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존감 낮고 열등감 큰 사람이 남 깎아내려”
⊙ “좋은 사람과 만만한 사람의 경계는 ‘나 존중’에 있다”
⊙ ‘인간 지뢰’인 나르시시스트는 어떻게 ‘호구’를 귀신같이 알아볼까?
유상우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동 대학원 정신과학 박사 /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수련, 한림대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교수 역임. 現 연세유앤김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 / 저서 《당신과 반려견 사이》 《불안에 대한 거의 모든 것》 《공황장애 벗어나기》 《부자가 되는 뇌의 비밀》 《다나박사의 공황장애》 外
⊙ “좋은 사람과 만만한 사람의 경계는 ‘나 존중’에 있다”
⊙ ‘인간 지뢰’인 나르시시스트는 어떻게 ‘호구’를 귀신같이 알아볼까?
유상우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동 대학원 정신과학 박사 /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수련, 한림대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교수 역임. 現 연세유앤김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 / 저서 《당신과 반려견 사이》 《불안에 대한 거의 모든 것》 《공황장애 벗어나기》 《부자가 되는 뇌의 비밀》 《다나박사의 공황장애》 外

- 30년 이상 경력의 정신과 전문의 유상우 원장이 타인의 무례함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심리학 지침서를 펴냈다. 사진=PMB
남 얘기 같지 않다. 누구나 한번쯤 잠 못 이루며 ‘그때 왜 안 받아쳤지’ 하고 이불을 찬 경험이 있지 않나. 오죽하면 30여 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가 이런 책까지 썼다. 《나를 무시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법》. 타인의 무례함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심리학 지침서다. 메시지는 명료하다. 무례함은 상대의 문제고, 내 감정은 내가 지킨다. 그 방법론을 253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풀었다. 막상 실전에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 공식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나 존중? 너 존중! 나 무시? 너 개무시.’ 책을 쓴 유상우 원장을 만났다.
무례한 사람들의 공통점
— 무례한 사람들의 특징이 따로 있습니까?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선 공감 능력이 부족합니다. 자기애(自己愛)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존감도 낮아요. 남을 깎아내리면서 우월감을 느끼려는 거죠. 그리고 무시하는 행동으로 상대를 지배하려 한다는 겁니다. 특히 직장 상사처럼 상대적 우위에 있는 사람의 경우 그 상황을 악용하려 하죠.”
— 요컨대 찌질한 사람들이라는 거네요.
“그렇죠. 주변의 괜찮은 사람들을 떠올려 보세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잖아요. 이때 중요한 건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대응하면 주도권을 넘겨주는 거예요. 3초 쉬고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세요. ‘제가 지금 잘못 들은 것 같은데요, 방금 말씀 저한테 하신 건가요?’ 확인하는 말투로, 그러나 단호하게.
여기에는 세 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나는 방금 당신의 말을 문제 삼고 있다.’ ‘나는 감정적으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이때 상대가 ‘장난이었어, 뭘 그런 것 가지고 그래?’라고 한다면 ‘나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고 하세요.”
— 감정을 걷어 내는 게 중요한데, 현실에서는 이미 얼굴색부터 바뀌기 십상입니다. 저 말을 차분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애초에 무시를 안 당했을 것 같기도 하고요.
“크게 사전 대응법과 사후 대응법으로 나뉘는데, 저건 사전 대응법에 속해요. 평소 단련이 필요한 방법입니다. 무시를 당한 순간에는 누구나 심장이 벌렁거리고, 얼굴이 달아오르고, 화와 수치심이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도사가 아닌 이상 그 순간을 조절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런데 연습을 하면 됩니다. 거울 앞에서, 혹은 동영상을 찍어 가면서 반복해 보는 겁니다. 그래야 결정적인 순간에 저렇게 받아칠 수 있어요. 당황스러운 순간을 겪었을 때 우선 3초 동안 숨을 고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저한테 하신 말씀입니까?’라고 되물었을 때 상대는 어떤 상태가 됩니까? 움찔합니까?
“상대를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에 멈칫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소리만 질러 대는 사람은 예외예요. 그런 경우엔 대화 자체가 안 되겠죠.”
— 가령 ‘그래, 너 말이야, 너! 여기 너밖에 더 있어?’라고 하는 경우가 있겠네요.
“말꼬리를 물고 말싸움으로 흘러가겠죠. 그럴 때는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다’ 하고 끝낼 필요가 있어요.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방어 본능 때문에 자꾸 설명을 하려 하는데, 그걸 끊을 줄 알아야 해요. 잠깐 침묵하며 지켜보는 것, 질문으로 상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 선을 긋고 대화를 마무리하는 것 모두 연습이 필요합니다.”
