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마지막 남은 5共 인물 허화평의 결기

“자유대한민국은 추락, 시민사회는 타락”

  •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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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복성과 잔인성은 한국 정치의 뿌리 깊은 DNA… 언론 지식인들, 세상 눈치 보기 빨라
⊙ 물질적 빈곤에서 벗어났으나 정신적 피폐, 사상적 빈곤에서 못 벗어나
⊙ ‘北은 암흑(밤)과 침묵(낮)의 땅, 南은 반항의 땅’(마이클 브린)

許和平
1937년생. 포항고, 육사 졸업(1961년) / 보안사령부 사령관 비서실장, 청와대 정무수석, 미국 헤리티지재단 수석연구원 역임. 14·15대 국회의원 / 現 미래한국재단 이사장
허화평 전 의원이 지난 3월 《나의 생각, 나의 답변》(새로운사람들 刊)이라는 책을 냈다.
허화평(許和平·83) 전 의원은 5공(共) 주역의 한 명이자, 5공 인사 중에서 유일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다. 《우리 시대 모순과 상식》(2018), 《사상의 빈곤》(2016), 《가장 근원적인 것에 대하여》(2011), 《이념은 날개가 아니다》(2007) 등 꾸준히 자신의 책을 펴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나의 생각, 나의 답변》(새로운사람들 刊)이라는 책을 냈다.
 
  책 제목에서 군 출신다운 결기가 느껴진다. 비슷한 제목으로 홍사덕 전 의원의 《나의 생각, 나의 도전》(1984), 황동규·차재호 등 서울대 교수들이 묶은 《나의 삶, 나의 생각》(1993), 정시채 전 농림부 장관이 쓴 《나의 삶, 나의 생각》(2013) 등이 있다.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지난 2월 26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 위치한 미래한국재단을 찾았다. 그는 이 재단의 이사장으로 있다. 공익재단인 미래한국재단은 5공 때 만들어진 ‘현대사회연구소’의 후신이다. 5공 당시 이철희·장영자 사건 처리를 밀어붙이다 권부(權府) 핵심에서 쫓겨난 허화평은 1983년 미국 헤리티지재단 수석연구원으로 미국에 머물렀다. 전두환 대통령이 퇴임한 1988년 귀국해 미래한국재단의 소장으로 취임했고, 2007년 이사장이 됐다.
 
  《나의 생각, 나의 답변》의 머리말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짧게 인용하면 이렇다.
 
  〈… 오늘날 우리나라는 모두가 똑같이 골고루 잘사는 세상 건설을 꿈꾸는, 반미·반일 민족주의적이며 반자유민주적인 완고한 독선주의자들이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갈등과 충돌이 분출하는 가운데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국민은 좌절하고, 자유대한민국은 추락하는 가운데 시민사회는 타락해가고 있다.…〉
 
허화평은 “반미·반일 민족주의적이며 반자유민주적인 완고한 독선주의자들이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갈등과 충돌이 분출하고 국민은 좌절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2019년 10월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로 조국 법무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 참가자들로 뒤덮여 있다.
  우리 사회에 대한 허화평의 인식은 희망보다 절망에 가깝다. 왜 이런 생각을 할까.
 
  “모든 현상에 원인의 시작과 끝이 있다. 근본 원인은 1945년 분단에서 비롯되었다. 시작은 1995~1996년간에 있었던 ‘5·18 특별법’ 제정과 ‘역사바로세우기 재판’이다.
 
  왜냐하면 역사바로세우기 재판을 계기로 주사파(主思派·그는 주사파를 주체 사회주의 신봉세력으로 규정한다)가 정치·사회 무대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었고 반체제 투쟁의 정당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좌파에게 동조한 우파 지식인
 
  5공 세력을 법정에 세운 ‘역사바로세우기 재판’을 허화평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그의 주장이다.
 
  “정치적 재판 결과, 보복성과 잔인성이라는 한국 정치문화의 뿌리 깊은 DNA를 확인하게 되고, 후진적 정치풍토가 더 악화되는 현상과 마주하게 되었다.
 
  정치적 적대세력을 보복하기 위하여 남용된 국가권력은 궁극적으로 한국 정치발전을 가로막고 민주주의와 법치에 회복불능의 상처를 입혔다.”
 
  허화평은 그러나 자유대한민국 추락의 책임을 우파 지식인들에게도 돌렸다.
 
  “주사파가 도달하고자 하는 최종 목적지는 평등주의 체제, 사회주의 국가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것은 유감스럽게도 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정부와 이들을 둘러싼 우파 지식인들의 책임이 크다. 이들이 주사파에게 무대를 제공했다.”
 
