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버드맨〉의 마이클 키튼 (Michael Keaton)

  • 글 : 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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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란 무엇인가를 저지르고자 하는 사람들이어서 어떤 일이라도 하게 된다”
⊙ “〈비틀주스〉 〈배트맨〉 감독인 팀 버튼이야말로 진정한 예술가”

朴興津
⊙ 71세. 서울대 사범대 독어교육과 졸업.
⊙ 《한국일보》 기자, 인천과 이천서 교직. 《미주한국일보》 부장·편집국장 역임.
    現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LA영화 비평가협회(LAFCA) 회원.
마이클 키튼의 신작 〈버드맨〉.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나리투가 연출한 〈버드맨〉으로 올해 아카데미 주연남우상 후보에 오른 마이클 키튼(63)과의 인터뷰가 작년 10월 뉴욕의 팰리스호텔에서 있었다. 남우주연상 외에도 작품과 감독 등 총 9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버드맨〉은 한물간 할리우드 스타 리간이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재기를 시도하는 블랙 코미디다.
 
  영화에서 열연을 한 키튼은 지난 1월 필자가 속한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는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코미디/뮤지컬 부문)을 받았는데 2월 22일에 열릴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상을 탈 확률이 매우 높다. 그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배우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근육위축증을 앓고 있는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으로 나온 영국의 젊은 배우 에디 레드메인이다.
 
  간편한 차림에 머리를 짧게 깎은 대머리인 키튼은 나이보다 젊어 보였는데 처음에는 긴장한 태도로 질문에 대답했으나 시간이 가면서 긴장을 풀고 “헤 헤”하며 웃고 농담도 섞어 가면서 매우 진지하게 대답했다. 눈초리가 강렬하고 탄탄한 에너지가 넘쳐 흘렀는데 다소 냉소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영화에는 대사가 많고 또 말하는 속도도 빠른데 사전에 충분한 리허설을 했는지요.
 
  “알레한드로의 뜻대로 만들기 위해선 리허설이 꼭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한달간 리허설을 했지요. 마치 실제 연기하듯이 모든 배우가 참가해 단어 하나도 빼지 않고, 또 동작도 실연과 똑같이 했습니다. 긴 과정이었습니다.”
 
 
  “명성이 주는 부담에 불평하지 않아”
 
  —당신은 히트작 〈배트맨〉으로 빅스타가 됐다가 그 후 활동이 뜸했는데 마치 그 상황이 이 영화와 비슷하군요. 이 영화의 주인공이 〈버드맨〉의 망령에 시달린 것처럼 당신도 〈배트맨〉의 망령에 시달렸는지요.
 
  “난 그런 망령에 시달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배트맨〉에 나온 것은 행운이었지만 이 영화에 나온 것은 그보다 훨씬 더 큰 행운입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그 누구도 만들어 본 적이 없고 또 나도 해 본 적이 없는 아주 독특한 영화입니다. 매우 하기 어려운 영화요 순수예술인데, 나는 어려운 것과 순수예술을 좋아합니다. 나는 도전을 좋아합니다.”
 
  —영화는 명성과 자만에 관한 얘기인데 당신은 명성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았습니까.
 
  “명성에 대해 고맙게 생각해야 돼요. 난 명성이 주는 부담에 대해 불평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보통 젊은 여배우들이 명성의 압박에 시달리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들은 잡지 표지를 장식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 사람들이 그들에게 집착하고 따라다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반면 난 아주 따분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버드맨〉은 이나리투 감독 자신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가요.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그는 50이 됐는데, 그 나이가 되면 자신을 돌아보면서 과연 내가 지금까지 무얼 했는가 하고 자문을 하게 되지요. 그는 이런 자신 속에서 속삭여대는 자아에 대한 회의를 탐구하고자 했지요. 영화는 궁극적으로 인간 본성과 자아에 관한 것으로, 난 그저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실어 날랐을 뿐입니다.”
 
  —리간은 영화배우인데 왜 연극으로 재기를 시도하는 것인지요.
 