“무례함은 내가 아닌 상대의 문제”
유상우 원장은 “특히 나르시시스트나 가스라이팅 가해자처럼 에너지 착취형 관계에 놓인 이들과는 현명한 결별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례한 사람의 대부분은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이 높은 나르시시스트입니다. 물론 소시오패스도 섞여 있겠지만, 뭐든 결국은 다 한심한 사람들이거든요. 저는 이들을 ‘인간 지뢰’라고 표현합니다. 지뢰는 피해야죠. 가능한 한 접촉 빈도를 낮춰야 합니다. 매일같이 만나야 하는 사람이라면 두 번 마주칠 거 한 번으로 줄이는 식으로요.”
— 그리고 사후 대응은요?
“나를 무시한 대상이 누군지 생각해 보는 게 사후 대처의 핵심입니다. 사전 대응과 다르게 바로 적용이 가능하죠. 상담을 해 보면, 집에 돌아온 뒤 그 사람을 떠올리며 며칠씩 괴로워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면서 자책하죠. ‘왜 늘 나만 참게 되는 걸까?’ 이럴 때 무례함은 상대의 문제라는 걸 기억하는 겁니다. 예컨대 그 사람을 생각하며 혀를 한번 차는 거예요. 형편없는 사람이라고요.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 상대 앞에서는 암말도 못하고 집에 와서 육두문자를 쏟아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도 도움이 됩니까?
“심리 용어로 벤틸레이션(ventilation·환기)이라고 하죠. 일정 부분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가족이 있는 공간에서 그러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혼자 있을 때 해야 합니다.”
— 혼자 욕해도 결국 내 귀에 들어오는 거라서 정신건강에 안 좋은 것 아닙니까?
“욕도 의미를 담고 있어서 상대에게 할 경우 그 의미가 전달되지만, 혼자서 뱉는 건 의미보다 그냥 ‘꽥’ 하고 터져나오는 거죠. 그런 건 환기 효과가 있습니다.”
‘아이고, 참 한심한 사람’
유상우 원장은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을 깎아내리는 ‘자기희생적 순응’에서 벗어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나 존중? 너 존중! 나 무시? 너 개무시!’라는 인간관계 공식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똑같이 대응하면 같은 사람이 된다’고 배워 왔어요.
“개무시는 상대를 똑같이 무시하라는 게 아닙니다. 길을 걷다 개가 사납게 짖으면 어떻게 합니까? 같이 짖지 않고 그냥 지나가죠. 누군가 나를 무시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말에 내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었느냐, 없습니다. 다 헛소리였다는 거죠. 그렇다면 지나가는 개가 짖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같이 싸우라는 게 아니라 ‘웃기고 자빠졌네’ 하는 마음으로 넘기는 겁니다. 머릿속에서 ‘아이고, 참 한심한 사람’ 하고 인지적으로 정리하는 거죠.”
유상우 원장은 단순히 상대를 미워하는 법이 아니라, 불필요한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자신을 귀히 여기는 ‘자기 존중’의 길을 안내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을 깎아내리는 ‘자기희생적 순응’에서 벗어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 무례함의 기준은 어떻게 판단해야 합니까? 내가 예민해서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닌지 헷갈릴 때도 있지 않습니까.
“진료를 해 보면 모든 문제를 자기 탓으로 돌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기를 돌아보는 건 필요한 덕목이에요. 그런데 자책의 방식이 문제입니다. 지치고 쓰러진 말에게 채찍질을 하면 죽으라는 이야기죠. 번아웃 상태에서도 계속 자책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자신이 무시당하고 무례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나는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좋은 사람’과 ‘만만한 사람’의 경계가 무너질 때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는 어릴 때 착해야 한다, 배려해야 한다고 배우지 못되게 굴라는 말은 듣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게 과도하게 작용하면 모든 문제를 자기에게서만 찾고 자책하게 됩니다. 자아와 타자 사이의 균형이 깨지는 거죠.”
— 좋은 사람과 만만한 사람의 경계가 뭔가요?
“나도 존중하고 너도 존중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입니다. 만만한 사람은 자기는 없고 상대만 좋게 해 주는 사람입니다. 계속 상대 위주로 맞추고, 거절을 못 하고, 지나치게 배려하고, 남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죠.”
— 무례함은 타고나는 겁니까, 길러지는 겁니까?
“타고난 기질도 있고, 교육의 문제도 있습니다, 무례하면 안 된다는 걸 못 배운 거죠. 여기에 스트레스, 피로, 생리전증후군 같은 심리적, 신체적 요인도 작용하고요.”
나르시시스트는 유전?
