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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美 국방부·국무부 근무했던 김진우 박사가 보는 미 대선과 국제 안보

“트럼프가 될 것… 윤 대통령, 당장 트럼프 측에 특사 보내야”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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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무기 사용하는 한국 전쟁 식의 침공 아니면 미군은 안 올 것”
⊙ “핵무장하면 주한미군 철수? 핵무기도 없는데 주한미군 철수할 상황 올 수 있어”
⊙ “1년이면 핵무기 개발 가능? 한국에 핵탄두 디자인 전문가 있는지도 의문”
⊙ “한국 정부는 바이든-해리스에 올인… 인도의 모디는 바이든 만난 후 트럼프 만나”
⊙ “미국 국민들, 미국이 한일과 동맹 끊어도 충분히 더 잘 먹고 잘살 수 있어”
⊙ “문화적 역량과 군사적 역량은 다른 얘기… 방탄소년단이 ICBM 막을 수 있나”

김진우
1967년생. 美 조지타운대 학사, 하버드대 석사, 예일대 박사 / 美 해군분석센터 작전분석그룹 군사작전·동아시아 담당 분석관, 美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 핵 비확산·국토 및 국제안보 담당실 동아시아·북한 담당 선임분석관, 국제안보연구센터 연구위원, 美 국방부 장관실 총괄평가국 특별보좌관, 美 국무부 검증·준수·이행국 차관보실 총괄 선임보좌관. 現 세르모국제연구소 소장 / 저서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그 너머:국가경영의 예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연합
  “이쯤 되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는 깨진 거 아닌가요?”
 
  김진우 세르모국제연구소 소장에게 물었다. 팍스는 라틴어로 평화, 팍스 아메리카나는 ‘미국의 힘에 의해 유지되는 평화’를 뜻한다. 김 박사는 미국의 외교와 전쟁, 핵 정책에 대해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정통한 사람이다. 미국 국무부, 국방부 등 정부 부처와 여러 연구소에서 일하며 핵무기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 미국 대선을 40여 일 앞둔 9월 26일, 그를 서울 서강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그는 서강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화약고 된 대만해협
 
사진=조준우
  세계정세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했다. 중국은 대만을 위협하고 있고,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것도 불안하다. 김 박사는 “맞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깨졌다”고 말했다.
 
  “팍스 아메리카나 정도가 아니라 동맹 시스템 자체가 불안해졌습니다. 기술 발달로 전쟁 자체도 변하고 있고요.”
 
  ― 제2의 냉전이 시작되는 걸까요.
 
  “그럴 겁니다. 미국이 중국을 매우 신경 쓰고 고민하고 있어요, 민주당, 공화당 모두요. 미국 입장에서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이를 막아주는 데 전쟁 비용이 얼마나 들까, 군대가 어느 정도 동원되어야 하고 몇 명이 죽을까 계산해보면 감당하기 부담스럽습니다. 미국은 하다못해 총알 같은 것도 바로바로 수급할 수 없어요. 예산을 수립해야 하고 승인 절차도 복잡하거든요. 군수용품 생산이 제조업 우선순위에서 상위에 있지 않아요. 중국이랑 다르지요.”
 
  ― 대만해협이 아시아의 화약고군요.
 
  “제일 걱정되는 곳이 대만입니다. 미국에 있어 대만은 물론 전략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러나 대만이 미국의 생존에 필수적인 건 아닙니다. 대만이 침략받으면 반도체 때문에 미국 경제가 피해를 보겠지요. 그래서 그 부분도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거예요. 애리조나와 유타에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고 있잖아요. 미국의 후원 아래 TSMC와 삼성이 두바이에 공장 짓는 걸 검토 중이고요.”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지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는 지난해 11월 미국 유타주 리하이에다 300mm 반도체 웨이퍼 제조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지난 9월 22일에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TSMC의 최고 경영진과 삼성전자 고위 경영진이 최근 UAE를 방문해 반도체 제조 공장 설립과 관련해 논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 1979년부터 미국과 대만이 이어온 관계가 있는데 쉽게 대만을 포기할까요.
 
  “대만을 보호하려면 미국이 대만해협에 완전히 올인(All in)해야 합니다. 그러면 중동(中東)은 어떡합니까. 우크라이나는요? 대만이 위협받으면 일본 역시 위험해져요. 한국은 또 어떡합니까. 어려운 문제예요.”
 
