 너나 할 것 없이 초고층빌딩 건설에 뛰어드는 이유는 초고층빌딩이 그 나라의 경제발전을 상징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15년 전 미국은 세계 1~10위의 고층빌딩 전부와 세계 100대 고층빌딩 중 82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1990년대 말 세계 최고층이었던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도 6위로 추락했다. 마천루 판도를 대륙 혹은 나라별로 보면 미국이 추락했고, 단연 중동과 동북아시아가 앞선다.
초고층빌딩 50위까지의 현황을 보면, 중국은 세계 4위에 해당하는 월드파이낸스센터(492m, 101층)를 비롯해 21개가 올라 있다. 여기에다 세계 3위의 타이베이101을 보유한 대만(3위, 31위)까지 포함하면 거의 절반(23개)을 중국계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 뒤를 잇는 것은 아랍에미리트다. 세계 최고층 부르즈 칼리파를 포함해 무려 15개를 아랍에미리트 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다. 세계 2위의 메카로열클락타워호텔(120층, 601m)까지 더하면 초고층빌딩 구성 면에서 중동세는 미국은 물론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 게다가 아랍에미리트는 51~100위 사이에 9개의 초고층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송 고문은 “현재 시공기술로는 1000m(약 200층)까지 가능하다”면서 “그 이상 높이로 건설하는 것은 건축물로서 효용가치가 떨어진다”고 했다.
1931년부터 102층짜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으로 오랜 세월 마천루 역사의 신화적인 자리를 유지하던 미국은 1974년 시어스타워(Sears Tower·높이 442m·108층, 2009년 윌리스 그룹이 구입해 윌리스타워로 개명) 건설 이후 방심하다 3위로 추락했다. 100위 안에 19개 건물이 올랐는데, 가장 높은 건물은 시카고의 윌리스타워(442m, 108층)로, 9위에 랭크됐다. 바야흐로 초고층건물은 어느덧 서구에서 아시아로 ‘세력전이(勢力轉移)’가 이뤄진 셈이다.
이들 3강 구도가 전 세계 100대 마천루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초고층 가운데 100대 초고층에 이름을 올린 건물은 인천 동북무역센터(69위), 부산 두산현대위브 제니스타워(78위), 부산의 현대아이파크마리나타워(93위)다. 일본은 오사카의 아베노 하루카스(78위), 요코하마 랜드마크타워(87위) 등 2개 건물이 100대 초고층빌딩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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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층빌딩 TOP 20 현황. |
“美 시어스타워, 건축학적으로 안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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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잠실 롯데월드타워, 2018년 부산롯데타운 완공을 기점으로 본 초고층빌딩 세계 순위. |
1998년 말 공사를 시작, 2002년 10월 완공 예정이었던 타이베이101 빌딩은 1999년 8월 대만 정부의 공중안전규칙에 저촉돼 설계가 재변경됨으로써 508m(101층)에서 391m(95층)로 줄어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천수이볜 대만 총통이 항로를 변경하는 적극 지원으로 원래의 계획대로 추진해 2004년 완공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상하이시 당국이 일본 건설업체에 “천장과 바닥을 늘려서라도 대만이 세계 최고 빌딩을 세웠다는 주장을 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토록 첨예하게 벌인 양안 간 자존심 경쟁은 일단 대만 측의 승리로 끝났다.
송 고문은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 은행금리에 둔감하고 인건비도 싸기 때문에 공기 개념이 없다”면서 “국가의 인지도가 다른 나라와 상당히 다르다. 중국은 2020년까지 상주인구 기준 도시화율을 60%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로 도시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어 아마도 25개 성(省)이 모두 하나씩 초고층빌딩을 가지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현존 초고층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초고층빌딩으로 랜드마크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은 어떤 건물입니까.
“비록 4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시카고의 시어스타워(윌리스타워)를 꼽을 수 있습니다. 층고는 442m로 낮지만, 블록 9개를 하나씩 줄여 가면서 건축해 안정감이 무척이나 높은 건물입니다. 1990년대 중반 촘촘한 기둥을 하나씩 제거했다고 해요. 페트로나스타워도 아랍 여성의 눈썹을 형상화해 건물벽에 물결치듯 삼각형 16개를 돌출시켰습니다. 상하이 월드파이낸스센터 건물을 보세요. 건물을 품위 없이 꼭 병따개처럼 지었더군요.”
