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리포트

미국 대학과 자살

카이스트生의 자살과 하버드生의 자살

  • 글 : 제니퍼 염 하버드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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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건강은 신체적인 건강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기 위해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며 병원을 가는 것처럼,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휴식을 취하고, 문제에 부딪히면 남들과 의논하고, 남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의 대학에서 자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첫걸음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홍보 활동이다. 자살 방지를 위해 얼마나 훌륭한 제도를 만드느냐는 것만이 아니라, 그 제도 아래 있는 우리의 인식, 태도의 변화가 중요하다."

제니퍼 염
⊙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생.
⊙ 웰슬리대 졸업(역사학 전공), 하버드대 박사과정(역사 및 동아시아 언어학) 재학 중.
⊙ 조선일보 인턴기자(2003년), 서울대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 객원연구원(현재).
신입생(Freshman)들이 거주하는 하버드대 기숙사. 입학생들은 주로 캠퍼스 중심지인 하버드야드에서 1년간 생활한 후 하우스(House)라고 불리는 12개의 기숙사 가운데 한 곳으로 배정되어 나머지 3년을 보낸다.
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웰슬리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현재 하버드대 역사학 박사과정에 있으며 논문 제출을 남겨둔 상태다. 박사 논문 연구를 위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체한(滯韓) 연구 펠로로 초청되어 지난 2월 한국에 왔으며, 일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한국의 정신의학 발전 과정을 역사적 관점에서 짚어보고 있다. 그리고 서울대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 객원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국립서울병원 자원봉사자로서 오늘의 정신건강 시스템을 배우고 있다.
 
  물론 나의 주된 연구 분야는 역사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한국의 정신건강 시스템에 대해 대단히 관심이 많다. 내가 정신질환과 정신의학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 지도 6년이 되어간다. 하버드에 있는 동안 4년간의 조교 활동을 통해 학부생들의 문화와 생활 패턴, 그리고 정신건강 제도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의 자살 문제
 
  두 달 전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카이스트(KAIST) 학생들과 교수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나는 한국에서의 자살 문제에 관심을 쏟게 되었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한국의 일류 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KAIST에서 올 들어 4명의 학생이 잇달아 자살한 사건은 그 가족과 친구뿐만 아니라 전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심지어 교수까지 자살로 몰고 간 일련의 사건은 새삼 일반 국민들에게 자살 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리면서, 한국에서 자살 문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임을 알게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의 정신의학 제도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외국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료들로부터 한국의 자살률에 대한 문의를 종종 받곤 한다. 작년에 있었던 유명한 한류 스타의 자살은 물론,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사건은 한국 사회의 자살에 관한 어두운 면이 드러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일들로 인해 한국인들의 정신건강과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해 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사이에서도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한국 젊은이들의 자살률은 훨씬 더 심각하다. 2009년도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10~30세 젊은이들의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지난 10년간 미국의 대학 생활을 경험해 온 하버드 학생의 관점에서 나의 의견과 생각을 전하고자 한다. 내가 이야기할 사례들은 대부분 나의 대학 생활에 바탕을 둔 것이지만, 미국의 다른 일류 대학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정신질환은 미국 대학 내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학교 행정가들은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나는 이 글에서 현재 하버드 대학당국이 채택하고 있는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나 자신의 솔직한 평가를 밝힘으로써, 오늘날 한국 대학생과 젊은이들의 정신질환 문제에 관해 진행되고 있는 한국 언론의 논의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
 
 
  “넌 미치지 않았어. 하버드에 다니고 있을 뿐이야”
 
지난 4월 10일 카이스트 학생들은 최근 자살한 학생과 교수들을 추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미국 일류대 학생들에게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1986년 미국 NIMH(Na 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국립정신건강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18~24세 사람들의 35%가 일종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해에 하버드대학 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은 “너는 미치지 않았어. 하버드에 다니고 있을 뿐이야(You’re not crazy. You’re just at Harvard)”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하버드 학생 가운데 심리적 치료를 받으려는 학생이 급격히 증가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당시 부학장이었던 존 마캔드(John Marquand)는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이렇게 밝혔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학문적인 불안이 합쳐져서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학생들 가운데서도 가장 큰 잠재적 위험을 가진 무리는 과도기를 겪는 신입생과 졸업생들이다.”
 
  현실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도 할 수 있다. 2004년 《하버드 크림슨》의 조사에 따르면 80%의 하버드 학생이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47%의 학생은 활동이 어려울 정도의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중 10%는 자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도 있다고 한다.
 
  그해 하버드대 총장이었던 로렌스 서머스(Lawrence Summers)는 특히 시험기간 중에 정신질환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자신의 마음을 때린다(“This blows my mind”)며 충격을 나타냈다.
 
  2007년도에는 하버드 의대 캠퍼스에서 19세의 남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당시 학생은 비닐봉투를 뒤집어쓴 채 질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의 친구들은 그가 자살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마라톤에 참여할 정도로 활동적이었고 시민단체를 위한 모금 활동에도 앞장섰던 학생이었기에, 자살은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글을 쓰기 두 달 전 나는 이메일을 통해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내가 소속된 학과에서 졸업을 4개월여 남긴 한 학생이 자살했다는 소식이었다. 그 학생이 미국, 콜롬비아, 러시아의 보건제도 비교에 관한 졸업논문에 대해 지도교수의 조언을 받던 모습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다. 그 학생이 쓴 논문은 지금도 웹사이트에 남아 있다. 그것을 볼 때면 묘한 감정을 느낀다. 학과는 그 학생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을 감안해 이례적으로 졸업논문의 마감 기한을 2주 연장해 주었다.
 
