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 중앙아시아 3國(우즈베키스탄·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을 가다

‘한국인의 안방’이 된 新실크로드

  • : 안준호  l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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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크로드의 중심 우즈베크 나보이를 물류 허브로 육성 중인 대한항공
⊙ 실크로드 따라 전파되는 한글
⊙ IMF 경제위기 불구, 공격경영으로 시장점유율 1~2위(LG전자 우크라이나 법인)
⊙ 우크라이나 철도와 자동차 산업 접수한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자동차
⊙ 삼성·LG전자 중앙亞 전자시장, 에코비스로지스틱스는 물류 유통시장 장악
■ 우즈베키스탄 ■
 
  과거에는 낙타를 타고 몇 개월을 風餐露宿(풍찬노숙)하며 걸어야 했던 실크로드는 이제 항공기만 타면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아 닿을 수 있다.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과 접해 있는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베크로 표기)은 실크로드의 중앙으로, 부하라와 사마르칸트 등은 찬란한 이슬람 문화가 간직된 곳이다.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졌던 사실은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우즈베크의 수도 타슈켄트 거리에서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이 나라는 검은 머리의 황인종에서부터 금발에 파란 눈의 러시아인, 타지키스탄인과 카자흐인, 타타르인 등 125개 민족이 공존하는 다민족 국가다. 우즈베크뿐만 아니라 필자가 이후 방문한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이하 카자흐로 표기)도 실크로드가 통과하는 나라답게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돼 있었다.
 
  타슈켄트 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는 대우자동차였다. 마티즈·티코·다마스·씨에로(현지에서는 ‘넥시아’란 이름으로 출시됐다) 등이 눈에 띄었고, 간혹 낡은 에스페로 차량도 보였다. 마티즈가 제일 많이 보였는데, 이곳에서 택시로 많이 쓰인다고 했다.
 
 
  허허벌판 나보이를 물류 허브로
 
우즈베크에서는 대우차가 국민차다. 거리에선 대우 마티즈와 티코 등의 차가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우즈베크 한인회 金弘德(김홍덕·50) 부회장은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우즈베크는 대우 공화국이었고, 대우차가 국민차였다”고 말했다.
 
  오전 7시, 타슈켄트에서 낡은 소형 제트비행기를 타고 나보이를 향해 출발했다. 비행기 꼬리 쪽에 난 계단을 이용해 비행기에 올랐다. 머리를 기댈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좌석이 모두 36석이었다. 맨 앞쪽 좌석 4개에는 화물을 싣고 흰 천으로 덮어 놨다.
 
  제대로 뜰 수 있을까 불안할 정도로 비행기가 낡았다. 소형 비행기는 기류에 휩쓸려 롤러코스터를 타듯 갑자기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귀가 먹먹해져 여러 차례 침을 삼켜야 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이 비행기는 40년 가까이 된 낡은 비행기로 추락사고가 잦아 차라리 프로펠러기를 타는 게 나을 뻔했다고 했다. 다행히 타슈켄트를 출발한 지 1시간 만에 무사히 나보이공항에 도착했다.
 
  나보이는 타슈켄트에서 남쪽으로 약 500㎞ 떨어진 곳으로, 우즈베크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이슬람 문화를 간직한 부하라와는 125㎞, 사마르칸트와는 186㎞ 거리다.
 
  한국의 시골 기차역 같은 나보이 공항 주변은 허허벌판이었다. 우즈베크의 국토 면적은 44만7400㎢로 한반도의 약 두 배다. 국토 대부분이 평원과 사막이고, 세계적인 면화 생산지다.
 
  우즈베크 정부는 나보이를 자유산업경제구역(FIEZ·Free Industrial Economic Zone·이하 경제특구)으로 지정해 지난 2월부터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나보이를 중앙아의 물류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우즈베크 정부와 함께 나보이 공항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나보이공항에서 자동차로 10여 분을 달리자 드넓은 대지 위에 공사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의도 면적의 3분의 2 크기인 564㏊ 부지에 조성 중인 경제특구는 중앙아시아 국가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이다. 우즈베크 정부는 2014년까지 1단계 조성공사를 마치고 150개의 외국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 2009년 10월 현재 한국과 싱가포르, 중국 등 20여 개 기업이 3억여 달러를 투자했다.
 
 
  나보이공항 운영 대한항공이 맡아
 
  중앙아시아의 종주국임을 자처했던 우즈베크는 舊(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 제조업 기반 확충에 나섰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앙아 국가 중 가장 큰 시장규모(인구 2700만명)와 풍부한 지하자원(금 매장량 세계 5위, 가스·우라늄 매장량 세계 10위 등)을 보유하고도 이웃 나라 카자흐와의 경제력 격차는 점점 커졌다.
 
