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한국의 선진화와 스위스 ⑥

작지만 강한 나라의 비결은

  • 글 : 장철균 서희외교포럼 대표·전 스위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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張哲均
⊙ 63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석사.
⊙ 제9회 외무고시. 주 중국 공사·외교부 공보관·주 라오스 대사·주 스위스 대사.
⊙ 現 서희외교포럼 대표.
국경일에 건물에 걸린 스위스 칸톤(州)의 州旗들. 스위스는 칸톤 중심의 지방자치와 직접민주주의를 꽃피웠다.
경쟁력의 사전적 의미는 ‘경쟁할 만한 힘 또는 그런 능력’이다. 따라서 경쟁력이 높다는 것은 경쟁할 만한 힘이 크다는 뜻이고, 경쟁력이 낮다는 것은 힘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국제시장에서 경쟁하는 주체는 기업이고 심판은 소비자가 한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기업과 그 제품은 승자가 되고 선호도가 떨어지면 패자가 되는 준엄한 경쟁의 법칙이 적용된다.
 
  그래서 각 나라는 국제사회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효율적인 정책과 전략을 수립해서 시행한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 자체도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을 구성하게 된다. 올림픽 경기에서 스포츠 경쟁력의 국가별 순위가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가경쟁력은 기업이 다른 나라의 기업들과 세계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효율적인 사회구조, 제도 및 정책을 제공하는 국가의 총체적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경쟁력이란 용어는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그는 기업의 대외경쟁력, 즉 국제적 경쟁력이 기업 내부의 경영효율뿐 아니라 기업 외부의 여건에 의해서도 좌우된다는 점에 착안해 국가경쟁력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오늘날 국가 간 장벽이 낮아지고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가 자유로이 이동하는 세계화 시대에서는 개인이나 기업이 무한경쟁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이러한 주어진 조건하에서 국가경쟁력은 한 나라의 경제성장과 대외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국가경쟁력은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선진국으로의 발전방향을 제시해 준다.
 
 
  WEF와 IMD의 국가경쟁력지수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여러 종류의 기준과 지수가 등장했다. 세계은행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순위, 헤리티지재단의 경제자유지수,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 무디스와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국제연합개발계획의 인간개발지수, 퓨처브랜드사의 국가브랜드지수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 평가는 각 기관의 관심사에 따라 상이한 평가기준을 가지고 발표되는 만큼 객관적인 국가경쟁력의 척도로 보기는 어렵다. 비교적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국가경쟁력은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과 국제경영개발원(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이 조사해서 발표하고 있다.
 
  IMD는 국가경쟁력을 ‘한 나라의 경제 환경 및 여건이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국부를 증가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모든 나라가 경쟁력 창출 자원과 창출 과정을 관리, 경영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경제적·사회적 해결방안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환경에 기민하게 반응할 때 경쟁력이 가장 잘 성장할 수 있다는 고전적 시장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IMD는 해당 국가와 지역경제의 공식통계(3분의 2)와 민간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3분의 1)를 분석해 국가경쟁력 순위를 평가해서 <세계경쟁력연감>을 발표하고 있다. 먼저 국제통계로는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18개 신흥공업국 및 시장경제 참여국을 대상으로 국제기구, 지역 또는 민간기구, 그리고 각국 정부로부터 수집하고 있다. 설문조사는 세계 4000여 명의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WEF는 IMD와 다른 방식으로 국가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WEF는 국가경쟁력을 ‘지속적 경제성장과 장기적인 번영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제도 및 제반 요소’라고 정의한다. 국가경쟁력 평가를 위해서 제도적인 요인, 인프라 시설, 거시경제, 보건 및 초등교육, 고등교육과 직장훈련, 시장효율성, 과학기술 수준, 그리고 기업활동의 성숙도와 혁신 등 9개 지표에 대한 통계자료와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서 경쟁력을 산출하고 국가별 순위를 평가하고 있다.
 
