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세계선수권 대회 단식 우승자인 현정화씨는 류지혜의 현재 실력이 자신의 전성기 때보다도 낫다고 말한다
1988년 유남규의 서울올림픽 정복, 1991년 남북단일 코리아팀의 세계선수권 여자 단체전 우승, 1993년 현정화의 세계선수권 여단식 우승?. 1980∼1990년대 초까지 탁구는 인기 절정의 스포츠였다. 스타가 있었고 팬들이 있었고 안재형과 자오즈민의 러브 스토리가 있었다. 허나 현재 탁구는 완전한 「非인기 종목」. 국내 대회를 찾는 팬들도 없고 탁구장도 문을 닫는 곳이 더 많다. 이렇게 사양종목이 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의 독주. 『요즘 세계선수권은 중국 국가대표 선발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20년 가까이 중국은 단·복식과 개인전, 단체전을 가리지 않는 왕성한 식욕을 과시했다. 세계탁구가 중국에 눌려 압사 직전이니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假死(가사) 상태의 한국 탁구가 중국에 맞설 듬직한 선수 한 명을 갖게 됐다. 바로 삼성생명이 자랑하는 류지혜다.
사실 류지혜는 새로 孚上(부상)한 신인이 아니다. 얼마 전만 해도 가끔 신문 지면을 장식하던 「그럭저럭 잘하는 선수」였다. 국내 여자 에이스였지만 중국에는 못미쳤고 세계 최고 수준과도 거리가 먼 선수였다. 그러나 류지혜는 지난해 8월 아인트호벤 세계선수권 대회를 거치면서 비약적인 기량 향상을 보이더니 단숨에 세계적 선수로 발돋움했다.
당시 류지혜는 16강전에서 전 세계 1위 양잉(중국)을, 8강전서 중국 국가대표 출신의 독일 수비수 징 티안 죄르너(당시 세계 4위)를 격파하는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류지혜는 비록 4강전에서 현 세계 1위 왕난(중국)에 2대3으로 분패, 꿈을 접었지만 아인트호벤 대회를 경계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한국 남자탁구 유망주 유승민(동남종고 3)은 『탁구 실력은 조금씩 조금씩 느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고비를 넘으면 급성장하는 것 같다. 지혜 누나도 바로 그 문턱을 넘었다』고 했다. 마사회 탁구단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현정화씨는 『지혜의 현재 실력과 내 전성기를 비교한다면 지혜가 낫다』고 평한 적이 있다. 현코치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류지혜는 세계 정상을 넘볼 만한 실력이라는 뜻이다. 전문가들 역시 현재 세계여자탁구의 판도는 왕난(1위), 리주(2위), 장이닝(11위·이상 중국)과 류지혜(6위)의 4파전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류지혜는 『아직 세계 최강인 중국의 에이스들과 비교하면 손색이 있다』고 말한다. 아직은 그들의 벽을 넘기에 숨이 찬다는 고백이다.
『솔직히 말해서 중소 오픈 대회에서는 중국애들 못이겨요. 차라리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같은 큰 무대가 가능성이 있지요. 그런 대회에선 중국아이들도 긴장하거든요. 긴장하면 틈이 생기고 저한테도 찬스가 와요.』
과연 류지혜는 한국 탁구의 봄을 알리는 전령사가 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