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세상 읽기] 꿈은 통제될 수 있을까

자각몽, 정신분석, 신경과학, 그리고 <인셉션>

  • 글 : 박일한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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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롬 글렌 UN미래포럼 회장, “사람 몸의 센서가 통신을 이루고, 내재된 환경이 무의식과
    연결될 것”
⊙ 영국텔레콤(BT)의 <기술예측2005년>, 2020년이면 남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인공두뇌 활용 가능,
    뇌 공학 이용한 범죄자 감정조절 칩 사용 보편화

朴一漢
⊙ 1971년생.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同 언론정보대학원 신문학 석사.
⊙ 이코노믹리뷰, 파이낸셜뉴스 기자. 現 중앙일보 부동산 담당기자, 한국사이버산학교육원 강사.
⊙ 저서 : <경제in시네마> <생각이 팡팡 튀는 팝콘리더십> 등.
“<인셉션> 보고 왔습니다! 정말로 ‘루시드 드림’을 이용해서 사람들과 꿈을 공유(共有)하는 것은 불가능할까요? 꿈을 설계한다! 멋있습니다. 그건 가능하지 않나요? 나도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세상을 반으로 접어버리는 것!”
 
  회원 수만 5만3000여 명이 넘는 ‘루시드 드림’(Lucid Dream)이라는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이 카페에는 루시드 드림, 즉 ‘자각몽’(自覺夢)을 꾸기 위한 각종 훈련법과 사연들이 매일 수십 건씩 올라온다. 꿈일기를 쓰고, 자기 암시를 주는 방법 같은 내용이다. 꿈을 꾸되 스스로 꿈인 것을 알고 꾸는 ‘자각몽’을 통해 현실에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나누는 것이다.
 
  세계적인 자각몽 전문가인 스티븐 라버지 ‘루시드 드림 연구소’ 소장은 “자각몽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억눌린 자아(自我)를 되살리며, 더욱 창조적인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각몽은 단순히 꿈을 꿈이라고 자각하는 차원을 넘는다. 사물이나 사람, 상황, 심지어 자신까지도 마음대로 창조하거나 변형시킬 수 있다. 예컨대 라버지는 어느 날 눈이 쌓인 히말라야 산을 오르다 문득 자신이 반팔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느끼고 꿈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곤 “이건 꿈이니 힘들게 걷느니 날아오르자”고 결심하자 실제로 날아올랐다고 증언한다.
 
  ‘짝사랑하는 상대와 멋진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괴물이 쫓아온다. 하지만 전혀 두려움 없이 애인의 손을 잡고 함께 멀리 날아오르는 생생한 꿈’. 말할 것도 없이 누구나 바라는 판타지일 것이다.
 
 
  코브는 자각몽 전문가다!
 
꿈을 조작하는 코브의 팀원들이 자신들이 설계한 꿈 속에서 꿈을 꾸고 있다.
  흥행과 평단 모두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인셉션>에는 이런 자각몽을 꾸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배경은 ‘드림머신’이라는 도구를 통해 인간이 서로 꿈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한 가까운 미래다. 꿈을 공유하는 게 가능하다면 자각몽을 능수능란하게 꿀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른 사람의 꿈도 변형하고 조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코브(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다른 사람의 꿈에 접속해 기업 기밀 등 머릿속 정보를 빼내는 일이 그의 주된 업무다. 그는 꿈속의 무의식(無意識)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총을 쏘고, 추격전을 벌이는 등 ‘영화 같은’ 작전을 펼친다.
 
  그런데 어느 날 사이토(와타나베 켄)라는 기업가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의 후계자인 로버트 피셔(킬리언 머피)의 꿈에 접속해 예정된 초대형 인수합병을 추진하지 않도록 사고(思考)를 심어(인셉션) 달라는 것이다.
 
  생각을 훔치는 것과 생각을 심는 것은 차원이 완전히 다른 일이다. 인셉션 대상이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차원의 무의식으로 들어가 ‘결정적인 경험’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사이토는 코브에게 이 일의 대가로 아내(마리온 코티아르) 살해 누명을 벗게 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살해 누명 때문에 오랫동안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야 했던 코브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아서(조셉 고든-레빗), 아리아드네(엘런 페이지) 등 최고 실력을 지닌 팀을 구성해 작전에 나선다.
 
 
  코브는 정신분석가다!
 