  IMD는 경영대학원이라는 기관의 성격을 반영하여 기업 입장에서 분석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WEF는 경제성장론적인 입장에서 평가하기 때문에 다소 관점이 다르다. 또한 WEF는 IMD에 비해 설문조사 항목의 비중이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가중치는 낮게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객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국가경쟁력은 단기간에 변동하기 어려운 성격이 있는데 IMD의 평가는 변동성이 매우 크고 WEF는 비교적 작다는 점에서 WEF의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국가경쟁력의 현주소는 20위권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어느 정도로 평가되고 있을까. 경제적 규모와 구조상의 기준으로만 보면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초고속 경제성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불안정 요인이 산재해 있다. 정치적 분열, 이념갈등, 사회·경제적 양극화, 청년실업과 고령화, 성장잠재력 저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었는지 혹은 내실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의문들 때문에 국내외에서 발표하는 각종 국가경쟁력 관련 지수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경쟁력지수는 등락을 반복하고, 각종 지수별 순위도 다양이지만 공통된 특징은 IT(정보통신)경쟁력지수나 전자정부지수 등 소위 하드웨어 중심의 지수에서는 한국이 선진국이지만 부패지수, 환경지속성지수, 여성권한지수, 행복지수 등 소위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소프트웨어 중심의 지수에서는 아직도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2012년 IMD가 발표한 <세계경쟁력연감>의 국가경쟁력에 의하면 한국은 조사대상 59개 국가 및 지역경제 가운데 2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2008년 이후 3년 연속 상승해 2008년 31위, 2009년 27위, 2010년 23위, 2011년 22위로 지난 1997년 IMD 조사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국가별 국가경쟁은 홍콩이 1위를 차지했고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 스웨덴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4대 평가 분야인 기업효율성(25위) 경제성과(27위) 정부효율성(25위) 인프라(20위) 분야에서 중위권, 중간부문에서는 국내경제(16위) 고용(8위) 공공재정(10위) 기술인프라(14위) 과학인프라(5위) 분야가 우수한 영역으로, 반면에 국제투자(42위) 물가(54위) 기업관련법규(42위) 사회적여건(32위) 생산성·효율성(32위) 분야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WEF의 2012년 국가경쟁력 순위 평가에서는 한국이 전체 144개 국가 중에서 19위를 차지, 2011년보다 5단계 상승했다. 한국은 지난 2009년 전체 19위, 2010년 22위, 2011년 24위로 3년 만에 19위를 회복했다. 이는 IMD 국가경쟁력 순위인 22위보다 높은 것이기도 하다. 국가별로는 스위스가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가 2위, 핀란드는 3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홍콩 9위, 일본 10위, 중국이 29위이다.
 
  보건 및 초등교육, 상품시장의 효율성, 거시경제 환경과 기업혁신, 인프라, 고등교육 및 훈련, 기술수용의 적극성, 시장규모 등은 10위권을 나타냈지만 제도적인 요인과 노동시장의 효율성, 금융시장의 성숙도 등은 60위권 밖에 포진되는 등 낙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19위라는 비교적 양호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세부항목에서는 111개 항목 중 약 10%에 해당하는 12개 분야에서 144개국 중 10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은 낙제점을 받은 셈이다. 이 결과는 고질적인 한국병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부와 정치권의 비효율성, 대립적 노사관계 등과 가계부채에 짓눌려 있는 은행 건전성도 하위권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제도적 요인이 가장 문제가 많다. 정부 정책결정의 투명성(133위), 정치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117위), 정부 규제 부담(114위), 정부 지출의 낭비 여부(107위), 기업 이사회의 유효성(121위), 소수주주의 이익 보호(109위)가 취약점이었다. 노동시장의 효율성도 여전히 미흡했고 노사간 협력(129위), 정리해고 비용(117위), 고용 및 해고 관행(109위)도 좋지 못했다.
 
 
  OECD국가의 경쟁력과 한국의 경쟁력
 
  지속적 성장의 관점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선진국의 국가경쟁력과 비교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2011년 한국정부는 OECD 34개국과 한국의 각종 지표를 비교 분석해서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의 통계지표를 바탕으로 경제, 사회통합, 환경, 인프라 네 부문을 평가했다.
 
  첫째, 경제 부문은 비교적 경쟁력이 높았다. 거시경제지표와 기술혁신 부문 모두 상위권이었고, 총외채 비중은 회원국 중 가장 적었으며,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은 가장 높았다. 국내총생산(GDP)은 OECD 국가 중 10위를 기록했으며, 무역규모는 8위, 특히 경제성장률과 잠재경제성장률은 전체 2위를 차지했다. 경제총량 부문에서는 거의 선진국을 따라잡은 수치다.
 