 
  “중동 헤게모니는 시아파가 잡고 있어”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사용하다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 삐삐. 사진=옛 트위터
  ― 전쟁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어마어마한 기술력이 동원되고 있어요. 이스라엘을 보세요. 하마스, 헤즈볼라 지도자들 죽인 거 보면 대단하지요. 한국도 배워야 해요. 이스라엘처럼 하려면 정보력이 받쳐줘야 해요. 작전 자체도 어려워요.
 
  첫째, 위에서 지켜보는 커맨드 컨트롤(작전지휘) 팀이 있어야 하고, 둘째 잠입해 있는 정보원들이 있어야 해요. 셋째, 어느 무기를 어느 표적에 어떻게 쓸 건지 판단 능력이 필요해요. 총리가 주저해도 목표물을 놓칠 것 같다 싶으면 현장에서 판단하는 능력요. 그런 걸 이스라엘이 정말 잘해요.”
 
  이스라엘은 9월 17일 레바논에서 이른바 ‘삐삐 작전’을 펼쳤다.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소지한 무선호출기(삐삐)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헤즈볼라가 큰 피해를 입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10여 년간(15년이라는 추측도 있다) 준비한 작전이었다.
 
  ― 중동은 왜 계속 들끓고 있나요.
 
  “지금 중동의 헤게모니는 무슬림 시아파가 잡고 있어요. 전에는 수니파였어요. 도시에 살고 교육과 문화 수준이 높은 수니가 무너진 게 중동의 비극이에요. 수니가 중심축을 잘 유지하고 있었으면 이렇게 안 됐을 겁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폴 브레머 전 이라크 최고행정관,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이 실수한 게 이겁니다. 사담 후세인을 축출한 후 이라크군을 해체했잖아요. 이 군인들이 먹고살 수 없으니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 흔히 IS라 부르는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단체)가 됐잖아요.”
 
  ― 미국이 이라크 전후 처리를 잘못한 게 지금의 비극을 초래했군요.
 
  “한국이나 일본에 했듯이 이라크에 미군정이 들어서서 통치했으면 좀 달라졌을지도 몰라요. 멀리서 개입 안 하면서 민주주의를 심겠다? 불가능해요. 한국과 일본 경우는 기적인 겁니다. 한국과 일본에 민주주의 전통이 있나요? 아직까지도 토론 문화 하나 제대로 정착 못 했잖아요. 그러니 중동은 어떻겠어요. 아직도 부족주의가 남아 있는데요.”
 
 
  “핵우산에 구멍 많아”
 
  ―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가 당선되면 중동 전쟁이 끝날까요.
 
  “해리스가 당선되면 오바마 시즌 2가 시작된다고 보면 됩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별로 안 좋아해요. 이란이 중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 왜요?
 
  “이란은 자신들이 아랍이 아닌 페르시안(파르시)이라 생각하고 자부심이 굉장히 강합니다. 오바마는 이전의 다른 미국 대통령들과 중동에 대한 인식이 달라요. 좀 있으면 중동에서 이슬람의 영향력이 사그라들고 이란이 중심에 설 거라고 생각했어요. 오바마의 보좌관 밸러리 재럿도 이란 출신이에요.”
 
  ― 그렇게 될까요?
 
  “글쎄요. 어떤 세력이 한번 주도권을 잡았는데 다른 세력이 그걸 뺏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문제가 미국 군인들도 지금 크게 흔들리고 있어요. 처음으로 미군 지원이 미달됐어요. 미국 국민들이 ‘내가 왜 전쟁터에 가야 해?’ 생각하는 거예요. 이라크전 탓이 역시 크죠.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해 들어갔는데 없었죠. 이라크에 민주주의 심는 것도 실패했잖아요.”
 
 
  “미국, 한국과 핵공유 안 한다”
 
  ― 그러면 동아시아 동맹국이 침략을 받아도 미군이 참전할 수 있는 여유가 없겠네요.
 
  “배치할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드니까요. 확장 억제라고 하지요? 서울이 공격받으면 미국이 핵무기로 반격한다? 저는 오랫동안 핵 문제를 다뤘지만, 안 믿습니다. 핵우산에 구멍이 많아요.”
 
  ―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북한이 이제 미국 본토를 칠 수 있거든요. 미국이 한국을 지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포기할까요? 보수 진영 일각에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를 말합니다. 틀린 얘기입니다. 미국은 탑재허가체계(Permissive Action Link)를 통해 핵무기를 완전히 통제합니다. 나토와 같이 훈련은 합니다. 그게 다예요. 미국이 유럽과도 핵을 공유 안 하는데 한국이나 일본과 하겠어요? 그나마 영국 정도 되니까 미국이 핵탄두(W93) 개발을 함께해준 거죠.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싫어해서라기보다는 신뢰 문제입니다. 한국과는 의사소통도 편하게 안 되잖아요. 콘퍼런스 같은 행사 가보세요. 영어 할 수 있는 한국인이 있으면 미국 참가자들이 다 몰려가요.”
 