  “일반인이나 배우들 중 진짜 연기는 무대 위에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극은 철저한 훈련과 나름대로의 엄격한 규율이 있어서 모두가 다 쉽게 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리간이 무대를 선택한 까닭에도 그런 이유가 조금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불안한 처지를 무대를 통해 보상받고자 한 것이지요. ‘제발 날 사랑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영화에서 팬티바람으로 타임스 스퀘어를 걸은 기분은 어땠는지요.
 
  “내가 진짜 돈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했지요. 그러나 배우란 무언가를 저지르고자 하는 사람들이어서 어떤 일이라도 하게 됩니다. 아마 수영을 못하는 배우보고 영불해협을 수영해 건너라고 해도 할 걸요. 전 그 장면에 대해 너무 심각히 생각 안 하고 일상사를 하듯이 했습니다.”
 
  —촬영 시 그 장면을 모니터로 봤습니까.
 
  “동작을 체크하기 위해 보긴 봤지만 자의식에 빠질 우려가 있어 많이 보진 않았습니다. 보니까 가관이더군요. 그러나 나의 전체적인 역에 충실하기 위해 그 장면에 대해 깊이 생각하려고 하질 않았습니다.”
 
  —감독은 영화를 의식의 흐름이라고 했는데 당신은 영화를 찍을 때 어떤 의식이었습니까.
 
  “그에 관해 우리는 리허설과 함께 실연을 할 때도 계속해 얘기했습니다.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난 내게 주어진 일을 했을 뿐으로, 각본 속 인물의 마음 상태에 어떻게 감정으로 다다를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지요. 리간은 깊은 어둠에 빠졌다가 삽시간에 우스워지는가 하면 또 진지하다가 곧 이어 불안한 상태가 되는 역이어서 촬영 내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때론 집에 와서도 그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해 내리라며 자신을 믿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보지 못했던 것에 매력”
 
필자와 마이클 키튼.
  —이 영화는 베니스영화제에 선을 보였는데 영화제에 대한 소감은 어떤지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가길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영화제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로 즐거웠는데 그런 훌륭한 영화제에서 이런 독창적인 영화를 선보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은 그동안 활동이 뜸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꼭 그렇지도 않아요. 아무도 보진 않았으나 한 일들이 꽤 많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별로 신통치 못한 영화에 나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난 그동안 아주 작은 것들이지만 활동을 제법 했지요.”
 
  —당신은 스탠드업 코미디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오랜 연예계 생활을 해 왔는데 그동안 영화산업이 어떻게 변화했다고 생각합니까.
 
  “내가 그에 대해 말할 올바른 사람인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난 리간처럼 할리우드의 사사건건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대부분의 경우 내 본능을 믿습니다. 나는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요. 그런데 그것은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나는 독창적이요, 흥미 있고 또 흥분되는 것을 늘 찾고 있습니다. 난 적기 적소에 있는 행운을 누렸는데, 특히 〈비틀주스〉와 〈배트맨〉을 감독한 팀 버튼과 함께 일한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팀이야 말로 진정한 예술가이지요. 그와 같이 생각하고 보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배트맨〉의 성공 이후 당신의 여정에 관해 말해 주세요. 편했나요, 아니면 힘들었나요.
 
  “그것은 큰 결실로, 난 정말로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내가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될 것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할 수가 있게 됐지요.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내가 〈배트맨〉으로 성공하는 축복을 받은 이후 더러 영화에 나오긴 했지만 활동이 뜸했던 것은 아내와 헤어진 뒤 혼자 어린 아들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공되는 영화들 가운데 엉터리가 많은 것도 또 다른 이유지요. 나는 영화에 나오려고 찾아다니는 사람은 아니지만 먹고살아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또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나는 리간처럼 자신의 과거 성공의 그림자를 등에 짊어지고 다니지는 않습니다.”
 
  —당신은 목장에서 사는 것으로 아는데, 그에 대해 말해 주세요.
 