  동급생의 자살로 인한 충격에 대처하는 일도 하버드대 학생들이 감당해야 할 현실이다. 내가 하버드대 대학원에 입학한 후에도 해마다 적어도 한 건 이상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와 코넬(Cornell) 대학교도 역시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MIT에서는 17~22세의 자살률이 같은 나이대 미국 평균 자살률의 두 배 가까이나 되는데, 2002년에는 한국인 교포 여학생이 자신의 기숙사 방에서 분신(焚身) 자살한 사건이 뉴스가 됐었다. 그런데 정녕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그 학생은 자살 며칠 전 학교를 방문한 부모님과 함께 근처 중국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 때에도 실내악 악보를 검토했다(그 학생은 뛰어난 클라리넷 연주자였다)는 사실이다. 그 여학생의 부모는, 결국 마지막 만남이 된 그 식사 자리에서 딸의 피로한 기색을 알아채기는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처럼 다방면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 학생들에게 피곤은 일상생활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니 부모가 딸에게서 위험 징조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2010년 코넬 대학교에서 6개월에 6명이나 자살한 사건은 많은 사람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타카(Ithaca) 캠퍼스가 자랑하는 절경의 협곡(Gorges)에는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울타리가 세워졌고, 아름다웠던 다리에는 자살 시도를 예방하려는 경찰들이 줄을 지어 늘어서 있게 되었다. 자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신건강 담당자들은 코넬 대학교 전 학생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심리 상태를 확인하였다.
 
 
  완벽(Perfection)의 추구와 정신건강
 
하버드대 라몬트 도서관은 학부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터디 공간이다. 도서관 내에 있는 카페는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며 학생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음료와 간식을 판매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성공적이고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들이 자살하는 것에 대해 다소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인다. 나는 KAIST 자살 사건에 대해 한국인들이 “아니, 남부러울 것 없는 학생이 왜 자살을 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미국의 일류 학교들에서 공부하고 가르쳐온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정신질환이라는 것은 계층이나 학벌,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병이다. 오히려 하버드나 KAIST에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공부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더욱 심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버드 대학의 경우 입학 지원자 가운데 합격률은 6%를 넘지 않는다. 하버드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그때까지의 삶에서 늘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자라왔고, 실제로도 그렇다. 내가 수업에서 만난 학부 학생들만 봐도 그중에는 물리학을 전공하면서 카네기 홀(Carnegie Hall)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로 데뷔한 학생, 전국 테니스 챔피언이면서 동아시아의 문화를 알리는 뮤직 비디오를 제작하는 학생, 심지어 하버드 로스쿨에 지원하면서 2012년 하계올림픽 역도 국가대표 선수로 훈련하는 학생도 있었다. 다시 말해, 하버드에 들어왔다고 하면 누구나 수재(秀才)인 것이다.
 
  나와 같은 조교들은, 입학 후 첫 학기(가을 학기)를 맞는 신입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가장 조심스러워 한다.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내재된 여린 구석이, A보다 낮은 성적을 받게 되는 순간에는 여지없이 표면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제를 제출한 뒤 B+ 성적을 받게 되자 스스로를 가누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들이 있었다. 언제나 완벽밖에 몰랐던 많은 학생에게, 완벽에 조금이라도 못 미친다는 것은 곧 땅이 꺼질 일인 것이다.
 
  대학생으로서 성숙하게 되는 과정 가운데는, 실패를 받아들이며 그것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학창시절 내내 최고를 달려왔던 한국의 일류대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대학시절은 생각보다 힘든 과정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교 내에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하버드 학생들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 한정된 시간에 최고를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수면의 부족을 야기한다.
 
  하버드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라몬트 도서관(Lamont Library)은 월~금요일에는 24시간 개방된다. 특히 시험기간이면 5층 건물인 이 도서관에서 새벽 2시에도 빈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하버드생들은 공부 외에도 하는 활동이 많다. 오케스트라 연습에서부터 운동, 투자 클럽 활동, 노숙자 돕기 자원봉사 등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은 여러 방면으로 시간을 쪼개서 활용한다. 샤워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말하는 학부 학생들을 여러 번 보았다. 심지어 시험 당일 옷을 갈아입을 여유도 없어 잠옷 차림으로 시험을 보는 학생들도 있다.
 
  미국의 대학생들에게, 대학교는 교육 과정의 끝이 아니라 더 높은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한 한 단계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의 불경기로 인해 우수한 학생들조차 취업난을 겪게 됨에 따라, 로스쿨, 경영대학원, 의대, 박사과정 프로그램은 경쟁률이 극도로 높아졌다. 이러한 대학원들에서는 입학성적과 시험점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학부에서 GPA(Grade Point Average, 학점평균) 3.7과 3.8의 차이나, LSAT (Law School Admissions Test)의 3~4점 차이가, 지망 대학원에 모두 합격할지, 한 곳도 합격하지 못할지를 결정할 수도 있다. 하버드생들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는 건강마저도 포기한다.
 