  ― 그렇군요.
 
  “일본이 이런 면에서 잘 합니다. 상황을 지켜보며 할 거 다 해요. 토마호크 미사일 등 무기를 엄청 사들이고 있어요. 미국 입장에서는 좋죠. 우리는 심지어 반미(反美) 발언도 종종 나옵니다. ‘미국도 자국(自國) 국익(國益)에 도움이 되니 한국을 돕는다’ 이런 발언이 제일 안 좋아요. 외교를 한다면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됩니다.”
 
  2020년 이수혁 당시 주미 대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상한 발언을 했다. 한미 동맹을 두고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미국을 사랑할 수 있어야, 우리에게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미국에서도 이 발언이 화제가 됐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당시 이렇게 지적했다.
 
  “처음엔 당연히 이수혁 주미 한국 대사의 말이 잘못 번역된 거라 생각했다. 이 대사의 발언은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에서 멀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메시지는 워싱턴에서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김 박사의 말이 이어졌다.
 
  “미국 정부가 말은 안 하지만 다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임종석 같은 정치인이 예전에 미국 대사관저에 사제폭탄을 투척했다는 것, 다 알고 있어요. 그냥 넘어가 주는 거죠.”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은 1989년 미 대사관저에 침입했다. 당시 판결문에는 임종석의 범행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1989년 10월 13일 06시30경 서울 중구 정동 소재 미 대사관저에 사제폭탄, 사과탄, 쇠파이프, 면도칼 등을 소지하고 미 대사관저 담을 넘어 침입했다. 경비실에 사과탄 1개, 사제폭탄 1개를 각 투척하고, 쇠파이프로 유리창 수 장을 파괴하고, 대사관 본관으로 몰려가 사제폭탄 1개를 투척하고, 쇠파이프로 유리창, 꽃병, 도자기, 피아노, 전화기 등을 부서뜨리고, 바닥 카펫에 시너를 뿌린 채 점거 농성을 했다. “미제는 이 땅 민중의 철천지원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게 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사제폭탄 3개, 사과탄 1개, 돌 수개를 투척하고 경찰관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러 경찰관 2명에게 화상을 입혔다. 허가받지 않은 화약류를 사용하고, 화염병을 제조 운반했다. 미 대사관저에 2400만원 상당의 손괴를 입혔다.〉
 
 
  “핵개발, 그렇게 쉽지 않아”
 
《로동신문》이 9월 13일 보도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제조 시설. 사진=로동신문
  ― 윤석열 정부가 중요한 시기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봅니까.
 
  “큰 지도자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합니다. 목표가 분명하면 작은 프로세스에서 생기는 문제점은 잘 넘어갈 수 있어요. 높은 차원의 결정을 내리지 않으니 작은 문제에도 혼란이 오는 겁니다.”
 
  ― 한국의 지도자가 내렸어야 하는 결정이 뭔가요.
 
  “‘미국의 억지력을 믿을 수 있는가’… 한국 정부는 안보에 있어 미국만 믿고 가는 것 같아요. ‘큰형이 알아서 다 해주겠지’ 이건 너무 어리석은 가정이에요. 큰형은 계속 남아 있겠지만 동생도 강해져야 해요.”
 
  ― 만약 미국의 억지력을 믿을 수 없다면 자력(自力) 핵무장을 생각해야 할까요.
 
  “생각은 해야죠. 미국이 반대하더라도 비밀스럽게 준비는 해야지요. 다른 나라는 다 공개하고 핵개발했나요? 힘들겠지만 준비는 항상 해야지요. 이게 책임 있는 리더지요.”
 
  윤 대통령이 핵개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적이 있다. 2023년 4월 18일 윤 대통령은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윤 대통령은 1년 안에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핵개발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맨해튼 프로젝트처럼 해도 될까 말까 해요. 지난 9월에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공개했어요. 그걸 보고 미국 미들베리 국제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교수는 HEU가 연간 95kg 정도 생산될 수 있다고 예측했어요. 그러면서 연간 5기 전후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추측했어요. 저는 그 견해가 틀렸다고 생각해요. 핵무기에 있어서 중요한 건 디자인이에요. 세 종류가 있어요.”
 
  핵무기는 디자인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첫째, 순수 핵분열 무기다.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쓰인 핵폭탄을 생각하면 된다.
 
