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의 목소리

MZ 세대가 바라보는 국민연금

“국민연금, 안 내고 안 받을래요”

  • 글 : 고기정 월간조선 기자  yamko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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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은 ‘리볼빙’과 같아… 뒤로 갈수록 부담 커져”
⊙ “윤석열 정부, 국민연금에 대한 논의 제기 자체로도 대단”
⊙ “국민연금에 대한 문제 제기를 세대 갈등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아”
⊙ “국민연금으로 노인 빈곤 문제 해결할 수 없어”
⊙ “30년 후에 세금 낼 사람들에게 미루지 말고, 현세대가 국민연금 문제 해결해야”
8월 22일 손영광 바른청년연합 대표가 국회소통관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바른청년연합
“현행 국민연금은 다단계 금융 사기(Ponzi scheme)죠. 차라리 안 내고 안 받는 게 나아요.”
 
  윤석열 정부가 국민연금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히며 현행 유지됐던 국민연금 제도의 허점이 수면으로 올라왔다. 대한민국 사회가 심각한 저출생·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미래 국민연금을 납부해야 할 사람보다 수급받는 사람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미래 세대에게 책임을 지운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에 MZ 세대(1981~2010년 출생한 세대) 사이에서는 “안 내고 안 받겠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tvN 예능 프로그램인 〈SNL KOREA〉에서는 국민연금과 관련된 풍자 노래가 나오기도 했는데, 그 가사를 살펴보면 “낼 사람은 줄어 줄어, 받을 사람은 늘어 늘어” “걱정하지 마! 아직 고갈은 아니야” “난 연금의 노예, I got you 연금 수령” 등이다.
 
  기자도 2001년생, 23세로 Z 세대 일원이다. 국민연금 납부 등으로 인해 약 30여만 원 깎인 월급 명세서를 받아 볼 때면 국민연금 납부를 거부하는 MZ 세대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퇴직까지는 약 35년이 남은 상태. 추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수령일이 까마득하다. 심지어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그때까지 연금이 남아 있을 것 같지도 않아 불안한 마음이 든다. 입출금 통장처럼 납부한 액수를 확인할 수 없으니 답답함도 커진다.
 
  MZ 세대가 국민연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더 자세히 들어보고자 MZ 세대 청년인 바른청년연합의 손영광(孫榮光·33) 대표를 포함한 정성민(丁誠珉·23), 이재영(李在英·25) 단원과 국민연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국민연금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공적 연금 제도인 국민연금은 국민 개개인이 소득 활동을 할 때 납부한 보험료를 기반으로 하여 나이가 들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 또는 장애를 입어 소득 활동이 중단된 경우 본인이나 유족에게 연금을 지급함으로써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민연금은 1960년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행된 공무원연금이 시초로, 1988년부터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다.
 
  국민연금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60세 미만의 전 국민을 적용 대상으로 하고(단, 공무원연금법·군인연금법·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의 적용 대상자와 저소득 계층 등은 제외), 1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과 사업장 가입자가 아닌 지역 가입자, 본인의 희망에 의한 임의 가입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국민연금의 재원(財源)은 가입자가 매월 불입하는 보험료로, 보험료는 가입자가 자격 취득 시의 신고 또는 정기 결정에 의하여 결정되는 기존 소득월액에 보험료율(9%)을 곱하여 산정한다. 사업장 가입자의 경우는 본인과 사업장의 사용자가 각각 절반(4.5%)씩 매월 부담하고, 지역 가입자의 경우는 가입자 본인이 전액 부담한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로 상향 조정하는 대신 세대별로 인상 속도를 차등화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1년 기준 지급분 인상률을 세대별로 살펴보면, ▲20대 0.25%p ▲30대 0.33%p ▲40대 0.5%p ▲50대 1%p다. 소득대체율도 기존 40%에서 42%로 소폭 상향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폭탄 돌리기 STOP’
 
  ― 지난 8월 22일 국회소통관에서 국민연금 관련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명확합니다. 국민연금 문제는 현세대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태어날 어린아이들에게도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들여다보니, 젊은 사람들의 빚을 늘리는 말도 안 되는 제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국회로 간 것이죠.”(손영광)
 

  ― 대학교에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잖아요.
 
  “네. 청년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잘 모르고,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 상황이 답답했습니다. 다음 세대와 청년들이 손해를 보고, 이들의 미래를 생각해주지 않는 방향으로 국민연금 제도가 흘러가는 것이 안타까워서 ‘국민연금 폭탄 돌리기 STOP’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쓰게 됐죠.”(손영광)
 
  바른청년연합은 지난 8월부터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를 비롯한 전국 대학 60여 곳에 정치권을 향해 연금 개혁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이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국민연금 고갈 예상 연도는 2055년이다. 현재 35세(1990년생) 이하 국민들이 65세가 됐을 때 고갈된다. 25세 청년이 월급 400만원 기준 60세까지 매월 36만원(9%)씩 내서 총 1억3000만원을 납부하고도 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청년 세대의 마음이 어떤 줄 아는가? 차라리 한 푼도 안 받아도 좋으니 연금을 내지 않고 싶은 심정이다.”
 