  “연중 일부분은 거기서 삽니다. 난 어렸을 때 펜실베이니아주 서부의 시골에서 자라 우리 7남매가 모두 숲과 들을 뛰어다니면서 살았지요. 화장실도 집 밖에 있었어요. 그래도 난 우리 집이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집이라며 좋아했습니다. 나는 그래서 방 안에 오래 못 있지요. 늘 신체적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걷습니다. 그것은 내 유전인자가 돼 버렸어요. 그렇게 동부에서 자란 나는 늘 영화를 보면서 서부를 그리워했지요. 언젠가 서부에 가고 싶어서 20세 때쯤에는 애리조나주의 인디언 거주지역에서도 일했습니다. 그래서 시골에 사는 것은 나의 어릴 적부터의 꿈이었습니다. 내가 사는 목장은 작가와 화가와 사진작가들이 모여 사는 동네이지요. 아침에 일어나 커피 끓여 마시고 메일 보고 개와 산책을 하고 이웃과 할 일을 얘기하다 보면 어느새 저녁이 돼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를 모르지요.”
 
 
  “영화와 연극은 다른 근육”
 
  —LA에서의 삶과 목장에서의 삶을 어떻게 균형을 맞추는지요.
 
  “나는 목장 없이는 못 살지만 LA와 캘리포니아도 매우 좋아합니다. 캘리포니아는 위대한 곳입니다. 사람들이 이곳을 비판하는 것은 질투 때문이에요. 캘리포니아는 앞서 생각하는 곳으로 그 생각이 처음에는 미친 것처럼 여겨지다가도 결국은 세계가 그것을 따르게 마련이지요. 그리고 또 이곳은 인종적으로도 온갖 사람이 모여 살아 아주 흥미있어요. 차로 5시간만 달리면 완전히 다른 세상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 캘리포니아입니다. 특별난 곳이지요.”
 
  —이 영화에서처럼 왜 영화배우들이 연극무대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그것은 중요합니다. 영화와 연극은 완전히 다른 근육을 지녔지요. 연극의 이점은 오랜 리허설입니다. 3~4주씩 연습하다 보면 극중인물이 완전히 자기 것이 되지요. 그리고 연극은 매일같이 달리 연기할 수 있지만 영화는 단 한 번의 연기가 필름에 담겨지게 마련입니다. 나는 대학 때 연극을 잠깐 한 뒤로는 별 경험이 없는데 아주 즐거웠어요. 최근에 와서 나는 연극 대본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말할 것은 연극배우가 영화배우보다 반드시 나은 배우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당신의 연기가 격찬을 받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지요. 이 영화가 당신 생애의 새로운 전기가 되리라고 생각합니까.
 
  “정말로 기분이 좋습니다. 새 전기라는 면에서는 그럴 수도 또 아닐 수도 있어요. 근본적으로 나는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꾸준히 같은 일을 하는 스타일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게 된 것은 정말로 축복입니다. 난 벌써 영화를 세 번이나 봤는데 앞으로 얼마를 더 볼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때는 영화에 너무 몰입해 내가 나온 것도 잊을 정도입니다. 내 자랑 같지만 정말로 좋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 이후 당신에게 출연 제의가 쇄도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난 일하는 것을 즐깁니다. 결국 사람에겐 일이 매우 중요한 것이지요. 난 지금 〈스팟라이트〉라는 영화에 출연 중입니다. 보스턴 글로브가 폭로한 보스턴 가톨릭교구 신부들의 아동성추행에 관한 실화인데 각본과 감독(탐 맥카시)과 배우들이(마크 러팔로와 레이철 맥애담스) 다 좋아요. 그러니 난 2연타 히트를 하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나는 흥분하지 않고 내 갈 길로 서서히 가고 있습니다. 한 가지 신통한 일은 이 영화 후 그동안 몇 년간 한마디 없던 영화계 사람들이 갑자기 내게 전화를 걸어 와 ‘아이 러브 유 마이클’이라고 축하했다는 사실입니다.”
 
  —얼마 있다 다가올 시상 시즌에 당신이 상을 탈 가능성에 대해 벌써부터 말들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상당히 좋은 일이지만 솔직히 말해 지금으로선 아무 것도 장담 못해요. 상을 타게 되면 멋있는 일이겠지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런 좋은 영화에 나오게 돼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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