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랑이 등에 잘못 올라탔으면 빨리 내려와서 호랑이를 달래는 것이 살길. 내부 시장장려 정책과
함께 외부 자본 유입이 정답”
⊙ 화폐경제, 시장경제 및 수입경제의 3대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
⊙ 2009년 화폐개혁의 3대 악수(惡手)는 시장폐쇄, 구권과 신권의 교환 한도 설정 및 외화사용 금지
南成旭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 1959년 서울 출생.
⊙ 고려대 국어교육과·경제학과, 고려대 대학원 경제개발학 석사. 미국 미주리주립대 대학원
응용경제학 박사.
⊙ 한국북방학회장, 국가정보원 연구위원, 남북경제연합회 부회장, 대통령직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위 자문위원 역임.
⊙ 現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남북경제연구소장.
⊙ 저서: <김일성의 북한> <북한의 체제전망과 남북경협> <현대 북한의 식량난과 협동조합 개혁>
등.
함께 외부 자본 유입이 정답”
⊙ 화폐경제, 시장경제 및 수입경제의 3대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
⊙ 2009년 화폐개혁의 3대 악수(惡手)는 시장폐쇄, 구권과 신권의 교환 한도 설정 및 외화사용 금지
南成旭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 1959년 서울 출생.
⊙ 고려대 국어교육과·경제학과, 고려대 대학원 경제개발학 석사. 미국 미주리주립대 대학원
응용경제학 박사.
⊙ 한국북방학회장, 국가정보원 연구위원, 남북경제연합회 부회장, 대통령직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위 자문위원 역임.
⊙ 現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남북경제연구소장.
⊙ 저서: <김일성의 북한> <북한의 체제전망과 남북경협> <현대 북한의 식량난과 협동조합 개혁>
등.

- 북한이 화폐 개혁을 단행하면서 새로 발행한 화폐들 중 50원, 10원, 5원 권의 앞면과 뒷면. 새 종이돈의 권종은 5000원, 2000원, 1000원, 500원, 200원, 100원, 50원, 10원, 5원 짜리이고 주화는 1원, 50전, 10전, 5전, 1전 짜리로 발행됐다.
1926년 소련 경제개혁국 책임자인 코발브스키(N. Kovalevsky)는 인민금융위원회 경제계획에서 화폐를 제거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그는 훗날 전시(戰時) 공산주의 경제를 회고하면서 이것은 우리의 운명이 아니었다고 씁쓸하게 토로했다.
사회주의 경제제도에서 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에서 발행된 경제사전은 ‘화폐자본이란 남의 로동을 착취하기 위해 이용되는 화폐형태를 취하는 자본이다. 최적의 화폐 유통량은 주민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최소의 화폐량이다’고 규정했다.
사회주의 경제제도에서 화폐자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은행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진다. 결국 국가소유의 단일은행(monobank)만이 은행 기능을 수행한다. 탈북자 조사에 따르면 평생 은행거래를 한 번 이상 해 본 사람들의 비중은 전체 응답자 중 5% 정도에 불과하다. 은행 불신은 주민들의 저축 기피를 야기하면서 투자재원의 고갈로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결국 물자생산 부족으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게 되는 악순환이 실상이다.