 
  학교의 대응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대학당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대책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건강 관리를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 일류 대학에서는 자살이라는 문제가 오래전부터 있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을 세우는 데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편이다.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학교당국은 심리학자 및 정신의학자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고, 기숙사 차원에서도 상주(常駐)하는 관계자들과 조언자들이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학생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교수와 조교도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는다. 이 프로그램이 완벽하지 않고 개선할 부분도 있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아래와 같은 조치들이 없었더라면 하버드와 같은 일류 대학들의 자살률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음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들이다.
 
 
  ① 학생들이 쉽게 심리학적 치료(Therapy)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
 
필자는 대학원에 입학한 뒤에도 학부생들과 일본어 수업을 들었다. 중간 고사를 마친 후 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
  나는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심리학적 치료의 효과를 믿고 있다. 하버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 대학)에서는 전문가와의 심리학적 치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상담 내용의 익명성이 보장되므로, 학생들은 30분~1시간 사이에 자신이 상담받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 무엇이든 이야기한다.
 
  요즘은 상담을 받으려는 학생들이 워낙 많아서, 예약을 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이들을 다 감당하지 못하는 하버드 병원은 주변(케임브리지) 지역 내에 개업하고 있는 심리학 의사들을 학생들에게 추천해 주기도 한다.
 
  이 치료의 원래 가격은 1시간에 120달러지만, 하버드 학생들은 학교의 의료보험으로 시간당 15달러로 할인된 가격에 1년간 12번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에 대해서도 많은 학생은 불만이다. 1년에 12번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학업상담실(Bureau of Study Counsel)이 마련돼 있다. 이 기관에서는 시간 관리, 시험 시 불안, 공부 방법, 성적 유지 방안 같은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룬다.
 
  이 기관은 자신의 임무를 “학생들의 학업 및 인격 발달을 위한 도움을 제공하는 센터로서, 지적(知的), 정서적, 사회적 생활의 상호연관된 영역들에서 ‘전인(全人·Whole Person)’으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고 밝히고 있다. 학업과 인격의 두 측면을 함께 강조하는 것은, 이 두 측면을 서로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하버드 대학의 신념을 나타내는 것이다.
 
  하버드 병원의 정신건강과에서는 매일같이 다른 학생 그룹을 위해 다양한 모임을 개최하며, 거기서 구체적인 정신적·정서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식습관에 관한 문제, 스트레스 관리, 사회성 결여, 불면증,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런 단체 미팅에서는 학생들이 정신의학자들의 지도 아래 자신과 비슷한 문제를 겪는 친구들을 보며 용기를 얻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해결책을 찾는다.
 
  나는 웰슬리대 4학년이던 2004년에 처음 심리상담을 받았다. 그때는 졸업학년이었고 많은 스트레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졸업논문과 대학원 진학 지원, 대학원 진학을 위한 표준화 시험인 GRE(Graduate Record Examinations) 준비, 이와 함께 중국어와 일본어를 동시에 배우고 있었다. 밤에 잠자리에 들어 눈을 감을 때마다, 다음 날 해야 할 일들 생각으로 잠들기가 어려웠다. 하루 3시간밖에 잠을 못 자 너무나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다음 날 해야 할 일들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열흘 연속으로 이런 고통을 겪은 후 내 눈 밑엔 다크서클이 생겨 교수님께서도 내게 괜찮은지 물어보기까지 했다. 내가 겪는 수면 부족 얘기를 듣고는 심리상담을 권유했다.
 
  그때 심리상담을 받으라는 말은 나에겐 큰 충격이었다. 내가 자랐던 로스앤젤레스의 한국인들 사이에서 심리학적 치료라는 것은 정신질환 환자들이나 받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불쾌한 감정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수면 패턴을 어떻게든 고칠 필요가 있었고 다른 방편도 없었던 나로서는 한번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그 상담 결과는 나의 기대 이상이었다. 심리상담에 앞서 대기실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기다렸던 걸 나는 기억한다. 나의 담당의사였던 로빈(Robin)에게 이 걱정을 말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여기서 만나는 사람은 그 사람 자신도 상담을 받으러 온 것이기 때문에 전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았다.
 
필자의 심리상담사였던 로빈은 어학수업을 줄이고 성악활동을 다시 하도록 권고했다. 2년 전 함께 활동했던 하버드대학원생들의 아카펠라 그룹 ‘보이스랩’(VoiceLab) 단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
  그것이 시작이었고, 졸업할 때까지 로빈과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녀와의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며 공부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내가 상담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원인들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실질적인 도움도 받았다. 그녀는 동아시아의 모든 언어, 즉 일본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공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해주었고, 나는 중국어 공부를 중단했다. 그녀는 대신 내가 좋아했던 성악 활동을 다시 시작하도록 조언해 주었다.
 
