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개헌 등 무모한 정치실험 말아야, 임기 3년차 대통령의 정치실험은 모두 실패
⊙ 미래권력과 긴장적 협력관계 구축해야
金亨俊 명지대 교수
⊙ 1957년 서울 출생.
⊙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美오하이오대 정치학 석사, 美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역임.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선거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국가브랜드委 위원, 국회 운영제도개선 자문委 위원.
⊙ 저서·논문 : <한국인의 이념 정향과 이념 갈등에 관한 고찰: 이념 변화 추이를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평가와 과제: ‘대통령 국정 운영 리더십’을 중심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참여정치의 신장과 한계> <남북관계와 국내정치의 갈등구조: 통일 담론을 중심으로> 등.
⊙ 미래권력과 긴장적 협력관계 구축해야
金亨俊 명지대 교수
⊙ 1957년 서울 출생.
⊙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美오하이오대 정치학 석사, 美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역임.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선거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국가브랜드委 위원, 국회 운영제도개선 자문委 위원.
⊙ 저서·논문 : <한국인의 이념 정향과 이념 갈등에 관한 고찰: 이념 변화 추이를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평가와 과제: ‘대통령 국정 운영 리더십’을 중심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참여정치의 신장과 한계> <남북관계와 국내정치의 갈등구조: 통일 담론을 중심으로> 등.

-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관계를 극복하고 상생의 정치로 나가야 한다. 사진은 작년 12월 헝가리 대통령 환영만찬에서 건배하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MB를 ‘한국의 경기회복을 이끄는 지도자(the recovery leader)’로 지칭하면서 “한국은 역사상 최초로 선진국 그룹을 선도하게 됐으며, 작년 3분기 0.4%의 성장을 기록해, 30개 선진국으로 이뤄진 OECD 국가 중 글로벌 침체를 벗어난 첫 회원국이 됐다”고 극찬했다. <뉴스위크>는 한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빠르게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로 MB의 경제 능력을 지목했다.
반면 MB의 정치력은 정치권과 학계에서 늘 논쟁의 대상이 됐다. MB는 지난 대선(大選)에서 “이념 과잉을 접고 중도·실용정치를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집권 이후 국론(國論)은 오히려 심하게 분열됐고 사회 갈등은 고착화되고 있다. 진보와 보수, 여야(與野), 여여(與與) 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국회는 폭력과 파행의 장(場)으로 전락했고, 정치가 실종되면서 정치 불안정은 가속화되고 있다.
정치 不在 현상의 보편화
실제로 KBS와 동서리서치가 작년 7월 실시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 정도(89.0%)가 10년 전과 비교할 때 갈등이 ‘심각해졌다’고 응답했다. 민주화 이후 이념적 갈등이 가장 심각했던 시기로 ‘이명박 정부’라는 응답이 49.5%로, 노무현(盧武鉉·17.5%), 김대중(金大中·15.4%), 김영삼(金泳三·8.6%) 정부를 압도했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당 의원들이 당내 계파 싸움을 국회 본회의장에까지 끌고 들어가는, 한국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누군가가 “한국에 과연 정치가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단연코 노(NO)일 것이다. ‘선동과 극단’만 존재할 뿐 ‘대화와 타협’은 실종됐다.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증폭시키는 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이다.
그렇다면 MB 정부 출범 이후 왜 이런 정치 부재 현상이 보편화된 것일까? 다양한 분석과 진단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이를 대통령의 정치 리더십 관점에서 고찰하려고 한다.
리더십의 성패는 상황(situation)과 자질(trait)의 조화에 달려 있다. 대통령에게 국정운영을 위한 유리한 통치 상황이 조성되어 있어도 대통령의 자질이 받쳐주지 못하면 리더십이 발휘되기 어렵다. 또한 대통령의 자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극도로 불리한 통치 환경이 조성되면 성공적인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리더십은 진공 속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처한 상황 속에서 존재하며, 이런 상황을 이끌어 가는 리더의 자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리더십을 고찰해 보면 몇 가지 특성이 발견된다.
힘에만 의존하는 ‘성취지향적 리더십’
첫째, 자신이 처한 통치 환경에 대한 철저한 이해 없이 특유의 추진력과 결단력에 의존하는 ‘성취지향적 리더십’에 몰입했다.
비록 MB는 지난 대선에서 531만 표의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지만 통치환경은 상당히 취약했다. 정부 출범 당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국정중심(직계)세력의 부재(不在), 언론·검찰·국회 모두를 장악하고 지배할 수 없는 권력분산 시대 도래, YS(김영삼)나 DJ(김대중) 같은 확고한 지지기반도 없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충성심 강한 이념적 지지층을 갖고 있지 못한 약점(弱點)들을 안고 있었다.