  그러나 청년고용률이 뒤에서 여섯 번째였고, 불안정한 일자리인 자영업 비중이 30개국 중 네 번째로 높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OECD 34개 국가 중 26위에 그쳤다. 연평균 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오래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재해 사망률은 비교대상 23개 국가 중 22위를 기록해 근로환경도 최악의 수준이었다. 근로자 10만명당 산재 사망자는 OECD 평균 4.8명이었으나 한국은 18명이나 됐다.
 
  둘째, 사회통합 부문에서 소득분배와 양성평등 등 형평성 지표는 모두 하위권이었고,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등 안전 부문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와 빈곤율은 각각 24위와 20위를 기록해 소득 양극화 수준도 다른 나라에 비해 심했다. 임시직 근로자 비율도 전체 31개 비교대상 국가 중 6위를 차지해 고용 양극화도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부채는 31개 국가 가운데 4위를 기록해 양호한 재정상태를 보였지만, 가계부채 부문에서는 18위로 떨어져 국민이 지고 있는 빚 부담은 비교대상국 가운데 중하위권에 그쳤다.
 
  사회통합에서 중요한 지표인 신뢰지수는 1.7로 OECD 평균(1.6)보다 높아 신뢰도가 높았다.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도도 4위였다. 모르는 사람을 도와준 적이 있는 사람의 비중을 나타내는 사회지원 비중 현황에서는 41.5%로 OECD 평균 46.5%에 못 미쳤다. 반면 한국의 부패지수 순위는 30개 나라 중 22위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고, 법치 수준도 34개국 가운데 25위를 기록해 국민들의 법 의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환경 부문에선 환경 부하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았지만, 도시 쓰레기 재활용률은 28개국에서 가장 높았다. 정부가 환경보호를 위해 지출하는 예산의 비율도 29개국 중 세 번째로 높았다. 환경 부문에서도 한 사람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증가율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각각 28위와 25위를 차지해 하위권을 맴돌았고,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34위로 OECD국가 중 꼴찌였다. 다만 도시쓰레기 재활용률이 1위를, 환경보호 지출이 3위를 기록해 환경보호 시스템은 잘 갖춰진 것으로 평가됐다.
 
  넷째, 인프라 부문에서는 법치 신뢰가 낮고, 부패지수는 높아 사회자본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도로나 철도, 통신과 전력 등 물적 자본은 충분하지만, 사회 분위기는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또 교육수준은 높았지만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30개국 중 세 번째로 많았고, 인구밀도 역시 29개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혁신이나 교육 부문에서 양적인 투입은 세계 상위권이지만 질적으로는 처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GDP 대비 연구개발(R&D) 지출비율은 3위, 이공계대학 졸업자 비율은 2위로 최상위권이었지만 박사학위 취득자 중 이공계 비율은 27위, 논문 1편당 피인용 횟수는 22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대학졸업자 비중(63%)도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고, GDP 대비 공교육 지출비중도 2위를 차지해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인구대비 우수대학 수는 24개 국 중 17위로 대학은 많으나 세계적인 대학은 적었다. 그 결과 한국에 공부하러 오는 유학생 순유입률도 23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21세기 들어 세계 각국은 냉전체제의 종식과 지식정보화 사회의 도래에 따라 변화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세기 세계화의 모범국가로 산업화 시대를 주도했던 스위스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2012년 스위스는 WEF가 세계 12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가경쟁력지수에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IMD가 발표한 <세계경쟁력연감>의 국가별 국가경쟁력에서도 스위스는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가 2위, 핀란드가 3위, 스웨덴이 4위, 네덜란드가 5위, 독일이 6위, 미국이 7위, 영국이 8위, 홍콩과 일본이 각각 9위와 10위에 랭크됐다. 무엇이 스위스의 국가경쟁력을 1위로 만들었을까.
 
 
  ‘스위스 나이프’와 같은 정신
 
  먼저, 스위스의 경쟁력은 유형적인 인적·물적 경쟁력 요소보다는 다양한 언어, 종교, 지방과 직업군 간의 조화를 통한 독특한 통합정신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스위스는 프랑스어, 독어, 이탈리아어, 레토만어 등 4개의 공식 언어를 사용하고 있고 종교혁명의 본산지임에도 불구하고 신교와 구교가 큰 충돌 없이 공존하고 있다.
 