  그녀는 계획대로 일이 되지 않을 경우의 다른 시나리오들도 머릿속으로 그려보도록 하였다. 만일 나의 모든 노력이 실패로 끝난다면 어떤 일이 생길 것인가? 그것으로 온 세상이 끝나는가? 아니다. 우리 인생의 진로에는 항상 다른 길도 있다. 이 사실을 나는 처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 나를 달리 보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따위를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이 내가 모든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고 나의 걱정에 귀기울여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결국 나의 수면 패턴은 곧 정상으로 돌아왔고, 그해에 내가 원했던 결과들도 얻을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제1 지망이었던 하버드 대학원에 입학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까지 핵심적 역할을 했던 것은 일주일에 한번씩 받았던 심리상담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학업 생활보다 어쩌면 더욱 중요하게도, 나는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도 그녀의 도움으로 많이 좋아졌음을 알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로빈과의 상담은 끝났지만, 당시 로빈과 상담했던 내용은 지금도 내가 학업이나 사회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부닥칠 때마다 계속 길(Perspective)을 제시해 주고 있다. 나는 하버드에 진학한 지금도 해마다 12번 심리학자와의 상담 기회를 이용하고 있다. 그것은 나의 정신건강을 체크하는 데 유용하고도 필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미국 학생들 사이에서는 심리상담을 받는 일은 치과에 가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로 간주되고 있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는 “나 오늘 저녁 너랑 못 먹어. 심리치료 받는 날이거든”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현재 상담해 주는 심리학자가 맘에 들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심리학자를 추천해 달라고 친구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처럼 보편적인 현실이 한국에서는 아직 흔치 않은 일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심리치료에 대한 인식이다. 한국 사람들을 인터뷰해 보면, 심리학자를 찾아가 상담을 받는 것은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며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인들처럼 한국인들도 어떤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요인이 어떤 사람에게 자살의 충동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그 개인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우울증이나 불안이 그 고통을 겪는 사람의 결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에서 심리학적 치료라는 것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한국 사람들이 심리학적 치료를 받는 일과 정신질환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심리학 치료는 정신질환 환자들만이 치료를 위해 받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이 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하버드의 나의 친구 대부분이 학창생활 동안 적어도 한번 이상 심리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심리치료 자체는 결코 어떤 식으로도 그들의 목표 추구를 저해하지 않는다. 사실은 오히려 그들을 도와준다.
 
 
  ② 상담만으로 해결이 안 될 경우
 
정신의학자이자 하버드대 교무처장인 스티븐 하이먼.
  이제는 지금까지 한 이야기보다 좀 더 어려운 문제를 논의하고자 한다. 약물치료에 대한 이야기다.
 
  심리학적 치료가 정신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다. 정신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심리학적 치료 외에도 미국의 심리학자, 정신학자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약물의 유용성(有用性)이다. 어떤 환자들은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심리학적 치료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럴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통해 그 환자의 걱정과 불안, 불면증 등을 최대한 안정시킨 후, 심리학적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하버드 학생들은 약을 복용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민감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것을 보면 미국에서도 한국처럼, 심리학보다 정신의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심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놀랄 수도 있겠지만 하버드 학부 학생 중 7%가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2006년 학교 내 조사에서 발표된 일이 있다.
 
  하버드 대학은 약물치료에 대한 고위 관계자들의 인식부터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01년에는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 교수이며 NIMH의 원장까지 지냈던 스티븐 하이먼(Steven Hyman)이 대학 교무처장(Provost)을 맡았다. 그때부터 학생들에게 약물치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운동이 펼쳐졌다. 교내 신문(크림슨)은 사설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치료를 받지 못한 우울증으로 자살한 경우 그것은 폐렴환자가 항생제를 먹지 못해 죽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극적인 일이다.”
 
  하이먼 교수의 뜻은 명확히 전해졌다. 정신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약물은 일반적인 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과 다르지 않으며 의사의 지도 아래 올바르게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물론 이 사실에 대해서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 내에서도 하버드가 학생들에게 너무 쉽게 약을 권유하고 있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정신질환을 치료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방법에 대한 의견의 차이이다. 가장 많은 비판 중의 하나는 심리치료 대신에 약물치료를 한다는 점에 대해서이다. 물론 하루하루가 바쁜 하버드생들에게는 하루에 한 번씩 약을 복용하는 것이 심리학자와 상담을 하는 것보다 편한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정신의학자의 입장에서는 손을 놓은 채 방관하는 것보다는 그나마 약물치료를 통해 상태를 호전시키는 것이 더 낫다는 입장이다.
 
  약물의 기술과 안전성은 예전보다 많은 발전을 이룩해 왔으며, 한국에서도 상담을 통해 환자의 상태에 적절한 약물을 처방해 줄 수 있는 의사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여러 한국 의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하버드를 비롯한 다른 학교에서도 의사들과 학교 관계자들, 학생들이 종종 토론과 논쟁을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처럼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③ 기숙사를 최대한 안전하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필자가 레지던트 튜터로 일하는 하버드대 커리어 하우스. 300명 가까운 학생이 거주하는 기숙사다.
  하버드의 대부분(99%) 학생은 (KAIST에서도 그러하듯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그러므로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이 마련되어 있다.
 
  나는 올해 9월부터 하버드에 있는 학부 학생 기숙사 12개 중 하나인 커리어 하우스(Currier House)에서 레지던트 튜터(Resident Tutor)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어 있다. 레지던트 튜터 선발은 에세이 쓰기와 대면 인터뷰 등 높은 경쟁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레지던트 튜터들은 학교로부터 숙식을 제공받는 대신에 학부 학생들에게 학업 및 개인적 문제에 관해 조언해 준다.
 