2009년 12월 4일 조총련계 조선신보는 ‘11월 30일부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은행이 발행한 새 화폐와 지금까지 써 오던 낡은 돈을 바꾸는 화폐교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폐개혁을 실시한 지 100일이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북한의 화폐개혁은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걸까? 북한은 어떤 의도로 화폐개혁을 추진했을까? 북한의 화폐개혁은 향후 체제존립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북한 당국은 시장을 항복시킬 수 있을까? 향후 화폐개혁 실패 책임론을 둘러싸고 교조주의(敎條主義) 노동당·군부와 경제회복을 주장하는 내각과의 갈등 양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화폐개혁은 실패한 경제정책의 사생아
우선 북한이 생각하는 화폐개혁의 개념을 보자. 1963년 발행된 김일성 선집(選集) 1권에 따르면 ‘최근(1947년) 우리는 화폐개혁을 실시해 우리 민족의 자주적 재정토대를 확립하는 유일 화폐제도를 수립하고 자기의 화폐를 사용하게 됐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광복 후 일본 식민지 시대의 화폐를 일소한 데 대한 자긍심의 표현이었다. 반면 자본주의의 화폐개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자본주의 제도하의 화폐개혁은 화폐가치를 개선해 통화가치를 안정시킨다는 명목하에 시행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모두 자본운동을 촉진함으로써 근로자에 대한 보다 유리한 착취조건을 마련해 전쟁, 공황 등에 따른 통화팽창의 후과를 근로자들에게 전가하면서 착취계급의 이익을 보장하려는 목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북한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1969년 발행 경제사전)
‘100억 대 1’의 화폐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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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근로자의 월급인 북한 돈 3000원으로는 쌀 2kg도 못 사는 상황이다.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인 장사나 부업을 통해 돈을 벌 수밖에 없다. 사진은 평양시내 낙랑구역 종합시장 전경. |
또한 경제정책 책임자들이 파탄 난 경제정책을 회복시키려는 마지막 벼랑끝 전술이다. 실물과 화폐가 균형을 맞출 때 경제는 안정을 유지한다. 김광균(金光均) 시인이 언급한 대로 ‘실물이 뒷받침되지 않는 폴란드 망명정부의 과잉지폐’는 낙엽에 불과하다.
역사의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자. 1차 세계대전 기간 독일의 슬리츠 부인은 남편을 잃고 스위스로 피란을 갔다. 그나마 평생 모은 80만 마르크는 그녀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스위스 은행에 돈을 맡기고 스위스에서 4년의 피란생활을 마친 다음 독일로 귀국했을 때 독일의 주소지에는 스위스 은행으로부터 3통의 편지가 와 있었다. 첫 번째 편지는 ‘마르크화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으니 다른 자산(資産)으로 바꿔라’라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는 ‘이렇게 적은 소액예금은 은행에서 맡기 힘듭니다. 어서 찾아가세요’였고, 세 번째는 ‘연락이 되지 않아 귀하의 계좌를 폐쇄합니다. 잔금을 지급할 만한 소액화폐가 없는 관계로 대신 우표 한 장을 동봉합니다’였다.
결국 전쟁기간 동안 전비(戰費) 마련을 위한 과도한 통화발행으로 평생 모았던 과거의 80만 마르크는 우표 한 장 값 가치로 폭락했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 가 보면 1차 세계대전 당시 실용가치를 잃어 땔감으로 쓰였던 독일 마르크화의 실물모형을 볼 수 있다.
짐바브웨 중앙은행은 2008년 8월 1일부로 100억 짐바브웨달러를 새 1짐바브웨달러로 바꾸는 ‘100억 대 1’의 화폐개혁을 했다. 사용 중인 통화에서 ‘0’을 10개 빼내는 것이다. 결국 ‘억만장자가 굶어죽는 것’이 현실이 된 셈이다.
다만 화폐개혁은 화폐자산을 보유한 개인에게 피해를 주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극약처방이다. 화폐개혁은 부작용을 수반하지만 정부가 실패한 경제를 회복시키는 마지막 모르핀(morphine) 처방이기 때문에 후속조치에 따라 성공여부가 판가름 난다.
1998년 러시아는 인플레이션에 처한 경제를 구하기 위해 1달러당 35루블이라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성격의 화폐개혁을 단행했고 푸틴의 강력한 통치와 국제 석유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안정된 루블 환율을 유지했다. 정부는 석유수입을 활용해 비축물자의 충분한 공급으로 보드카와 빵 등 기초소비재 가격을 안정시켰고 재정지출로 전기, 철도 등 공공요금을 관리해 암시장의 규모를 축소시켰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화폐개혁은 충분한 정부의 재정지출을 바탕으로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 이바지한 체질개선제였다.