  그는 “우파 지식인들이 무력감에 빠지거나 심지어 좌파들에게 동조하는 상황에서 좌파 지식인들은 기세등등하고, 때만 되면 대선 캠프로 떼를 지어 몰려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불행히도 우리 사회는 시대를 앞서가며 길잡이가 되어줄 지식인들을 찾아보기 어렵고 만나기도 어렵다. 지적 풍토가 황폐화되고 사상적으로 빈곤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상당수 지식인은 시대를 앞서기보다 뒤따라간다. 무언가를 경험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는 경험적 지식인이 대부분이다.
 
  “외눈박이 지식인들은 지적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평범하고 소극적이며 수동적이기 때문에 현실 안주 성향이 강하다. 어떤 경우도 앞서가려고 하지 않는다. 남들이 가지 않았던 길을 갔다가 때로 좌절하고 원점으로 돌아오는 지적 보헤미안 기질을 발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허화평은 언론사 지식인들을 꼬집는다. “지금처럼 언론이 비판과 불신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언론사는 현실 참여 지식인들의 집단이다. 한국 언론은 대체적으로 평소에는 대도(大道)를, 정도(正道)를 가는 척하다가 자신들의 이익과 명예가 걸린 문제가 발생하면 주저 없이 정도를 버린다. 그리고 골목길로 돌아가는 기민함을 발휘한다. 언론 전체가 망가지면 자신도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수시로 망각하는 것 같다.”
 
  이런 말도 덧붙인다.
 
  “세상 모든 일과 나라 구석구석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글을 쓴다. 그러나 본질을 비켜가는 데 익숙하고 세상 눈치 보기에 빠르다 보면 결코 앞서가는 언론인이 될 수 없다.”
 
  그의 언론관은 비틀려 있지만 한국 언론이 처한 참담함을 떠올리면 그저 쓴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시민의 덕목과 ‘사상을 안다’는 것…
 
허화평 전 의원이 쓴 《나의 생각, 나의 답변》.
  허화평은 “한반도에서 역사의 순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익 사회인 자유주의 체제의 사회에서 우파가 수세에 몰리고, 평등주의를 신봉하는 좌파가 공세를 취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역사의 순리에서 벗어났다. 만약 순리대로 작동했다면 북한 체제는 벌써 무너졌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이다. ‘거지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재국가 북한이 기세등등하게 떵떵거린다. 자유대한민국을 위협하고 농락한다. 남한의 종북·좌파 세력들이 민주시민, 평화시민, 통일시민이라는 가면을 쓰고 곳곳을 누비면서 파시스트적 폭력을 자행해도 수사기관은 외면하고 있다.”
 
  그는 탈북자 영화감독 정성산씨가 운영하던 냉면집이 집요한 ‘좌표 찍기’ 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문을 닫은 사실을 상기시킨다. 북한이 듣기 싫어한다는 이유로 집권여당 국회의원이 6·25전쟁 당시 끌려간 ‘납북자’ 명칭을 ‘실종자’로 바꾸는 법안을 발의한 일도 있다. 허화평의 말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궁극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주사파와 종북·좌파들에게만 있지 않다. 오히려 우파 책임이 더 크다. 남한 체제를 변혁하려는 좌파들에게 온상을 만들어준 책임, 그들의 실체를 폭로하고 고립시키기는커녕 기만당하고 이용당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궁극적 책임은 주권자인 국민, 즉 시민에게 있다. 남을 탓하기 이전에 자신을 뒤돌아봐야 한다. 고대 희랍의 델포이(Delphi) 신전에 ‘너 자신을 알라’는 경구가 새겨져 있다. 이처럼 인간 삶에서 간단한 명제는 없다. 허화평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그의 책 《나의 생각, 나의 답변》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 자신을 뒤돌아본다는 것은 자신이 시민의 덕목을 갖추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확인해보는 것을 의미한다. 자유주의 체제에서 시민의 덕목은 매우 중요하다. (중략)
 
  시민의 덕목이란 시민으로서 반드시 알고 있어야만 하는 최소한의 기본 상식을 말한다. 이것은 강요에 의해서 갖춰지기보다 자발적으로 갖추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략) 우리의 경우 시민의 덕목이란 사상을 아는 것, 시대 성격을 아는 것, 국가의 최대 과제를 아는 것, 사회 모순을 아는 것을 말한다.…〉(32쪽)
 
  ‘사상을 아는 것’이란 무슨 뜻일까. 그의 말이다.
 