  첫째, 학문적인 전공에 따른 튜터를 배치함으로써 학생들이 학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법대를 희망하는 학생,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 의대 진학이나 박사과정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각각 맞는 선배를 통해 언제든지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상담을 할 수 있게 해준다.
 
  학생들의 심리적 건강을 유지해 주는 일도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업 중 하나이다. 그래서 학교 측은 레지던트 튜터들에게, 기숙사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학업 휴식(Study Break)을 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준다. 레지던트 튜터들은 학부 학생들의 ‘학업 휴식’의 일환으로 함께 영화를 보러 가거나, 운동 경기를 하거나, 요리를 하기도 한다. 때로는 학교 밖으로 나가서 공연을 보거나 스케이트를 타기도 한다. 잠시나마 학생들을 공부에서 해방시키고 긴장을 풀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부생들의 튜터와의 친근감 향상을 위해 다양한 배경(인종, 종교, 성격, 성향)을 가진 튜터들을 배치하고 있다. 그래서 튜터들의 나이대는 학생들과 비슷하며 공부 외에도 여러 가지 취미를 가지고 있는 대학원생들로 뽑는다.
 
  그러므로 튜터가 되기 위한 과정은 복잡하다. 자신을 소개하는 에세이는 물론, 그룹 인터뷰를 하는데, 인터뷰에서는 학부생들이 튜터 후보자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지원자는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튜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하버드 기숙사에는 레지던트 딘(Resident Dean·舍監)이라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도 있다. 그 레지던트 딘은 현재 교수이거나 예전에 졸업한 선배 등, 학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학생과 교수들 사이의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버드의 교학(敎學) 제도는 물론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우리 조교들은 학생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섹션이라는 그룹 모임을 통해 그 주에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데, 한 학생이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듯이 보이면 레지던트 딘에게 보고를 하게 되어 있다.
 
  이런 징표는 여러 가지지만, 나는, 제출해야 할 문서가 많이 늦거나, 질이 떨어지거나, 피곤해 보이거나, 집중이 어려워 보이거나, 예전보다 불안해 보이는 학생들을 주로 관심을 갖고 보고를 했다.
 
  학생들의 학문적인 모습 외의 상황을 같은 집에 살며 훨씬 많이 알고 있는 레지던트 딘은, 학생들이 학문적인 문제 외의 모습에 문제가 있을 경우 그것을 해당 교수들에게 알려주며, 때에 따라서는 학생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이유로 과제물 제출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해당 교수에게 편지로 부탁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그럴 경우에 교수가 거절하는 것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즉 하버드 기숙사 내에서도 학생들의 심각한 문제를 나타내는 것일 수 있는 징후들을 미리 조기(早期)에 발견하고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려는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특히 서울)에서는 대부분의 대학생이 집에서 학교로 통학을 하므로, 미국 대학 기숙사의 이런 제도가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대학원생들이 같은 전공의 학부생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 같은 것은 논의될 만하다. 또 교수나 조교들은 학생들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사무실로 찾아올 수 있도록 개방함으로써 좀 더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교육자들의 목표는 학생들의 학문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그들의 ‘전인(全人)’적 안녕(Well-Being)을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④ 정신질환을 비롯한 장애에 대해 개방적 태도(Open Mind)를 가진다
 
드류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
  하버드는 인지적(認知的·Cognitive) 장애든 신체적 장애든, 장애를 겪는 학생들에 대해 대단히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다.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교육’ 담당관실(AEO, Accessible Education Office)은 장애인들을 위한 지원 부서이다. AEO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하버드의 현재 총장인 드류 파우스트(Drew Faust)의 “하버드는 장애인들에게도 최대한 친화적인 환경을 갖추고 이들을 환영하는 곳(welcoming place)”이라는 환영인사를 띄워놓고 있다.
 
  내가 수업을 통해 만나게 된 두 명의 학생은 눈이 전혀 보이는 않는 학생이었다. 기숙사에서 강의실로 올 때에는 안내견의 도움을 받았다. 이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나의 사무실로 찾아와 기말 논문에 관한 상담을 하며 좋은 역사 자료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하버드에서는 이런 시각장애 학생들이 필요하다는 자료를 점자(點字)로 변경해 주는 시스템이 있다. 심지어 논문을 쓸 때, 자신이 타이핑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음성이 지원되는 프로그램도 있다. 놀라웠던 점은, 내가 채점을 했을 때 그 학생들의 논문의 질이 대단히 높은 수준이어서, 직접 만나보지 않았다면 그 학생들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하버드가 갖추고 있는 설비들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더 넓은 관점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즉 장애라는 것은, 오래 지속되는 것이든 일시적인 것이든, 또는 정신적이든 신체적이든, 학생 개인과는 별개로 간주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개인은 그의 장애 유무(有無)로 정의할 수 없다는 정책이 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태도를 통해, 정신건강의 측면도 캠퍼스 내에서 일상화될 수 있었다.
 