  우즈베크와 카자흐는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였다. 때문에 카자흐에 뒤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 우즈베크 정부는 국토의 중앙인 나보이를 경제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나보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나보이가 경제특구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선 선진 항공물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趙亮鎬(조양호·60) 한진그룹 회장에게 “나보이공항을 중앙아시아 최대의 물류 허브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우즈베크 정부는 지난 1월 나보이공항 운영권을 대한항공에 일임했다. 이에 대한항공의 盧明澈(노명철·55) 상무가 나보이공항장을 맡아 향후 10년간 나보이 허브화 전략을 수행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부터 유럽 직항 화물기의 운항 코스를 변경하여 나보이를 경유토록 했다. 또 올 5월 우즈베크항공에 항공화물 37t을 탑재할 수 있는 에어버스 화물기 A300-600 2대를 임대해 줘 나보이공항에서 태국 방콕과 인도 뭄바이·델리 등을 운항하고 있다.
 
  노명철 공항장은 “2008년 8월까지만 해도 나보이공항은 국내선 週(주) 2편, 국제선 주 1편이 운항하는 소규모 지방 공항이었으나 올해 들어 1~9월까지 여객기 359편(작년 동기 244편), 화물기 441편(작년 동기 30편)이 운항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지난해 3분기까지 200만 달러에 불과했던 공항 수입은 올 3분기, 5배가 넘는 11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로써 나보이공항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화물기가 운항하는 공항으로 탈바꿈했다.
 
대한항공은 나보이공항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개발 초기의 모습, 오른쪽은 개발 중인 모습.
  현지에서 나보이공항 개발 프로젝트를 총지휘하고 있는 姜圭元(강규원·55) 대한항공 우즈베크 지역본부장은 “나보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航路(항로)의 정중앙에 위치해 중앙아시아의 허브 공항으로 발전할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즈베크는 사업하기 힘든 나라입니다. 외환 거래가 자유롭지 않아 기업이 낸 수익을 송금하기가 쉽지 않죠. 카리모프 대통령이 경제특구 내에서의 자유로운 외환 거래를 약속했지만 불안 요소는 남아 있습니다. 나보이는 당장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는 곳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곳은 자원이 풍부하고 정부의 경제개발 의지가 강하고, 개발의 여지도 많습니다. 또 중앙아시아·CIS(독립국가연합)의 배후 시장과 저임금의 우수한 인적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의 기술과 노하우가 결합되면 중앙아시아를 선점할 기회를 갖게 될 겁니다.”
 
  10월 21일 타슈켄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는 ‘나보이 투자 포럼’이 열렸다. 포럼에는 전 세계 25개국 400여 개 기업체 대표와 우즈베크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영국 駐(주) 우즈베크 한국대사관 서기관은 “우즈베크는 성장 잠재력은 크지만 비즈니스 환경이 좋은 편은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나보이 관련 투자 설명회가 두 차례 열렸는데, 설명회에 참가한 우리 업체 대표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이 크지 않다’고 말합니다. 또 나보이는 투자 비용이 큰 편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불투명한 곳에 거액의 자본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환전 문제나 ‘果實送金’(과실송금) 문제를 많이 얘기하더군요.
 
  “제도적으로 송금을 못하도록 돼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즈베크는 외환 보유고가 낮고, 정부가 경제 위기를 맞았을 때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환전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성장 잠재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우즈베크는 중앙아시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곳입니다. 또 아직 산업 현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큽니다. 부존자원이 풍부하다고 하지만 카자흐나 주변국에 비해 월등히 많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때문에 우즈베크는 부존자원에 의존하기보다는 산업의 현대화를 통해 국가 발전을 도모하려고 합니다. 다만 (경제, 국정 운영 등) 투명성이 아직까지 부족합니다.”
 
 
  중앙亞에 仁術 펼치는 삼성의료원 한가족의료봉사회
 
삼성의료원 한가족의료봉사회원들이 우즈베크에서 고려인을 진료하고 있다.
  우즈베크 수도 타슈켄트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고려인 마을에 임시로 마련된 진료소. 고려인 2세 김다마라(여·55)씨가 삼성의료원 신경외과 金恩祥(김은상·55) 교수에게 서툰 한국어와 러시아어를 섞어 가며 증상을 호소했다.
 
  “머리가 늘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서 밤에 잠을 잘 못 자요. 5년 전엔 심장 발작이 있어서 병원에 가서 침도 맞고, 약도 먹었는데 좀체 나아지질 않아요.”
 
  고려인 3세로 타슈켄트 세종한글학교에서 1년간 교육을 받은 이나자(여·20)씨가 김씨의 말을 떠듬떠듬 한국어로 김 교수에게 전했다. 김다마라씨는 25년간 심장질환을 앓아 왔지만 어려운 경제 형편 때문에 진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했다. 김 교수가 김씨에게 여러 검사를 한 뒤 처방전과 약 봉투를 건넸다. 김씨는 의료진에게 거듭 “감사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즈베크에서는 제대로 된 진료를 받기가 어려워요. 좋은 병원에 가려면 돈이 많이 들어서 엄두를 못 내요. 이렇게 진료도 해 주시고, 약까지 주셔서 고마운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네요. 삼성의료원에서 자주 찾아와 주면 좋겠어요.”
 
  김은상 교수를 비롯해 성균관대 魚煥(어환) 의대 학장 등 삼성의료원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13명으로 구성된 ‘한가족의료봉사회(단장 김은상 교수)’는 타슈켄트 일원에서 10월 20~22일까지 사흘간 의료 봉사활동을 펼쳤다. 한가족의료봉사회는 지난 2000년부터 중앙아시아와 연해주, 인도네시아·몽골·베트남·방글라데시 등을 다니며 의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번 행사는 11회째다.
 