—롯데월드타워를 123층, 555m로 숫자를 정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해 롯데월드타워를 88층으로 계획하기도 했지만, 이후 초고층빌딩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세계에 내놓을 만한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신격호 회장의 신념에 따라 현재의 123층 타워로 확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123층에 대한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중국인들은 8자가 돈을 상징한다고 해서 92층 건물을 지어놓고 88층이라고 우기기도 합니다만.”
세계 6위권의 마천루 국가 대열에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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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초고층빌딩의 역사를 쓴 건물들. 왼쪽부터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시카고 윌리스타워(구 시어스타워), 아시아 최고층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마카로열클락타워호텔. |
롯데월드몰과 123층 초고층 건물을 세우기까지 총 3조5000억원의 자금을 쏟아 부었다. 에펠탑, 첨성대를 닮은 초기 디자인을 시작으로 고려청자 모양으로 결정되기까지 26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22번이나 설계디자인을 바꿨다고 한다.
이처럼 서울 잠실에 123층짜리 제2롯데월드가 올라가는 와중에 현대자동차가 인근 삼성동에 100층이 넘는 건물을 세우겠다고 한전 부지를 무려 10조 여 원에 낙찰받으면서 ‘랜드마크’로서 초고층빌딩의 경제효과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암·용산지구개발사업이 줄줄이 무산되면서 한때 초고층빌딩은 경제위기를 시사하는 선행지표로 통하기도 했다. 송 고문은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초고층빌딩은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가능케 하는 동시에 새로운 관광자원의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일찌감치 이를 터득한 나라는 싱가포르다. 외국인 투자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싱가포르는 2010년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를 세웠다. 그해 싱가포르를 다녀간 외국인 관광객은 1164만명으로 전년 대비 20.2% 증가했다. 건물 하나가 쓰러져 가던 일국의 관광산업을 일으켜 세운 셈이다. 타이완도 마찬가지다. 2004년 완공된 101층짜리 ‘타이베이101’이 세워진 후 관광객이 급증했다. 2003년 225만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타이베이101 완공 4년 뒤인 2008년 385만명으로 71% 늘었다.
말레이시아는 초고층빌딩 덕에 1000만명 관광대국 시대를 열었다. 1998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세운 92층짜리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건설로 이 나라는 1998년 556만명에서 2002년 1329만명으로 4년 만에 139% 늘었다. 2012년에는 약 2500만명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191억 달러를 쓰고 갔다. 일본 도쿄의 스카이트리(634m)는 2012년 5월 개장 당일에만 22만명을 끌어모았다. 이후 1년간 스카이트리 타운에는 5080만명이 방문했다.
송 고문은 “정부에서 내수진작을 위해 연일 강도 높은 대책과 규제완화 방안을 쏟아 내고 있는데 단기간에 내수를 살리고 고용을 늘릴 방법은 초고층복합빌딩 산업 활성화”라고 말했다.
2016년 완공되면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163층·828m) 등에 이어 세계 여섯 번째로 높은 초고층빌딩으로 기록될 제2롯데월드가 가져올 경제효과는 만만찮다. 연간 25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아 약 3000억원의 관광수입을 올리는 등 생산 및 부가가치 창출 규모는 7조원으로 추정된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상시 고용인구도 2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충남 천안시가 1만835개 일자리를 창출한 것을 고려할 때 제2롯데월드의 일자리 규모는 웬만한 중소도시를 능가하는 셈이다.
그러나 아시아 각국에서 벌어지는 일견 세 과시용 초고층빌딩 건설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역사적으로 해당 지역의 경제위기를 불렀다는 ‘블루 스카이 이코노믹스’ 이론도 새겨볼 만하다.
세계 최고의 빌딩을 계획하고 건설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대부분 호황의 정점(頂點)이고, 건물이 완공될 즈음엔 불황기에 접어들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는 세계 대공황기, 시어스타워는 1972년 오일쇼크로 인한 주가 폭락기,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1997년 동남아 금융위기 때 완공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공사 중인 50층 이상(높이 200m) 초고층 건축물이 전국적으로 50개에 달해 초고층 빌딩의 순위는 이들 건물이 준공하는 대로 순차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준공된 건물 외에 현재 시공 중인 초고층빌딩도 적지 않다. 그중에서 100층이 넘는 건물이 3동에 달한다. 잠실의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해 부산에 건립되는 부산롯데타운은 107층, 역시 부산에 들어서는 해운대관광리조트는 101층 층고를 자랑하게 된다.