  ADHD(주의력 결핍 활동 과잉 장애) 혹은 난독증(難讀症·Dyslexia·독서곤란증)과 같은 학습장애(Learning Disability)를 겪고 있는 학생들은 의사의 진단이 있는 경우 시험을 볼 때 다른 학생들보다 많은 시간을 제공받는다. 집중이 어렵다고 하는 학생에게는 따로 공간을 마련해 주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런 예외는 채점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내 경험상 한 학기에 최소 한 번은 학생이 심리적인 문제로 인해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는 의사의 진단서를 가지고 와 양해를 구하며 시간을 더 달라고 한다. 이런 경우, 정신과 의사가 편지를 통해 조교와 교수에게 최대한 그 학생의 프라이드를 지켜주는 한도에서 정신상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해준다. 이 진단서는 학기가 끝날 때까지 보관되며, 성적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나도 집중력 장애를 가진 학생을 위한 추천서를 써준 적이 있으며, 약물치료까지 받으며 정신질환을 극복하고 있는 학생이 쓴 논문의 수준이 높아서 다른 조교에게까지 그 학생의 훌륭함을 알게 하기 위해 그 논문을 돌린 적도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공부: 앎으로써 나아진다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의 《평온하지 않은 마음》.
  2010년 봄에 나는 앤 해링턴(Anne Harrington)이라는 교수 아래서 〈광기(狂氣)와 의학: 정신의학의 역사에 나오는 테마(Madness and Medicine: Themes in the History of Psychiatry)〉라는 강의의 조교를 담당했다. 그 수업은 학생 수가 540여 명이 넘었으며, 하버드에서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라는 수업 다음으로 큰 수업이었다. 그해 하버드 학생 11명 중의 1명이 이 수업을 들었고, 졸업 전까지 6명 중 1명이 이 수업, 즉 정신질환의 역사에 대한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나는 이것이 옛날의 정신질환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오늘날의 정신질환에 대한 관심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수강생 540여 명 중 58명을 내가 담당했다. 매주 한 차례씩의 모임에서 학생들이 강제입원, 우울증, 약물치료 등에 대해 어찌나 활발히 토론에 나서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나는 수업의 첫날에 학생들에게, 이 강의의 수강을 신청하게 된 동기나 이유에 대해 돌아가면서 이야기해 보도록 했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 그토록 스스럼없이 터놓고 이야기하는 게 놀라웠다. 처음 만나게 된 다른 학생들 앞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강박장애(OCD) 또는 주의력결핍 활동과잉장애(ADHD) 따위의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거리낌없이 인정했다. 어떤 학생은 친척이 정신분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생들 스스로 느끼는 스트레스와 불안이 정신질환에 가깝지 않으냐는 농담도 나왔다. 나는 그때 한 학생으로부터 처음으로 ‘우리는 미치지 않았다. 하버드에 다니고 있을 뿐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 수업에서 학생들이 가장 관심 가졌던 책 중의 하나는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Kay Redfield Jamison)의 《평온하지 않은 마음(An Unquiet Mind)》이라는 자서전이었다. 나도 이 사람의 자서전을 읽으며 큰 감동을 받았다. 케이 제임슨은 현재 미국 존스 홉킨스(Johns Hopkins) 대학교에서 정신의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 전에는 하버드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도 강의를 했으며, 미국에서는 ‘천재들에게 주어지는 포상(Genius Grant)’이라고 할 만큼 명예로운 맥아더 펠로우십(MacArthur Fellowship)도 받았다. 이 책은 그녀의 유창한 서술 외에도 특이한 점이 있다. 젊은 시절부터 심한 조울증(Bipolar Disorder)을 앓았다는 사실이다. 재미슨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평생 겪었던 고통을 최대한 솔직하게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말을 한다. 그 책을 보면, 그녀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경우도 있고, 리티엄(Lithium)이라는 약을 과다복용해 자살을 시도했었다는 내용도 나온다. 또한 자신과 함께 논문을 썼던 동료가 자신을 치료했다는 장면도 나온다. 학생들은 이 책을 읽고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가 훌륭하다는 것은 물론 인정하지만, 대부분의 정신병을 가진 사람이 이런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좀 더 자신의 특별성을 언급함으로써 일반적인 정신병 환자가 이 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 주었으면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자살, 후회와 좌절보다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 필요
 
  하버드, MIT, 코넬 같은 미국 일류 대학교들은 오래전부터 학생들의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 인식해 왔지만, 아직도 여전히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학생 자살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이 구체적인 정신건강 대책이 없었더라면 이 학교들의 자살률은 훨씬 높았을 것이다.
 
  코넬 대학에서 여섯 번째의 학생 자살 사건이 일어난 후, 학교 대변인인 사이먼 모스(Simeon Moss)는 기자회견에서 코넬 대학교의 정신건강 시스템에 대해 이러한 판단을 했다.
 