  이날 임시 진료소를 찾은 고려인과 현지 주민은 200여 명. 감기와 기침, 허리나 무릎·발목 등의 퇴행성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吳智慧(오지혜·25) 간호사는 “온 가족이 다 오신 분도 있는데, 꼭 아파서 온 게 아니라 이곳은 의료 혜택이 적어 조금 아플 것 같으면 건강을 염려해서 오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가족의료봉사회원들은 휴가를 이용해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다. 약품이나 의료 기자재는 삼성의료원의 후원을 받지만, 항공료나 체류비는 自費(자비)로 부담해 오다가 이번엔 처음으로 삼성전자로부터 후원을 받았다고 한다.
 
  휴가를 반납하고 자비를 들여 가면서까지 의료봉사활동을 다니는 이유를 묻자 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즈베크 등 중앙아시아에 사는 고려인들은 대부분이 1937년 스탈린의 소수민족 분산정책에 따라 이주해 온 주민들입니다. 만나 보면 한국말 하시는 분들도 꽤 있더군요. 고려인들의 마음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 주고, 그분들에게 조국애를 전해 드리고 싶었어요.”
 
  오후 6시 진료가 끝나자 고려인 서넛이 의료진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실크로드를 따라 전파되는 한글
 
우즈베크에서 열린 한글 백일장 대회에 중앙아시아 대학생 51명이 참가해 한글 실력을 겨루고 있다.
  10월 22일 우즈베크 타슈켄트 팰리스 호텔 1층에선 성균관대가 주최한 제2회 중앙아시아 성균관 한글 백일장이 열렸다. 쇼우마로브 가이라트(63) 우즈베크 국민교육부장관이 직접 칠판에 한글로 ‘어머니’란 文題(문제)를 썼다.
 
  초등학교 재학 시절 교장 선생님과 짝꿍이 모두 고려인이었다는 가이라트 장관은 한글을 아직 쓰지 못하지만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연습을 했다고 했다. 가이라트 장관은 “우즈베크의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東北亞(동북아)의 신흥 강국인 한국을 연구하고, 우즈베크 발전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백일장에는 우즈베크와 인근 카자흐·키르기스스탄(이하 키르기스)·타지키스탄(이하 타지크)에서 대표로 선발돼 온 51명의 대학생들이 참가했다. 지난해에는 카자흐의 옛 수도 알마티에서 백일장이 열렸다.
 
  백일장에 참가한 학생들이 ‘어머니’를 주제로 두 시간여 동안 글을 쓴 가운데 수상자가 정해졌다. 금·은·동상은 모두 여학생이 휩쓸었다.
 
  금상은 타지크 국립외국어대 한국어과 5학년에 재학 중인 메메토바 엘비라(20) 씨의 ‘어머니가 진정한 친구’에게, 은상은 고려인 3세인 남 마르가리타(22·타슈켄트 IT대학 경영학과 4학년) 씨에게 돌아갔다. 남씨의 할아버지는 연해주에서 강제로 카자흐를 거쳐 우즈베크로 이주했다고 했다. 동상은 카자흐에서 온 아셀 주메코바(20·알마티 세계언어대학 한국어과 3학년) 씨가 차지했다.
 
  이들 본상 수상자 3명은 장학생으로 성균관대 대학원에 진학할 기회가 주어진다. 지난 1회 백일장 대회 수상자인 카자흐 출신 아이다로바 아이게름 씨는 현재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정치외교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한글을 통해 親韓派 육성
 
왼쪽부터 동상 수상자 아셀 주메코바, 금상 메메토바 엘비라, 은상 남 마르가리타 씨.
  李明學(이명학) 성대 교육대학원장은 “한글 백일장을 통해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와 한국 간의 관계가 깊고 넓어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가 간 관계에서 의사소통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외교에서 두 나라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어요. 카자흐의 아이다로바 씨야말로 한국을 잘 이해하는 親韓派(친한파)가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스탈린의 강제 이주 등 이들이 겪은 아픔을 달래 줘야 합니다.”
 
  타슈켄트 세종한글학교의 許先行(허선행·43) 교장은 “중앙아시아에서 한국어를 잘 말하는 학생은 많지만 제대로 아름답게 쓸 줄 아는 학생은 드물다”며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 한글을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세종한글학교는 전체 250여 명의 재학생 중 80%가 고려인이다. 허 교장은 학습비로 매달 10달러를 받고 있지만 그 돈만 가지고는 운영이 어려워 매달 1000달러의 정부 지원을 받아 왔다. 우리 정부는 ‘수업료를 받기 때문에 지원해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올해 예산을 매월 400달러로 삭감했고, 내년부터는 아예 지원을 끊는다는 연락이 왔단다.
 
  허 교장은 “앞으로 학교를 어떻게 운영할지 막막하다”면서 고국에서 뜻 있는 분들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우즈베크 한인회 김홍덕 부회장의 말이다.
 