한편,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들의 과잉기대 심리, 오랜 기간 동안 진보 세력에 의해 통제된 열악한 미디어 환경, 한나라당 내 강력한 비주류(非主流) 공존, 북한 김정일 체제와의 긴장관계 존속,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미국 및 중국 경제 불안정 등의 위협(threat) 요인들도 도사리고 있었다.
이러한 취약한 통치 환경에도 불구하고 MB는 결과와 효율만을 지향하며 민주정치의 근간인 과정과 설득을 등한시한 채 힘에만 의존하는 성취지향적 리더십의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이런 리더십이 발휘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집권 초기에 불거진 미국산 쇠고기 협상과 현재 진행 중인 세종시(市) 백지화(白紙化) 추진이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정부가 철저한 준비와 견고한 지지기반 구축 없이 오직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한 점이다.
더구나 그 내면에는 가치(價値) 논쟁이 자리 잡고 있다. 쇠고기 촛불 시위는 국민 건강권 확보라는 명분 이외에도 그동안 소위 진보세력들이 추진했던 ‘자주(自主)’라는 가치를 MB 정부가 전면 부정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세종시 문제도 ‘행정 효율성과 책임의 정치’를 강조하는 MB와 ‘신뢰와 약속의 정치’를 부르짖는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간의 가치 충돌이 핵심이다. 문제는 현재 권력을 갖고 있는 측이 가치의 조화(調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권력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해법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인지 부조화’ 함정에 빠진 ‘불안한 정치 리더십’
둘째, 주관적 신념이 객관적 현실을 압도하는 ‘인지(認知)의 부조화’라는 함정에 빠진 ‘불안한 정치 리더십’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알렉산더 조지 교수는 정부의 국정 운영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으로 인지 스타일, 효능감, 정치 갈등에 대한 정향(定向)을 지적했다.
대통령의 ‘인지 스타일’은 통치 환경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며, 새로운 상황에 대해 반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대통령이 자신의 신념과 경험만을 믿고 민심과는 동떨어진 정보를 토대로 상황을 인식할 경우 잘못된 정책 결정에 노출되기 쉽다.
반면 효능감은 어떤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자신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엇인가를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런데 대통령 효능감은 소통 방식과 정부의 역할을 규정하는 데 영향을 준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치게 강하면 국민과 정치권과의 쌍방향 소통보다는 이들에게 자신의 믿음과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입하고 지시하는 것에 치중할 개연성이 크다.
한편 정치 갈등에 대한 정향은 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태도이다. 정치를 필요하고 유용한 게임으로 인식하면 정치 갈등을 해결할 때 다양한 견해, 분석, 충고들에 대한 공개적이고 무제한적인 표출을 용인한다. 반면 정치를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으로 인식하면 공식 라인과 전문가보다는 비선 조직과 직관에 의존해 갈등을 해결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MB 리더십의 근저에는 3가지 인식이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열심히 하면 결국 성공한다는 신념이다. 이것이 기독교적인 믿음과 연결되면서 더욱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다음은 CEO가 똑똑하면 아랫 사람이 다소 모자라도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렇다 보니 인사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게 됐다.
마지막으로 ‘탈(脫)여의도 정치’로 상징되듯이 정치를 비생산적이라고 보는 인식이다.
이런 MB 특유의 인지적 속성 때문에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정치로 풀지 못하고, 정치적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엄밀하게 따지면 세종시 문제는 정책적인 측면보다는 정치적인 면이 강한 이슈이다. MB는 사전에 박근혜 전 대표와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풀고 이슈를 제기했어야 했는데 순서가 바뀌었다. MB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초기에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적당한 타협은 없다”고 공언했고, 최근에는 “우리가 지나치게 정치적·이념적으로 해석해 더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늦어지고 해야 할 일을 못 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대통령이 가장 민감한 정치 현안을 편의주의적이고 비정치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프로젝트 리더십’
셋째, MB의 리더십은 ‘프로젝트 리더십’(project leadership)의 성격이 강하다.
기업은 이익 창출이라는 목적 하나로 CEO의 말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인 반면, 국가는 규모가 방대하고 다원화(多元化)된 이해와 의견이 계속 부딪치면서 갈등한다.