  둘째, 부스트 디자인이다. 핵분열 연쇄 반응을 강화하기 위해 핵융합 연료를 사용한다. 폭발의 위력을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다.
 
  셋째, 단계적 열핵무기다. 두 개 이상의 단계로 폭발이 진행된다. 순수 핵폭탄보다 폭발의 위력이 수백 배에 달하는 무기다. 김 박사의 말이 이어졌다.
 
  “핵무기 디자인엔 어마어마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발전한 디자인을 적용하면 핵물질이 많이 필요 없어요. 북한의 핵무기 디자인 수준에 따라 핵무기 생산 가능량도 크게 달라진다는 얘기입니다. 아무도 워헤드(warhead·탄두) 디자인 얘기는 안 해요. 과연 한국에 핵무기 디자인 전문가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도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핵탄두가 원하는 폭발력을 내도록 하기 위해선 정확한 디자인으로 정교하게 제조돼야 하기 때문에 핵과학자들은 핵탄두 제조를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말한다. 미국도 핵무기를 제조할 때 핵실험을 1000번 이상 했는데, 이는 일부 디자인이 잘못돼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걸 계속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핵 없는 상태에서 미군 철수하면 어떻게 할 건가”
 
  김 박사는 핵연료 재처리도 하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도 지적했다. 핵무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고농축 우라늄(95% 정도)이나 원전 가동 후 나온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얻을 수 있는 플루토늄이 필요하다. 한국은 원전에 필요한 5%의 저농축 우라늄도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역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도 없고,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원심분리기도 없다. 지난 2015년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후에도 재처리는 할 수 없고, 핵무기로 전용이 불가능한 재활용 기술(파이로프로세싱)의 연구만 일부 허용받았다.
 
  일본은 핵연료 재처리에서도 역시 우리보다 앞서 있다. 2023년 1월 일본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의 핵연료 재처리 공장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카메라가 2시간가량 무력화(無力化)되는 일이 일어났다. 시설 일부의 조명이 꺼지면서 카메라 감시가 중단됐다. 롯카쇼무라 공장은 일본 최대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다. 군사용으로 전용(轉用)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재처리는 어떻게 할 겁니까. 2004년에 우라늄을 실험 삼아 농축했다가 걸렸잖아요. 국제사회에 공개사과하고 겨우 넘어갔지요. 보통 이런 일을 겪으면 ‘역시 하면 안 되지’ 이렇게 결론 내리지요. 아니요. 그래도 계속할 수 있어야 해요. 준비는 해놔야지요. 선생님이 체크 안 해도 공부는 해야 하잖아요? 시험에 갑자기 나오면 어떡할 겁니까. 한국 내부가 핵개발을 반대하는 쪽과 찬성하는 쪽으로 극단적으로 나뉘어 있어요. 이건 국내 논쟁일 뿐입니다. 정부의 책임감 있는 사람들은 준비를 해야지요.”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하며 이렇게 말했다.
 
  “주한미군이 존재하고 미국이 확장 억제를 보장하는 상황에서 핵무기 개발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의심됩니다.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주한미군은 철수할 겁니다. 프랑스가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나토(NATO)에서 빠져나왔어요. 미국의 안보 우산에서 벗어났지요. 한미 동맹의 핵심은 주한미군 주둔입니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미 동맹이 파괴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미군이 철수할 거라며 핵무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핵이 없는 상태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전쟁 아니면 평화라는 단순한 논리잖아요.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야지요. 이게 제대로 된 보좌관의 역할입니다. 모든 결정엔 비용과 실익이 있잖아요. 대통령에게 선택지를 제공해야지요. 미군이 철수 안 한다고 하면 핵무기 개발하면 안 됩니까. 동시에 왜 못 해요.”
 
 
  “이제 북핵 부인할 수 없어”
 
  ― 핵이 없는 상황에서 미군이 철수할 수도 있겠군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지금 대만이며 동아시아가 위험해지고 있어요. 그래서 한국이 더 강해져야 합니다. 한국이 강해지면 미국도 좋아할 겁니다. 말로는 핵무기 만들면 안 된다고 하지만요. 미국과 동맹 관계를 굳건히 유지하며 하면 됩니다.”
 
  ― 동아시아 안보에서 미국의 우방 역할을 더 굳건히 하겠다는 논리를 내세우자는 얘기군요.
 
  “‘중국이 미국을 공격하면 우리는 해병대를 바로 보내 미국을 돕겠다’, 미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이런 연설을 하면 미국인들 감동받을 겁니다. 이게 상호 신뢰예요. 그런데 한미 동맹은 기울어져 있잖아요. 그러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듭해서 무임승차 얘기를 하지요.”
 