  “중앙아시아에는 고려인들이 많지만 姓(성)만 한국 성을 따를 뿐 이름이나 언어는 모두 러시아어를 쓰고 있어요. 고려인 3~4세들에게 조국애를 심어 주려면 한글이나 의료봉사가 가장 효과적이에요. 중앙아시아에서 한국은 일류국가란 인식이 강합니다. 세종한글학교는 정부가 하지 않는 일을 대신하고 있는데 지원금을 끊으면 앞으로 운영이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대한항공의 나보이공항 개발 프로젝트


대한항공 강규원 본부장이 나보이 경제특구에서 개발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나보이공항 현대화를 위해 인천공항을 모델로 하루 300t, 연간 10만t을 처리할 수 있는 항공화물터미널을 짓고 있다. 10월 말 현재 공정률은 75%. 또 하루 B747-400 화물기 총 27대를 급유할 수 있도록 유류저장고 증설은 11월 말 완공된다.
 
  한진그룹은 우즈베크 육상물류업체와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양측에서 화물트럭을 50대씩 투자해 나보이를 중심으로 항공노선과 연계한 트럭 운송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 또 나보이 경제특구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위한 120㏊ 규모의 주거단지 건립도 추진 중이다. 직원 숙소와 호텔, 골프장 등 위락시설과 학교 등이 들어설 주거단지는 2010년 6월 완공 예정.
 
  ■ 우크라이나 ■
 
내년 1월 대선후보로 결정된 티모셴코 총리.
  지난 1991년 舊(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비롯해 몰도바, 루마니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 벨로루시 등과 인접해 있으며 면적은 한반도의 3배(60만3700㎢), 인구는 4600만여 명으로 국토의 85%가 평지다.
 
  지난 10월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독립광장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잔다르크’로 불리는 율리야 티모셴코 총리의 大選(대선) 후보 지명 결정식이 열렸다. 오후부터 수많은 인파가 파랑과 노랑으로 이뤄진 우크라이나 國旗(국기)를 들고 필자가 묵고 있던 드니프르 호텔 옆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티모셴코 총리가 이끄는 ‘율리야 티모셴코 블록(BYut)’은 내년 1월 열리는 대선 후보로 티모셴코 총리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티모셴코 총리는 후보 지명 연설에서 “국가는 내게 내 인생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많은 가수가 참여해 축하공연을 펼쳤고,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밤 10시까지 한 손엔 맥주를, 또 다른 한 손엔 국기를 들고 가수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티모셴코”를 연호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려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우크라이나에 진출했던 소니, 파나소닉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로 철수하거나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LG전자 우크라이나 법인은 160명(주재원 8명, 현지인 152명) 직원을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LG전자가 우크라이나에서 판매하는 휴대폰·LCD TV·세탁기·냉장고 등 15개 품목 중 3위인 휴대폰을 제외하곤 14개 품목이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 5%에 불과했던 휴대폰은 경제위기로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이 몰락하는 사이 4배나 성장해 노키아와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3위(20%)에 올랐다. LCD TV는 그동안 帝王(제왕)적 지위를 누렸던 소니를 누르고 LG와 삼성이 1~2위를 다투고 있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백색가전은 이탈리아 가전업체인 인데시트(Indesit) 등의 低價(저가) 공세에 밀려 잠시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지난 7월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우크라이나 최대 시사주간지 <위클리닷우아(Weekly.ua)>는 지난 6월 24일자 표지를 LG전자 柳兌憲(류태헌·49) 우크라이나 법인장으로 장식했다. 류 법인장은 1986년 LG전자에 입사한 이래 15년을 이집트·튀니지·나이지리아·코트디부아르·사우디아라비아·벨기에 등 해외에서 근무한 ‘세계인’으로 지난 2006년 1월 우크라이나 법인장으로 부임했다.
 
  류 법인장은 시가와 파이프 담배를 즐겨 피웠다. 류 법인장은 직원을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LG전자의 해외경영 방침은 현지에서 최고의 인재를 채용해 그가 최대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현지 국민의 생각을 읽고 선호하는 제품을 많이 공급하는 것, 고용안정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제위기로 환율이 치솟는 바람에 거래선들이 큰 손해를 봤어요. 우리는 거래선의 손실을 보상해 주는 대신 LG 제품을 가장 좋은 곳에, 가장 많이 진열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파격적인 보상 덕분에 우량한 거래선을 많이 확보해 시장 점유율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무한한 잠재력
 
우크라이나 최대 주간지 <위클리닷우아>의 표지 모델로 등장한 류태헌 LG전자 우크라이나 법인장.
  류 법인장은 “이 나라는 철광석과 우라늄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인구가 4600만명으로 시장규모도 크다”면서 “유럽과 러시아를 동시에 취할 수 있는 지정학적 이점과 옛 CIS(독립국가연합)권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곳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7년 IMF 경제위기 때 국내에서 세탁기 수출팀장을 맡았다고 한다.
 