  “사상을 안다는 것은 인간답게 산다는 것, 체제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상이란 무엇인가를 알고, 좋은 사상과 나쁜 사상을 구분할 줄 알고, 나의 사상과 상대방의 사상을 비교할 줄 알며, 사상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이해할 수 있을 때 사상을 안다고 할 수 있다.”
 
 
  “20세기 일본의 선진화는 미국의 사상이 작용한 결과”
 
허화평 전 의원. 그는 5공 인사 중에서 유일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다.
  그러고 보니 허화평은 스스로 ‘사상가(思想家)’라 불리기 원한다. 그가 쓴 일련의 책들은 사상의 냄새가 짙다.
 
  “사상을 안다는 것은 자유시민의 첫 번째 덕목이다. 사상은 문화와 문명을 만들어내고, 국가 운영 원리가 되며, 개인의 삶을 좌우하는 기준이다.”
 
  허화평은 20세기 일본의 패망과 부활을 사상으로 연결시킨다. 연결의 주역은 맥아더(1880~1964) 사령관. 일본과의 항복 조인식이 끝나자 맥아더는 짧지만 역사에 남는 연설을 한다. 그의 말이다.
 
  “맥아더 연설은 승자의 오만함을 드러내거나 패자에 대한 보복과 응징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자유와 관용, 정의를 함께 추구해나아갈 것을 호소한다. 그 결과, 일본을 자유주의 체제로 부활시키고 문명국가로 변하게 했다.”
 
  또 “패배감에 젖어 있던 일본 국민을 일으켜 세웠고,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한 G-7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계속된 그의 말이다.
 
  “당시 현장(항복 조인식)에 참석했던 일본 외교관 가세 도시카즈(加瀨俊一)는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그는 맥아더의 모습을 빛과 같은 존재로 묘사하며 1945년 9월 1일을 일본 역사상 가장 빛나는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이런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전쟁터에서 미국의 우세한 군사력에 패배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귀한 사상, 정신적 경쟁에서 패배했다.’”
 
  허화평은 “19세기 일본 근대화는 미국의 군사력이 촉발시켰다면, 20세기 일본의 선진화는 미국의 사상이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한국은 사상 분단국가, 정치 후진국가다. 사상의 분단 극복과 정치 발전 없이 통일과 선진국 도약은 불가능하다. 남한의 자유주의 체제가 북한과 남한의 종북 주체 사회주의자들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권력정치와 민중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 정치를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춘원의 〈민족개조론〉을 통해 본 21세기 한국인
 
춘원 이광수. 그는 1922년 《개벽》지 5월호에 〈민족개조론〉을 게재했다. 그는 민족의 개조가 가능하다고 본 낙관론자였다.
  허화평은 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가 1922년 《개벽》지에 발표한 〈민족개조론〉과 영국 출신 언론인 마이클 브린(Michael Breen)이 2018년 출간한 《한국, 한국인》을 꼼꼼히 분석한다. 전자는 조선인, 후자는 한국인이다. 사실상 100년 전과 후의 ‘우리’ 모습이다.
 
  〈…춘원은 민족 쇠퇴의 근본 원인이 ‘신지식 결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부패’에 있으므로 개조운동의 방향은 반드시 도덕성 회복에 두어야 하며, 이를 위해 허위, 비사회적 이기심, 나타(懶惰·게으름), 겁나(怯懦·비겁), 무신(無信), 사회성의 결핍과 같은 타락현상의 극복을 촉구하는 한편 지배층의 악정과 도덕적 타락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나의 생각, 나의 답변》, 119쪽)
 
  그는 “춘원의 비판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까. 어쩌면 당시보다 오늘이 더 가혹하지 않을까 싶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춘원은 우리 민족을 인의예용(仁義禮勇)의 바탕을 지닌 민족이라 생각해 민족개조가 가능하다고 본 낙관론자였다. 다만 긴 세월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민족개조 방법론도 밖이 아닌 안에서 구해야 하고, 지름길이나 요행이 아닌 장기간 교육을 통한 실력배양만이 최선의 길임을 강조하면서 ‘사상’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춘원에 따르면, 민족 각자가 자각에서 출발해 스스로 사상을 찾아야 하고, 그 사상을 토대로 구체적 방안을 설계하고 삶을 통해 실현하며, 나아가 반복 실행이 개개인의 습관이 되고 민족공동체의 관습과 전통으로 발전해나갈 때 민족개조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허화평의 말이다.
 