코브(왼쪽)는 로버트(오른쪽)의 꿈을 조작해서 인수합병을 포기하게 만든다.
  코브의 팀은 로버트의 생각을 어떻게 바꿀까. 이건 마치 정신분석가가 환자의 무의식에 접근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코브는 자각몽 전문가답게 ‘드림머신’을 통해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택한다. 대상이 전혀 의식할 수 없도록 꿈속으로 들어가고, 그 안에서 드림머신을 활용해 다시 꿈속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4단계까지 깊게 파고든다. 무의식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가 그 속에서 어떤 일을 벌일까. 어떻게 인수합병을 포기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심을까?
 
  코브는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 주기로 한다. 지금까지 꾸준히 인수합병을 통해 초대형 기업을 일군 아버지를 거부하는 메시지를 심기로 한다. 로버트에게 심을 메시지는 “내 스스로의 길을 찾아 나서겠다” 혹은 “아버지와는 다르게 살겠다”로 정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심기 위해 코브 팀은 꿈의 마지막 단계 미로(迷路)에서 로버트가 임종(臨終) 전 아버지와 만나도록 설계한다. 자각몽 전문가들이니만큼 꿈속 상황을 마음대로 변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로버트의 아버지는 임종 전 아들에게 뭔가 말을 하려 했으나 마무리하지 못했다. 로버트가 알아들은 말은 오직 “…실망스러웠다”란 말뿐. 이게 그에겐 큰 상처였다. 코브는 이 사실을 알고 이 상황을 재현(再現)한 것이다.
 
  코브는 아버지가 남긴 말을 “너와 많은 시간 함께하려고 노력하지 못한 내가 실망스러웠다”로 바꾼다. 그리고 “너 스스로의 방식대로 살아라”는 유언을 전달한다. 로버트는 무의식에서 재회(再會)한 아버지가 남긴 말을 듣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만들어진 무의식적 경험이 의식의 차원에서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와 다른 선택인 인수합병을 포기하도록 결정한다는 설정이다.
 
  이는 사실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에서 보여준 무수한 정신질환 치료를 연상시킨다. 프로이트는 사람들이 정신병에 걸리거나 신경증 환자가 되는 것은 의식보다 훨씬 더 거대한 무의식의 존재 때문이라고 봤다. 무의식이 억압됐거나 상처를 받으면 마음속에 축적됐다가 어느 순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육체적인 증세로 나타난다. 이를 해결하려면 무의식에서 작동하는 억압 기제를 해소해야 한다. 프로이트는 환자를 꿈과 같은 최면 상태에 빠져들게 해 무의식 작용을 분석하고 이를 의식 상태에서 환자에게 해명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치료했다. 무의식에서 억압되는 것을 의식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치료한 것이다.
 
  <인셉션>은 물론 이와는 다르다. 코브는 무의식에 바로 접근해 다른 무의식으로 바꿔치기한다. 코브 팀의 임무는 인수합병을 포기하도록 다른 무의식을 심은 것이지만 이것은 다른 효과를 얻는다. 즉 로버트는 평생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얻은 열등감 등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코브는 작전 회의 때 “아버지와의 나쁜 감정을 이용하자”는 동료의 말에 이렇게 말한다.
 
  “긍정적인 감정이 부정적인 감정보다 훨씬 더 강력한 무기가 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자고.”
 
  코브는 일종의 정신 치료를 해 준 셈이다.
 
 
  코브는 범죄자다!
 
<인셉션> <매트릭스> 등의 영화에 영감을 준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이 영화는 윤리적으로 생각거리를 많이 던진다. 먼저 누군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무의식을 조정해 나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대한 문제다.
 
  이 문제는 SF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공각기동대>(감독 오시이 마모루, 1995년)에서 다룬 이야기다. 이 영화는 <매트릭스> 등 수많은 SF영화가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공각기동대>가 보여주는 미래에는 지식 습득은 전자두뇌 이식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신진대사(新陳代謝)도 기계 이식으로 제어한다. 모든 정보 시스템이 사람의 뇌와 직접 연결될 수 있다. 누구나 네트워크로 들어가 다른 사람의 뇌 속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사람의 뇌는 네트워크에 자유롭게 연결돼 지식을 무한히 확장한다.
 