  “제가 1997년에 경제위기를 맞아 환율 급등 등을 경험한 것이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당시 환율 상승으로 수출은 좋았지만 내수는 죽을 맛이었어요. 지난해 우크라이나 경제위기 때도 환율이 두 배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했죠. 거래선의 수입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하고 재고 수준을 20일 이하로 낮췄습니다. 필요한 만큼의 물량을 제때 공급하도록 하는 물류 혁신을 이뤘습니다. 채권회수 일수도 30여 일로 줄이고 현금 회전율을 높여 재무 건전성을 높였습니다. 경기침체가 2~3년은 더 갈 것으로 보이지만 2012년쯤 이 나라가 외환의 자급자족을 이루면 어마어마한 활황이 오고, 그만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경제협력은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우크라이나는 한국에 대해 경제개발과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란 좋은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또 LG와 삼성, 현대와 기아 등 새로운 테크놀러지의 본거지로 인식하면서 본받아야 할 나라로 인식하고 있어요. 전기·전자통신 부문은 한국 브랜드가 시장 점유율에서 50% 전후에 달하고, 해외 자동차 시장도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툽니다. 고급화한 소비 성향을 지닌 큰 소비시장에 해당합니다. 또 우리에게 부족한 식량자원과 부존자원 등 한국에 부족한 부분을 메워 줄 수도 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LG전자가 해외 공략 시장 ‘톱 20’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나라”라며 이렇게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기초과학이 구 소련 시절부터 탄탄하게 발달한 나라입니다. 항공발사체 기술도 세계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져 한국의 R&D 인력 충원 측면에서도 이곳은 고급 인력 공급처죠. 또 중국이 제국주의적 팽창에 집착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의 진출을 경계하고 우려하는 데 반해 한국은 기술과 자본의 공유자로서 중앙아시아 각국과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수출에 너무 의존하고 있어 무역분쟁 등에 휘말릴 가능성이 많죠. 수출을 줄이고 핵심기술과 부품 등 고부가가치를 판매하는 현지화를 이루면 서로 윈-윈(win-win)하게 될 겁니다.”
 
  우크라이나 키예프 공항과 도심을 잇는 도로 주변은 온통 공사 중이었다. 2012년 폴란드와 함께 유로 챔피언스 리그 축구대회를 개최하는 우크라이나는 도로 확장뿐만 아니라 지하철 및 장거리 전동차 사업 등 사회 기반시설 강화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그 사업 파트너로 한국을 택했다.
 
  지난 5월 우크라이나 교통부차관과 철도청장이 현대로템 창원공장을 방문해 전동차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전동차 구매와 관련한 상담을 했다. 이어 지난 10월 중순 티모셴코 총리는 전동차 사업과 관련, 鄭雲燦(정운찬) 총리에게 우크라이나 정부의 지급 보증을 담보로 한 무역 금융 제공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우크라이나 전동차 사업 추진하는 현대종합상사
 
  현대종합상사와 우크라이나는 전동차 사업과 관련한 MOU를 체결하고, 우크라이나 현지 생산을 위한 기술 부문과 거래 조건에 대한 마지막 조율을 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 박근우 러시아 법인장은 “모든 조건이 예정대로 합의될 경우 내년 초에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종합상사는 1차로 우크라이나에 전동차 90량, 디젤기관차 36량 등 총 126량을 유로 2012를 즈음해 공급할 계획이다. 박근우 법인장은 “2020년까지 우크라이나 철도청의 전동차와 디젤기관차 수요가 1000량을 상회할 것으로 본다”며 “우크라이나의 최종 목적은 현지 생산이기 때문에 현지화 생산 거점을 확보해 지속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장기 사업 목표”라고 말했다.
 
  문제는 자금이다. 우크라이나 철도청이 한국 수출입은행과 수출보험공사의 무역 금융 제공을 요청한 데 이어 티모셴코 총리도 정운찬 총리에게 공문을 보내 금융 제공을 요청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금융 제공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한국이 금융까지 제공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전동차 사업에 뛰어들 필요가 있을까. 박 법인장은 이렇게 답했다.
 
  “철도차량은 선진 글로벌 기업들인 알스톰, 봄바르디에, 지멘스 등이 유럽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와 계약을 체결하면 유럽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전진 기지가 될 것입니다. 또 철도차량에 대한 수요는 방대하지만 스스로 100% 공급하지 못하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5개국을 비롯한 CIS 지역으로 진출하는 데 礎石(초석)이 될 겁니다. 후발 주자인 중국 철도차량 업체들이 동남아와 남미 시장에 저가 공세를 펼쳐 매년 수출 시장이 좁아지고 있어요. 한국 철도차량 사업자 입장으로서는 시장 다변화의 좋은 기회입니다.”
 
  ―얼마만한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1차 물량 공급으로 약 3억 달러 이상의 수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는 현지 생산을 통한 고용 창출 및 관련부품 산업 창출에 기여하게 될 겁니다. 또 한국 정부와 우크라이나 정부 간에 협의하기 시작한 흑해 연안의 석유·가스 개발에 참여하거나 철광석과 우라늄 등 부존자원 개발에도 참여하는 등 양국 간 경제협력을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우크라이나 수입차 시장 1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동구지역본부 안영진 본부장.
  우크라이나 키예프 시내에는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가 거의 다 모여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독일·일본·러시아·중국 등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특히 SUV 차량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한국 자동차로는 현대 투싼이 많았고, GM대우의 라노스 택시도 흔했다.
 