기업에서는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다음 프로젝트로 쉽게 전환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여진(餘震)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한 프로젝트가 끝나더라도 그 여진은 지속된다. 본질적으로 정치는 ‘원 샷 게임’(one-shot game)이 아니라 ‘반복 게임’(iterated game)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는 단기(短期)성과에 치중하면서 한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다른 프로젝트에서 성공하면 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인사도 프로젝트에 따라 충원되는 경향이 있다. 한승수(韓昇洙) 전 총리는 자원외교, 정운찬(鄭雲燦) 총리는 세종시 프로젝트의 역할을 맡긴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기업에서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것을 담당했던 인사는 사라지는 것처럼, 세종시 프로젝트가 끝나면 또 다른 프로젝트를 위한 새로운 인사가 충원될지도 모른다. 끝까지 같이 가기보다는 필요에 의해, 일의 성격에 의해 인사가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기 3년차 대통령들의 정치실험과 실패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년간의 정치적 실패를 딛고, 국민들의 이념적 지형과 정치적 요구가 달라지는 시대에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는 ‘정치적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무엇보다 무모한 정치실험을 단행해서는 안된다. 1987년 이후 5년 단임제(單任制)하의 역대 정부는 집권 2년차 후반기에 예외 없이 정권의 운명을 건 정치실험을 단행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세계화(世界化),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 창당, 노무현 전 대통령은 4대 입법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주목할 사항은 역대 정부가 추진했던 실험들이 실패로 끝나자마자 집권 3년차에 정국(政局)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또 다른 정치실험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YS는 1995년 10월 ‘역사 바로 세우기’를 내걸고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두 전직 대통령을 내란음모죄로 구속했다. DJ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 정국 주도권을 장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8월 지역주의 청산을 기치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大聯政)을 제시했다.
MB의 집권 2년차 후반기 최대의 정치실험은 ‘세종시 백지화’이다. 만약 세종시 실험이 의도한 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MB도 새로운 정치실험으로 개헌(改憲)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친박(親朴)세력의 도움 없이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개헌 카드는 세종시의 전철(前轍)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와 친이(親李)가 원하는 권력구조는 권력분산을 전제로 한 ‘이원집정제(二元執政制)’인 데 반해, 박 전 대표는 ‘4년 중임제(重任制)’를 이미 제안했다. 박 전 대표의 동의 없이 세종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듯이, 가장 강력한 대권(大權) 후보인 박 전 대표가 이원집정제를 반대하는 한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집권 3년차를 맞아 MB는 다시 소모적인 정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정치실험을 시도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에너지를 결집할 수 있는 정책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 물론 이런 정책은 분열과 갈등이 아닌 통합과 화합을 토대로 해야 한다.
‘만기총람의 리더십’ 유혹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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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의 ‘프로젝트 리더십’은 한승수 전 총리(오른쪽)에게는 자원외교, 정운찬 총리에게는 세종시 문제를 맡긴 인사에서도 나타난다. |
집권 2년이 끝날 무렵이면 자연스럽게 내각과 청와대 개편이 이뤄지고, 정보와 경험에서 열세인 장관과 참모들은 감히 대통령 앞에서 진언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때부터 세간에서는 대통령이 ‘인(人)의 장막’에 막혀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여기에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전국선거에서 집권당이 참패하면서 대통령의 권력 누수(漏水)가 시작되면 친·인척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가 폭로됐다. 이로 인해 정권의 도덕성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면서 집권 말기 대통령은 레임덕(lame duck) 정도가 아니라 정치적 뇌사(腦死) 상태에 빠졌다.
대통령이 독단형 리더십으로 흐르면 소통과 통합은 멀어지게 된다. MB 정부는 지난해 말 고건(高建) 전 총리를 위원장으로 사회통합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념·계층·지역·세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통합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독일 명문 대학 중의 하나인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 들어서면 전면에 “철학은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크게 붙어 있다. 아무리 철학이 옳더라도 행동이 없으면 관념으로 빠지고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뜻이다. ‘통합과 소통의 실현’이라는 정치 철학이 아무리 숭고하고 모두가 지향하는 가치라 할지라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담대한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허상(虛像)에 불과하다.
MB는 “화합 속의 변화를 통한 희망의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MB는 한때 본인이 언급했던 “여야는 서로 적이 아니고 필요한 반대자”라는 신념을 지켜나가야 한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의 파워게임 유형
셋째, 미래권력과 긴장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집권 3년차 때 어떤 정치 씨앗을 뿌리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집권 여당 내 유력한 대권후보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핵심 사항이다.
한국 정치에서 확인된 집권당 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의 파워게임은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제1유형은 쟁취 모형이다. 1992년 YS는 3당 합당(合黨)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 내에서 비주류였지만, 김윤환(金潤煥)계 등 주류 일부 세력의 지원을 받아 대통령을 압박하면서 권력을 쟁취했다. 박철언(朴哲彦)·박태준(朴泰俊)·이종찬(李鍾贊) 등 당시 민정계 주류는 노태우 대통령에게 YS가 정권을 잡으면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노태우는 막판에 YS의 손을 들어주었다.
