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 선풍(旋風)은 조지프 매카시 미(美) 상원의원이 어떤 모임 연설에서 “국무부 내에 침투한 소련간첩 리스트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수많은 용공(容共) 혐의자들이 의회 비미(非美)활동위원회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청문회에 섰던 국무부 차관보 앨저 히스는 ‘위증죄(僞證罪)’로 처벌받았다. 그러나 매카시가 소리 높여 고발했던 ‘국무부 간첩망’은 발견되지 않았다.
초조해진 매카시는 “육군 내에도 빨갱이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군부(軍部), 보수층도 매카시를 외면하게 됐다. 결국 매카시는 ‘거짓말쟁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정계에서 물러나야 했다.
냉전(冷戰)이 끝난 후, ‘매카시즘의 희생양’으로 동정을 받았던 앨저 히스가 정말 소련의 간첩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매카시는 당대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때문에 ‘매카시즘’이라는 말은 오늘날에도 극히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빨갱이’라는 말은 한때 ‘절대악(絶對惡)’과 동의어였다. 하지만 정치적 반대자에게 ‘빨갱이’라는 딱지를 남용(濫用)하면서, ‘빨갱이’라는 말은 점차 힘을 잃기 시작했고, 결국 ‘빨갱이’를 ‘빨갱이’라고 부를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종북(從北)’이라는 신선한 말이 ‘빨갱이’를 지칭하는 용어로 애용됐다. 이 말은 ‘비(非)종북’ 좌파의 발명품이어서 더욱 힘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종북’이라는 말이 남용되고 있다. 윤창중 사건의 와중에서도 ‘종북 음모론’이 심심찮게 나왔다. 이건 아니다. ‘종북’이라는 말은 설사 상대가 ‘종북’일 개연성(蓋然性)이 높은 경우에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려면 당사자가 빠져나가기 어려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그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종북’ 세력이 뿌리 뽑히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종북’을 남용하다가는 ‘빨갱이’이라는 말이 그랬듯이 ‘종북’이라는 말 역시 힘을 잃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