  국가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2008년 12%였던 우크라이나의 실질금리는 2009년 25%까지 치솟고, 은행이 할부 금융을 대폭 줄이면서 자동차 시장도 얼어붙었다.
 
  경기불황 여파로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현대자동차의 판매 대수도 감소했다. 현대차는 2008년 4만6000대를 판매했지만 2009년에는 이보다 3만2000대가 감소한 1만4000대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시장 전체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현대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2008년 7.3%에서 2009년 9월 말 현재 7.8%까지 상승해 수입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지금의 회복세로는 연말엔 시장 점유율이 8.6%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 다음으로는 시보레, 체리, 도요타 順(순)이었다.
 
  현지 조립·생산되는 러시아 브랜드 라다(LADA)와 중국 체리의 저가 공세 속에서도 현대차 7.8%와 기아차 4.4% 등 현대·기아차가 12.2%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선전하고 있다. 安泳鎭(안영진·49) 현대차 동구지역본부장은 “현대의 브랜드 파워가 커졌고, 가격이 합리적인 데다 딜러 네트워크도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대차 동구지역본부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CIS 11개 국가와 발틱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16개국을 관할하고 있다. 투싼과 엘란트라 등 15개 차종을 판매하고 있다. 안 본부장의 말이다.
 
  “도로에 현대차가 많으면 그만큼 현대차의 가치도 올라갑니다. 한때 공항 카트에도 현대차 로고를 붙인 적이 있고, 빌보드 등의 광고나 홍보도 꾸준하게 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계속 높였습니다. 도요타에 비해 가격은 낮지만 적당한 가격이란 평가를 받고 있어요. 또 딜러숍에 가면 오랫동안 현대차가 안 들어온다고 합니다. 정비공장을 운영해야 돈을 벌 수 있는 딜러 입장으로서는 안된 일이지만, 그만큼 현대차의 품질이 개선돼 고장이 적다는 뜻이죠.”
 
  안영진 본부장은 “우크라이나에서는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며 “차는 현대·기아차, 전자제품은 삼성과 LG란 인식이 있다”고 했다.
 
  현대차 동구지역본부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었는데 지난해 8월 경제위기로 우크라이나로 옮겼다. 우크라이나는 동구지역본부가 관장하는 16개국 가운데 시장 수요가 제일 크기 때문이다. 동구지역본부 판매량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부분은 60~65%에 이른다.
 
  우크라이나에 경제위기가 닥친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에 IMF 위기가 닥쳤을 때 동구권 국가들도 경제위기에 봉착했다. 당시 일본업체들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했지만 현대차는 우크라이나에 설치한 사무소를 폐쇄하지 않았다. 동구권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다음으로 인구(4600만)나 소득수준이 높아 성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다. 2000년 초부터 油價(유가)가 상승했고, 러시아를 중심으로 원자재가 상승 효과로 소득수준과 구매력도 높아져 자동차 수요도 증가했다.
 
  안 본부장은 “2014년이 돼야 2008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차 브랜드 가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카스추크 미하일로 우크라이나 철도청장]

한국 기업이 우크라이나 철도 현대화 작업 맡아


카스추크 우크라이나 철도청장.
우크라이나 철도 현대화 사업을 총지휘하고 있는 카스추크 미하일로(48) 철도청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오후 2시 인터뷰 일정이었지만, 그가 갑작스레 소집된 회의에 참석하는 바람에 오후 4시30분이나 돼서야 만날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크라이나의 철도 현황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우크라이나 철도의 총 길이는 3만2000㎞이고, 이 중 2만3000㎞는 교류의 요충지와 연결되는 전략적인 수송 통로로 이용됩니다. 우크라이나 국영 철도는 자국 내 화물 운송의 70%, 여객 운송의 50%를 담당하고 있으며 연간 5억t의 화물과 4억5000명의 승객을 수송하고 있어요. 철도청에는 35만명의 직원이 있고, 연간 수익은 400억 우크라이나 그리브나입니다.”
 
  ―철도 현대화 사업은 어느 정도 진행됐습니까.
 
  “지난 10년간 꾸준히 사회적 기반시설의 현대화를 진행해 왔습니다. 철도의 속도도 개선돼 화물철도는 시속 100㎞, 여객철도는 시속 120~140㎞ 수준이죠. 우크라이나의 모든 철도차량은 교체가 필요합니다. 2020년에는 전동차량 등으로 교체할 예정이에요. 디젤기관차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 기술에 집중하고 있죠. 현재 약 1000량의 기관차를 대체하려고 합니다.”
 
  ―철도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뭡니까.
 
  “우크라이나는 매우 특별한 지리적 위치를 갖고 있어요. 러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장소이자 유럽과 일본·러시아·한국 등 아시아 시장을 잇는 접점이기도 하죠. 유럽과 아시아의 교류 관문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철도 현대화 사업이 완료되면 러시아 동쪽 나홋카에서 오스트리아 빈까지 가는 데 15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선박 수송과도 바로 경쟁할 수 있어요. 철도는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교류 방법이죠.”
 
  ―글로벌 경기침체기인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뭡니까.
 