  ― 그랬다가 중국에 두들겨 맞을까 봐 못 하는 거 아닙니까.
 
  “경제 보복이요? 각오해야 합니다. 제가 예전에 이전 정권 관계자에게 이런 얘기를 했어요. ‘강남에서 악어신발 신으면서 사는 삶을 택할 겁니까. 어려운 결정을 할 겁니까.’ 전쟁이 닥치면 강남이라고 온전하겠습니까? 한국 군사력이 세계 5위, 6위라고 말하지요? 핵무기를 빼고 평가하면 그렇겠죠. 그런데 핵무기를 왜 뺍니까. 북한 군사력이 우리보다 약하다고요? 전투기는 낡았겠지요. 그런데 핵무기를 갖고 있는데요? 우리가 북한을 공격할 수 있을까요?”
 
  ― 예전엔 북핵에 대해 존재한다는 건 알지만 모르는 척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생각이 바뀌었나요?
 
  “예전에는 그랬지요. 북핵을 알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이제는 북핵을 부인할 수 없어요. 이번에 고농축 우라늄 시설이 공개되고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의도를 얘기합니다. 김정은의 생각을 추측하면서요. 우리가 북한의 의도를 어떻게 압니까? 능력이 의도입니다. 김정은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고농축 우라늄 시설 보면 핵연료 생산에 대해 알 수 있어요. 이전보다 굉장히 발전했어요. 미사일의 사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이젠 북핵은 너무나 분명해졌어요. 한국은 ‘어떻게 해, 보기 싫어’ 하면서 북핵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아요.”
 
 
  “미국, 이제 동시에 두 개의 큰 전쟁 못 해”
 
  ― 능력이 의도군요.
 
  “‘미국 대선 전에 북한이 핵실험한다’, 대통령실에서 이런 얘기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핵실험할 거면 하겠지요. 이걸 왜 대통령실에서 얘기합니까.”
 
  지난 9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북한이 앞으로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추가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역시 지난 9월 23일 “북한이 미국 대선을 전후해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 정치 평론가도 아니고, 정부 고위 관료가 추측성 발언을 하는 게 좋을 건 없겠군요.
 
  “한국 뉴스에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김정은이 김정일의 서거 몇주년을 맞아 뭘 어떻게 할 것 같다는 둥 얘기를 합니다. 김정은의 심리를 어떻게 압니까? 확실한 데이터를 가지고 추측을 해야지요. 그럴 바엔 김정은에게 치킨을 많이 보내서 심장마비 걸려 죽게 하는 작전이 더 낫습니다.”
 
  김 박사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자신감 있는 건 좋지만, 한국인은 자국의 역량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케이팝 인기가 최고고, 군사력은 세계 6위고 경제력도 세계 11위라면서요. 그런데 미국 뉴욕주의 GDP가 한국의 전체 GDP보다 높아요.(2023년 뉴욕주 GDP는 2조2269억 달러고 한국은 1조7128억 달러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미국에 가장 중요한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중국이 1위, 일본이 2위예요.”
 
  ―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국에 가장 중요한 나라군요.
 
  “중국이 더 중요하냐, 중동 혹은 유럽이 더 중요하냐. 지금 미국 안에서 입장이 갈리고 있어요. 제가 처음에 미국 정부에 들어갔을 때는 동시에 두 개의 큰 전쟁을 할 수 있는 전략을 연구했어요. 이제는 미국도 그렇게 못 해요. 동시에 두 개의 큰 전쟁 수행 못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집권하면 끝날 것”
 
  ― 왜요?
 
  “능력이 안 돼요. 인적 자원도 부족하고 예산도 문제예요. 지금 중동 쪽에 미군 병력이 집중되어 있어요. 해군 전력이 지나치게 많이 가 있어요. 이런 상황에 대만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한국과 일본에 있는 미군을 안 보낼 것 같습니까? 이 문제가 지금 미국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입니다. 중국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중동이 저런 상황이니까요.”
 
  ―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까요.
 
  “트럼프가 집권하면 끝날 겁니다. 전쟁 비용을 안 대겠다고 하겠죠. 제가 아는 트럼프와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이라면 젤렌스키와 푸틴 양측에 엄포를 놓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전쟁 비용을 아시아로 돌릴 수 있어요.”
 
  ― 미국이 전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위해 전면전을 불사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란 얘기군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러시아와 핵전쟁을 한다고요?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동맹 국가도 아닙니다. 필리핀은 한국보다 더 오래된 미국의 동맹 국가예요. 그런 필리핀을 위해서도 해줄까 말까인데 우크라이나를 위해서요?”
 