 
  ‘카드 빚 돌려 막기’
 
(왼쪽부터) 바른청년연합 소속 이재영, 손영광, 정성민. 사진=고기정
  ― 현행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언제부터 불만을 느끼게 되었나요.
 
  “1~2년 전쯤에 여러 기사를 보면서 ‘도대체 국민연금을 어떻게 개혁해나갈 생각인가’ 하고 지켜봤는데,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말도 안 되는 개혁안들이 쏟아지는 겁니다. 그때부터 현행 국민연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후세대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개혁안이 마련되길 바라게 됐죠.”(손영광)
 
  ― 현 국민연금 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현 국민연금 제도는 부과식 제도이기 때문에, 적자를 다음 세대가 내게끔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이재영)
 
  “국민연금은 ‘리볼빙(revolving credit·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과 같아요. 카드 빚 돌려 막기를 하면 뒤로 갈수록 부담이 커지잖아요. 국민연금도 같은 맥락에서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가 MZ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생각해요.”(정성민)
 
  “내는 것보다 너무 많이 받게 설계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연금이 1200조원이 모여 있으니까 안심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급하기로 약속된 금액이 3000조원가량인 것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납부액을 매우 적게 책정해놓고, 지급받는 금액은 큰 구조로 만들어 놓으니 말이 안 되는 적자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죠.”(손영광)
 
  미적립 부채는 국민연금 적립금(약 1200조원)에서 이미 국민연금을 받고 있거나 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한 액수(약 3000조원)를 뺀 금액으로 정의된다. 손영광 대표는 “미적립 부채가 약 1700조원”이라면서 “국민연금의 근본적인 문제는 젊은 세대에게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빚을 적립하고, 그 돈으로 은퇴 세대에게 낸 금액보다 배의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조정장치는 괜찮은 방안”
 
9월 4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 개혁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이번 국민연금 제도 개편안에서 ‘자동조정장치(Automatic Balance Mechanism)’ 도입을 언급했다. 국민연금 수급액을 출산율 등 인구 구조 변화 등에 연동해 지급하는 자동조정장치는 OECD 회원국인 스웨덴, 호주, 캐나다, 핀란드, 일본, 독일 등 24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미도입 국가는 한국과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14개국이다. 이에 대한 손영광 대표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 윤석열 정부가 국민연금 제도 개편안을 내놓으며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얘기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국민연금을 개혁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좋은 방법을 골랐다고 생각합니다. OECD 회원국 70%가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데는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왜 그런가요?
 
  “2008년 마지막 연금 개혁이 이뤄졌어요. 말도 안 되는 적자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16년 동안 손조차 대지 못한 거죠. 이번에 언급된 자동조정장치는 저출생·고령화 등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최적화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적자 구조가 너무 심화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 조정되는 장치가 있다고 하면, 국민연금이 더 지속 가능하게 바뀌는 거죠.”
 
외국의 국민연금 개혁
  더 내고, 덜 받고, 수령 연령 늦추고

 
2023년 2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자 프랑스 리옹에서 연금 개혁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사진=연합뉴스
  다른 나라에서는 국민연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독일의 경우 2004년 연금 개혁 당시 급여 연동 방식에 인구통계학적 요소와 경제적 요소를 함께 반영한 지속 가능성 계수(Sustainability factor)를 포함했고,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상향 조정했다.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빨라져 연금 수급자가 급증하고 근로 세대가 감소하면 지속 가능성 계수는 감소하지만 노동 시장과 경제 여건이 좋아져 근로 세대가 늘어나면 지속 가능성 계수는 높아진다. 연금 보험료를 후세대가 감당할 수 없는 심리적 한계선만큼 올리지 않는 대신, 급여 수준을 기존 70%에서 2030년 64%로 6%p 인하하는 방향으로 재정 안정화를 꾀하기도 했다.
 
  스웨덴은 확정급여형(DB) 부과 방식에서 명목 확정기여형(NDC)으로 국민연금 제도를 전환했다. 기존의 기초연금(AFP)과 소득비례연금인 부가연금(ATP)을 폐지하고 개인의 기여와 급여의 관계를 강화한 것이다. NDC 방식은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만큼 실제 적립금이 쌓여 수익률만큼 급여로 지급되는 전통적인 확정기여(DC) 방식과 달리, 적립금이 거의 없는, 낸 만큼 돌려받는 부과 방식이다. 1999년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여 기대수명 등 인구·경제적 조건 변화에 따라 필요시 연금이 자동으로 조정되도록 했다.
 