  “경기침체로 화물운송이 30% 감소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회기반 시설의 현대화 속도를 늦출 수는 없어요. 현대화하지 않으면 탈선이나 사고와 같은 위험을 겪을 수 있고, 수송 시간은 점점 길어질 겁니다. 인프라 현대화를 늦추면 늦출수록 후에는 더 많은 비용이 들 겁니다. 눈덩이는 굴릴수록 더 커진다는 ‘스노 볼’ 현상이 발생할 겁니다.”
 
  ―철도 현대화사업 파트너로 현대종합상사를 택했는데요.
 
  “2000년의 현대와 2009년 현대의 기술수준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현대의 생산공장을 방문해 보니 차체와 디자인, 속도와 신뢰성 측면에서 수준이 엄청나게 향상됐더군요. 특히 현대의 스테인리스 차체는 30년 동안 교체할 필요가 없습니다. 경제적·환경적 측면에서 우크라이나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죠.”
 
  ■ 카자흐스탄 ■
 
  중앙亞 전자 시장을 점령한 삼성과 LG
 
이리나 씨가 딸과 함께 LG전자 LCD TV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카자흐의 옛 수도 알마티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전자상가 ‘술팍’. 술팍은 ‘테크노돔’과 함께 카자흐스탄 최대 전자제품 유통회사의 하나다. 이곳에서 30대 부부가 삼성전자의 PDP TV를 구매하고 있었다. 이름이 세르게이(36)라는 남편에게 삼성전자 제품을 사용해 본 적이 있는지 묻자, 그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자신이 한국산 제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쉬지도 않고 말했다. 그는 한국 마니아였다.
 
  “전에 썼던 TV도 삼성이고, 이번엔 삼성 PDP TV를 샀어요. 아내는 삼성 LCD TV를 사고 싶어하는데 돈을 더 모아서 다음에 살 거예요. 삼성 TV는 화면이 밝고 생동감이 있어요. 난 디지털 카메라도 삼성전자 제품이고, 휴대폰도 삼성이에요.”
 
  그가 휴대폰을 꺼내 보여주면서 말을 이었다.
 
  “난 삼성을 신뢰해요. 차는 현대 싼타페예요. 디자인도 예쁘고, 가격도 적당하죠.”
 
  ‘테크노돔’이 입점해 있는 알마티 시내의 또 다른 상가 ‘알마다’. LG와 삼성, 소니, 필립스, 파나소닉, 인데시트 등 글로벌 브랜드의 TV·냉장고·세탁기·진공청소기·휴대폰 등의 다양한 전자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이리나(여·44) 씨가 딸 율리아(18)와 함께 TV 매장을 둘러보다 LG전자 매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LCD TV를 유심히 살펴봤다.
 
  이리나 씨는 “친정 어머니께 LCD TV를 한 대 사 드리려는데, 여동생이 LG TV를 사용해 보고는 품질이나 가격이 모두 좋다고 해서 왔다”며 “소니 TV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했다. 그녀는 집에서 LG전자 세탁기와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카자흐를 비롯한 중앙아시아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자제품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자상가에는 가장 좋은 자리에 삼성과 LG 제품이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기구인 GfK에 따르면 2009년 9월 현재 카자흐 LCD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41.5%), LG(27.1%), 소니(9.5%), 필립스(8.1%) 등의 순이었다. 삼성과 LG를 합하면 시장 점유율이 68.6%다.
 
  GfK가 두 달에 한 번 발표하는 백색가전의 경우, 올해 8월 카자흐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LG가 42.1%, 삼성이 14.8%로 두 회사가 56.9%의 시장을 점유했다. 전자레인지의 경우 LG가 46%, 삼성이 21.8%를 점유했다. 냉장고는 LG가 33.1%, 삼성이 30.2%를 차지했고, 진공청소기의 경우 LG가 41.1%, 삼성이 27.6%를 차지했다.
 
김진안 삼성전자 카자흐 법인장.
  카자흐를 포함해 우즈베크·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5개국을 관장하는 金鎭安(김진안·53) 삼성전자 카자흐 법인장은 “과거 소니의 아성을 깨기가 힘들었지만 이제 삼성은 소니를 이미 앞질렀다”며 “품질 면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올림픽 후원이나 글로벌 캠페인, 매장 전시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가 삼성을 톱 브랜드로 인식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시장 수요 조사를 통한 판매 전략, 곧 ‘셀 아웃(sell out)’ 전략을 중시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엔 薄利多賣(박리다매)로 매출에 신경 썼지만, 요즘은 정확한 시장 수요를 파악해 팔리는 만큼만 공급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어요. 중앙아시아는 내륙이라 물류비 비중이 큽니다. 때문에 재고를 최소화해서 창고 보관비 등 물류비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죠.”
 
  12년 전부터 카자흐 알마티에 생산공장을 설립해 운영해 오고 있는 LG전자는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450명에 달하는 현지 직원을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邊東昇(변동승·51) LG전자 카자흐 법인장은 “LG는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며 “LG는 이미 카자흐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변 법인장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새로운 수요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LG는 현지 공장을 설립해 45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카자흐 정부도 이에 대해 감사해 하고 있어요. LG는 고아원 후원, 미스 카자흐 대회 후원, 자원봉사 등 다양한 사회적 마케팅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죠.”
 