  ― 한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 편을 들고 있습니다.
 
  “인도적인 지원은 할 수 있어요. 지원해준다고 굳이 공개적으로 떠들 필요는 없어요. 지난번에 대통령실 고위 관료가 러시아에 경고를 했잖아요?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지난 6월 장호진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는데 그 방침을 재검토하겠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러시아 쪽도 차차 아는 게 흥미진진할 것 같다. 살상무기를 준다, 안 준다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씀드리지 않겠다. 무기 지원은 여러 가지 옵션이 있고 살상이냐, 비살상이냐를 떠나서 다르게 분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러시아가 차차 알게 해야 더 압박이 될 것이라고 본다.”
 
 
  “러시아, 나중에 복수할 것”
 
김진우 소장의 저서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그 너머:국가경영의 예술》.
  ― ‘강대강’ 대응이라며 잘 했다는 반응도 있었는데요.
 
  “핵무기 갖고 있는 국가한테 우리가 경고를 한다고요? 러시아는 9M730 부레베스트닉(NATO에서는 스카이폴 미사일, 미국에서는 Flying Chernobyl로 부른다) 한 발로 유럽의 한 국가를 1초 만에 없앨 수 있는 나라예요. 그러니 미국이 나토를 지원하지요. 한국은 자국의 역량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게 이런 겁니다. 존 매케인은 러시아를 두고 ‘핵무기 갖고 있는 주유소’라 표현했어요. 러시아의 거만한 태도를 지적한 거죠. 러시아 경제가 포르투갈 수준이에요.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되죠. 그런데 휘발유와 핵무기를 갖고 있어요.”
 
  ― 우리는 그중 하나도 없네요.
 
  “2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에서 200만 명이 죽었는데 끄떡없이 버텼어요. 한국은 어떤가요? 이태원에서 비극적인 사고가 나자 나라가 뒤집히지 않았나요? 이런 나라가 전쟁을 할 수 있을까요? ‘저 나라는 굉장히 연약하구나’, 다른 국가들이 유심히 안 보고 있을 것 같습니까?”
 
  장 실장의 ‘경고’에 푸틴 대통령이 바로 반응했다. 기자들과의 회담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러시아가 한국 정부에 유리하지 않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 푸틴 대통령은 왜 즉각 반응했을까요?
 
  “한국 무기가 좋아요. 그걸로 우크라이나가 선전(善戰) 중입니다. 무기를 보내려면 몰래 보내야 해요. ‘국방부 장관이 제멋대로 보낸 거다’ 이런 식으로 해명하면 됩니다. 언제나 대통령에겐 부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해요. 그게 비서실장의 역할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또다시 장 실장이 공개적인 발언을 했다.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 측이) 앞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뒤에서는 한국이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하는 얘기도 같이 있었다”며 “푸틴이 (북한과 맺은) 조약 내용을 저희한테 설명하는 것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료가 다른 나라와 뒤에서 교섭한 내용을 TV에 나와 공개적으로 까발린 거다. 이래서야 신뢰고 뭐고 쌓일 수가 없다. 김 박사의 설명이다.
 
  “외교 관계에서 다른 사람을 창피하게 만들면 안 됩니다. 뒤에서 칼로 찌르는 건 괜찮아요. 앞에서 대놓고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외교의 기본이에요. 러시아는 나중에 복수할 겁니다. 만약 푸틴이 마음먹고, ‘러시아의 핵무기 가이드라인을 바꿨다. 서울도 이제 타깃이다’ 그러면 한국 주식 시장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힘없는 한국 국회
 
  ― 지난해 4월 미국의 한국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일었지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도청 장비는 기술만 있으면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문제는 누가 그걸 깔았냐예요. 대통령실에 이중 첩자가 있지 않나 의심할 수 있지요. 이건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곤란합니다.”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의 NBC 방송과 인터뷰를 했다. 앵커가 도청 의혹을 거론하며 ‘친구가 친구를 도청하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친구들끼리 그럴 수는 없지만 현실 세계에서 국가 관계에서는 그것은 금지되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적절한 답변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좌관이었다면 이런 답변을 조언했을 겁니다. ‘그건 예민한 문제니까 나중에 직접 얘기하겠다’ 이러고 넘어가면 되는 거예요. 다른 나라들에선 이런 일이 안 일어날 것 같아요? 그렇다고 ‘도청할 수도 있지’라고 안 하잖아요. 그래서 비서실장이 중요한 겁니다. 대통령은 좋은 보좌진을 찾아 자문을 들어야 해요. 우리나라는 미국과 비교해 국회의 힘이 약하니 대통령이 외부 인사도 쉽게 기용할 수 있잖아요.”
 