현재 국내 오피스 빌딩을 규모 순으로 보면 ▲롯데월드타워(높이 555m·지상 123층) ▲여의도 파크원타워(338m·지상 73층) ▲송도 동북아무역센터(305m·68층) ▲해운대 위브더제니스(301m·80층) ▲해운대 아이파크마리나(292m·72층) ▲여의도 IFC몰(284m·55층) ▲해운대 WBC 더 팰리스(265m·51층) ▲도곡동 타워팰리스(264m·73층) ▲목동 하이페리온(256m·69층) ▲동탄 메타폴리스(249m·66층) ▲여의도 63시티(248m·60층) ▲여의도 전경련회관 FKI타워(245m·50층) ▲천안 펜타포트(238m·66층) ▲삼성동 트레이드타워(229m·55층) 등의 순이다.
구원투수
현재 롯데월드타워는 86층(364m)까지 콘크리트 작업을 마친 상태다. 하루에 40~50cm씩 올라가는 중이라고 한다. 현재의 높이만 해도 지금 사용 중인 초고층빌딩 가운데 뉴욕의 뱅크오브아메리카타워(366m)에 이어 26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381m)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사실, 롯데는 제2롯데월드 건설이라는 초고층빌딩 건설 경험이 전무했습니다. 당초 롯데는 그룹 내 롯데건설이 전담해 모든 공정을 추진하려 했으나, 잇단 사고로 어려움을 겪자 자존심을 버리고 삼성 출신인 송 고문님을 ‘구원투수(기술 고문)’로 영입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국내 최고의 초고층빌딩 건설 책임을 맡는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겠지요. 사실, 1931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건설부터 20개 초고층을 건설한 현장감독 가운데 생존한 인물은 11명밖에 없습니다. 국내에는 부르즈 칼리파를 현장 감독한 김경준(金景俊) 전무(삼성물산 빌딩사업부장)와 나, 두 사람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좁게 보면 제가 삼성 출신이지만, 국내에서 100층 이상의 초고층빌딩을 건설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해외에 우리의 초고층 기술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모든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삼성이 세계 최고 클라스의 부르즈 칼리파,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건설했지만, 시공을 담당하는 순수 건설인력은 현지 노동자들이 한 것이거든요. 롯데월드타워는 명실상부하게 단순시공을 넘어 기획, 시공, 건물운용관리 등 공사 및 운용의 모든 과정을 도맡았습니다.”
송 고문은 “지금껏 초고층빌딩 기술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건설, 현대산업개발, 극동건설, 쌍용건설 등 일부 건설사만 보유하고 있었고, 해외에서 초고층빌딩 건설 실적이 있는 건설사도 현대건설, 삼성물산, 쌍용건설에 불과했다”며 “이번 제2롯데월드 건설을 계기로 롯데건설과 참여한 국내 수많은 업체의 초고층 건설기술 역량을 단숨에 끌어올린 셈이 됐다”고 했다.
초고층은 건축주의 염원을 담는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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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한 롯데월드타워 조감도와 현재 86층까지 건설중인 타워건물. 완공을 기점으로 세계 7위의 초고층빌딩으로 등극한다. |
“초고층빌딩은 장삿속으로 건설하려 한다면 차라리 짓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1980년대 중반 ‘사업비만 2조원이 예상되고 짓고 나면 영원히 적자를 벗어날 수 없다’는 그룹 내부의 반대의견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우리나라에 이런 건물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초고층빌딩은 건축주의 염원을 담는 ‘그릇’입니다.
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 회장이 한전부지 입찰에 10조원이라는 금액은 초고층에 대한 염원이 없으면 써 넣을 수 없는 ‘의지 가격’인 것입니다. 월급쟁이가 어떻게 시가 5조원짜리 땅에 10조원을 써 넣을 수 있겠습니까.
초고층 기술자들은 이러한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우리가 해외에서만 초고층을 해 보았지, 국내에서 우리의 벽돌공, 페인트공들이 우리의 재료(시멘트, 철근) 등을 가지고 종합적인 기술력을 발휘해 초고층을 건설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겁니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도 정치적 목적으로 미국의 시어스타워(442m)보다 높은 세계 최고층 건물을 경마장 자리에 건설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수상의 의지니까 건물이 완공됐지, 만약 국영석유회사 사장이 발주했더라면 중도에 포기했을 겁니다.”
