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양상을 바꾼 ‘정밀 유도 무기’
이 책에서 저자는 화포가 등장한 이래 전쟁을 지배해 온 ‘탄도학(彈道學)의 원리’가 지배하던 시대가 가고 전쟁이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선언한다. 전쟁을 바꾼 것은 ‘정밀 유도 무기’의 출현이다. 베트남전·제4차 중동전쟁 때 모습을 드러낸 정밀 유도 무기는 진화를 거듭하다가 1991년 걸프 전쟁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흔히 말하는 ‘스마트탄’이다.
“상식은 현실 세계를 안내하기에는 매우 빈약한 지침이다. 특히 전쟁에 관해서는 말이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한때 ‘전장(戰場)의 왕자’였던 전차(탱크)와 전함, 항공모함, 유인(有人) 전투기들이 새로운 무기 체계의 등장과 함께 ‘진부’해진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미래 전쟁’의 초상을 제시한다. 그것은 더욱 정교해진 정밀 유도 무기와 극초음속 미사일, 무인기(無人耭), 그리고 우주전쟁이다.
특히 저자는 우주전쟁의 중요성을 되풀이해서 강조한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기술이 확산됨에 따라, 그리고 기술은 항상 확산되기 때문에, 권력은 거대한 인구나 공장 그리고 무기들을 가진 나라에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 “권력은 지상에서 우주로 향하는 기술의 지배와 빠르게 혁신하는 능력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역설한다. 또 저자는 “그 시점이 되면 소통을 위한 연락장교 이외에 미군의 한국 주둔은 중요한 사안이 되지 않을 것이고, 한국군 역시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무기 체계의 혁신이 주한 미군의 존재 형태나 미래 한미동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저자가 예언한 미래 전쟁의 모습들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면서 이미 현실이 되어 버렸다. 드론이나 전투로봇, 극초음속 미사일 등은 저자가 예견한 수준을 오히려 훨씬 넘어서고 있다. 반면에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되돌아보면, 저자는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글로벌 금융·재정 위기 등으로 인한 미국 국력의 소모, 군사력을 뒷받침하는 미국 제조업의 쇠퇴, 미국 군사 혁신 능력의 정체(停滯), 동맹의 와해, 중국 군사력의 급속한 증강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예견하지 못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피투성이 보병’의 귀환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가치가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미래 전쟁의 양상에 대한 예언’을 넘어 전쟁의 본질과 군인의 본분을 성찰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전쟁 수행 방식에 있어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전쟁의 영구적인 토대는 변하지 않고 있다. 그리스 중장(重裝)보병에게 진실이었던 것은 미군 병사에게도 진실이며, 그것은 정밀 유도 무기의 시대에도 진실이 된다. 전사(戰士)의 가치는 예나 지금이나 용기, 헌신, 극기심이며 정밀 유도 무기는 전차나 쇠뇌, 청동제 갑옷이 했던 것 이상으로 전쟁의 본질을 바꾸어 놓지는 않을 것이다. 기술은 인간이 싸우고 죽는 방식을 바꾸지만 전투의 공포와 영광을 바꾸거나 죽음의 현실을 바꾸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책 본문 마지막 장의 제목은 ‘피투성이 보병의 귀환’이다. 이 또한 적확(的確)한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장(戰場)의 새로운 주인공들인 드론과 전투로봇, 극초음속 미사일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전쟁의 진정한 주인공들은 여전히 ‘피투성이 보병’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전장에서 북한군은 ‘피 맛을 본 군대’가 되어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