  영화는 정부 요원인 구사나기 소령과 바트가 ‘전자두뇌 윤리침해법’을 어긴 ‘인형사’라는 해커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 인형사는 멋대로 사람들의 두뇌에 침입해, 기억을 조작하며 주가(株價)조작, 기업탐사, 기밀수집 등 불법활동을 벌인다. 이를 추적하는 구사나기 소령 역시 네트워크에 자신의 뇌를 연결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인형사가 저지르는 범죄는 <인셉션>의 코브가 하는 일이다. 남의 두뇌 속에 들어가 그 사람의 생각(인격)을 바꾸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는 미래에 큰 범죄로 평가될 것이다. 일종의 ‘영혼의 살인자’로 평가되지 않을까. 코브는 사실 범죄자인 셈이다.
 
 
  2020년이면 꿈을 파는 기술 상용화
 
  사람의 뇌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시시각각 모니터링할 수 있는 사회는 가능할까. 단순히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상상은 아닌 것 같다.
 
  제롬 글렌 UN미래포럼 회장은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2010 제주 하계포럼’에서 미래 혁신의 근간으로 ‘의식화’라는 트렌드를 제시했다. 그는 “사람 몸의 센서가 통신을 이루고, 내재된 환경이 무의식과 연결될 것”이라면서 “의식과 무의식 간 경계가 무너지는 대변혁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최근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학문이 ‘신경과학(neuroscience)’이다. 이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뇌 활동으로 이해하고 뇌 영상 기술과 정신약물학 등을 통해 뇌를 보다 면밀히 관찰하는 학문이다. 예컨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등을 통해 개인의 심리상태에 따라 뇌의 특정부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해 공포, 분노, 탐욕, 행복감 등 대상이 느끼는 다양한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기술이 정밀해질수록 보다 내밀한 심리에 접근할 수 있을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기술과 함께 역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각종 첨단 네트워크 기술(예컨대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움직이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지식 확장 수단으로 뇌 속에 심는 칩) 등이 합쳐진다면 <인셉션>이나 <공각기동대>가 보여주는 현실이 터무니없는 공상만은 아닐 것이다.
 
  영국텔레콤(BT)의 <기술예측2005년>은 2020년에 보편 상용화되는 기술로 남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인공두뇌를 활용할 수 있으며 뇌 공학을 이용한 범죄자 감정조절 칩 사용이 보편화되고, 꿈을 파는 기술, 즉 두뇌공학이 유행한다고 보았다. 이런 사회에서는 산업도 혁명적인 변화를 겪을 것이다. 예컨대 조지워싱턴대 공대 빌할랄 교수는 미국에서만 두뇌나 몸에 들어가는 스마트 센서 시장은 2015년 370조원 시장, 인텔리전트 인터페이스 시장은 2016년까지 516조원, 인텔리전트 웹시장은 636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두고두고 이슈가 될 신경윤리
 
  이런 사회가 가까워질수록 신경윤리와 관련된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뇌 영상의 활용에 대한 것이다. 뇌 영상을 촬영하는 방법은 점점 더 편리해지고 간편해지면서 나의 뇌에 대한 정보가 타인에게 알려질 가능성이 커진다.
 
  마케팅 전문가들이 ‘신경 마케팅’을 위해 나의 뇌 영상 자료를 제멋대로 활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뇌 프라이버시’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정신약물 등 뇌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기술 활용에 대한 것이다. 이를 통해 성격이 변한다면 윤리적 책임은 누가 질 수 있을까?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성(性)범죄자를 오직 ‘뇌’의 문제로만 돌릴 수 있을까? ‘사람됨’을 뇌로만 판단하는 사회가 온다면 윤리적 기준은 어디에 둬야 할까 하는 문제다.
 
  <더 셀>이라는 공포영화가 있다. 한 심리학자가 죽음의 위험에 빠진 소녀를 찾아내기 위해 혼수상태에 빠진 연쇄살인마의 무의식에 접근해 들어가는 이야기다. 영화에 따르면 연쇄살인마의 무의식은 무시무시한 지옥이었다. 만약 이 심리학자가 특정한 신경의약품으로 연쇄살인마의 무의식을 바꾸자고 주장한다면 당신은 동의하겠는가?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이 온다면 과연 인간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근대의 모든 학문적 논의는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라는 가정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뇌의 문제라면, 뇌에 누군가 접근해 무의식을 바꿀 수도, 신경과학을 통해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이젠 어떻게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무의식에 접근해 생각을 바꾼다는 <인셉션>을 놓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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