  언어, 민족, 종교 등 여러 면에서 스위스가 하나의 국가로 뭉쳐진 이유를 찾기 힘들지만 스위스는 이러한 분열적 요소를 성공적으로 조화·융합시킴으로써 민주주의와 평화의 전통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다양한 분열적 요소를 발전적으로 통합하여 승화시킨 스위스의 성공 사례는 바로 유럽연합(EU) 탄생의 모델이 되었고, 처칠은 전후 스위스 취리히에서 EU 창설을 제창한 바 있다.
 
  다음으로, 부족한 자원과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로 가난했던 스위스는 이민, 용병을 통해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면서 쌓은 근면성, 성실성, 장인정신이 안정된 노사관계, 직업교육 강조 등으로 재현되어 국가경쟁력 제고의 중요한 한 축을 맡고 있다.
 
  또한 특정 이념이나 가치보다는 실질적인 이익을 중시하는 실용정신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 시대에는 영국의 첨단기술과 프랑스, 독일 등의 선진제도를 도입하여 농업국에서 제조업 국가로의 원활한 전환에 성공하였다. 또 두 차례의 세계대전 시대에는 영세중립국을 지켜 내 인적·물적 자본 축적의 기회로 만들었다. 그리고 냉전시대에는 이념을 넘어선 평화와 대화의 대표적인 장소였다. 스위스는 실용정신으로 역사적 전환기를 발전의 계기로 적극 활용했다.
 
  다양성 속에 통일성으로 대표되는 융합정신, 불리한 환경을 극복한 근면과 실용정신은 정치·경제·사회 체제 모든 곳에서 발현되어 안정된 경제사회, 정치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정신이 질 좋은 노동력과 사회 인프라와 연결되어 ‘작지만 강한’ 경제국가를 건설하고 스위스를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국가로 만든 핵심요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스위스 정신은 마치 여러 개의 기능을 각기 수행하면서도 단단하게 하나로 통합된 실용적인 스위스 나이프를 연상시킨다.
 
 
  직접민주주의와 정치, 사회적 안정성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옛 국제연맹 본부 건물. 영세중립국인 스위스에는 일찍부터 각종 국제기구가 모여들었다.
  스위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영세중립국, 칸톤 중심의 지방자치, 그리고 주민투표로 대표되는 직접 민주주의 제도의 정착은 스위스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자유롭고 안정적인 정치·경제 환경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였다. 스위스의 개방성이 다양성과 통일성의 조화를 이루어 20세기 세계화의 모범국가가 될 수 있었다.
 
  이러한 통합의 중요한 장치는 바로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완한, 스위스 국민의 직접투표를 통한 칸톤 중심의 주민자치제도이다. 스위스는 1848년 헌법 이래 교육, 사법 등 주요 문제에 대해서는 각 칸톤과 읍·면의 주민투표로, 국가 전체 문제는 국민투표로 결정해 오고 있다. 특히 시민발의제도는 스위스 직접민주주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언어, 인종, 종교 등의 다양성을 통합하여 20세기 산업사회의 발전을 이끌고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스위스의 통합정신은 개방성으로부터 출발해 영세중립국으로 발전한다. 우선 종교·사상의 자유를 보장해 온 역사적 전통은 볼테르, 제임스 조이스와 유대인들에게 공산주의와 나치즘을 벗어날 수 있는 피난처를 제공했으며 국제적십자사, 국제연맹(유엔 전신)본부, 유엔난민고등판무관 등 각종 국제기구가 제네바에 모여 들었으며, 레이건-고르바초프 회담 등 각종 평화회담과 조약이 제네바, 바젤, 베른, 취리히 등 스위스에서 개최되는 근원을 제공해 왔다.
 
  스위스의 개방성은 경제적 측면에도 반영되어 5000여 개의 다국적기업이 스위스에 있고 헤르만 헤세, 찰리 채플린, 아인슈타인 등 문학·예술·과학 분야의 유명인사도 스위스에서 자신의 분야를 넓혀 갔다.
 
  스위스는 개방성을 통해 유입된 다양한 요소들을 통일성의 정신을 통해 접목시켜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해 내고 있다. 4개국 언어의 공용화 정책은 스위스 국민들에게 2개 이상의 언어 습득 기회를 제공하여 인적 경쟁력을 확장하였고 종교이념, 인종에 대한 개방성은 우수한 인력·기술·자금의 유입으로 연계되어 스위스 제조업과 금융산업의 발전으로 직결되었다.
 
  이러한 전략적 개방형 자율경제 체제가 다양성과 통일성이 공존하는 ‘스위스 나이프’와 같은 독특한 정신에 의해 새로운 국가경쟁력을 창출하고 있다.
 