—페트로나스타워 건설 때 중도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1996년 무렵, 55~60층이 올라가고 있을 때, 우리가 건설하고 있던 타워가 45mm 옆으로 쏠리기 시작했습니다. 경호원도 대동하지 않은 채 마하티르 총리가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나 ‘미스터 송, 페트로나스타워가 피사의 사탑(斜塔)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나는 ‘걱정 마시라, 바로잡는 방법이 다 있다’고 하니, ‘알았다’며 안도했습니다. 그 후로 요란법석을 떨던 언론을 마하티르 총리가 잠재웠고, 공사는 문제를 바로잡고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언론에서 건물을 해체하자고 나섰을 겁니다.
초고층빌딩은 민족과 운명을 같이하는 겁니다. 최고층 건물이 언젠가는 최고의 기록이 깨지겠지만, 국민들의 자부심은 계속되기 때문이죠. 여의도 63빌딩이 탄생할 때도 정책적으로 밀어붙였으니까 성공했던 겁니다. 롯데프로젝트는 비록 외견상 한 개인이 하는 것이지만, 국가적 사업인 겁니다.”
—고층부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려면, 고강도 콘크리트가 수분을 함유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고강도 콘크리트는 시멘트 함량이 높아 뻑뻑해서 수직관을 올라가지 못해요. 그래서 부침개를 부칠 때 프라이팬에 기름을 바르듯, 윤활유격인 혼화제(混和劑)를 적당히 써 미리 관을 부드럽게 해 놓아야 합니다.”
—수직관에 남은 콘크리트를 어떻게 제거하나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건설 때도 인도네시아, 중국인들을 믿을 수 없어 삼성물산 직원 5명을 현장에 투입해 철저하게 관리했습니다. 청소를 게을리 해 관이 굳어 4~5일 정도 작업이 중단된다면, 일본과 피 말리는 건설경쟁을 하는 마당에 미치는 겁니다. 그래서 콘크리트 타설이 끝나면 스티로폼 볼을 꼭대기에서 수직관에 밀어 넣고 엄청난 압력으로 불어내면 ‘순대’가 빠지듯 레미콘 절반 분량의 콘크리트가 나옵니다.
이것을 캐빈에 받아 철판으로 비누를 만들 듯 구분을 해 놓으면 훌륭한 벽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3m3에 해당하는 콘크리트를 산업쓰레기로 버린다면 70여만원이 들어가는데, 레미콘 한 차 가격(20만~30만원)보다 훨씬 비싼 금액입니다. 공중으로 날아가는 돈 절약하고 벽돌로 재활용까지 하여, 일석이조 아닙니까.”
송 고문은 “초고층 빌딩의 현장 책임자는 사실상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이라며 “모든 공정을 머릿속에 넣고 수많은 실수들을 노하우로 삼아 각 부문들을 지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만일 커튼월(curtain wall)에 사용하는 외국 자재가 배로 운송하던 중 조난사고를 당한다면, 초고층의 특성상 무한정 공사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공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버틀넥(병목현상)을 미리 예상해 해결하고, 공중으로 분해되는 수많은 기회비용들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건설달력’ 도입해야
—초고층을 직접 시공해 보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습니까.
“한 프로젝트를 실수 연발하며 끝내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술자로서 자긍심은 물론이고 자생력(自生力)이 생깁니다. 우리도 페트로나스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초고층빌딩은 건축물이 축소되는 것(전문용어로 Column Shortening이라고 함)에 대처해야 합니다.
452m 페트로나스타워는 65cm가 줄었고요, 555m인 롯데월드타워는 설계대로라면 31cm가 줄어들 겁니다. 롯데타워는 철골구조라 콘크리트구조에 비해 덜 줄어드는 겁니다. 그러면 실제로 31cm 건물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해 높이 보정해 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예를 들면 커튼월의 경우에 커튼월의 패널이 휘어질 겁니다.
높이가 지상 250m 이상일 때는 바람의 속도가 2~2.3배나 강하기 때문에 작업가동률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따라서 일기에 대한 판단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또한 초고층 구조와 장치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엘리베이터입니다. 운송수단이 생명이므로 600m의 건물 최상층까지 50초에 도달할 수 있도록 최고의 조건으로 해야 합니다. 1초에 12m를 올라가야 하는 겁니다.
통상 초고층 설계 단계에서 건축까지 10~15년이 소요되는데, 통신이나 시스템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패턴이 바뀌게 됩니다. 또 높이에 따른 인건비가 상승하는 것도 계산해야 하고요. 초고층은 휴대전화로 불통이니 난시청 해소를 위해 통신설비를 갖춰야 합니다.