  “우리 학교의 정신건강 시스템은 너무나 훌륭해서 다른 학교의 롤 모델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런 우리의 시스템으로도 자살하는 학생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아픔을 주었지만, 우리의 시스템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이와 같이 학생의 자살이 발생할 경우 학교 측에서 후회하고 좌절하기보다는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 서울 아산병원에서 KAIST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정신상담과 같은 일들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뉴스를 통해 느낀 것은, KAIST에서 자살이 발생한 후 언론에서는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거나, 학교의 제도, 교학업무적인 내용에 대한 비판은 많았지만, 학생들의 정신적인 측면에 대한 내용은 별로 언급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학교에 대한 비판 외에도 학생들 개개인에 맞춘 체계적이고 제도화된 정신건강 제도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주목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몇 주 전 연세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화장실에서 흥미로운 스티커를 보았다. ‘죽을 만큼 힘드세요?’라고 쓰인 스티커 옆에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상담센터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나는 이것이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화장실과 같은 공간이 아닌 대자보 등을 통해 학교 전체가 쉽게 보고 말할 수 있는 주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문제를 인정하며 공개적으로 그 대안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 정신질환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처음으로 심리치료를 받았던 로빈이 해준 말을 전하고 싶다. “정신적 건강은 신체적인 건강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기 위해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며 병원을 가는 것처럼, 정신적, 심리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휴식을 취하고, 문제를 겪으면 남들과 의논하고, 남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의 대학에서 자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첫걸음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홍보 활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살 방지를 위해 얼마나 훌륭한 제도를 만드느냐는 것만이 아니라, 그 제도 아래 있는 우리의 인식, 태도의 변화가 중요하다. 그러한 변화가 먼저 일어나야만 비로소, 학생들에게 정신건강 상담을 제공해 줄 상담센터나 정책의 시행이 온전한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이다.⊙
 

  인터뷰 | 국립서울정신병원 노성원 박사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면 일단 의심
 
   나는 이 글의 서두에서 밝혔듯이 현재 국립서울병원 정신건강연구과에서 봉사를 하며 오늘날 한국의 정신건강 제도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이 글을 위해, 정신건강연구과 과장으로 재직 중인 정신과의사 노성원 박사에게 자살과 정신질환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 한국의 정신건강 제도 등에 대해 물었다.
 
  ―우울증과 자살의 원인을 의학적으로 설명한다면?
 
  “우울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선 다른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우울증의 경우에도 유전적인 취약성이 있다. 그러나 유전적 위험성은 우울증 발병에 20~40%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또한 생물학적 요인으로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 물질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 된다. 노화, 뇌졸중, 갑상선질환, 알코올중독 등 다른 신체적 정신적인 문제들도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 외에 환경적인 요인이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대표적으로 스트레스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우울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보다는 우울증 발병을 촉발하든가 재발에 영향을 준다.
 
  자살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정신건강 문제이다. 그중에서도 우울증은 가장 자살률이 높은 질환이다. 자살 기도는 여성이 많이 하지만, 자살을 완수하는 것은 남성이 훨씬 높다. 연령에 따라서도 자살의 위험성이 다른데, 대체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자살률이 높아진다. 최근 청년층의 자살증가율이 높아지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계절적으로는 봄과 가을에 자살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신체적 질환이 있는 경우도 자살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그리고 과거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는 경우 다시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우울증의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 반드시 회복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우울증의 특성상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들의 정신적인 증상, 감정적인 증상을 개인적인 실패의 증거로 바라보지 말고, 의학적인 상태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인 낙인을 주관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치료과정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나를 찾아오는 우울증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울증은 반드시 회복되는 병입니다. 다만, 지금 너무 힘들기 때문에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뿐이지요. 극복하고 나면 언젠가 내가 이렇게 힘들었던 때가 있었지라고 생각할 때가 올 겁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우울증에 대한 치료를 처음 받기로 했다면, 무엇을 기대하고 예상해야 할까? 경과는 어떻게 진행되나?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즐거운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결코 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신질환은 하루아침에 회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활습관의 변화도 필요하다. 우울증이 심할 경우 약물치료는 필수적이다.
 
  치료를 받으면 고생하는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 예를 들면 9개월 지속될 우울증을 2~3개월로 줄일 수 있다. 치료를 시작하면 우선 신체적인 증상이 좋아질 것이다. 즉 입맛이 돌아오고, 잠을 편히 잘 수 있게 된다. 그 후엔 기분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의욕이 생길 것이다.
 
  맨 마지막에 좋아지는 것이 생각이다. 부정적·비관적인 생각들이 비로소 정상적·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뀌게 된다.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고 치료를 받기 위해 도움을 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래야만 정신과 의사나 심리사들의 도움이 비로소 역할을 할 수 있다.”
 
  ―우울증은 완전한 회복이 가능한가?
 
  “우울증은 치료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견디기에는 너무 오래 걸리고, 또 혹시 최악의 상황에서는 자살이라는 무서운 결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의사로서 나는 ‘우울증이 있는데도 치료를 받지 않고 버티는 것은 마치 감염질환이 있는데도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 하버드대 교무처장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직접 다루었던 환자 가운데 성공사례를 하나만 소개해 줄 수 있나?
 
  “50대 여자분이었는데,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고, 잠을 자지 못하고, 입맛이 없어져 체중이 줄어드는 등의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을 보이며 내 진료실에 왔다. 초반에는 1~2주에 한 번씩 심리치료를 하며, 그분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은 힘들었던 과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부터 우울증이라 진단을 내리고 이에 대한 설명과 약물치료(항우울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렸다. 그와 동시에, 치료과정에서 예상되는 약물 부작용이나 대처법, 그리고 회복되는 경과에 대해서도 미리 말씀을 드렸다.
 