  스위스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이 사람, 즉 효율적인 인적자원에 있음은 더 이상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유일한 자원인 인적 자원을 극대화하고 교육제도를 혁신해 나가는 스위스의 노력을 앞서 살펴본 바 있다. 다만 국가경쟁력의 제고 차원에서 스위스 직업학교 학생이 학교와 직장을 동시에 다니며 기술을 익히는 이중 시스템(Dual System)을 적극 활용해 고숙련 기능인력을 육성하고 산학협력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은 다시 지적해 둘 필요가 있다. OECD에 따르면 학교에서 직업교육을 받는 고등학생의 비율은 스위스가 64%나 된다.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고부가가치 산업
 
스위스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명품 스위스 시계들.
  스위스는 빈약한 자원의 작은 국가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스위스의 전통적 강점을 살리면서 미래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으로 금융·관광 산업 등 대표 서비스 산업과 첨단기술 우수인력,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고급시계, 정밀기계산업, 의약·화학 산업 등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제조업 강국을 건설했다.
 
  시계 산업의 경우, 650여 개의 중소업체가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여 전체 수출의 8%를 차지하고 있다. 스위스 시계 산업은 최초의 손목시계, 최초의 수정시계, 최초의 방수시계를 만들어 내는 등 끊임없는 혁신 및 창조적 상품 개발로 오늘날 전 세계 시계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스위스 화학 산업도 시작 단계에서부터 협소한 국내시장과 석유 등 원자재 결핍에 따라 전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고부가가치의 특수화학 제품 생산에 초점을 맞추었다. 화학 산업은 연 250억 달러를 수출해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스위스의 제약업체는 노바티스, 로슈와 같은 대형 회사와 400여 개의 중소업체가 있으며 대부분 전 세계로 수출하는 기업들이다. 이들이 생산하는 약품은 세계 시장의 10%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제약업체 역시 끊임없는 R&D와 혁신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여 스위스의 국가경쟁력 1위를 떠받치는 원동력이다.
 
  스위스는 30만개 기업 중 99.7% 가 중소기업이지만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은 히든 챔피언이 대다수로 법인세 부담률이 매우 높아 대기업보다 국가재정에 대한 기여도가 크다. 한국의 중소기업도 전체 기업수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점에서는 스위스와 별 차이가 없지만 법인세 부담률이 10% 이하로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매우 낮다.
 
  이들 히든 챔피언은 글로벌 틈새시장을 찾아내 주력 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쌓으면서 가족주의 문화에 입각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경영하고 기술혁신을 추구하며 차입경영을 최소화해 글로벌 위기에도 흔들림 없이 성장하는 기업들이다.
 
 
  연구개발과 끊임없는 혁신의 창조경제
 
  스위스 전체 연구개발 투자의 4분의 3을 담당하고 있는 스위스 기업들의 특수 분야에서의 기술우위 선점과 혁신 노력이 국가경쟁력 1위의 또 하나의 비결이다. 그중에서도 과학연구기관의 질(1위), 기업의 연구개발 지출(1위), 대학-기업 간 연구개발 협력(1위), 지적재산권 보호 정도(3위), 기업혁신과 성숙도가 뛰어나다. 스위스 국가경쟁력의 결정적인 힘은 연구개발 투자의 성과에 있다. 기초과학 연구와 기술개발을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 데다 투자도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연구개발 투자는 전 세계 연구개발 투자의 2.9%를 차지하는 한국보다 높은 3.6%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수치는 양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엄청난 투자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스위스는 연구개발 투자와 환경이 좋아 과학자의 천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R&D 투자의 성과는 스위스가 2006년까지 물리, 화학, 의학 등 과학 분야에서 2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고, 인구수 대비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라는 사실에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스위스가 유로존의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화학, 제약, 정밀기기, 식품, 금융 등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이 균형있게 발달하였고, 고부가가치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이들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혁신의 배경에는 스위스 기업이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R&D를 적극 장려하고 있으나 기업 부문의 R&D 투자비중이 3배나 더 높다.
 