  영국은 2000년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연금 개혁을 이뤄냈다. 영국 정부는 2002년 총리실, 재무부, 노동연금부에서 각각 추천한 3명으로 연금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위원들은 권고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탈정치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후 2008년 퇴직연금법을 제정하고 2012년에는 퇴직연금 전문 운용 공공기관인 NEST(National Employment Savings Trust)를 도입했다. 이후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책을 통해 개인연금 가입을 장려했다.
 
  프랑스는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최소 나이를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상향했다. 또한 연금을 100% 받기 위한 노동 기한을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늘리는 개혁안을 시도하다가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尹 정부 개혁안, 방향은 옳아”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는 바른청년연합 정성민씨. 사진=고기정
  ―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방향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가 좋고 싫고를 떠나서 방향에 대해서 비판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태어난 아이가 빚더미에 오를 위기에 처했는데 누가 아이를 낳으려 하겠습니까. 어떻게 보면 국민연금은 출생률과도 맞닿아 있는데, 이 문제를 적절히 해소해줄 방안인 거죠.”(손영광)
 
  손영광 대표의 말에 정성민씨는 보충 설명을 하겠다며 화이트보드를 끌고 와 필기를 시작했다.
 
  “국민연금 구조 자체가 아이를 많이 낳으면 낳을수록 그 부담이 커져요. 부모님을 부양하는 비용이 한 달에 4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형제끼리 그 금액을 부담할 수 있게 되어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죠. 근데 국민연금 제도는 아이를 몇 명 낳든 각각 40만원씩 부담하라는 거잖아요.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오히려 저출산과 핵가족화를 부추기는 셈인 거죠.”(정성민)
 
  ― 의무 가입 연령 상향에 대해서도 여러 말이 오가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저는 반대입니다. 소득 보장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의무 가입 연령을 높이자고 주장하는데, 복지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연금으로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순 없어요. 부의 재분배도 적게 이루어지죠. 복지적인 부분을 늘리려면 다른 부문을 건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인간적으로, 노년에는 일을 쉬게끔 해주는 것이 더 올바른 제도 아닌가요? ‘죽을 때까지 일하면 연금을 조금 더 드리겠습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이재영)
 
  ―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요.
 
  “저는 소득대체율을 낮추거나, 아니면 보험료율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예요. 그런데 소득대체율이 낮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료를 높이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험료를 안 높이니까 사람들의 감각이 둔화한 거예요. 실제로 내 월급 통장에서 많이 빠지는 게 느껴져야 ‘내가 이 정도 내고 있구나’ 이런 게 느껴질 텐데, 자기가 별로 부담을 안 하니까 이게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보험료율 9%를 회사와 재직자가 4.5%씩 반반 부담하는데, 이 때문에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냈는지 혼동해서 굉장히 적게 내고 엄청나게 많이 받을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는 거죠. 사실 월급에 포함되는 금액인데 말이죠.”(손영광)
 
  이 문제에 대해서 국민연금 관련 국회 토론 등에 참여한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국민연금을 얼마나 냈는지 통장 형식으로 정리하여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면 납부율이 좋아질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 국민연금 개편안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어요.
 
  “일단 방향 정도만 제시한 것도 충분한 겁니다. 완벽하지 않다고 욕하는 것은 상관없어요. 일단 국민연금에 대해 논의를 제기하기는 했잖아요. 그 자체로도 대단한 겁니다.”(손영광)
 
양준모 연세대 교수
  “낸 만큼 돌려받는 완전 적립식으로 바꾸어야”

 
양준모 연세대 교수. 사진=고기정
  국민연금을 이끌어가야 할 청년들의 납부율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오랫동안 국민연금에 대해 연구해온 양준모 연세대 교수의 말을 들어보았다.
 
  ― 원활한 연금 구조 개혁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구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리적인 구조 개혁이 가능합니다. 구조 개혁에 필요한 논의를 위해서는 합리적 소득대체율의 도출과 세대 간 공평성으로 담보할 수 있는 공정기여율, 그리고 낸 만큼 돌려받는 완전 적립식으로 제도를 바꾸어나가기 위한 대책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 국민연금 구조 개혁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할까요.
 
  “국민연금이 국민적 재앙을 만들어내는 것을 막고, 노후 빈곤을 예방하는 종합적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첫 번째로, 인구 구조가 악화하고 인구가 감소하는 시기에서 연금 재앙을 막고 안정적 연금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완전 적립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미적립 부채의 규모도 산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완전 적립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적립 부채를 분리된 계정에서 관리하고, 기존 수급자에게 지급할 연금 수익금에서 미적립 부채 상환 분담금을 장기적으로 갹출하는 방안 등 다양한 미적립 부채 관리 방안을 만드는 등, 연금 제도를 완전 적립식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점입니다.
 