  치료를 시작한 지 3~4주가 지나면서 점점 표정이 밝아지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봉사활동도 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자신을 억눌렀던 죄책감·자책감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되찾아 가는 모습을 보며, 성공적으로 치료를 마쳤다. 지금은 우울증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1~2개월에 한 번씩 진료를 받으며 약물을 계속 복용하고 있지만, 전보다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하버드대에서는 7%의 학생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통계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무척 놀랍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항우울제 치료를 받으며 학교생활을 한다는 것이 대단한 것 같다. 우리나라 대학생들과 다른 점은 우울증에 대처하는 태도인 것 같다. 우울증을 단순히 본인의 의지, 성격문제나 환경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하나의 질병으로 본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자살로 삶을 마감한 많은 대학생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한국에서 우울증은 어떤 방법으로 치료되고 있는가?
 
  “약물치료와 비(非)약물학적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약물치료로는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기분안정제 등이 사용된다. 비약물학적 치료로는 인지행동 치료, 대인관계 치료, 정신치료, 상담치료 등의 심리적 치료가 효과가 있다. 또한 명상, 이완, 운동, 독서요법 등의 자가치료도 효과적이다.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꼽자면 《닥터 우의 우울증 카운슬링》(우종민 저)이나 《마음의 감기, 우울증 119》(이민수 저)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치료 방법을 든다면?
 
  “글쎄. 어려운 질문인데,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는 서로 보완적이며 어느 한 가지만으로 완전한 치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약물치료와 정신치료(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정신분석 등)를 적절하게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예를 들면 아주 가벼운 우울증상의 경우에는 독서나 걷기운동 등 자가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우울감이나 식욕부진, 불면증 등을 동반한 우울증의 경우 반드시 약물치료를 함께 받아야 하며, 자살의 위험성이 높은 심각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입원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편견 극복이 관건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의 증상과 부모, 친구, 교수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자살은 다음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올 수 있다.
 
  -우울하거나 불안하면서 지쳐 있을 때
 
  -최근에 가족이나 친구가 죽거나, 사업실패, 건강악화 등으로 삶이 고통스러울 때
 
  -술에 취해 충동적인 상태일 때
 
  -주변에 의지할 사람 없이 혼자 살고 있을 때
 
  -주위에 자살을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거나 자살하기 위한 도구를 쉽게 이용할 수 있을 때
 
  이 같은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위험 신호들이 보이면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죽음’에 대해 지나친 관심을 보이거나, 자신이 죽으면 가족이 어떻게 될지 걱정한다.
 
  -죽은 가족에 대한 죄의식이나, 그들과의 재결합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초조해하거나 불안에 떨다가 갑자기 차분해진다.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다며 의기소침해 하거나,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벌 받기를 강력히 원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 한다.
 
  -자살에 대한 생각을 주변에 자주 이야기한다.
 
  -식욕, 성욕, 수면 등 기본적인 욕구나 일상적 활동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
 
  ―현재 한국의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어떠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나? 이러한 제도가 성공적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한국의 대부분의 대학교에는 학생생활상담소가 있어서, 적응문제, 대인관계 문제 및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학생들에 대한 상담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고, 일부 대학교에서는 보건진료소를 운영하여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 및 약물치료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편견이나 사회적인 낙인이 없어져야 상담소를 찾는 문턱이 낮아지고 활성화될 수 있다. 그럼으로써 학생들이 정신적으로 어려울 때 쉽게 도움을 구하고,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여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건강정책 10개년 계획도 세워
 
  ―국가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
 
  “우선 지난 3월에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자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책무와 예방정책에 필요한 사항들을 규정하게 된 것이 큰 계기가 될 것이다. 자살관련 법률안이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제안되어 왔는데, 이제야 결실을 맺게 되었다. 이 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자살예방 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5년마다 자살실태를 조사하게 된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국가의 중앙자살예방센터를 운영하여, 자살관련 상담, 자살위기 관리, 자살시도자의 사후 관리, 자살예방 및 교육ㆍ홍보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전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나?
 
  “전국의 시ㆍ군ㆍ구 지역에 정신건강센터를 설치하여 정신질환의 예방 및 재활에 관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아동ㆍ청소년 정신건강사업을 통해 이 시기의 정신건강문제 예방, 조기발견 및 상담, 치료를 지원한다. 알코올상담센터를 설치 운영하여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 관리체계와 음주폐해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신질환 편견해소 및 인식개선 사업을 통해 사회통합 및 정신질환자의 권리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정신질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신건강시설 운영자 및 종사자에 대한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의 정신건강 제도의 앞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국가에서는 최근 정신건강 정책 10개년 계획을 세워 국민의 생애주기별 및 사업영역별로 정신건강 증진과 정신질환 조기발견 및 치료와 재활을 활성화하여 국민의 정신건강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생애주기별은 아동청소년기에서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를 말하는 것이고, 사업영역별은 정신건강의 6가지 세부영역을 일컫는다. 즉 중증 정신질환 정책, 중독관리 정책,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정책, 노인 정신건강 정책, 자살예방 정책, 정신건강 증진 정책 등을 포함한다. 각 영역별로 세부적인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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