  ― 한국 국회의 힘이 약한가요?
 
  “한국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때마다 왜 소리를 지르는지 지켜보니 알겠더군요. 너무 힘이 없어요. 소리라도 질러서 미디어 앞에서 스타라도 돼야 하는 거예요. 미국 국회의원들은 달라요. 미국 국회에는 상원 정보위원회(Senate Select Committee on Intelligence)가 있습니다. 민주당, 공화당 각 8명씩 들어가 있지요. 어마어마한 힘이 있어요. 대통령과 똑같이 정보 브리핑을 받습니다. 8인 위원회(gang of eight)도 있어요. 상원과 하원의 양당 대표, 정보위원회 위원장과 간사 등으로 이루어진 8명의 지도자 그룹입니다. 이들은 국가 기밀 정보를 브리핑받습니다. 만약 중국이 뭘 했다고 하면 대통령, 부통령, 국가안보국(NSA), 8인 위원회에 보고합니다. 이 중에 다음 지도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으니 알고 있어야 하니까요.”
 
 
  “16개 정보기관이 모여 논쟁”
 
  ― 한국엔 그런 게 없는데요.
 
  “우린 기본적인 기밀 정보 공유 시스템도 잘 되어 있는지 의문입니다. 미국은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요. 16개 정보기관이 한데 모인 대화방이 있습니다. 여기서 각 기관이 치열하게 논쟁하며 대통령의 모든 발언을 함께 검토합니다. 16개 기관이 모두 동의해야 대통령에게 올라갑니다.”
 
  ― 뭘 검토하나요.
 
  “무거운 정책부터 사소한 것까지 전부 검토합니다. 사소한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이번 자리에서는 대통령이 일본해(Sea of Japan)라고 부르면 안 된다. 한국이 용납하지 않는다. 왜 문제를 일으키는 단어를 쓰나?’ 각 기관이 어떤 문장이 적합한지 치열하게 논쟁합니다. 그러니 놓치는 게 없어요. 이게 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 그런 제도가 미국의 국력을 떠받쳐왔군요.
 
  “한국은 미국 국회에 로비도 잘 해야 합니다. 미국 국회는 조약을 비준하는 권한을 갖고 있잖아요. 코리안 게이트 사건 때문인지 우리는 로비가 나쁘다고 인식하고 있어요.”
 
  ― 미국에선 로비가 합법이지요.
 
  “시스템도 잘 구비되어 있어요. 다른 나라는 엄청난 돈을 투자하며 로비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정책에 영향을 미쳐요. 일본은 안 하는 것 같나요?”
 
 
  “한국 관료들, 아는 사람과만 대화”
 

  한국에서는 2024년 11월 미국 선거에서 대선에만 주목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선거가 있다. 바로 의회 선거다. 처음으로 한국계 상원의원이 탄생할 수도 있다. 그동안 미국 연방의회에서 5명의 한국계 의원이 선출됐는데 모두 하원의원이었다. 현재 뉴저지주의 하원의원인 앤디 킴(민주당)은 이번에 상원의원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상원의원의 권한은 막강하다. 상원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안건을 상원의원 100명이 만장일치 동의해야 처리한다. 상원의원 한 명이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있는 구조다. 미국 상원의원이 다른 나라의 국가원수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앤디 킴에게 충분히 주목하고 있는지 우려되는 이유다.
 
  김 소장은 윤 대통령이 당장 트럼프 측에 특사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다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러 갔어요. 우리 대통령도 직접 만나든 특사를 보내든 트럼프와 접촉해야 해요. 지금 한국 정부는 바이든-해리스에 올인하는 모양새예요. 해리스 부통령이 지면 어떻게 하려고 합니까? 이건 양다리가 아니라 외교의 기본이에요.”
 
  ― 그런 건 외교부가 알아서 대통령에게 제안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한국은 외교에 있어서 너무 공식적인 방법만 생각해요. 제가 볼 때 한국 관료들은 아는 사람과만 대화하지 모르는 사람한테는 먼저 다가가서 대화를 잘 안 하더라고요. 누가 소개해주길 바라든지요. 정부에 트럼프 측과 닿는 라인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트럼프 2기 출범 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핵심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대사와 신뢰를 가지고 접촉하는 인사들이 있나요?”
 
 
  “세계 질서에도 한번 타임아웃 필요”
 
  ― 트럼프가 승리할 거라 보나요.
 