  카자흐의 옛 수도인 알마티 시내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에 위치한 알마티역. 카자흐 물류의 중심지인 이곳 야적장엔 항구에서 기차로 운반된 컨테이너가 층층이 쌓여 있고, 지게차와 화물트럭이 창고를 분주히 오가며 화물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알마티역에는 카자흐 현지 물류업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물류업체가 사무실을 개설해 두고 있다.
 
 
  중앙亞 물류·유통시장 접수한 에코비스로지스틱스
 
김익준 에코비스로지스틱스 대표.
  본사를 서울에 두고 있는 에코비스로지스틱스 카자흐 법인도 이곳에 물품 보관창고와 사무실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에코비스는 러시아와 CIS 전 지역에 종합물류 네트워크를 건설하겠다는 목표하에 러시아 모스크바·우크라이나 키예프·아제르바이잔 바쿠·카자흐 알마티·우즈베크 타슈켄트·중국 상하이 등에 5개 현지법인과 6개 지사를 두고 있다.
 
  현지법인과 지사에는 러시아어에 능통한 주재원 9명과 현지인 직원 101명 등 총 11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마침 해외 출장을 나온 金益駿(김익준·42) 대표이사를 만났다. 김 대표는 1년에 5개월 이상을 출장으로 해외에서 보낸다고 했다.
 
  김 대표는 현재 연간 매출 22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 대표다. 하지만 그도 처음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했다. 선린상고를 졸업하고 외국계 한국지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명지대 야간학부를 마칠 즈음인 1992년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좀 더 진취적이고 큰 일을 해 보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착실하게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택한 시장은 당시 막 개방되기 시작한 러시아였다. 개방된 지 오래된 시장은 기존 업체들이 이미 진출해서 진입장벽이 높고, 성공하기 어렵겠지만 러시아는 미개척 시장이어서 할 일이 많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둘째형과 함께 자신의 퇴직금을 털어 1993년 서울 본사와 러시아 모스크바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창업 초기엔 ‘보따리장수’와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직접 동대문시장 등을 뛰어다니며 여성용 화장솔과 의류 등을 구입해 러시아에 보냈다. 그해 여름 무작정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건 높은 언어 장벽과 불합리한 규제 등 시련뿐이었다. 통관절차는 까다로웠고, 사업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틈새시장을 노려라
 
  김 대표가 활로를 찾은 것은 통관절차를 통해서였다. 그는 “CIS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불편하고 불합리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공항에서 출입국 절차를 밟으려고 기다리다 보면 시간은 한없이 길어지고, 뒤에서 새치기하는 사람, 아무 이유 없이 외국인이란 이유만으로 출입국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시간을 질질 끌면서 돈이나 바라는 세관 직원들…. 모든 것이 짜증스럽죠. 대부분의 한국인은 ‘그러니까 너희가 후진국이야’라고 짜증을 내죠. 전 좀 다르게 생각해요. 저들이 불합리하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할 일이 많다고요.”
 
  그는 바로 이 부분에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얻었다.
 
  “하루는 모스크바 공항에 물건을 찾으러 갔는데 통관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어요. 통관이 지연되면 며칠씩 화물이 묶여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때 떠오른 아이템이 통관 대행을 포함한 운송서비스 사업이죠. 남들이 어려워하는 것을 우리가 대행해 주고 이익을 얻자는 것이었죠.”
 
  김 대표는 제품선적과 수입통관 위주의 물류 서비스를 운송·통관·보관·배송 등 일체의 물류·유통 부문을 일괄 처리하는 데까지 확대했다. 현지법인을 설립해 貨主(화주) 기업은 제품 생산과 현지 마케팅에만 전념케 하고, 나머지 선적·법인설립·수입통관·보관·배송·AS관리까지 일괄 처리하는 원-스톱(One-Stop) 시스템을 마련했다. 통합 서비스는 중견 제조업체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CIS 국가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각종 불합리한 규제가 발목을 잡았고, 부패한 정부 관료들은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에코비스는 연말과 연초에는 업무를 거의 하지 않는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CIS 지역은 연초에 특히 稅法(세법)의 변화가 많아 1월의 절반은 근무를 하지 않습니다. 화주에게도 연말이나 연초엔 선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해요. 면장을 다 만들어 놓았는데 하루아침에 세율을 조정해 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올해 5%였던 관세가 갑자기 내일부터 10%로 바뀌는 식이죠. 그럼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요.”
 
 
  “아직도 할 일은 많다”
 
  김 대표는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CIS 국가들이 러시아의 세법을 많이 따르기 때문에 현지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어와 세법 등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제조기업에 앞서 물류기업이 해외 시장에 먼저 진출해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제품 단가에서 물류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기 때문에 물류업체가 제조업체보다 앞서 현지에 진출해 물류비용의 단가를 포함해 판매가를 산출하고, 통관을 용이하게 해야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했다.
 
  김익준 대표는 11월 2일 국토해양부와 한국통합물류협회 등이 공동 주최하는 ‘2009 한국물류대상’에서 국토해양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는 “러시아와 CIS 지역은 아직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며 “어렵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찾는다면 우리가 할 일은 아직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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