  스위스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요인의 하나는 활발한 산학연대협력이다. 특히 응용과학에 특화된 로잔연방공대는 120개국에서 교수 370명과 학생 8500명(박사 1975명 포함)으로 다양하며, 외국인 비중은 전체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 캠퍼스에는 기업이 입주한 이노베이션 스퀘어와 사이언스 파크를 조성하여 대학과 기업의 경계를 허물었다. 노바티스, 시스코 등 11개 글로벌 기업과 100여개 벤처기업의 1150명과 대학 연구진이 함께 R&D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연평균 발명 90건, 특허출연 45건, 라이선스 취득 45건, 벤처창업 15건이 창출되고 있다.
 
  스위스는 첨단기술 유출을 우려하기보다는 해외의 우수 인재 영입 또는 국내외 프로젝트 팀워크를 통한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해외교류 기회를 늘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장려하고 있다. 특히 스위스 정부에서는 R&D를 지원하면서 기술이전 또한 적극 장려하고 있다. 연구기관, 연방공대 등에서 개발한 기술 및 연구결과를 기업과 연결시키는 프로그램들이 있으며, 중간에 연구기관의 연구결과를 상용화해서 다시 기업에 넘기는 프로그램도 있다.
 
 
  완전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 산업구조
 
  시계, 은행, 관광의 3대 산업은 스위스의 상징인 동시에 일자리 창출의 보고다. 세계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는 1등 상품, 1등 서비스로 기업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며 투자를 확대해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일자리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이상적 선순환 구조가 스위스 산업 시스템의 강점이다.
 
  OECD 주요 회원국 20개국을 대상으로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모니터그룹이 조사한 청년일자리 창출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스위스는 정부규제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1위를 차지했다. 탄탄한 경제구조를 바탕으로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권에서 한발 벗어나 있는 스위스가 세계 최고의 일자리 경쟁력을 갖춘 나라로 꼽혔다. 다음은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순이었다. 반면 유럽 재정위기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후퇴하는 경제, 경직된 노사관계로 일자리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위스는 제조업 중 정밀기계, 전자기계와 화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UBS 등 글로벌 금융회사와 천혜의 자연조건을 기초로 한 관광업을 통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인구가 적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술만 있으면 국적과 상관없이 누구라도 스위스 정부자금을 활용한 창업지원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 모여든 인재들은 다시 이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스위스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한국 국가경쟁력의 강약과 명암
 
  한국의 무역규모는 8위인데 국민소득 26위로 1인당 GDP는 하위권이며 근로시간은 최장으로 나타났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은 경제성장률과 재정건전성은 좋은 반면 근로시간이 너무 길고, 사회구성원 간 신뢰도가 떨어져 삶의 질은 선진국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나 GDP가 비슷한 호주와 네덜란드 등과 경쟁력 지표를 비교했을 때는 한국이 사회통합과 환경 부문에서 특히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경제 경쟁력은 높지만 양극화와 사회 불신이 심각하다. 경제성장률이나 재정수지, 외환보유액, 거시경제의 건전성, 정부 재정 등 경제관련 지표들은 상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사회평등이나 의사소통, 청렴도 등 사회자본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지니계수, 신뢰지수, 법치수준, 부패지수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둘째, 한국의 교육열은 높지만 내실은 부족하다.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대학 졸업자 비중도 30개국 중 1위이지만 교육비 내실 지표인 교육경쟁력은 최하위에 머물렀다.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반영하는 유학생 순유출·입률을 보면 한국대학에 유학하는 대학생은 최하위 수준인 반면, 외국 대학 유출률은 높아 한국의 고등교육기관 질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셋째, 기술혁신이나 교육 부문에서 양적인 투입은 세계 상위권이지만 질적으로는 처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역시 GDP 대비 공교육비 지출비중도 7.5%로 25개국 중 2위에 올랐다.
 
  넷째, 고용과 산업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지니계수의 경우 선진국 33개국 가운데 20위로 하위권이다. 또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 비율은 낮아지고 빈곤층은 증가하고 있다. 고용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돼 임시직 근로자 비중은 6번째로 높고, 산업 간 격차도 벌어졌으며, 특히 서비스 산업은 발전 정도가 미흡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건전성 측면에서 대기업의 부채비율은 낮고 중소기업은 높아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한국은 양적으로는 10위권의 선진국, 질적으로는 30위권의 중진국으로, 외형은 성인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부실한 모습이다. 국가경쟁력은 경제만 우등생이다.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의 삶은 고달프다. 경쟁력이 취약한 기술혁신, 사회자본, 고등교육, 양극화, 외국인력 유치, 중소기업 등 6개 분야에 대한 개선이 요구된다.
 