쌀값 폭등으로 쌀 1kg이 44원에서 1500원으로 올라
금번 북한 화폐개혁의 실상이 국내 뉴스에 과거 경우보다 빈번하게 언급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국내 북한전문 인터넷 뉴스사들이 매일매일의 실상들을 실시간으로 전하기 때문이다. 핵심지역인 평양 실상은 아니지만 과거보다는 리얼 타임으로 파장을 리포트하고 있기 때문에 실정을 간접적이나마 파악할 수 있다. 일부 미확인 내용까지 유입되는 문제점을 제외한다면 과거보다 실상을 적시(適時)에 파악하는 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둘째는 1992년 화폐개혁에 대한 불만계층의 비중이 대폭 증가해 내부의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장(場)마당의 역할이 국가 계획경제를 위협하지 않았던 시절, 90% 이상 다수의 주민은 화폐개혁으로 부를 축적한 돈주들의 화폐를 빼앗는 조치에 대해 오히려 동조하고 쾌감을 느끼는 측면이 있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시장에 의존하며 생존하는 주민들의 비율이 50%에 육박함으로써 화폐개혁의 피해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셈이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주기적인 처방으로서 실상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1947년부터 2009년까지 평균 15년2개월마다 5회 시행했다. 전쟁을 수행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계 역사상 단일정권의 사례로는 금메달감이다.
북한은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시장주의적 요소가 확산되면서 계획경제의 골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국은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취하면서 모든 물자는 원가를 반영해 새로운 가격을 고시했다. 쌀 1kg 가격은 약 40전에서 44원으로 현실화돼 고시됐다. 그러나 수급(需給) 불균형은 지속적인 쌀값 상승을 초래했다. 지난해 11월 화폐개혁 직전에는 1500원 선에 육박했다.
배금주의가 주체사상을 압도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시행하던 7년 전보다 현재 북한 근로자의 임금과 물가는 30배 이상 올랐다. 일반 근로자의 월급인 북한 돈 3000원으로는 쌀 2kg도 못 사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 가족의 월 생활비로 북한 돈 4만~5만원 정도가 필요해졌다. 생계 유지를 위해서는 장사나 부업을 통해 돈을 벌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돈을 최고로 여길 수밖에 없는 배금주의(拜金主義)는 주체사상을 압도할 정도에 이르렀다. 당의 과업이나 생산실적보다는 장사나 부업을 우선시하게 됐다. 주민들은 벌어들인 돈을 ‘자금 추적’ 때문에 저금소에 예치하지 않고 장롱 속에 두고 필요시 조금씩 꺼내 사용했다.
이 같은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것은 2009년 6월 12일 채택된 유엔안보리 결의안 1874호였다. 1874호는 통치자금줄인 무기수출 대금의 목줄을 죄었다. 불법무기 및 마약류 등 1874호에 명시된 금지품목의 수출 차단은 김정일 위원장 금고지기인 35호실의 현금흐름(cash flow)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했다. 사치품부터 필수재에 이르기까지 적기에 수입이 어려워진 것이다. 물자공급 부족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화폐가치는 갈수록 하락했다. 북한 당국은 2009년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 군사적 모험주의에 따른 자금난으로 재원확보가 절실했다. 당국은 통치 차원에서 화폐개혁을 통해 물자조달 재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계체제 수립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여기는 김정일 위원장은 인플레이션이 급속화되는 북한 경제상황을 방치하다가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은 고사하고 김정은 후계 작업도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화폐경제, 시장경제, 수입경제의 3대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한 반(反)시장적 정책이다.
화폐개혁을 실시한 의도는 ▲시장경제에 대한 통제 강화 ▲인플레이션 압력 해소 ▲재정역량 강화의 목적 등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북한이 의도한 긍정적 효과는 의도대로 나타나지 않고 부정적 효과만 확산되고 있다. ▲화폐량 부족에 따른 불황형 경제침체와 외국물자 수입 급감 ▲시장기능 약화로 인한 실물생산 감소 ▲빈곤층 생활난 심화 등의 부작용이 확산되고 있다. 실물공급이 보완되지 않는 주민보유의 화폐량 축소는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대국민 사기극이다. 국민의 지갑을 터는 정권의 속임수다.

