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특집 프로들이 권하는 생각이 있는 세계여행

인터뷰 2천1백일 동안 65개국의 奧地를 여행한 한비야
어디나 사람 사는 것은 다 똑 같더라
한비야가 추천하는 여행지 15選

  • : 강인선  i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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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니면서 자기 자신과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신을 봅니다. 여행은 떠나는 게 아니라 만나는 거예요. 그 중에서도 자기 자신과 가장 많이 만나는 거예요.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거지요. 2박3일이든, 2천1백일이든 결국 여행길에서 만나는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한비야

1958년 서울 출생. 숭의여고, 홍익대 영문학과 졸업. 美 유타대 언론대학원 석사. 버슨 마스텔라 한국지사 근무. 1993년 회사 그만두고 걸어서 세계 일주 시작. 7년 동안 60여개국 이상의 오지를 여행. 저서로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全 4권 발간.
奧地가 가르쳐준 것들
 
  1993년 한비야씨(41)가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떠난다는 기사를 읽고 씁쓸해 했던 기억이 난다. 직장에 사표 내고 여행 가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그로부터 약 6년. 한비야씨는 걷고 또 걸어서 세계 65개국을, 그것도 奧地(오지)만을 골라서 체험했다. 1993년 7월부터 6개월간에 걸친 네팔과 인도 여행을 시작으로, 1994년 1월부터 12월까지는 북·중남미 대륙을, 1995년 1월부터 1996년 5월까지는 인도차이나반도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을, 1997년 12월31일부터 1998년 6월까지는 중국, 티베트, 몽골을 여행했다. 4차에 걸친 세계일주 여행은 올봄 50일간 국토종단여행으로 마무리지었다. 여행 중 한국에 돌아와 사이사이 써낸 여행기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네 권은 이미 35만 부가 팔려 나갔다.
 
  그러고 보면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 치우고 여행길에 오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잠시 동안이라도 좋으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한다. 그러나 정말로 그 일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서,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가족들을 돌봐야 하니까, 또는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서 등 일상을 떠날 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한비야씨라고 해서 그런 이유가 없었을 리 없다. 그러나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났던 것이다. 땅이 붙어 있는 지구를 걸어서 여행하는 것. 그것은 어린 시절의 꿈이었고,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약속이었으며 어른이 되어서도 꼭 하고 싶은 일이었다.
 
  서른 다섯 살에 시작한 여행은 마흔 살을 넘기고서야 끝이 났다. 키 1m57cm, 몸무게 47kg의 크지 않은 체구에 3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한 발 한 발 걸어서,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남미의 오지를 헤매면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존재에 비하면 쓸모없는 지식
 
  『파키스탄에서 3천5백m 높이의 산에 트레킹을 하러 갔을 때였어요. 끝없는 낭떠러지가 숨어 있는 위험한 빙하지대를 지나가야 하는데 사람은 그냥 못 지나가요. 염소나 양을 한 마리 먼저 보내고 그 뒤를 따라가다가, 앞서 가던 일행과 염소를 놓쳤어요. 우리나라 스님 한 분과 전자공학 박사라는 독일 무기상인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사람이 남았어요. 식량과 텐트가 들어 있는 배낭을 진 일행은 앞서 가버렸고, 우리 세 사람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었어요. 당장 살아남는 데 아무 쓸모도 없는 비누, 치약, 모자 그런 거밖에 없었어요. 해가 지기 시작하자, 빙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어찌나 차갑고 거센지,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빙하 쪽으로 가자니 너무 위험하고, 마을로 내려가는 길도 모르겠고, 그야말로 進退兩難(진퇴양난)에 빠져 있는데, 홀연히 열 살 남짓한 여자 아이가 양 두 마리를 데리고 나타났어요. 여름이었는데 원래 그런 지역에 사는 양치는 아이들은 여름이면 높이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올라가 양들에게 풀을 뜯게 하거든요. 제가 물 마시는 시늉을 했더니 그 아이가 양젖을 짜주는 거예요. 그리고 나서 우리를 보더니 마치 구석기 시대처럼 나뭇가지를 마찰시키고 나뭇잎을 모아 모닥불을 지펴주었어요. 몇 개 국어를 한다는 저와, 20년 동안 도를 닦았다는 스님, 그리고 공학박사도 束手無策(속수무책)인 상황에서 이 여자아이가 너무나 늠름하고 당당하게 보였어요.
 