또 레이버 세이빙(lavor saving)이라고 현장 노동자들이 출력(出力)하는 것을 줄일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겁니다. 예컨대 창틀에서 새시와 유리를 한꺼번에 완성해서 이곳에서 시공을 하면 공사인력을 절반으로 줄이고 인건비가 감소해 건물의 경쟁력을 높이는 겁니다. 이런 것에 대응하지 않으면 초고층빌딩은 완성될 수 없는 바벨탑이 되고 마는 겁니다.”
—롯데월드타워를 건설하시면서 건축적으로 두드러진 진보(進步)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두 개의 철근을 잇는 51mm짜리 커플러(coupler)를 인천제철에서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고, 철판도 포스코에서 강도(强度) 측정을 해서 통과했습니다. 대형 커플러는 원래 원자력발전소 건설용이라 그동안 수입해서 썼다고 해요. 그러나 이번 기회에 국산화하면서 철근 로스를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또 초고층 콘크리트 펌핑 기술도 저소음으로 했고요. 지진이나 태풍, 건물의 기울기에 대해 센서로 모니터링하는 스트럭처 헬스 모니터링(stracture health monitoring), 건물의 연돌현상(stack effect)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게다가 친환경 에너지 세이빙 건물로 설계를 했어요. 초고층빌딩이 나날이 진화하는 거죠. 진도 규모 6.5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는 기본입니다.”
송 고문은 “공기(工期)는 돈과 같고, 건설현장은 날씨와의 전쟁인데 요즘 대체휴일과 민노총 파업으로 공사가 중단돼 현장에서 장비가 서 있는 일이 많다”며 “사무직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에 맞춰 휴일에 쉬더라도, 공사현장 근로자들은 일기가 좋은 날은 일할 수 있도록 ‘건설달력’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시공은 ‘일류’, 설계는 ‘이류’
강철 골조와 엘리베이터의 발명 등 두 가지 기술발전이 초고층 건축의 핵심 요소다. 구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이 설계한 높이 300m짜리 철탑인 파리의 에펠탑(1889년)은 미국에서 마천루들이 솟아날 때까지 40여 년간 세계 최고의 지위를 누렸다. 엘리베이터는 엘리사 그레이브스 오티스(Elisa Graves Otis)가 1857년 뉴욕의 백화점에 설치한 것이 시초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술로는 어느 정도 높이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일까. 우리의 시공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 그러나 설계기술은 아직 선진국에 뒤떨어져 있다. 최근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개도국들이 앞다투어 초고층빌딩을 짓겠다고 하자, 미국은 코웃음을 쳤다.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의 시공능력을 50~60층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철근콘크리트 속성상 초고층은 시공할 때 콘크리트와 철근의 수축 현상이 생겨 건물의 높이가 600분의 1 정도 줄어든다.
예를 들면 400m 건물 시공시 70cm줄어들어 웬만한 초정밀 최첨단 시공기술이 아니면 코어(core) 부분의 엘리베이터 가드레일이 느슨해지고 수도관 파이프가 파열되는 등 건물 자체에 큰 결함이 발생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 삼성물산은 452m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건축에 성공하면서 해외에 우리 시공능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
건축설계는 미국 등 선진국과 10~20년 정도 격차가 벌어져 있다. 송 고문은 “세계 초고층건물은 번듯하게 시공하면서도 우리 건축설계사의 이름을 딴 변변한 건물 하나 없고, 심지어 국내 고층건물조차도 설계는 외국에 맡겨야 하는 게 우리 현실”이라면서 “설계사무실이 전문엔지니어링 회사와 컨소시엄으로 국제적 대응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했다.
구조와 설비, 디자인 등 설계의 핵심부분은 예를 들어 SOM(Skid Owings Merrill), KPF(Kohn Pedrson Fox) 등 세계 유수 업체가 담당하고, 인허가 설계와 현장에서 쓰이는 실시설계만 하는 입장이다.