시장의 기능이 날로 확대
지난 1월 말 양각도 호텔에 투숙한 기업인 K씨는 1층 매대(賣臺)에서 지난여름 판매하다 남은 철 지난 하복 셔츠 몇 장 이외에는 물자가 거의 진열되지 않은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과 기업소의 달러 사용을 금함에 따라 중국으로부터 경공업 제품 수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2009년 화폐개혁의 3대 악수(惡手)는 시장폐쇄, 구권과 신권의 교환한도 설정 및 외화사용 금지다. 국가가 의식주를 책임진다는 사회주의 경제원칙이 단순한 정치적 구호에 그치는 상황에서 시장을 폐쇄한다는 것은 주민들을 사지(死地)로 내모는 것과 같다. 시장은 주민들의 생존 터전이다. 계획경제 복원을 공언했지만 무능력한 당국은 시장 대체 수단을 제시하지 못했다.
최근 구글 검색에 따르면 평양은 물론 해주, 회령 및 청진 수남시장 등 지방에서조차 5년간 북한의 시장은 거의 지붕을 갖추고 상설화됐다. 평양 대동강 구역의 문수시장은 지붕모양이 크고 정렬된 형태를 갖추고 있어 대형마트를 연상시킨다. 2004년 이후 종합시장이 활성화된 이후에는 자릿세라는 시장 사용료와 국가납부금이라는 단순한 시설이용 대금 이외에 ‘리용권 영업허가증’을 구입해야 한다. 개인의 전 재산이 투자된 시장을 폐쇄한다는 것은 개인에게는 죽음이나 다름없다.
북한 당국은 시장폐쇄의 불가능성을 인식하고 2월 초 시장의 상거래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면서 주요 품목별 국정가격인 한도가격을 고시했다. 2개월여 만에 오픈한 시장은 권력자들이 두려워하는 미국의 핵무기보다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다. 무능한 당국은 시장 개설이라는 조치를 통해 주민들의 생존 퇴로를 열어 주지 않을 수 없다.
포고문은 국정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할 경우 국가가 물건을 모두 몰수한다는 경고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포고문대로 가격이 거래될지는 미지수다. 쌀 1kg은 240원에 고시돼 있으나 실제 거래가격은 600원 선까지 치솟음에 따라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시장폐쇄 이후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당국이 후퇴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신화폐 가치의 추락
당국은 화폐개혁을 발표하면서 ‘외화는 당국 것’이므로 주민들은 외화 사용을 할 수 없다며 통제했다. 화폐개혁 설계자들은 주민들의 장롱 속에 감추어진 10억 달러 상당의 달러 및 위안화와 기관들이 은닉해 둔 비자금용 외화를 끄집어내는 데 관심이 많았다. 이들은 화폐개혁을 통해 구권을 휴지로 만들 경우 신권을 교환하기 위해 외화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외화 보유자들은 태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숨죽이고 지켜보면서 시간이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 외화가 잠복함에 따라 외국산 물자 수입이 중단될 경우 당국이 손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들의 경제적 감각은 적중했다.
화폐개혁 이후 1달러당 30원에서 2월 중순 현재 환율은 600원을 웃돌고 있다. 신화폐의 가치가 폭락함에 따라 중국 화폐 1위안당 5원으로 출발했던 환율이 2월 중순 현재 60원 선까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올해 1월 1일 위안화 대비 공식환율을 14.19원으로 고시한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북한의 수입업자들은 신화폐 가치 추락으로 중국과의 무역이 힘들어짐에 따라 기존에 수입한 상품도 유통시키지 않고 있다. 당국이 수입업자를 상대로 물자를 시장에 내놓을 것을 단속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외화는 이제 북한 주민들 사이에 가장 믿을 만한 생존수단이다. 당국의 어떠한 정책도 암시장과 10배 이상 차이 나는 공식 환율로 주민들의 달러를 흡수할 수는 없다.