  “저는 그렇게 봅니다. 미국 사회도 그렇고 세계 질서에도 한번 타임아웃(time out)이 필요해요. 미국 사회가 너무 변했어요. 바이든 정부는 너무 좌편향됐고, 미국 언론도 마찬가지예요. 지난 9월 대선 후보 토론을 ABC 앵커들이 객관적으로 진행한 것 같지 않아요.”
 
  ― 트럼프 전 대통령은 ‘3(2명의 앵커와 해리스)대 1(트럼프)로 싸웠다’고 평가했지요.
 
  “그러면 공화당도 똑같이 하겠다고 나올 거예요. 이건 민주주의에 좋지 않거든요. 지금 사회 분열이 너무 심해요. 미국 사회에서 1860년에 시작된 시민 전쟁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어요. 예전엔 좌파든 우파든 토론이 끝나면 악수하고 집으로 가곤 했는데 이제는 안 그래요. 중도좌파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해요. ‘내가 민주당을 떠난 게 아니라 민주당이 나를 떠났다.’ 오죽하면 전통적인 민주당 가문인 케네디가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 지지 선언을 했겠어요.”
 
  김 소장은 “지금이 한국에 무척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우리가 일본이랑 적극적으로 손을 안 잡은 건 큰 실수입니다. 현 정권에서 조금 회복했지만 지난 정권 시기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를 파기한 건 특히 뼈아픕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정보 수집 능력이 훨씬 뛰어나요. 미국도 어떤 때는 일본에 정보를 요청할 정도입니다.”
 
  ― 미·중 분쟁도 끝날 기미가 안 보이네요.
 
  “그렇지요. 극단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둘 다 피해 보겠죠. 그런데 중국은 식량을 수입해야 해요. 미국은 자급자족(自給自足)이 다 돼요. 북한처럼 고립주의를 해도 미국은 충분히 잘살 수 있어요. 과일은 캘리포니아에서 나오고 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천연가스에 석유까지 나와요. 왜 미국인들의 60%가량이 여권이 없겠어요. 다른 나라에 갈 필요가 없는 거예요. 중국도 이걸 알아요. 미국에 얼마만큼 피해를 주느냐가 관건인 겁니다.”
 
 
  “미국이 한일과 동맹 끊으면…”
 
  ― 어떤 피해가 있을 수 있을까요?
 
  “한국과 동맹 끊어라, 일본과 동맹 끊어라 요구해서 받아들여지면 중국은 목표를 이루는 거예요. 미국 본토를 공격할 필요도 없어요. 미국 입장에선 ‘더 이상 싸우기 싫다. 우리가 왜 한국을 보호해줘야 하나, 반미 감정도 갖고 있는데’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겁니다. 물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힘이나 특권은 사그라들겠죠. 그래도 미국 국민들은 충분히 더 잘 먹고 잘살 수 있어요. 이걸 한국인들이 알아야 해요.”
 
  ― 그러니 트럼프가 공공연히 ‘무임(無賃) 승차’라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거군요.
 
  “트럼프가 대만을 두고는 이렇게 말했어요. ‘(미국이) 대만에 대한 보험회사와 다르지 않다’면서 대만이 방어에 대한 대가를 미국에 지불해야 한다고요.”
 
  ― 미국인들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요.
 
  “예전에 처음으로 오마하에 있는 미군 전략사령본부에 갔을 때였어요. 오마하에 도착해서 햄버거를 먹으려고 버거킹 같은 곳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어린 백인 아이가 입을 떡 벌리고 저를 보는 겁니다. 눈을 못 떼요. 아이 엄마가 미안하다고 사과할 정도였어요. 태어나서 유색인종을 처음 본 겁니다. 뉴욕, 워싱턴만 가보고 미국을 안다고 할 수 없어요.”
 
  김 소장은 “안보가 한 번 무너지면 복구하는 데 적어도 몇십 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안보에 대해 착각하면 안 됩니다. 문화적 역량과 군사적 역량은 다른 얘기입니다. 방탄소년단이 ICBM을 막을 수 있습니까? 케이팝 콘서트를 못 볼 테니 한국을 공격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요? 한국 사회가 너무 나약해졌습니다. 강력한 힘은 늘 중요해요.”
 
  김 소장과 마주 앉아 있는 동안 서강대 캠퍼스에 어둠이 내려왔다. 햇빛이 없어지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전쟁의 신이 태양을 가리고 있는 시기,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 핵심부에서 근무했던 핵무기 전문가의 조언대로 살길을 찾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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