  국가경쟁력이 취약한 부분을 향상시켜 나가는 데 있어서 한국과 유사한 환경과 규모를 갖고 있는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중요하다. IMD의 장 피에르 레만(Jean Pirre Lehman) 교수는 유럽의 강소국 네덜란드, 스웨덴, 스위스, 오스트리아를 연구하면 한국이 무엇을 배워야 할지를 분명히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한국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한국과 유사한 환경과 주어진 조건에서 오늘날 세계 국가경쟁력 1위에 올라 있는 스위스를 염두에 두면서 한국의 국가경쟁력 증진방향에 관해 생각해 보자.
 
  첫째, 한국정신을 강화하는 국민의식 개혁운동이 필요하다. 단기간의 압축성장으로 상업주의와 금전만능주의는 확산된 반면, 신용·원칙·법치·책임과 같은 사회적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정부 차원에서는 의사소통을 통해 공공 부문의 신뢰도를 높이고, 부패개선과 기회균등으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고 국민 차원에서는 도덕재무장과 같은 범국민적 의식개혁 운동을 전개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교육개혁을 통해 인적자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대학 진학률은 높지만, 유학생 유출률이 높고 인구대비 우수대학 수 등이 낮다. 대학이 연구목적보다는 주로 취업준비 기능을 하고 있다. 양적 기준의 외형적 경제성장과 하드웨어 중심의 국가기반만으로는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사교육비는 물론, 불필요한 대학진학 경쟁의 제반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서도 스위스형 직업훈련 병행교육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국가경쟁력 확보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소프트웨어와 제도적 틀이 만들어질 때 가능하다. 특히 지식정보화 시대는 거시적 차원의 경쟁력보다 미시적 차원의 경쟁력이 더욱 중요시되고 그 핵심은 인적자원 축적에 있다. 국민 개개인이 경쟁력을 길러 나갈 때만이 진정한 국가경쟁력 향상을 이룩할 수가 있다.
 
  셋째, 정치 행정의 안정성을 통해 기업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IMD가 평가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낮은 것은 대부분의 기업경영인들과 외국인 기업가들이 한국의 사업 환경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2008년 대통령 자문기관으로 설치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산업단지 공급가격 인하 방안,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 군사시설 관리 이전 방안, 도로사업 효율화, KTX고속철도망 구축전략 등 국내적 조치에 집중되어 있는데 대외적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반 노력도 균형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넷째, R&D 투자의 효율화로 기술혁신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의 R&D 양적 투입은 높지만, 질적 성과가 낮다는 조사결과는 성과에 초점을 맞춘 지원 시스템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공공연구기관의 역할을 대형 기초연구나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시켜 대학이나 민간이 담당하기 어려운 연구를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기술평가와 금융지원의 연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위스의 산학연계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 한국의 경제력은 10위권 이지만 국가경쟁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글로벌 제조업체는 있지만 금융, 서비스업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때문이다. 아시아권에서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국가경쟁력 상위를 기록하는 이유이자,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경우 GDP의 4분의 3이 서비스업에서 창출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오늘날의 지식기반 경제시대에는 서비스업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여섯째, 히든 챔피언을 양산하자. 한국의 중소기업은 업체 수와 종사자는 많지만, 부가가치 창출 능력 등 질적 측면이 미흡하기 때문에 투자대상을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하고, 연구기관이나 대학과 연계해 고급·숙련 인력을 확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 제도개선 노력만으로는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주체들이 자발적으로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곱째, 소득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 소득분배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보다는 나쁘고 산업이나 기업 규모에 따른 고용과 소득의 양극화가 여전하다. 따라서 한계집단에 대한 보호와 투자를 강화하고, 보건·사회복지 등 사회서비스 산업을 육성해 나가야 한다. 또 최저생계를 보장해 주는 사회안전망이 갖추어질 때 우리 사회의 경쟁력은 또 다른 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투자를 위한 재원 조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소득수준과 경제능력에 걸맞은 조세부담을 검토하고 이에 따른 세제개혁이 요구된다.
 
  여덟째, 대외개방형 경제체제를 구축해 고급인력을 유입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 사회와 출산율 저하 등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비해 인력 특성별 외국인 전문인력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 대·중소기업형 전문인력을 구분해 유치하고 비전문 외국 인력의 유입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켜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업체·종사자 수는 많지만 부가가치 창출능력과 같은 질적 측면 부족을 지적,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생태계의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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