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차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도착한 것은 9월 16일 아침이었다. 두 번째 찾은 에든버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저녁에 찾은 펍(pub)은 유난히 활기에 차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물어보니 9월 18일로 예정된 스코틀랜드 독립에 관한 국민투표 때문이라고 했다. 순간 ‘내가 역사적 순간이 될 수도 있는 시기에 스코틀랜드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 정치적 열정이 들끓는 시기에 뜻밖의 봉변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것은 기우(杞憂)였다. 나는 스코틀랜드에 머무는 동안 어떠한 일탈행위도 보지 못했다. 요란한 시위도 없었다. 독립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YES’, 반대하는 사람들은 ‘NO’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면서 조용히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뿐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광화문 광장쯤 되는 에든버러 광장에서는 몇몇 사람이 모여 ‘YES’라는 스티커를 붙인 피켓을 들고 조용히 인터뷰를 하거나 침묵시위를 했다. 요란하고 폭력적인 한국의 시위문화에 익숙해 있던 내게는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펍이나 레스토랑에서는 독립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그조차도 여러 대화 주제 중 하나일 뿐이었다. 언성을 높이는 사람은 없었다. 저마다 자신의 주장을 논리정연하고 차분하게 전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9월 19일 아침, 국민투표 결과가 나왔다. 투표율은 92%. 투표자의 55%가 ‘NO’를 선택해, 스코틀랜드는 영국의 일부로 잔류하기로 했다.
결과가 나온 후 몇몇 스코틀랜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태도에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독립을 찬성했던 사람들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There is nothing we can do)”라며 어깨를 으쓱하고는 일터로 돌아갔다. 참 신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TV에서도 은행제도에서부터 경제정책, 사회제도 등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있었지만, 결과에 대한 불복은 없었다.
스코틀랜드에서 진정한 ‘민주시민’의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모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