  그때 저는 생각했어요. 문명인과 非(비)문명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리는 자연인으로서는 아무 쓸모가 없는 사람이구나. 자기 몸 하나 추스리지 못하는데 박사가 무슨 소용이며, 20년 동안 道를 닦았으면 뭐하나. 교육받았다, 문명인이다, 산업이 발달한 나라에서 왔다, 지적인 소양을 갖추었다, 엘리트다 이런 것들이 奧地에 가면 사그리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奧地여행의 체험들은 가끔 이렇게 文明人(문명인)을 자부하는 한비야의 뒤통수에 일격을 가했다. 그럴 때마다 찾아오는 「아, 이거구나!」 하는 깨달음. 수없이 말로 듣고 책으로 읽어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진짜 깨달음이 되어 마음을 두드리는 순간을 그는 체험하고 또 체험했다.
 
 
  시간 여행
 
  그는 奧地여행의 재미가 시간여행을 하는 데 있다고 한다.
 
  『깡촌에 가면 어떤 곳은 신석기 시대, 1만5천년 전이에요. 마제석기도 아니고 타제석기를 쓰는 곳도 있어요. 그런데 지구상의 또 어떤 곳에 가면 유전자 복제를 하잖아요. 유럽에 가면 한 2백~3백년 전으로는 돌아갈 수 있어요. 하지만 1만년 전으로는 못 가잖아요. 그걸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오지여행이에요』
 
  인도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인도에 처음 갔을 때 휴지가 떨어져 고생했어요. 휴지 대신 손수건 같은 것을 쓰다가 사흘째 되던 날은 그것마저 떨어졌어요. 그런데 휴지를 사려면 큰 도시로 나가야 한다는 거예요. 결국은 두 시간 동안이나 버스를 타고 기어이 휴지를 사러 갔지요. 그런데 휴지를 파는 데가 없어서 약국에서 붕대를 사는데 약사가 어디를 다쳤느냐고 물어요. 그래서 제가 「왜 휴지를 팔지 않느냐」고 하자, 그 약사가 휴지가 왜 필요하냐며 제게 이렇게 물었어요. 「아가씨, 손에 죽이 묻었을 때 물로 싹싹 씻는 것이 깨끗할까요, 아니면 휴지로 쓱 닦는 것이 깨끗할까요?」
 
  저는 부끄러웠어요. 문화라는 것은 내가 모른다고 해서 틀리는 것도 아니고 내 것과 다르다고 해서 나쁜 것도 아니에요. 저는 휴지가 優(우)하고 물로 닦는 것은 劣(열)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냥 다를 뿐이었어요. 문화에는 優劣(우열)이 없다는 이야기를 귀가 닳도록 들으면서도 이런 체험을 통해서 다시 깨닫게 되는 겁니다』
 
  한비야式(식) 여행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陸路(육로)로 가는 것, 둘째는 가능하면 시골 그것도 「깡촌」에 가볼 것, 그리고 비용을 최대한 줄인다 등이 그것이다.
 
  『미국 유학 중에 휴학하고 유럽여행을 갔는데 한 달쯤 지나니까 너무 재미가 없었어요. 이게 만일 여행이라면, 세계 일주 여행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러다가 우연히 스페인의 어느 마을에 가게 됐어요. 사실 유럽 여행이라는 것이 관광지에서 관광지로, 큰 도시에서 작은 도시로 가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어딘가에서 잘못 내려 관광지가 아닌 작은 도시에 도착한 거예요. 그때는 스페인말도 못할 때인데, 그 도시 사람들도 제가 온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저도 어리둥절했지요.
 
  원래 목적지인 대도시로 가려면 그날 밤까지 기다려서 기차를 타야 했어요. 기차를 기다리는 반나절 동안 그곳에서 점심, 저녁 다 얻어먹고 말도 안통하는 사람들과 춤추고 노래하고 정말 재미있게 놀았어요.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곳이 유럽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이었어요. 그러고 있는 저 자신을 보면서 이름난 관광지에서 느끼는 행복보다는 사람을 만나는 데서 느끼는 행복이 훨씬 크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에게 어울리는 여행 방식을 발견하게 된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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