원래 건설업계는 EC(Engineering Construction)화로 설계와 시공을 함께 해 왔다. 그러나 시공업자가 설계까지 맡을 경우, 시공사가 과당경쟁으로 공사수주를 위해 건축주에게 무상설계를 제공해 건축사들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어 건축업법상 시공업자가 설계를 못하도록 돼 있다. 결과적으로, 시공과 설계가 분업화되다 보니 대부분 영세한 설계사무소가 투자부진 등으로 외국의 대형 설계사무소와 겨룰 만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초고층빌딩 설계 입찰의 경우, 대개 지명입찰로 업체가 선정되는데, 이때 경쟁사와 경쟁할 수 있는 것은 세계 유수의 건물을 설계한 실적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100층 이상의 설계를 해 본 적이 없는 국내 업체는 애당초 세계의 유명 건축사무소들과 승산 없는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송 고문은 “우리 건설업계는 초고층건물 건설을 위해 설계와 입찰, 그리고 시공 세 가지 경험을 골고루 쌓기 위해 시공관리(construction management) 전문회사를 활용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기회비용, 실수비용을 줄이고 초고층 건설을 최적화(optimization)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외국계 설계회사들이 국내 시공현장 여건도 모르고 ‘계획설계’만 해서 던지는데, 우리나라에도 타짜가 있다면 우리나라 스타일에 맞는 건물을 만들도록 시공성과 기능성에 맞게 해야 한다”면서 “외국 설계회사가 만든 기초설계에 ‘실시 및 시공설계’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주문’을 할 수 있는 전문가 조직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IMF사태로 타이베이 101 건설 기회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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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송도헌 당시 삼성 상무가 타이베이101 빌딩 입찰을 위해 건축주에게 프레젠테이션하는 모습. 왼쪽은 높이 508m, 101층으로 세계 3위의 초고층에 해당하는 타이베이101 빌딩. |
“초고층빌딩은, 성급하게 하다 보면 자칫 올라가다가 중단되기 쉽습니다. 전 건설업계가 힘을 합치면 우리 기술로 능히 초고층을 올릴 수 있어요. 일본 사람처럼 잘 적고 분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초고층을 지은 경험자의 충고도 잘 새겨들어야 하고요.”
그가 초고층빌딩을 짓는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충고다.
“우리 브랜드로 우리 땅에 지은 100층 이상의 초고층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올라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한국의 초고층빌딩 시공기술이 외국에 알려지게 되고, 그래야 초고층 시공기술을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 아닙니까.”
송 고문은 엔지니어로는 복이 많은 사람이다. 한 개 정도의 기념비적 건물을 짓는 것도 엔지니어로서 행운인데 페트로나스타워에다 리비아 세계 최대의 안과병원까지 지었으니 말이다. 그는 2001년 11월 완공한 상암동 서울 월드컵경기장 건설을 총 지휘하기도 했다.
송 고문은 페트로나스 프로젝트를 마친 직후,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재 세계 3위 건물에 해당하는 타이베이101(508m, 101층) 프로젝트를 사실상 수주했으나, IMF 사태 때문에 눈앞에서 일본의 구마카이쿠미(熊谷組) 건설에 넘긴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가 지은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놓친 고기에 해당하는 타이베이101이 2004년 준공하면서 세계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던 것이다.
송 고문은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리비아의 세계 최대 규모 안과병원 건설은 모두 전임자가 물러난 자리에 들어가 완공을 이끌었다”며 “초고층설계 분야에서 부산해운대리조트(101층) 프로젝트에 CM으로 2011년부터 4년간 주관했고, 1999년부터 타이베이 101 공사수주를 관여했으며, 현재는 롯데월드타워 건설의 기술고문으로 참여하면서 설계, 입찰, 시공을 모두 경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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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월드타워 86층 건설현장의 콘크리트 타설현장을 체크하고 있는 송도헌 롯데건설 고문. |
“각 공사 아이템별로 세계적인 기술자들의 연락처가 표시돼 있어요. 초고층빌딩 건설의 바이블입니다. 최소한 대학원 건축학과에서 초고층에 대해서 가르쳐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저층건물 시대는 막이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현장에서부터 초고층을 가르치지 않으면 우리나라 초고층의 미래는 없는 거죠.”
송 고문은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하면 어김없이 86층 꼭대기에서 작업지시를 하며 15층 사무실까지 걸어서 내려온다. 송 고문은 “이 나이에 월급 바라고 이 자리에 온 것도 아니고, 몇 사람이라도 내게 멘토를 해 달라고 달려든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고 했다.
그때, 기자와 마주한 송 고문이 휴대전화 진동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자 휴대전화를 집어들었다. 문자 메시지가 떴다. ‘흥국산업의 36m³ 65층 외주부 동측 바닥 발주한 레미콘 첫 차량이 현장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송 고문이 안전모를 쓰고 일어서며, “‘아차 포인트(그는 ‘실수’를 이렇게 표현했다)’를 잡아내려면 지금 이 순간 현장에 있어야 한다”며 급히 자리를 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