  두 번째로는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강화하여 노후 빈곤을 퇴치하는 종합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연금 제도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공적부조와 국민연금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세 번째로는 노후 빈곤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인구 보너스로 인해 급격히 상승한 자산 가격으로 혜택을 본 세대와 그렇지 못한 이후 세대 간의 노후 대책 비용의 부담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대책을 해결하려는 것보다 종합적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노후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 재앙을 막는 데에 노력해야 합니다.”
 
  ― 구조 개혁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먼저 국민과의 소통이 필요합니다. 그간 정부는 미적립 부채를 감춰왔습니다. 이제라도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논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면 개혁 방안의 실천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입하여 세력을 확장하려는 정치를 경계하고, 대표성이 있는 정부와 국회가 개혁에 앞장서야 합니다. 잘못된 제도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전문가와 공무원, 정치인,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잘못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정책을 거짓으로 포장해온 사람들과 잘못된 정책에 대한 백서(白書)를 발간해서 후대에 교훈으로 남겨야 합니다. 말뿐인 ‘개혁 정치’보다는 진정한 개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제 자식들에게 빚을 물려주기는 싫어요”
 
  ― 국민연금 관련 문제 제기를 ‘세대 갈라 치기’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던데요.
 
  “그런 사람들은 정치에 너무 과몰입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장단점이 확실하게 나누어지는 일이 있는가 하면, 국민연금처럼 확실하게 피해를 보는 쪽이 있는 경우에는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잖아요. 그런데 이 정도 이슈에 대해서도 ‘세대 갈라 치기’라고 깎아내리는 사람들은 정말 극단적인 사람이구나,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손영광)
 
  “전 세대 갈등이라고 표현하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봐요.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막고자 문제를 제기하는 거고, 고갈이 안 된다면 세대 갈등이 없어지는 건데, 굳이 국민연금에 대한 문제 제기를 세대 갈등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요. 어떠한 정치적 프레임(frame)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정성민)
 
  “매우 공감해요. 미래 세대로 가면 갈수록 연금 제도 부담분이 늘어나는 거잖아요. 세대 간에 형평성 있게 부담하려면 젊은 세대가 더 많이 내면서, 동시에 받는 세대들도 적게 받아야 국민연금이 유지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세대 갈등이다 뭐다, 집단 이기주의를 좀 벗어던지고 각자가 어떻게 이 위기를 타개할 건지에 대해서 생산적인 논의를 해야 하는데, 자꾸 ‘노인들을 버린다’ ‘젊은 세대가 이기적이다’라는 식의 반대 논리만 펼치고 있으면 국민연금 문제는 아마 끝까지 해결되지 않을 거예요.”(이재영)
 

  ― 위기 상황인 만큼, 세대 간 결합이 절실할 텐데요.
 
  “맞아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일반적으로 생각해왔던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있잖아요. 저는 지금 4세, 2세짜리 아이 둘을 양육하고 있는데요, 제가 많이 내고 못 받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제 자식들에게 빚을 물려주기는 싫어요. 이게 당연한 부모의 마음이죠. 세대 갈등이 아닌 결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손영광)
 
 
  “국민연금을 공공부조처럼 취급하지 말아야”
 
  ― 국민연금이 ‘부의 재분배’ 기능을 하기 때문에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사회보장 제도 안에 국민연금, 사회보험, 공공부조 제도 등이 있잖아요? 이 중 공공부조의 경우 경제적 자립이 안 되는 사람들한테 생존권 차원에서 복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죠. 그런데 사회보험은 납부한 보험료에 대한 권리로 급여권·수급권을 가진 제도인데, 지금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 이 사회보험을 마치 공공부조처럼 취급하는 게 강한 것 같아요. 국민연금은 공공부조의 형태를 띠면 안 됩니다. 애초에 현재 논의 중인 사안과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인 거죠.”(이재영)
 
  “국민연금에 사회복지성의 효과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합니다. 그런데 국민연금 자체가 존속이 불가능하다고 점쳐지는 와중에 부의 재분배까지 고민한다는 것은, 너무 앞서나간 주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어려움과 동떨어진 이론을 주장하는 것이죠.”(손영광)
 
  ― 국민연금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코앞까지 다가온 적자를 막아내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국민을 의무로 가입시켰으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지도 고지해야죠. 30년 후에 세금을 낼 사람들에게 의무를 미루지 말고, 현세대가 국민연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손영광)
 
  “수입비가 1 이상이 되는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고 생각됩니다. 후세대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재정은 안정화가 되어야 해요. 그러면 추가로 재정을 투입할 일도 없어지겠죠.”(이재영)
 
  “후세대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국민연금 재정은 안정화가 되어야 합니다. 미래 세대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면 미래 세대가 경제생활을 영위해나가기도 힘들어질 겁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를 위해서라도 기금 안정화 문제는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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