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큰빗이끼벌레와 ‘공포 마케팅’

  •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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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빗이끼벌레가 화제다. 포털사이트에서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니 7월 14일 현재까지 보도된 기사 수만 776개다. 대부분의 기사는 큰빗이끼벌레를 언급하면서 ‘괴생명체’ ‘괴물’ ‘흉측한’ 등의 수식어를 붙여 표현했다. 큰빗이끼벌레가 1990년대 중반 국내에 첫 출현했고, 1~3급수에서 살고, 오염 지역에선 살지 못하며, 외래종이지만 토종생태계를 교란하는 포식자가 아니고, 여타 독성 물질을 가진 유해한 생물이 아니라고 밝혀져 현재 관련 논쟁은 사그라지는 추세다.
 
 
  큰빗이끼벌레 소동의 진원지는 《오마이뉴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사실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지난해까지 ‘큰빗이끼벌레’ 관련 기사에 나온 내용이다. 지난해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의원이 있어, 환경부가 큰빗이끼벌레의 생태를 간략하게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 벌레가 마치 4대 강 사업으로 강이 썩어 나타난 돌연변이인 양 몰아갔다. 이른바 ‘공포 마케팅’이었던 것이다.
 
  ‘큰빗이끼벌레 마케팅’은 지난 6월 18일 《오마이뉴스》가 금강에서 큰빗이끼벌레를 발견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했다. 이 매체는 같은 달 21일, 26일에 또 금강과 영산강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들 기사의 제목은 ‘금강 이어 영산강에서도…큰빗이끼벌레 창궐’ ‘4대강 탓?… 흉측한 큰빗이끼벌레, 낙동강에도 나타날까’ 등이다.
 
  기사 본문에선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외래종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 ▲흉측한 외모와 악취가 풍기는 이 벌레 ▲‘큰빗이끼벌레’의 흉측한 모습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이 기사들은 큰빗이끼벌레의 어떤 점이 유해한지, 주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관련해서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큰빗이끼벌레에 ‘징그러운’ ‘혐오스러운’이란 ‘낙인’을 찍었다. ‘창궐’이란 표현도 썼다. 이는 나쁜 게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걸 말한다.
 
  《오마이뉴스》는 큰빗이끼벌레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7월 4일, ‘큰빗이끼벌레 든 통에 물고기 넣었더니…’란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세종보 상류 5km 지점에서 큰빗이끼벌레 20kg을 채집했다. 이후 20리터가량 되는 투명한 수조에 큰빗이끼벌레를 넣고 치어 대여섯 마리를 넣은 결과, 5분도 채 되지 않아 치어들이 죽어버렸다.”
 
  이는 생물 계통에 문외한인 기자가 봤을 때 큰빗이끼벌레가 어류를 죽일 수 있는 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유해하다는 걸 주장하려는 ‘쇼’ 내지 ‘퍼포먼스’다. 여러 조건을 설정하고 진행한 객관적 실험이 아니란 얘기다.
 
  그 이유는 ‘치어’의 어종이 무엇인지, 어디서 채집한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선 극히 제한된 서식 환경에서만 살 수 있는 어종인지, 어느 곳에서나 생존력이 강한 어종인지 구별해야 한다는 건 상식적인 일이다. 환경 변화에 민감한 어종이라면, 그것도 외부 자극에 더 예민한 ‘치어’라면, 수질과 수온이 조금만 달라져도 죽고 만다. 이 같은 비판을 예상했는지 몰라도 해당 글 작성자는 ‘퍼포먼스’라고 표현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하나 더 있다. 큰빗이끼벌레는 산소로 호흡을 한다. 기사에 따르면 20kg짜리 큰빗이끼벌레 군체를 20리터 규모의 수조에 넣었다. 사진을 보면 좁은 수조의 대부분을 큰빗이끼벌레가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구겨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수조 규모, 수량(水量)과 맞지 않는 규모의 큰빗이끼벌레를 넣고, 치어를 풀면 수조 내 용존산소량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실제 기사에 등장하는 치어가 죽었다면, 이는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이런 실험을 하려면 해당 수역 내 단위면적에 큰빗이끼벌레 분포와 여타 어종 분포와 수량 등을 조사한 다음 같은 환경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기사에 등장하는 환경재단 대표 최열씨를 비롯한 4대 강 사업 반대론자들은 이런 기본적인 과정을 생략했다.
 
  국내에서 ‘큰빗이끼벌레’ 권위자로 인정받는 서지은 우석대 생물학과 교수가 참여한 연구보고서 〈댐·저수지 수중 생태계 변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외국 논문에는 “큰빗이끼벌레 군체의 젤리질이 물고기들의 입맛을 당겨, 치어들이 이를 뜯어 먹는다”는 등 독성 물질이 없다는 내용의 보고가 있다.
 
 
  세균 득실거리는 물 마시고 큰빗이끼벌레 탓
 
  한편 해당 기사에는 소위 ‘시민기자’라는 사람이 ‘큰빗이끼벌레의 맛을 보는 쇼’도 등장한다.
 
  “채취한 큰빗이끼벌레를 만지고 주무를 때는 시궁창 냄새가 났고, 맛을 보니 시큼한 맛이 났다. 이후 기자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발진이 생기면서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이 사람은 무엇을 말하고 싶어서 큰빗이끼벌레를 맛본 것일까. 그럴 이유가 없는데, 굳이 맛을 보고 난 다음에 피부 발진이 생기고, 두통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는 건 어떤 의도일까. 큰빗이끼벌레에 독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일까.
 
  큰빗이끼벌레는 식품이 아니다. 소독도 하지 않았다. 강에서 막 건져 올린 큰빗이끼벌레와 구강 접촉을 했다면, 정수 처리를 하지 않은 강물을 입속에 넣은 것과 같다. 강물에 포함된 각종 세균, 바이러스, 기타 유해물질이 인체 내로 침투했다면 얼마든지 특이 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
 
  큰빗이끼벌레를 올해 최초로 보도한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서지은 교수가 “해로운 생물이 아니다”라고 얘기했고, 이 기사를 작성한 사람이 그 자신이다.
 
  그런데 스스로 별의별 세균과 물질이 있을지도 모르는 강물을 입속에 넣고선 “국내 환경전문가 다수에게 확인했지만, 큰빗이끼벌레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는 말뿐이었다”며 애꿎은 벌레 탓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 주기재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기자가 먹어봤더니 피부병이 났다’는 식의 유추를 하는 것 같은데, (사람이) 그걸 먹을 이유가 없다”며 “그런 식이라면 독성이 있는 녹조는 한 컵만 먹어도 죽을 수 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또 “나도 연구 때 많이 만져보고 잘라보고 했는데 문제(유해성)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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