제2유형은 배제 모형이다. 1997년 YS는 당시 신한국당 내에서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9룡(龍) 중에서 최종적으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회창(李會昌)의 집권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이인제(李仁濟) 후보의 탈당(脫黨)을 묵인함으로써 DJP연대에 성공한 김대중 후보를 간접지원했다. 다시 말해, 현직 대통령이 퇴임(退任) 후 자신에게 보복할 가능성이 큰 여당 후보를 정략적(政略的)으로 몰락시킨 것이다.
제3유형은 협력 모형이다. 2002년 DJ는 당시 집권 여당의 강력한 대선후보였던 이인제 대신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영남 출신 노무현을 선택해 긴밀하게 협조체제를 구축한 다음 정권 재창출을 이뤄냈다.
제4유형은 단절 모형이다. 2007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열린우리당이 해체되고 새롭게 탄생한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과정에서 철저하게 단절된 채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다.
물론, 1997년 대선 이후 집권 여당 내 유력 대권 후보 중에서 대통령과 대립하고 투쟁했던 사람들은 모두 실패했다.
이런 사실이 MB와 측근 참모들로 하여금 상황을 착각하고 오판(誤判)하도록 유도할지 모른다. 즉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 대통령은 여당 내 유력 대권 후보를 한 방에 보낼 수 있고, 누구를 당선시킬 수는 없지만 누구를 떨어뜨리게 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이른바 ‘한 방 신화’를 맹신(盲信)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것은 정치 현실을 무시한 위험한 발상이다. 1992년 대선에서 YS가 노태우 대통령을 위협하면서 정권을 쟁취할 수 있었던 근본 이유는 바로 지역과 이념을 가졌기 때문이다. 반면, 지역과 이념이 약한 이회창·이인제·정동영(鄭東泳)은 현직 대통령과 무모하게 대립하다가 결국 자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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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3년차 정치실험으로 세종시 백지화를 선택했다. 사진은 세종시 백지화에 반대하는 충남도민 시위. |
치킨게임적 사고방식 벗어나야
현재까지 MB와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는 1992년의 쟁취 모형과 유사하다. 그 이유는 박 전 대표는 이미 지역과 이념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락을 좌지우지할 만한 막강한 힘을 발휘하면서 이미 3김(金)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친박은 응집되어 있고, 친이는 내부적으로 파편화되어 있다. 따라서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주간에는 친박근혜, 야간에는 친이명박이라는 기존의 ‘주이야박(晝李夜朴)’이 순식간에 주야 간 모두 박근혜를 지지하는 ‘주박야박(晝朴夜朴)’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장 자크 루소는 다른 사람의 선택이 무엇인지 모른 채 두 사람이 사냥하는 상황을 빗댄 ‘사슴 사냥(stag hunt) 게임’을 소개한 적이 있다. 만약 한 사람이 사슴을 잡기 원하면 반드시 다른 사람의 협조를 받아야 하고,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면 굳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문제는 토끼가 사슴보다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 게임은 두 사람이 협조해서 사슴을 잡든지, 아니면 협조하지 않고 각자 토끼를 잡는 것으로 종결되는 특징을 보인다.
MB, ‘相生의 정치’ 시작해야
10년 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MB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사슴은 바로 ‘보수 정부의 성공’이고, 토끼는 개별 정치인의 위상이나 인기라 할 수 있다.
이제 두 사람이 신뢰를 회복해 진정한 국정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공존(共存)하는 학습을 시작해야 하고, 또한 한쪽의 일방적인 굴복을 강요하는 ‘치킨게임적 사고(思考)’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참으로 어렵고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함께 가지 않으면 공멸(共滅)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서로가 승리하는 사슴 잡기에 나서야 한다.
이런 협조게임의 구축은 미래권력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현재권력이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그동안 통합과 포용의 정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바람에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 간, 친이-친박 간 소통 부재 현상이 깊어졌고,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은 각종 정치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이를 심화시켰다는 주장이 있는 만큼 MB는 기존의 통치전략을 바꾸어야 성공할 수 있다.
국민의 다수가 반대하는 법안은 어떤 논리와 명분으로도 일방적으로 관철시킬 수 없다. 또한 국민이 요구하는 우선 순위에서 한참 밀려 있는 법안을 힘으로 밀어붙일 경우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힘으로만 밀어붙이려는 권위주의 정치를 종식시키고, 민생 우선의 서민 정책을 펼치며,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야당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성공하는 리더십을 위한 근원적인 처방이 될 것이다.
당·정·청(黨政靑) 간의 일사불란함이 안정을 가져다주는 시대는 지났다. 반대로 권력분산시대에서는 여당이 정부에 대해 당당하고 꼿꼿하게 할 말을 할 때만이 당이 활력을 찾고 국민의 신뢰를 얻으며 건강한 정부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집권 3년차에 들어가는 MB 정부는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야당과 친박을 상대로 ‘관용과 배려’가 살아 숨 쉬는 대담한 ‘상생(相生)의 정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