— 사람을 대하기 전에 전투에 임하듯 전략까지 세워야 한다는 게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그렇죠. 그런데 무시당하는 경험은 자존감과 굉장히 밀접합니다. 자존감은 고정된 게 아니라 계속 오르내립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나는 쓸모없는 존재다’ 싶을 정도로 바닥까지 떨어지는 상태, 그건 자존감이 취약하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상대를 보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문제인 겁니다. 내 자존감 상태가 어떤지, 평소에 그걸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와 직결되는 거죠.”
— 둥글게 둥글게 살면 공격을 당한다니요. 인간은 원래 악한 걸까요?
“희한한 게, 그리스 신화에 나르키소스가 나옵니다. 연못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다 자기 사랑에 빠져 굶어 죽는 이야기죠. 거기에 에코라는 님프가 나옵니다. 나르키소스를 사랑했다가 거절당하고 결국 죽는 존재입니다. 여기서 나온 개념이 ‘나르시시스트’와 ‘에코이스트’입니다. 나르시시스트의 먹잇감이 에코이스트예요. 에코이스트의 특징이 만만하다는 건데, 나르시시스트들은 이런 사람들을 귀신같이 알아봅니다. 시키는 대로 다 하거든요.”
— 먹잇감을 어떻게 알아보는 겁니까?
“본능적인 거예요. 그렇게 관계가 한번 형성되면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가스라이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고요. 제3자가 보면 ‘왜 저걸 다 하냐?’ 싶지만, 그 관계 안에 들어가면 쉽게 못 벗어납니다.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관계에서도 많이 나타납니다.”
— 나르시시스트는 타고나는 겁니까, 길러지는 겁니까?
“유전적 영향이 크지만 양육 환경도 관련이 있습니다.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하거나 무시당하면서 자란 경우가 많죠. 한편 능력 있고 지능이 높은 나르시시스트는 성공하기도 합니다. 저명한 CEO들 중에 자기애성 인격 특성이 높은 이들이 꽤 있다는 연구도 있죠.”
“정신과 의사는 스스로 안정돼 있어야”
신간 《나를 무시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법》. 사진=넥서스BOOKS— 매일같이 마음이 아픈 사람들만 만나니 웃을 일이 잘 없겠습니다.
“초진 때는 대부분 우울하고 불안하다거나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고 말씀들 하지만, 치료를 시작하면 10명 중 9명은 몇 달 안에 호전됩니다. 그때는 서로 웃고 농담도 합니다. 이 일을 하며 감사하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스트레스 관리와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훈련을 계속 하게 된다는 점이에요. 타인을 돕기 위해서는 스스로 안정돼 있어야 합니다. 전공의 과정에서도 정신분석을 직접 받고, 사례를 중심으로 슈퍼비전(supervision·사례 지도)을 받습니다. 이런 과정이 자신을 돌아보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죠.
가장 힘든 순간은 치료하던 환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때입니다. 드문 일이지만 없지 않아요. 그럴 때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같은 정신과 의사들끼리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치유가 되죠.”
— 30년 동안 1만 5000명 이상의 환자를 봤다고요. 이들이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은 뭡니까?
“대부분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우울증 질환을 진료했습니다. 무시당하는 경험과 자존감의 상처는 결국 우울증이나 사회불안장애 등과 맞물려 있죠.”
뇌를 혹사하는 시대, AI의 정신상담
— 3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환자들의 양상이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현대인의 뇌가 쉴 새가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PC를 쓰다가 끄고 잤는데, 요즘에는 휴대폰을 잠자리까지 들고 들어갑니다. 그야말로 뇌를 혹사하는 거죠. 이게 공황장애와 굉장히 밀접합니다. 놀라운 건 2000년 이후 출생자의 공황장애 발병률이 생각보다 높다는 겁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 세대죠.”
— 요즘은 인공지능(AI)이 복잡한 사고를 대신해 주니 뇌가 쉴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창의적으로 활용한다면 조력자가 되지만, 뇌를 쉬어야 할 때조차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몰두하며 잠을 설치거나 없으면 불안해 하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 AI가 의료 상담까지 해 주는 시대입니다. 사람 정신과 의사의 고유 영역은 뭘까요?
“정신과 진료의 기본은 공감과 지지인데, 요즘은 AI가 이 기본을 매우 능숙하게 수행하더군요. 저 역시 환자들에게 활용을 권장합니다. 다만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질문에도 AI가 무조건적인 긍정을 보내면 오히려 왜곡된 생각이 강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AI의 효용성을 인정하되, 판단이 모호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약을 처방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AI는 약의 모든 부작용을 나열해 줄 수는 있지만, 그 위험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절한 가이드를 주는 것은 의사의 몫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