북한 당국은 화폐개혁 조치를 상당히 오랜 기간 준비한 것으로 추정되나 시장규모와 참여자들에 대한 과소평가와 의도적 무시, 정보부족 등이 드러나면서 서투르고 엉성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화폐 중에는 2002년과 2008년에 화폐개혁을 단행하려고 준비한 화폐가 포함됨에 따라 지난 몇 년간 준비한 흔적이 보인다. 화폐개혁을 취한 지 4일 후인 12월 4일 당국은 하루 이틀 혼란이 있은 후 진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시간은 당국보다는 시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제 북한 당국은 후유증에 따른 원상회복 여부와 책임론으로 홍역을 치를 것이다. 북한의 김영일 내각 총리는 2월 들어 평양의 인민문화궁전에 평양 시내 인민반장 수천 명을 모아놓고 화폐개혁과 시장폐쇄 조치의 상황을 보고하고 국정가격 운용 등 후속조치에 충실히 따라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으로서는 흉흉한 민심 수습에 주력하지 않을 수 없다. 희생양을 만드는 것도 민심 달래기의 단골 수법이다. 화폐개혁과 시장폐쇄 등을 주도한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을 해임한 것도 민심 달래기의 한 방편이자 반개혁적인 노동당 보수파의 반격이다. 지난 2003년 9월 김정일 2기 정권 출범 당시 임명돼 시장지향적인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했던 박봉주 내각총리가 2006년 시장경제 확산의 문제점을 지적한 노동당 보수파의 공격으로 물러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폐개혁 혼란의 1막 끝나
당국은 책임자 처벌을 통해 민심을 달램으로써 김정일·김정은 부자에게 파편이 튀지 않도록 고심하고 있다. 경제책임자 박남기를 해임(解任)함으로써 실용을 내세우는 내각보다는 교조주의적인 노동당의 입김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책임자 처벌이라는 민심 수습책과 함께 불만을 억압하기 위한 채찍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월 8일 사상 처음으로 나온 북한 양대 보안기관의 ‘연합성명’은 이례적이다. 북한의 인민보안성(경찰)과 국가안전보위부(방첩기관)는 성명에서 ‘불순세력을 쓸어버리기 위한 보복성전’을 선언, 주민 통제를 대폭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당국은 초강경 어조의 성명을 발표해 북한 전역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조만간 미제(美帝)의 지원을 받는다는 스파이 색출의 소동도 예상된다.
화폐개혁의 후유증은 역설적으로 3대 자충수를 원상회복함으로써 사라질 것이다. 정책 타당성의 체면이 구겨지겠지만, 시장을 전면 개장하고 달러 등 외화 사용을 허용하고 신권 구권 모두 통용시키는 것이 단기적인 수습책이다. 호랑이 등에 잘못 올라탔으면 빨리 내려와서 호랑이를 달래는 것이 살길이다. 화폐개혁이라는 호랑이는 당국이 물리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공룡 수준이다.
이제 해결책은 분명해졌다. 내부 시장장려 정책과 함께 외부의 자본 유입이다. 최근 나진 선봉지역 경제특구를 손질해 다시 선전하는 것은 외자 유치 차원에서 긍정적이나 미봉책에 그칠 경우 1992년의 재판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개혁을 포함한 적극적이고 진정한 시장친화적 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단기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는 정책적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반 시장적 조치는 미제의 공격 위협보다도 두려운 것이라는 것을 인식한 만큼 향후 권력층 간 정책노선을 둘러싸고 치열한 내부 사상투쟁이 전개될 것이다. 화폐개혁 혼란의 1막이 끝나고 있다. 당국과 시장 간의 결투에서 1막은 시장의 역전극으로 종료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