  “오늘날 춘원의 〈민족개조론〉을 읽으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지만 그 많은 것 중의 한 가지만을 거론하라면 정신적 피폐일 것이다. 1922년 당시 조선 민족의 정신적 피폐와 오늘날 한국인의 정신적 피폐를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더 피폐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물질적 빈곤에서는 벗어났으나 정신적 피폐, 사상적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언젠가는 애써 이룩한 물질적 풍요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는 것이 보편적 인간사다.”
 
 
  지한파 외국인이 본 한국, 한국인
 
2019년 만난 허화평과 마이클 브린. 브린은 駐韓 외신기자클럽 회장을 지냈고 36년째 서울에서 살고 있는 저술가이다.
  마이클 브린은 영국 출신으로 《가디언》 《더 타임스》 《워싱턴 타임스》에서 한국과 북한 담당 전문기자로 활동한 언론인이다. 한때 주한(駐韓) 외신기자클럽 회장을 지냈고 36년째 서울에서 살고 있는 저술가이다. 브린은 1990년대 발표했던 《더 코리언스(The Koreans)》를 2018년 다시 수정 보완해 《더 뉴 코리언스(The New Koreans)》로 펴낸 것을 《한국, 한국인》으로 번역 출간했다. 허화평의 말이다.
 
  “브린의 책은 97년 전 춘원의 〈민족개조론〉 이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가장 심층적인 관찰 기록이다. 우리 자신을 뒤돌아보고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먼저 브린의 시각에서 볼 때 북한 사람들은 ‘허풍쟁이’에 가깝다.
 
  ‘핵무기를 흔들고 인종적 순수성을 내세우고 외세로부터 자립을 자화자찬하고 국제규범과 외교 관계를 무시하면서 동시에 항상 적들로부터 도움을 구하려고 하는 북한이 저항적으로 보이게 된 것은 역설적인 일이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허풍쟁이다. 한 손엔 깃발을, 다른 손에는 동냥 그릇을 들고 서 있을 뿐’이라는 것이 브린의 시각이다.
 
  그렇다면 한국인(남한 사람)에 대한 브린의 생각은 어떨까. 빈 호주머니와 맨주먹으로 세계사적으로 의미 있는 국가적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한다. 1920~1955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가 그 주인공이요, 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세대다.
 
  그러나 브린은 미완(未完)으로 남은 한국인의 집단주의 성향은 강도 높게 비판한다. 허화평의 말이다.
 
  “브린에 따르면, 한국인은 이성보다 정서를 앞세우고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다. 정치지도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고, 지식인들에겐 애국심이 없다. 자신들이 집단적으로 이룩한 국가적 성취를 공허하게 느끼는 무언가가 있고, 타인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매우 인색하다.”
 
  다음은 허화평의 책에 인용된 브린의 시각이다.
 
  〈…북은 암흑(밤)과 침묵(낮)의 땅이며 남은 반항의 땅이다. …고대 신라 수도였던 경주를 제외하면 과거의 유적은 거의 없다. 옛 서울의 성벽과 요새, 20세기 초에 건설된 성당, 오래된 은행과 공공건물 정도가 고작이다. 도시의 두드러진 특징은 아파트 단지다. 형편없는 미적 감각과 건축의 품질 때문에 20년 된 주택이 마치 고대의 유적처럼 보인다. 획일적이고 흔해 빠진 형태의 간판이 넘쳐나서 시각적 공해와 혼돈 상태를 불러온다. (중략)
 
  한국의 젊은이들이 학교에서 인생에 대해 배우는 내용 중에는 우리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세상에서 성공을 중시하거나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아니다. 한국인은 한마음, 하나의 국민, 한 가지 시스템, 한 민족, 하나의 길, 통일성에서 미덕을 본다. …한국 교육은 교과서에 있는 것, 시험에 나오는 것이 전부다. 삶의 경험, 비판적 사고, 창조성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다.…〉(《나의 생각, 나의 답변》, 130쪽, 140~141쪽)
 
  이 같은 브린의 시각에 대한 허화평의 말이다.
 
  “‘허풍쟁이’ 북한을 닮아가려는 정치인들, 지신인들과 세력들이 집단주의 가치를 앞세우고 평등주의 사회를 구축하고자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 자화상이다. 브린의 말처럼 한국의 리더십은 개인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아직 갖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행복을 위한 비전을 세우고, 이를 저해하는 낡은 가치와 습관을 떨쳐버리는 것이 한국인의 남은 과제가 아닐까.
 
  그렇게 되면 산업화와 경제화, 민주화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의 기적은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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